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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사회•환경과 신학

공공성, ‘복의 샬롬’에서 통일시대 향한 ‘사명의 샬롬’으로 전환

by 데오스앤로고스 2015.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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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의 관점에서 본 기독교 영성과 공공성 /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샬롬’은 하나님 백성들에게 주어지는 실제적인 복이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들이 맡은 바 사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베풀어주신 배려이다.”

권혁승 교수는 “샬롬은 개인적 차원과 공동체적 차원이 구별된다”며 “개인적 ‘샬롬’이 각자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복이라면, 공동체적 ‘샬롬’은 각자가 수행할 사명이다. 전자가 ‘선물로서의 샬롬’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과제로서의 샬롬’이다. ‘샬롬’은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은혜의 선물이면서 동시에 우리들에게 위탁된 사명의 핵심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공동체적 샬롬과 관련해 이 시대 우리들에게 시급하게 요청되는 과제는 통일시대 북한선교를 향한 공동체적 관심”이라며 “우리들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의 복인 ‘샬롬’을 개인적 차원에 머무리게 할 것이 아니라 통일시대를 향한 사명의 ‘샬롬’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 발표내용 중에서

1. 사전적 의미로 ‘공공성’은 어느 누구도 제외되지 않은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것을 뜻한다. 그런 공공성은 모두에게 공평한 ‘공정성’이 기본적으로 담보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공성은 성경의 기본 바탕이기도 한 온전한 공동체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성경은 인간이 개인이 아닌 공동체로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남자에게 ‘돕는 배필’로 여자를 마련해주셨다. 여기에서 돕는 배필로서의 남녀는 한 가정을 이루는 남편과 아내라는 사회적 기능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존재 자체가 복수형태의 공동체성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3. 성경에서 공동체성 신학의 중요한 전환점은 아브라함의 부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시면서 그에게 주신 중요한 약속은 그가 큰 민족을 이루며 땅의 모든 족속이 그로 말미암아 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창 12:2~3). 전자가 이스라엘 민족을 향한 것이라면 후자는 땅의 모든 족속을 향한 것이다. 결국 아브라함 안에서 이스라엘과 땅의 모든 족속이 하나의 공동체로 공존할 것을 약속하셨다. 남자와 여자로 시작된 공동체 개념은 아브라함을 통하여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인류로 그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이스라엘이라는 구심과 온 인류라는 원심이 균형을 이루면서 공동체성은 성경의 중심 지향점이 되었다. 그렇다면 신앙 공동체가 지향할 목표는 무엇일까? 그것은 ‘샬롬’이다.

4. 우리말 성경에서 ‘평안’ 혹은 ‘평강’ 등으로 번역되는 ‘살롬’의 어원적 의미는 ‘온전함’(wholeness)이다. ‘살롬’과 같은 어원이면서 ‘샬롬’의 의미를 잘 드러내주는 히브리어 동사가 ’실람‘이다. 이 동사는 ’물건 값을 지불하다‘ 혹은 ’빚을 갚다‘라는 뜻인데, 물건 값을 지불함으로 거래관계가 완결되는 것, 그것이 ’살롬‘이라는 것이다. ‘샬롬’은 어원적으로 돈을 주고받는 거래관계와 연관이 있다. 그런 점에서 ‘샬롬’은 타인과의 상호 관계성 안에서 전체를 강조하는 통전 개념이다.

5. 구약성서에서 사용된 샬롬의 구체적인 용례들을 살펴보면, 그 기본적 방향을 두 가지 차원에서 정리할 수가 있다. 첫 번째는 ‘전쟁’ ‘적대감’ 등과 반대되는 개념으로서의 ‘평화’나 ‘우정’이다. 샬롬은 분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샬롬의 두 번째 의미는 인간 삶과 관련된 구체적이면서 실질적 성격을 띠고 있는 ‘행복’(well-being) '성공‘(success) '행운’(good fortune) 등이다. 샬롬은 신체적 건강함으로 의미하기도 하고(시 38:3) 질병의 치유나(렘 6:14; 사 38:17) 번영과 형통함을 의미한다(신 23:6; 욥 15:21; 시 35:27).

 


6. 샬롬은 무질서와 소외적인 요소가 완전히 해소된 상태 곧 온전한 질서 속의 평등, 유기체적 조화와 통일성, 그리고 여호와의 진리와 공의에 부합되는 삶 등을 지칭한다.

7. (개인적인 복으로서의 살롬) 하나님이 베풀어 주시는 선물로서의 샬롬은 개인적 차원에서 각 사람들이 받아 누리는 축복의 내용이다. 그러므로 선물로서의 샬롬은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관계성이 강조되어 있다. 곧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인 이스라엘에게 그들의 삶 전체를 축복하시고 지켜주시는 하나님의 보장인 셈이다.

8. 시편 23편이 제시하고 있는 샬롬의 복은 여호와를 목자로 모시고 있는 양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샬롬의 복을 이해함에 있어서 받은 복의 내용보다 더 우선적인 것은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이다. 시편 23편에서 부족함이 없는 ‘샬롬’의 복은 푸른 초장과 잔잔한 물가라는 일용할 양식의 복(2절), 영혼이 날마다 소생하면서 의의 길을 걷는다는 삶의 당당함(3절), 갖가지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는 확신의 복(4절), 그리고 내세에 대한 넘쳐흐르는 소망의 복(5-6절) 등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9. (샬롬의 공동체적 차원) ‘샬롬’은 개인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 전체로 그 의미의 지평이 확장되어야 한다. 그것은 성경의 지향점이 공동체성에 있으며 ‘샬롬’이 공동체의 온전함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샬롬’의 궁극적 지향점은 개인적 '샬롬'의 복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조화로운 공동체이다.

10. 공동체적 샬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구약성서는 샬롬을 의(정의)와 밀접하게 연관시키고 있다. 의와 샬롬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에 있는가는 “인애와 진리가 같이 만나고 의와 화평(샬롬)이 서로 입 맞춘다”는 시편 85:10을 통하여 잘 나타나 있다. 의와 샬롬의 밀접한 연관성은 이사야서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중요 신학개념이다. 특히 이사야 32:17은 의를 행하는 결과로서 이스라엘 공동체에 평강 곧 영원한 평안과 안전이 주어짐을 강조하고 있다.

11. 이사야서에 ‘의’의 기본적인 의미는 하나님과 그의 백성 사이의 결속에 근거를 두고 있다. 즉 하나님과 하나님 백성 사이에 밀접한 관계성이 있는데, 그러한 관계성에 근거한 요구를 들어주시는 것이 하나님의 의이고 그것은 그 백성을 위한 하나님의 개입, 승리, 구원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샬롬은 하나님의 의와 구원의 결과로서 주어지는 복이다.

12. 하나님의 의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어지는 구원의 절대적 근거라고 한다면, 구원받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과의 언약관계를 성실히 지켜나갈 책임이 주어져 있다. 곧 구원을 베풀어주신 하나님은 구속함을 받은 이스라엘 공동체에게 하나님의 의를 행하도록 요구하신다. 개개인이 하나님의 뜻을 따라 의를 실천할 때 그 결과는 이스라엘 공동체가 함께 평안을 누리며 살아가는 샬롬의 온전함을 이루는 것이다. 구약시대 대표적인 사회적인 의 가운데 하나가 약자 계층인 가난한 자들을 위한 배려였다. 잠언은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곧 하나님으로 하여금 우리들에게 빚을 지게 만드는 것'이라고까지 하였다(잠 19:17). 이스라엘에서 약자계층을 돕는 구체적인 제도로는 두 번째 십일조(신 14:28)와 이삭 나눔(레 19:9~10; 신 24:19~22), 그리고 구제헌금(막 12:41; 행 6:1)을 들 수 있다.

 

 

13. 개인적인 샬롬은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시는 구원과 함께 구원받은 하나님 백성이 하나님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는 실제적인 복이라 할 수 있다. 공동체적 샬롬은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으로서의 샬롬이라고 할 수 있다. 브루지만과 같은 학자는 샬롬의 그러한 이중적 성격을 ‘선물로서의 샬롬’과 ‘과제로서의 샬롬’으로 구분하기도 하였다. 브루지만은 샬롬이 하나님 은혜의 선물이지만 동시에 그 샬롬은 우리들에게 위탁된 과제요 사명임을 강조한다. 샬롬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 속에 이루어지길 바라시는 하나님의 최종적 목표인데, 그것이 저절로 실현되거나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이자 해결해야할 과제로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보살펴야 할 책임이다.

14. ‘샬롬’은 하나님 백성들에게 주어지는 실제적인 복이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들이 맡은 바 사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베풀어주신 배려이다. 여기에서 ‘샬롬’의 개인적 차원과 공동체적 차원이 구별된다. 개인적 ‘샬롬’이 각자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복이라면, 공동체적 ‘샬롬’은 각자가 수행할 사명이다. 전자가 ‘선물로서의 샬롬’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과제로서의 샬롬’이다. ‘샬롬’은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은혜의 선물이면서 동시에 우리들에게 위탁된 사명의 핵심 내용이다.

15. 공동체적 ‘샬롬’과 관련하여 이 시대 우리들에게 시급하게 요청되는 과제는 통일시대 북한선교를 향한 공동체적 관심이다.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한반도는 독립과 함께 남분 분단의 슬픈 역사가 시작되었고, 그 후 삼년 넘게 계속된 한국전쟁은 동족상쟁의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그런 비극적 상황 속에서 남북 사이의 상호비방과 적대감으로 민족의 분단은 영구화될 조짐을 보이기도 하였다. 최근 들어 남북 사이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는 위기를 겪고 있기도 하지만, 통일은 이제 가정의 단계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는 구체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그에 비하여 북한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정치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들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의 복인 ‘샬롬’을 개인적 차원에 머무르게 할 것이 아니고 통일시대를 향한 사명의 ‘샬롬’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 위의 내용은 기독교학술원이 지난 2013년 3월 15일 오전 7시 과천소망교회(담임:장현승 목사)에서 ‘한국교회 영성과 공공성’을 주제로 개최한 ‘제28회 월례발표회’의 내용에서 일부 발췌 및 요약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원할 경우 해당 단체에 문의하면 된다.
  

권혁승, “샬롬의 관점에서 본 기독교 영성과 공공성”, 기독교학술원-제28회 월례발표회, 2013년 3월 15일, 경기:과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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