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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사회•환경과 신학

교회의 공공성, 게토화ㆍ주변화의 영성 벗어나게 하는 ‘세계형성적 영성’

by 데오스앤로고스 2015.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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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의 사적 영성의 문제점과 세계형성적 공공성의 영성 / 김동춘 교수(국제신대)

 
“한국 교회가 이원론적이며 사적 영성을 극복하고 영성의 공공성으로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영성의 총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김동춘 교수는 “총체적 영성이란 내면화된 개인주의 영성은 사회적 영성으로 외화(外化)되어야 하고, 초월적 영성과 내재적 영성, 수직적 영성과 수평적 영성, 하나님체험의 영성과 이웃사랑에의 영성, 신비주의적 영성과 사회윤리적 영성사이의 변증법적 통일을 지향하는 영성”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는 사적 영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영성의 공공성을 나아가려면 먼저 영성의 총체적 차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공적 영성을 위해 세계형성적 영성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인적 영성이 세계 속으로 녹아들어 사회변혁의 역동성으로 작용하는 것이 세계형성적 영성이라고 설명한 김 교수는 “세계형성적 영성은 창조에 근거한 문화의 성화와 새창조의 변혁적 영성을 강조한다. 세계형성을 추구하는 공적 영성은 그리스도의 우주적 통치와 그의 전포괄적 구속에 근거하여 정치, 경제, 문화 등 삶의 모든 영역을 담아내는 참여와 변혁의 영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교회는 분리주의 영성이 보여주었던 세상 뒤편으로 밀려나 게토화되고 주변화되는 축소지향적 영성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문화와 구별된 독특한 대안적인 사회를 누룩과 같이 퍼뜨려가면서 형성해 나간다는 점에 세계형성적 영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발표내용 중에서

1. 20세기 후반기에 접어들어 부각되고 있는 문제는 영성이다. 영성운동과 영성신학의 발흥은 신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첫째, 영성신학의 출현을 신학의 패러다임 전환의 측면에서 볼 때 기독론중심주의(christocentrism)로부터 삼위일체론, 특히 성령론적 신학으로의 신학적 강조점이 이동한 것과 연관이 있다.

2. 둘째, 영성신학의 출현은 ‘일상’ 또는 ‘삶’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최근 학문적 담론의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종래의 신학적 주제가 정치신학이나 해방신학을 근거로 하여 현실세계의 구조적 변혁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최근 거론되는 ‘삶의 신학’(theology of life)은 일상적 삶과 생활세계(Lebenswelt)에서의 영성적 의미를 재조명함으로써 그리스도인의 영성적 삶을 정립하려 한다.

 

 

3. 셋째, 영성현상의 출현은 서구의 전통적인 사유방식으로서 로고스중심에서 파토스중심으로의 전환과도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근대적 세계상은 이성과 합리에 기초한 과학기술의 전능성을 무한 신뢰했지만, 인간 이성에 회의와 비판이 제기되면서 감성과 직관에 기초한 영성 신드롬이 급부상하고 있다. 결국 현대교회의 영성운동의 부흥에는 성령론적 신학의 등장과 카리스마적 부흥운동, 그리고 이성보다는 감성적 사유방식의 출현과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4. 영성이란 그리스도인의 경건의 표현이며, 기독교적 삶의 총체적 태도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하나님과 이웃, 세계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그런데 역사상 실존했던 기독교 영성의 유형을 3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5. 첫째, 분리주의 영성으로 세계 안에서 그리스도인 됨의 정체성에 강조점을 두어 세상적 삶의 방식과 문화의 흐름으로부터 격리하고자 하며, 세속적인 생활 질서와 대립과 갈등을 보유하려는 방식을 지향한다. 이 유형은 금욕주의, 수도원 운동, 일부의 경건주의, 혹은 재세례파에서 발견될 수 있다.

6. 둘째는 적응주의 영성으로 기독교적인 것과 세상적인 것, 신앙과 이성, 자연과 은총, 교회와 국가라는 두 영역을 서로 일치시키거나 동일화하려는 유형이다. 적응의 영성은 신앙인의 영성과 세속적 삶의 형태와 문화의 형식을 이원론적 균열 상태로 두지 않고 그리스도인의 삶을 세상 속에 일치시키거나 동화하도록 하는 친세상적 영성을 말한다.

7. 셋째, 변혁주의 영성은 분리주의 영성처럼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이원론적 영성관이 아니며, 그렇다고 적응주의 영성처럼 세속 질서 안으로 편입되어 동화되는 일치의 영성이 아니다. 변혁적 영성은 ‘창조-타락-구속’이라는 개혁주의 기독교세계관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세상은 본래 선한 창조이기는 하지만 타락으로 심각하게 부패하였으며 그리스도의 구속을 통해 새 창조의 회복을 고백하는 관점이다.

8. 참된 의미의 기독교 영성은 세계 도피적 영성이 아니라 세계 참여적 영성이며 세계 변혁적 영성이다. 세계 형성적 공공성의 영성은 공적인 사회 속에 하나님의 나라의 구현, 즉 그리스도의 주권적 통치를 희망한다는 점에서 변혁의 영성이다. 세계 형성적 영성은 그리스도인의 내면적 영성이 세상 속에 육화함으로 세계질서를 하나님나라의 새로운 질서에로 변혁하는 영성이다.

 


9. 공적 영성과 반대편에 있는 사적인 영성의 특징은 이원론적 경향을 띤다. 이원론적 영성은 영과 육, 정신과 물질, 초월과 내재,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이분화해 영적, 정신적, 초월적 영역을 거룩함으로 간주하고, 육체적, 현세적, 물질적 영역을 악마적인 것으로 규정한다. 이원론적 영성은 ‘기독교의 플라톤화’ 또는 ‘플라톤적 기독교’의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되었다.

10. 이원론적 영성은 기독교 구원관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여기서 구원은 영혼의 무덤 혹은 감옥인 육체로부터 분리되는 구원이거나 지상세계로부터 저 세상으로의 탈출로 이해된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은 영혼의 구원만이 아닌 ‘몸의 구속’(롬8:20-23)을 포함하는 전인(全人)의 구원이며, 세계로부터의 탈출로서의 구원이 아니라 ‘세계의 구원’이다.

11. 이원론적 영성은 기독교의 영성을 세상성, 육체성, 현세성과 대립하거나 금기시하는 태도로 연결한다. 그리하여 세상문화와 분리하고, 금욕적 삶을 온전한 영성적 태도라고 간주한다. 물론 탐욕적 물신숭배에 순응하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지나친 세상 친화적 태도나 세상적 구조와 질서에 쉽게 동화하려는 적응의 태도는 비판되어야 한다.

12. 성육신 교리야말로 초월과 내재,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수직적 차원과 수평적 차원의 통전적 사고를 증빙하는 중심 사상이다. 그러므로 이원론적 영성관을 극복하고, 영성의 공공성을 확보하려면 공교회적 교리와 신앙고백 안에 담지된 영성의 역사성과 현세성, 그리고 지상성(地上性)을 석명하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13. 한국 교회가 영성의 공공성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인간 이성에게 부여된 긍정적 관점이 필요하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합리적 이성과 상식적 판단을 강조하면서 기독교신앙을 이성의 한계 안으로 규정하려 했던 근대 자유주의의 계몽기 신학이 끼친 해악에 대한 반대 급부로 인해 이성, 합리, 상식이 담고 있는 유의미성을 지나치게 훼손한 점이 없지 않다. 이성과 합리성을 배격하는 기독교 영성은 급기야 오늘날 어처구니없는 형태로 발생하는 맹목적인 신앙, 맹신적 신앙 사고를 초래하였음을 기억한다면, 이 양극적 사고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14. 바른 기독교 영성은 이성을 초월하기도 하고 그것과 대립하기도 하지만 이성과 신앙은 자주 보완적인 관계를 필요로 한다. 한국 교회가 사회속의 공적 책임성을 요구받고 있을 때에 하나님의 자연적 은사로서 이성과 도덕성, 상식이라는 일반은총적 도구들을 재발견할 필요하다. 일반은총에 근거한 문화명령의 수행자로서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학문세계와 기술영역이라는 공적인 영역에서도 발휘되어야 한다.

15. 영성은 하나님 만남이라는 신앙경험이며, 원초적 신앙체험이다. 근원적인 의미에서 영성은 교리와 윤리에 선행하는 직관적 신앙경험으로서 어떻게 하나님을 느낄 수 있는가, 하나님에 대해 어떤 열망을 가지는가를 묻는 일종의 ‘정통파토스’(orthopathos)의 문제이다. 영성의 근원적 측면은 분명 신의식이며, 신체험의 심연으로의 여행이며, 하나님을 향한 갈망, 또는 하나님과의 신비적 합일의 추구에 있다.

16. 그러나 왜곡된 영성은 윤리의 결핍을 초래할 수 있다. 영성과 윤리의 괴리는 이원론적이며, 사적 영성의 형태에서 빈번하게 발견된다. 흔히 윤리를 강조하는 사회행동적인 교회공동체에서는 내밀한 개인 영성이 빈약하고, 개인화된 영성을 강조하는 내면주의적 신앙그룹은 사회정의와 도덕성과 관련된 윤리의식이 현저하게 결여된 경우를 보게 된다.

17. 진정한 의미의 영성은 하나님께 대한 바른 신앙고백과 그것에 기초한 바른 윤리적 삶을 동반한다. 성경의 하나님은 살아계시며, 유일하신 하나님신앙, 즉 하나님께 대한 온전한 경배를 드리라는 종교적 요구와 함께 사회적 약자들에게 자비와 정의를 실천하라는 윤리적 요구를 요구하신다.

18. 성경적 영성은 하나님사랑이 이웃사랑이라는 수평적 차원이 분리되지 않고 서로 직결된 문제임을 알려준다. 가난한 자를 학대하는 것은 인간학적이고 윤리적 문제만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경멸행위로서 영적인 차원과 직결된다(잠 14:31).

19. 회개는 하나님을 향한 개인적 회개만이 아니라 사회악에 대한 회개, 즉 경제적 회개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영성이다(눅 19:8).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눅10:25~37)나 양과 염소비유에서 그리스도와 약한 자들의 동일화(마25:31-46)는 그리스도를 섬긴다는 것은 ‘이웃과의 연대성’에 그 본질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성령충만한 예루살렘교회는 성령과 나눔의 통전적 일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례이다(행2:43-47; 4:31-35). 야고보는 행함없는 믿음을 통한 칭의론의 허구성을 비판하면서 믿음과 행위의 통전적 결합의 영성을 강조하고 있다(약 2:14~26). 따라서 건전한 기독교영성은 개인의 영적 경건에 기초한 사회윤리적 삶을 함께 아우르는 통합적 영성이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건강한 기독교 영성은 내면적인 종교체험적 영성과 사회윤리적 영성이 결합될 때, 세상을 변화시키는 공적 영성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 한국 교회가 이원론적이며 사적 영성을 극복하고 영성의 공공성으로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영성의 총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총체적 영성이란 내면화된 개인주의 영성은 사회적 영성으로 외화(外化)되어야 하고, 초월적 영성과 내재적 영성, 수직적 영성과 수평적 영성, 하나님체험의 영성과 이웃사랑에의 영성, 신비주의적 영성과 사회윤리적 영성 사이의 변증법적 통일을 지향하는 영성이다.

21. 기독교 영성은 단순히 내면생활이나 속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영성은 영을 위한 만큼 몸을 위한 것이기도 하며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신 그리스도의 두 가지 계명의 이행을 지향한다. 진정으로 우리의 사랑도 하나님의 사랑과 마찬가지로 모든 피조물에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진정한 기독교 영성이 미치는 범위 안에는 인간과 자연 모두가 포함된다.

22. 영성신학의 3가지 문제는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묻는 대신(對神) 관계, 그것을 기초로 하여 정치, 사회, 문화의 변혁적 역동성을 제공하는 대인(對人) 관계, 그리고 생태적 관계의 문제인 대자연(對自然) 관계를 포괄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 교회가 사적 영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영성의 공공성을 나아가려면 먼저 영성의 총체적 차원을 확보해야 한다.

23. (세계형성적 영성신학) 공적 영성을 위해 세계형성적 영성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형성적 영성이란 개인적 영성이 세계 속으로 녹아들어 사회변혁의 역동성으로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칼빈의 영성은 자기부정과 현세적 욕망을 억제하는 금욕주의적 영성의 요소가 있었지만 그러나 그의 영성은 엄밀하게 말해 세상을 도피하는 영성과는 구별된 ‘세계내적 금욕주의’라는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세속적 경건을 담고 있는 세계형성적 영성이었다.

24. 진정한 개혁주의 영성은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는’ 영성이요, 격리 없는 구별, 동화 없는 참여의 영성이 되어야 한다. 세계형성적 영성은 창조에 근거한 문화의 성화와 새창조의 변혁적 영성을 강조한다. 세계형성을 추구하는 공적 영성은 그리스도의 우주적 통치와 그의 전 포괄적 구속에 근거하여 정치, 경제, 문화 등 삶의 모든 영역을 담아내는 참여와 변혁의 영성이다.

25. 그러나 기독교세계관에 근거한 변혁적 영성이란 하나님의 창조현실을 무한정 긍정하는 창조의 영성이 아니라, 도리어 현존하는 세계질서의 악마성을 인식하면서 그것으로부터 분리하고 저항하는 십자가의 영성이 요청된다. 이 영성은 하나님의 창조현실에의 전폭적인 긍정으로부터가 아니라 죄된 세계현실에 대한 거부와 저항, 그리고 죄된 창조현실에 거주하는 낯선 타자성(Anderssein)을 인식하면서 이 세상의 정착자가 아니라 순례자 됨을 의식하는 영성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짊어지는 뒤따름의 영성, 철저한 제자도의 영성이다.

26. 그러므로 공적 영성이란 단지 세상 속에 참여하고 적응하는 창조의 영성이 아니라 때로는 거부와 단절을 선택하는 십자가의 영성이 요구된다. 십자가의 영성은 현존하는 질서에 순응하며 적응하는 묵종주의적 태도와 결별하는 영성으로 죄스러운 구조와 대조되는 ‘대안적 대조사회’(a alternative contrast society)를 구축하는 대안주의적 영성이다. 그러한 대안적 영성신앙은 분리주의 영성이 보여주었던 세상 뒤편으로 밀려나 게토화 되고 주변화 되는 축소지향적 영성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문화와 구별된 독특한 대안적인 사회를 누룩과 같이 퍼뜨려가면서 형성해 나간다는 점에 세계형성적 영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 위의 내용은 기독교학술원이 지난 2013년 3월 15일 오전 7시 과천소망교회(담임:장현승 목사)에서 ‘한국교회 영성과 공공성’을 주제로 개최한 ‘제28회 월례발표회’의 내용에서 일부 발췌 및 요약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원할 경우 해당 단체에 문의하면 된다.

김동춘, “한국교회의 사적 영성의 문제점과 세계형성적 공공성의 영성”, 기독교학술원-제28회 월례발표회, 2013년 3월 15일, 경기:과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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