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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사회•환경과 신학

기술에 대한 신학적·철학적 성찰 담은 기술신학 필요

by 데오스앤로고스 2024.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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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기술공생네트워크 HTSN(대표:김은혜 박사, 장신대 교수)와 문화신학회가 지난 2월 22일(금) 오전 10시 수서교회(담임:황명환 목사)에서 기술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담은 기술신학 입문서 『기술신학』(동연) 출간 기념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기술신학」 저자로 참여한 김승환 박사(장신대 교수), 박일준 박사(원광대), 손화철 박사(한동대)가 발제자로 참여해 기술의 발전에 따른 교회 공동체의 변화와 인간에 대한 성찰과 관련된 책의 내용을 일부 발표했다.

 

온라인 교회, 이제는 하나의 성소

김승환 박사

먼저 <디지털 종교와 온라인 교회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김승환 박사는 "종교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기기의 활용에만 머물지 않는다. 디지털 환경은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킨다. 디지털 미디어로 연결된 온라인의 성스러운 가상공간은 하나의 성소가 됐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디지털 종교화로 인해 온라인 교회와 사원의 등장으로 다양한 종교 행위가 가상의 공간에서 실천되고, 수많은 종교 관련 정보가 공유된다"라며 "이제 가상공간에서 드리는 예배와 여러 모임을 통해 종교적인 공간, 즉 성스러운 장소로서 온라인 교회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다"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종교의 권위도 전환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디지털 종교의 가장 큰 걸림돌은 종교 권위에 관련된 것이다. 누구의 지도를 받을 것인가? 어떤 전통과 교리를 우선적 가치로 둘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이다"라며 "하지만 온라인 교회의 경우 권위가 수평적인 관계의 구조로 전환되며 관계의 중심에 있는 이들이 종교의 정보와 의식들을 어떻게 소개하고 전달하는지에 따라 종교의 권위가 크게 좌우된다"라고 피력했다. 


즉, 오프라인 상에서는 종교적 권위가 한 명의 목회자에게 집중되지만 온라인 교회 성도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접속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하는 신앙의 콘텐츠에 연결한다. 따라서 말씀을 듣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권위는 개인의 선택이 가능한 사용자 각자에게 부여된다는 것.

 

 

한국 교회, 변화를 도모해야

연결성, 익명성, 유연성이라는 온라인 교회 성도들의 신앙 특징을 세 가지로 설명한 김 박사는 "코로나19는 단순히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뿐만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종교 생태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놓았다"라며 "하지만 현재 한국 교회는 디지털 교회론에 대한 보수적 태도로 인해 온라인 교회에 관한 연구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환되는 지금, 한국 교회는 교회론에서 '함께 모임'의 의미가 온라인/오프라인의 구별이 아닌 시공간적 의미를 넘어서는 초연결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특히 "신앙생활의 중심은 교회에서 가정과 같은 삶의 자리로 이동되고 신앙적 경험을 교회 밖에서 영위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교회의 울타리가 온라인 공간을 통해 다양한 이들과의 접촉점을 만들어낸다면 온라인은 복음의 전파와 선교의 도구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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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메타버스 열풍
그리고 1년 후 지금은

손화철 박사

<첨단기술과 한국교회: 메타버스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손화철 박사는 "지난 2021년 6월 한 대형 교회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행사를 진행하면서 한국 교회 안에 교회학교 교육이나 청년 사역에 메타버스를 적용하려는 노력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고 관련 서적도 많이 출간됐다"라며 한국 교회 메타버스 열풍을 소개했다.

 

손 박사는 "코로나19로 기독교 언론과 신학교도 메타버스를 이용한 예배와 사역에 대한 기사를 연재하거나 관련 모임을 진행하는 등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역은 많이 늘어났다"라며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시도가 신기술에 대한 면밀한 신학적 검토와 연구를 심화하는 대신 성급한 실천이나 보여주기 식의 행사들로만 비친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결국 메타버스 열풍은 1년이 조금 지나 식어버렸고, 뒤늦게 메타버스의 신학적 의미와 목회적 효과성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성급한 도입, 효과성에 대한 검증의 부재, 신학적 검토 미룸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함께 메타버스의 현실감을 어떤 선에서 조절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얼리 어답터 되지 말아야

메타버스 활용과 관련해서 주의를 당부한 손 박사는 "메타버스처럼 실험적인 단계에 있는 기술은 학교를 비롯해 다른 기관들이 그것을 사용해서 얻는 유익과 부작용을 모두 관찰한 후, 교회가 도입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라며 거리두기 및 관찰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메타버스와 같은 기술신학에 대한 신학적 논의를 충분히 하면서 검증해야 한다"라며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바람직한 기술과의 공생도 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성경이 제시하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 첨단기술사회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토론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기술은 인간의 본성이다
새로운 윤리적 기준 필요

박일준 박사

<연장능력(extendibility)으로서 기술과 인간의 재해석>을 발표한 박일준 박사는 "인간을 규정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 주체가 경험하는 '주관적 체험'이다"라며 "아무리 과학과 기술이 발전해도 이 주관적 체험은 과학적 언어나 서술로 재현될 수 없는 성질의 것으로 여전히 철학적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결국 기술의 발전 속에서 우리는 '인간은 누구이고 무엇인가?'에 대한 묵직한 윤리적 질문에 당면할 수 밖에 없다"라며 "기술 발전이 인간을 신의 단계에까지 다가가도록 진화를 이끌어간다면 지금의 기준이 아닌 이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윤리적 기준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 박사는 "지금까지 신학은 하나님의 형상을 '인간' 자체라고 해석해오면서 인간 중심적인 여러 문명의 폐해를 초래해 왔다"라며 "모든 존재와 사물이 창조의 면류관인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듯이 남용하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적나라하게 범지구적 재난들을 초래했다"라고 지적했다.

 

하이데거의 '기술론'과 인간의 본질로서의 연장능력에 대해 설명한 박 박사는 "우리 시대 기술은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을 변화시키는 정도를 넘어서서 이미 인간의 본성을 변화시키고 있다"라며 "이제 우리는 기술의 전개 속에 담겨 있는 물(物)의 행위주체성을 고려하면서 인간이 거기에 어떻게 책임 있게 응답하 수 있을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윤리의 틀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간을 조망하는 관점의 변화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윤리적 '응답-능력'을 발휘해나갈 수 있을 것이냐의 문제가 첨단기술 시대 윤리의 핵심이 될 것이다"라며 "우리는 인간의 행위주체성이 발휘되는 전개와 발전에 전적으로 '책임'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날 논찬자로 참여한 서덕영 박사(경희대 전자공학과 명예교수)는 "기술신학은 열린 교회, 열린 신학, 철학과 진보적 신학에 대해 고찰하도록 한다"라며 "21세기에 새롭게 맞이한 문제들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하는 기술신학은 인간의 타락을 위한 도구가 아닌 거룩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하고, 기술과 함께 하나님의 창조세계 안에서 인류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기술신학」은 1부 기술신학 개론, 2부 기술과 신학의 만남과 접점, 3부 디지털 기술과 한국 교회 등 세 챕터로 구성됐으며, 총 10편의 연구논문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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