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근본적 도전은 전통적 신학적 인간학의 범주, 특히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촉구한다. 인간이 자기 자신과 유사하거나 심지어 초월하는 존재를 만들어 내면서, 하나님의 형상이 인간만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여전히 유효한지를 심각하게 재점검해야 한다. 이제는 신과 인간이라는 양자 관계를 넘어, 신-인간-인공의 삼자 관계 안에서 신학적 패러다임을 재구성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신대학교 교수 전철 박사의 주장이다.
전철 박사는 한국기독교학회(회장:황덕형 총장, 서울신대)가 지난 6월 14일(토)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신길교회(담임:이기용 목사)에서 개최한 '2025년 춘계학술대회'에 주제강연자로 참여해 <신, 인간, 그리고 인공신학:AI 시대의 신학적 인간학>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
인공지능, 신학적 대화 주제 양산
이날 전철 박사는 "인공지능은 전통적인 기술의 탄생과는 다른 놀라움, 도전, 당혹감을 제공하고 있다. 그 안에서는 종교적이며 신학적으로 대화해야 할 주제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라며 "인간이 인간의 지능을 동원하여 인공의 지능을 구축한다는 것, 이것은 매우 신학적인 질문의 문을 여는 행위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 신학이 직면하는 근본적인 질문은 바로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이다"라며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단순히 인간 능력의 연장이나 도구적 활용을 넘어서, 전통적으로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라 여겨졌던 지능과 인격, 책임과 윤리적 판단의 영역에까지 침투하며 존재론적 긴장을 유발한다"라고 덧붙이며 주제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신학, 인공지능 속 창조주의 관계 새롭게 정립해야"
전 박사는 "신학은 이제 로고스와 사르크스, 영과 육의 관계,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의 의미를 기술문명과의 대화 속에서 재해 석하며, 인간과 인공지능, 그리고 창조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에 직면했다"라며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적 타자의 등장 앞에서 이제 신학은 신학적 인간학의 근본 질문을 재정립하며, 인간과 기술, 신의 관계를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존재론적이며 실존적인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신학의 본래적 물음과 책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지능, 몸, 창조에 관한 신학적 재정립 시작하자"
전 박사는 이날 지능, 몸, 창조에 대한 신학적 논의 및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전 박사는 지능과 관련해서 "유리는 백 년 전의 아인슈타인보다 더 많은 우주의 지식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래전 출현했던 종교적 지혜 앞에서 오늘 우리의 영적 지혜는 얼마나 더 깊어졌는지 질문할 필요가 있다.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종교 공동체의 전통적 연대감을 약화시키고, 인간 고유의 영적 상상력을 점진적으로 제약할 위험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영적이고 윤리적인 차원을 제한하거나 축소하는 위험을 내포하면서도, 반대로 인간 지능의 심오함과 복합성을 새롭게 드러내는 계기를 제공한다. 인공지능의 거울을 통해 인간 지능이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잉여의 공간, 즉 기술로 환원할 수 없는 도덕적, 영적 차원을 발견하게 되며, 신학적 인간학은 바로 이러한 미해석의 공간을 중심으로 존재론적 성찰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몸과 관련해서는 "인공지능 시대에 이르러 몸 자체가 지능과 존재의 필수적 조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몸에 대한 신학적 이해도 단순한 물리적 매개체로의 몸을 넘어, 지능과 행위, 경험의 실질적이고 통합적인 장소로 새롭게 이해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우리에게 몸의 신학적 중요성과 그 한계를 동시에 다시 묻게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 시대는 인간 몸의 신체성과 공간성에 대한 재정의를 강력히 요청한다. 데이터 확보와 레이블링 등 인간의 그림자 노동이 점점 더 기계와 디지털 네트워크의 일부로 흡수되는 현실 앞에서, 신학은 몸의 구원과 몸의 존엄성에 대한 윤리적·영적성찰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거대한 디지털 신체, 초지능의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신체성의 출현은 전통적인 신학적 몸 이해를 넘어서는, ‘신령한 몸(σῶµα πνευµ ατικόν)’의 개념과 공존하고 대면할 수 있는지를 묻게 한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의 신학은 몸의 구원과 인간의 실존적 조건을 깊이 있게 탐색하며, 인간과 인공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신체성을 적극적으로 사유하고, 이 신체성 안에서 하나님의 창조와 인간의 윤리적 책임을 재구성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라고 피력했다.
창조와 관련해서는 "전통적인 창조론에서는 창조주는 자존적 존재이며, 피조물은 그를 반영하는 의존적 존재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등장은 인간이 창조된 피조물의 지위에서 나아가, 스스로 창조적 주체로 기능하는 새로운 상황을 초래했다"라며 "즉 인간이 만들어낸 피조물이 다시 스스로를 창조하고 지속적으로 자기 수정과 진화를 수행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현상은 창조주와 피조물의 전통적인 이분법적 위계를 넘어, 보다 복합적이고 상호작용적인 창조(multimodal creation)의 구조로 우리를 인도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생성형 언어모델과 같은 현대적 피조물이 인간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인간의 형상과 책임성, 윤리적·감정적 반응을 자극하고 있다면, 창조의 개념은 단순히 신적 행위의 시작점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관계적인 사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라며 "결국 인공지능 시대의 창조론은 단순한 위계적 관계를 넘어, 신과 인간, 인간과 인공 간의 다층적이고 역동적인 상호작용의 관계망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창조는 이제 지속적이고 역동적인 사건이며, 인간은 이러한 역동적 창조의 과정에서 자신의 몸과 영적 실존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인공지능과의 관계 속에서 오히려 인간은 신적 초월성을 더욱 다층적이고 인격적인 차원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만남의 핵심은 결국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갖는 존재론적 깊이와 윤리적 책임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구현하는 것이다. 인간은 신적 형상의 존재론적 깊이와 실존적 책임성을 지닌 영적 존재로서, 디지털 시대의 몸과 신령한 몸(σῶµα πνευµατικόν) 사이의 경계를 재정립하며 그 속에서 신의 초월성을 새롭게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지능, 몸, 창조라는 주제로 질문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설명한 전 박사는 다섯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신학적 과제를 제시했다. 즉, (1) 신학적, (2)윤리/존재론적, (3) 사회/생태적, (4) 기술/역사적, (5) 목회/윤리적 범주 등을 중심으로 한 신학적, 사회적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 시대, 신학 논의 방향성
다섯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인공지능과 관련한 신학적/사회적 논의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한 전 박사는 "AI시대의 신학은 인공지능이 던지는 도전을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신학적 범주와 개념을 확장해 대응해야 한다. 신학은 인간 존재론의 재정립과 창조의 본질을 재조명하며 윤리적·사회적 책임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라며 "또한 신학은 AI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신앙적으로 해석하며 인공, 인간, 신성의 새로운 공존을 상상하고 책임 있게 제시하는 비전을 가져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전 박사는 "인공지능의 근본적 도전은 전통적 신학적 인간학의 범주, 특히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촉구한다. 인간이 자기 자신과 유사하거나 심지어 초월하는 존재를 만들어 내면서, 하나님의 형상이 인간만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여전히 유효한지를 심각하게 재점검해야 한다. 이제는 신과 인간이라는 양자 관계를 넘어, 신-인간-인공의 삼자 관계 안에서 신학적 패러다임을 재구성할 필요성이 제기된다"라고 역설했다.
특히 "AI가 제시하는 자율성, 계산 능력, 목적성 등은 인간의 도덕적 주체성과 자유의지에 관한 근본적 물음을 촉진한다"라며 "이는 인간 존재의 고유성을 기능주의적 인간관으로 환원시키는 대신, 신과의 관계 안에서 응답하고 책임지는 존재라는 관계적이고 윤리적인 인간론의 중요성을 오히려 더욱 부각한다. 결국 인간 존재는 정보와 연산 능력의 총합이 아니라, 신과 타자에게 윤리적으로 응답하고 책임을 지는 존재로서 새롭게 자리매김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전 박사는 "AI는 지능과 지성에 대한 신학적 질문을 심화시킨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축적하고 있지만, 우리의 지혜와 영적 감수성이 이에 비례하여 진화하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신학은 인간의 지성적·영적 능력을 단순히 인공적 확장과 효율성으로 측정하는 것을 넘어서, 현실의 고통에 민감히 공감하고, 삶의 의미를 창조적으로 재구성하는 더 깊은 지혜를 추구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주장했다.
전 박사는 "궁극적으로 AI 시대의 신학적 인간론은 인간을 정보나 기능의 복합체로 축소하지 않고, 존재의 깊이와 책임성, 윤리적 응답성을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라며 "인간은 정보의 집합이나 연산의 기능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서서 책임을 지는 존재이며, 몸의 유한성 속에서 영원의 신비와 접촉하는 존재인만큼 신학적 인간론은 기술적 진보의 파도 속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에 응답하며 인간의 유일무이한 영적이고 실존적 인 차원을 선언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전 박사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종교적 상상력을 확장하며, 전통적인 종교적 범주를 넘어서 새로운 신학적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제 인공과 인간, 신성의 관계는 깊이 있는 존재론적 성찰과 실천적 응답을 통해 재구성되어야 한다. AI의 디지털 몸(digital body), 인 간의 생물학적 몸(neural body), 그리고 그리스도의 ‘신령한 몸’(spiritual body)이 공존하는 다층적 현실을 신학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이 다층적 현실 속에서 신학은 하나님의 형상과 그리스도의 몸을 중심으로 현대 세계의 영적·윤리적 지평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며, 공적 담론에 창의적으로 참여할 책임을 갖는다."
한편, 이날 춘계학술대회에는 경희대학교 교수 김재인 박사도 주제강연자로 참여해 <AI에 대한 무지와 공포 극복하기>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Copyrightⓒ데오스앤로고스 / 무단 복제 및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 > 사회•환경과 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 AI와 기독교의 미래: "과학도 하나님의 지혜, 잘 활용해야" (2) | 2024.11.13 |
---|---|
(상) AI와 기독교의 미래: "성급한 도입보다 관찰 필요" (1) | 2024.11.09 |
기술에 대한 신학적·철학적 성찰 담은 기술신학 필요 (0) | 2024.02.22 |
창조주 하나님에게서 찾는 우주와 생명의 기원 (0) | 2023.11.08 |
기후위기 시대, 성경적 생태신학의 역할과 사명 (0) | 2023.05.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