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직신학회(회장:정미연 박사, 연세대 연합신대원 교수)가 지난달 4월 22일(토) 연세대 루스채플에서 <생명과 신학>을 주제로 '제18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강연자로 나선 김영선 박사(협성대 명예교수)는 '기후 재앙과 생명신학:기후 위기 시대의 생명신학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는
인간 탐욕의 결과
김영선 박사는 "생태 신학자 토마스 베리는(Thomas Berry)는 지난 100년 동안 인류가 저지른 가 장 큰 범죄는 환경파괴라고 했으며, 보프(Leonardo Boff)도 이에 공감하여 '교회는 현 생물계 위기를 가져온 사고방식에 대해 공범자였다. 교회는 이에 대해 충분할 정도로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았고 피조물과 존중의 관계 또는 경외의 관계를 맺도록 하는 신학적 논의를 시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오늘날 기후 위기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서 나타나게 되었다. 인간의 탐욕은 지난 200여 년간 계속되어온 산업화로 인해 고착화되었다. 오늘날의 사회 구조는 인간중심주의의 모습을 띠면서 인간이 아닌 다른 모든 존재들을 인간의 필요를 위해 마구 사용해도 좋은 존재로 받아들였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과도한 개발과 경제적 성장만 추구하여 이익을 남기려는 인간의 탐욕이 수많은 생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지구 생명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 이 탐욕은 부메랑이 되어 이제 인간의 생명마저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탐욕적인 인간중심주의 경제 방식과 생활방식이 지속되는 한, 지구촌의 모든 생명의 멸종은 물론 인간 생명도 파멸에 이를지도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이와 같은 기후 위기로 인한 생명 위기의 문제를 진단하면서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적, 과학적 대처 방안을 소개하고, 생명신학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교회와 생명신학의 역할과 과제
김 박사는 "기후 위기가 교회에 요청하는 것은 새로운 생활 양식이다. 그것은 생명에 대한 긍정과 공동체적 삶이다. 창조신앙은 우리를 온 생명(Global life)30에 대한 책임 있는 존재임을 말하고, 생태적 책임이 그리스도인 우리에게 위임되었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책임은 개인적인 도덕적 행동만이 아니라 정치적·경제적 구조적 변화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방책은 탄소배출 문명에서 탈탄소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문명으로 전환하는 것이어야 한다"라며 "인류는 정책적, 경제적, 기술적 차원에서만 아니라 생태학적이며 문명 전환적 차원에서도 고려되어야 한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신학이 지향하는 생명에 대한 새로운 관계 맺기를 활성화하여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특히 "창조신앙과 구원신앙은 기독교 신앙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구원신앙은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강조되어 기독교의 중심 신앙으로 자리하였지만, 창조신앙은 그에 걸맞게 다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위기가 창조신앙을 소환했다"라며 "창조신앙의 핵심은 생명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으로 존엄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생명을 함부로 취급하는 것은 창조주 하나님을 모독하는 불신앙이라는 것이다. 창조를 잘 가꾸고 돌보는 것이 인간이 수행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라는 것이다. 이는 창조 세계를 보존하는 일이 교회의 가장 위대한 과업 가운데 하나임을 고백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관점에서 김 박사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생명신학의 역할과 과제를 네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새로운 생명권 의식’을 지니는 것이다. 새로운 생명권 의식은 세계를 하나님의 성육신, 곧 하나님의 성례전(sacrament of God)으로 보는 것이다. 세계는 하나님의 몸이므로, 우리는 세계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그 세계에 특별한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 생명 신학은 지구를 하나님의 식구로 파악한다. 구원이 모든 피조물의 행복을 뜻한다면, 생명 신학은 우주론적 신학이어야 한다.
둘째, 생명 신학은 ‘생태학적 수치심’을 죄로 보는 영성을 교육해야 한다. 생태학적 수치심이란 자연을 있는 그대로의 세상으로 보지 않고, 보고 싶은 세상만을 보고자 하는 인간의 이기적 심성을 지칭하는 것이다. 생태학적 수치심의 시각에서 보면, 각종의 난 개발과 환경오염은 엄청난 죄로 인식되어야 한다. 인간은 환경파괴를 큰 죄로 생각해야 한다. 죄를 자복하고 회개하는 길은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환경보호에 나서는 것이다.
셋째, 지속가능한 생명을 위해 ‘새로운 영성훈련’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 토마스 베리는 새로운 생태대(ecozoic)를 살아가기 위해 새로운 영성훈련이 요청되는데, 이것은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를 벗어나 ‘생명중심 주의’(biocentrism)와 ‘지구중심주의’(Geocentrism)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를 수행하기 위해 합당한 훈련도 받아야 하며, 영성도 개발해야 한다.
넷째,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창조신앙이 강조되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 이전에 환경적 존재로 창조되었다. 이것은 세계를 돌보는 책임 있는 주체를 넘어 창조 세계에 대한 긍정과 온 생명에 대한 경외를 품고 관계 맺는 자세 요구를 의미한다. 새로운 창조신앙의 이해 속에서 세계는 정복하고 지배당하는 대상이 아니라, 가꾸고 돌보아야 하는 대상이 된다. 따라서 연의 지배를 정당시해 온 인간의 ‘정복 논리’는 ‘공존과 화해의 논리’로 전향되어야 하고, 자연을 ‘그것’(It)으로 보지 말고 ‘나와 너’(I-Thou)의 관계로 보 아야 하고, 생태적 불균형을 풀어야 하고, 탐욕과의 관계에서 패배하지 말아야 하다.
김 박사는 "교회는 신음하는 피조 세계를 위해 기도하고, 창조·질서·보존을 이해하고, 설교하고, 교육하고, 자원 재활용에 적극 참여하고, 국가의 환경보존 정책을 솔선수범하여 따르고, 교회건축과 관리를 생태적으로 하고, 유기 농산물로 간소하게 밥상을 차리고, 교회주보나 자료집을 재생 용지로 만들고, 초록 가게를 지원하고 이용하고, 불필요한 행사를 줄이고, 자동차 없는 주일을 지키는 등등의 일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한편, 이번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에서는 주제강연 외에 아래와 같은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1. σωμα ψυχικόν과 σωμα πνευματικόν의 관계에 대한 고찰 / (강응섭 박사, 예명대학원대 교수)
2. 안티고네의 죽음과 그리스도의 죽음-욕망의 해체와 죽음의 해체, 그리고 죽음의 극복 / (황돈형 박사, 서울중앙신학교 교수)
3. 과학 시대의 자유의지에 관한 신학적 이해 / (전경보, 문화교회)
4. 다윈주의와 무신론: 진화론에서 무신론으로의 변천사에 대한 고찰 / (윤지훈 박사, Johannes Gutenberg-Universitt Mainz)
5. 우울증과 믿음: 웨슬리 신학으로 고찰하기 / (김바로본 박사, 목원대 강사)
6. 이민 신학의 그 중심 속에 있는 섭리론과 기독론: 존 칼빈의 그리스도와의 연합 사상 관점으로 본 성육신론과 그리스도의 삼중직론을 중심으로 / (최성렬 박사, Alphacrucis University College)
7.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의 생명 / (이충만 박사, 고려신대원 교수)
8. 폴 틸리히의 문화신학에 대한 상호문화적 비판: 베른하르트 발덴휄스의 타자 현상학을 중심으로 / (신용식 박사, 부산장신대 학술연구교수)
9. 기독교 생명미학의 탐구 / 심광섭 박사(예술목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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