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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사회•환경과 신학

"한국교회, 정치적 정체성보다 복음 정체성 우선해야"

by 데오스앤로고스 2025.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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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음주의신학회가 지난 10월 25일(토) 오전 10시 한국성서대학교(밀알관 로고스홀)에서 제85차 정기논문발표회를 개최했다.

 

<사회적 화해와 통합:복음주의 신학의 관점에서>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논문발표회에서는 신원하 박사(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원장)가 주제발표를 했으며, 구약, 신약, 실천분과 등 각 분과에서 주제연구 및 자유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주제강연자로 참여한 신원하 박사의 발표 내용을 정리했다.

 

 

 

 

한국 교회가 붙잡아야 할 신학적 대전제
"통합의 길, 복음 정체성 회복해야"

 

<이념, 신앙 그리고 그리스도 안의 통합:정치 이념에 따른 한국교회의 갈등 해소와 통합(화해)을 향한 복음주의 신학적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한 전 고려신학대학원장 신원하 박사는 한국 교회가 붙잡아야 할 신학적 대전제에 대해 이렇게 결론 내렸다.

 

"교회는 이념공동체가 아닌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몸이다. 십자가는 하나님과 인간, 유대인과 이방인의 장벽을 허문 하나님의 화해 사건이며 이 복음적 정체성은 정치적 정체성보다 근원적이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의 장벽 역시 십자가 아래 놓여야 하며 교회는 이 복음의 능력 안에서만 진정한 통합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신원하 박사는 "이를 위해 교회는 먼저 복음을 특정 이념의 시녀로 전락시킨 우상숭배를 회개하고 편 가르기와 상호 악마화를 중단해야 한다. 또한 세상을 힘으로 지배하려는 '지배주의'의 유혹을 거부하고 국가의 '칼의 권세'를 빌려 영적 사명을 이루려는 시도를 포기해야 한다"라며 이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원칙을 회복하고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다"라고 강조했다.

 

 

 

 

 

 

 

회개 통한 공적 책임 회복
특정 정당의 편에 서는 모습 버려야

신원하 박사(T&L DB)

특히 신 박사는 "회개를 통해 교회는 세상의 권력 투쟁을 모방하는 대신 자기 비움의 성육신적 방식으로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특정 정파의 이익이 아닌 사회 전체의 '공공선'을 추구하며, "그 성읍의 평안을 구해야(렘 29:7)" 하는 공적 책임을 회복해야 한다"라고 촉구하면서 "이는 좌우를 막론하고 '하나님 나라의 기준'에서 벗어난 모든 권력과 우상(돈, 이념, 권력 자체)을 비판하는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는 것을 포함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교회는 특정 정당의 편에 서기보다,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아모스 5:24)는 말씀에 근거하여 양 진영의 이념적 우상화를 모두 비판해야 한다"라며 "교회의 정치참여와 운동은 어떤 정치 이념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려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념에 대한 비판적 태도만이 만물을 통일하시는 그리스도의 온전한 통치에 대한 종말론적 희망을 이 땅에서 미리 보여주는 유일한 방식이다. 이 길만이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잃어버린 공적 신뢰를 회복하고 분열된 사회 속에서 화해의 모델이 되는 길이다"라고 피력했다.

 

 

한국 교회, 과거 정치참여 행동 유형
"정교분리와 복음전도에 치우친 분리주의"
"정치적 우경화와 이념 지향적 정치적 행동주의"

한편, 신원하 박사는 이날 위와 같은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기 위해 미국 복음주의 교회들이 정치와 사회문제에 대해 어떤 신학 사상을 갖고 사회적 행동을 취해왔는지, 그리고 미국 복음주의 교회들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은 한국 기독교의 140년의 선교역사를 중심으로 한국 교회 복음주의 진영의 정치체제나 사회문제에 대한 행동의 유형을 분석하기도 했다.

 

신 박사에 따르면 미국 복음주의 교회의 사회 참여는 네 가지 유형을 갖고 있다. 바로 복음주의 보수(Evangelical Conservative), 복음주의 진보(Evangelical Liberal), 복음주의 급진파(Evangelical Radical), 근본주의 신우파(Fundamentalist New Right)다. 이는 처릴로와 뎀스터(Cerillo, Jr. & Dempster)가 주장한 유형이다.

 

특히 신 박사는 사회 변혁에 관한 교회의 역할, 정부의 기능, 정치와 경제 체제, 도덕적 문제 등에 대한 미국 복음주의 진영의 행동 유형을 중심으로 한국 복음주의 교회의 정치 참여 유형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선교 초기부터 1970년대는 정교분리와 복음전도에 치우친 분리주의의 흐름 속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신 박사는 "1885년 한국에 전해진 기독교가 폭발적 성장을 이룬 1980년대 이전까지는 교회가 사회나 정치 문제에 개입하여 큰 영향을 행사하기에는 양적, 질적인 힘이 부족했다"라며 "교회가 사회 변혁과 문화 사명에 대한 분명한 신학적 시각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기에 한국교회는 사회 정의를 구현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려는 의식보다는 복음 전도를 통한 영혼 구원과 내세 소망에 치중하는 다소 이원적이고 분리적인 문화관에 주도되어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한국교회가 정치와 사회문제에 참여하게 된 것은 특정 신학보다 사회학적 요인이 더 컸다.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정권의 장기집권을 위한 3선개헌과 유신헌법 제정에 대한 시민, 언론 그리고 대학생들의 반발과 민주화 운동, 그리고 이에 대한 탄압 등의 사회적 요인이 작용한 것이다"라며 "1970년대에 일부 목회자들과 교회도 민주화 운동에 서서히 가담하기 시작했는데 진보적 신학과 신앙을 지닌 교회와 신학자들은 사회 불의를 비판한 구약 선지서들에서 그 신학적 근거를 가져왔고 이 불의한 정권에 대한 비판적 운동을 ‘선지자적 책임과 사명’이라 부르며 운동에 힘을 실어주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흐름은 80년대 들면서 군사쿠데타와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한 뒤부터 큰 물줄기를 형성하게 된다. 복음주의 기독 청년 학생들 사이에서도 총체적 복음을 내세우며 군사독재 반대와 민주화를 요구하며 정치적 불의에 저항하는 운동이 캠퍼스를 중심으로 약하게나마 일어났다. 그러나 보수 개신교회들은 70년대만이 아니라 80년대에도 정교분리를 내세우며 교회는 개인 영혼을 구하는 구령사업에 전념해야 함을 강조하며 당시 사회 불의에 대해서는 거의 침묵을 지켰다. 이러한 양 흐름은 90년대 민주화가 이루어지기까지 한국교회에 계속되었다"라고 평가했다.

 

둘째, 2000년대, 정치적 우경화와 이념 지향적 정치적 행동주의가 팽배했다는 것이다.

 

신 박사는 "2000년대 이후 민주화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교회의 정치참여 양상에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났다. 그것은 정교분리를 주장하며 사회문제에 침묵하던 보수 신앙을 지닌 교회와 교인들이 소위 진보정권이 들어선 이후 광장으로 나와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현상이다"라며 "그 가운데서 기존 주류 보수 교단에 속한 교회들보다는 전광훈 목사와 같은 스스로를 ‘애국 보수’라고 부르는 이들이 등장해서 노골적으로 특정 정당을 옹호하고 그와 반대되는 정치세력과 정당을 비난하고 반국가세력으로 몰고 가는 성격을 드러내 보였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이 보이는 특징은 진보 정치세력을 북한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종북세력으로 몰아가는 극우적 성향인데, 아주 한쪽의 치우친 이념에 경도되어 있는 정치적 행동주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외치는 주장이나 구호는 조금만 살펴보아도 기독교적 원리나 신학적 시각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고 다분히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종북사상에서 나라를 구한다는 신앙적 애국주의라는 이념과 관련되어 있다"라며 "이처럼 2000년대 이후부터의 개신교 복음주의 교회들의 사회참여 흐름이 시작되었는데, 애국주의적 이념과 결부된 행동주의의 경향이 강하고 그 표방하는 주장이나 동력 그리고 추구하는 목표 등이 미국의 복음주의 신 기독교 우파(New Religious/Christian Right)와 유사하다"라고 평가했다.

 

 

 

 

 

 

"반공주의, 반기독교문화에 영향받았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의 정치참여에 영향을 준 사회역사적 요인과 신학적 요인은 무엇일까? 신원하 박사는 반공주의와 반기독교문화를 지적했다.

 

우선 신 박사는 "한국교회의 정권들과 시국 문제에 대한 태도는 근대 역사에 의해 결정적으로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방 이후 한국 사회는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각축장이 되다시피 이념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특히 6.25 전쟁과 남북분단은 한국교회의 이념 지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남북분단과 6.25 사변은 대한민국 국민들과 특히 기독교인들에게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를 강화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바로 이 역사적인 경험이 한국 개신교회에 반공주의 이념이 신앙 못지않게 중요한 신앙적 이념으로 자리 잡아 작용하게 되었다"라며 "이런 반공 이념은 정치인들에 의해 부추겨지고 확대되어 한국 정치와 사회에 영향력을 미쳤다. 한국교회도 반공을 내세우며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정권과 정부를 지지하는 성향을 많이 띄었다. 이런 성향은 진보정권이 들어서며 평화 추구의 정책 기조 아래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추구하게 되자 정권에 대한 경계와 나아가 반대운동을 하는 흐름으로 발전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일부 보수 교회들은 계엄령 같은 비상 국가권력 행사조차도 공산 세력이나 관련 세력을 제압할 수 있다면 정당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반공 이념에 강하게 추동되는 극우화 흐름은 2000년대 이후의 보수적 복음주의 교회 내부의 한 유형과 특징으로 계속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반기독교문화와 관련해서도 "지난 10여 년간 동성애, 성전환, 성개방 등 진보적 이슈가 관용되며 문화의 대세로 자리 잡자 전통적 가치를 지닌 국민과 특히 보수적인 기독교회는 강한 위기의식을 갖게 되었다"라며, "교회는 이러한 반전통적, 비기독교적인 사회의 진보적 문화 흐름을 성경의 가르침에 반하는 신앙적 위기로 받아들인다. 더욱이 진보 정치인과 정치 그룹이 이를 허용하는 법을 만들고 그런 문화를 부추긴다고 생각하면서 그 정당과 정치세력을 경계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보수 시민단체와 전문인들이 이런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현재 보수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동성애 허용과 반동성애 제재로 대표되는 반기독교적인 성윤리의 변화를 이 사회의 도덕 질서와 미래에 대한 위기로 의식하며 긴장하고 있다"라며 "특히 지난 10년간 상당수 보수 개신교회들은 나라의 미래와 자녀의 도덕적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진보 세력과 정권을 비판하는 데 힘을 모아 왔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최근 흐름은 1980년대 미국 '도덕적 다수(Moral Majority)'와 신 기독교 우파(New Religious Right)의 정치적 행동주의와 매우 유사하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화해와 통합 위해 필요한 신학적 성찰과 실천
정교분리, '기능적 구별'과 '선지자적 사명'
'진실규명과 회개, 대화와 경청', 화해 전제조건

이와 같이 한국교회의 정치적, 사회적 현상을 분석한 신원하 박사는 하나님의 화해(신론), 그리스도 안에서 화해된 새 인류로서의 교회(교회론), 화해의 사역 방식으로서 성육신(기독론), '이미'와 '아직'의 기독교윤리(종말론), '기능적 구별'과 '선지자적 사명'이라는 교회의 정교분리에 대한 태도 등 갈등과 화해, 통합을 향한 다섯 가지 주제들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교회의 화해와 통합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 복음주의 교회가 현재 반드시 점검하고 실천해 가야 할 여러 중요한 것들 중에 진실규명과 화해, 대화와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박사는 "화해의 출발점은 진실을 규명하고 그 사실을 직시하는 데 있다. 한국교회 내부의 분열이든 교회 내부의 갈등이든 진실을 밝히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진실이 드러났을 때 잘못을 범한 측은 겸손하게 그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 화해는 바로 이 진실 규명과 인정의 토대 위에서만 시작되고 전진할 수 있다"라며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한국 교회와 교단들의 잘못된 언행들에 대한 진실규명이 이뤄진다면 한국교회는 정치 이념으로 나뉘고 분열된 것을 치유하고 화해와 통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화해를 실천하기 위한 또 다른 중요한 작업은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라며 "한국사회와 교회가 이념 과잉으로 나뉘고 극우화 경향이 나타나 분열이 심화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교회는 통합과 하나 됨을 도모하기 위한 대화의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극우의 특징이 폐쇄적 성향을 드러내고 반대입장에 마음을 닫고 알려고도 하지 않으며 편 가르기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더욱 대화의 자리로 안내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그러하기에 더 인내하며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 세심하게 배려하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신 박사는 이날 주제강연을 마무리하면서 "화해와 통합의 길은 오래 걸리고 인내가 필요한 길이다. 그러나 분열과 증오의 세력은 결코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없다. 한국교회는 이 종말론적 희망 안에서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아야(갈 6:9)" 한다. 이 희망은 우리를 현실 도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땅에서 겸손과 인내로 화해와 통합의 사명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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