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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 신학과 성경 벗어난 한국교회의 일그러진 자화상

데오스앤로고스 2015. 12. 10. 21:10

세반연, ‘교회세습, 무엇이 문제인가’ 대중좌담회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교회세습,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대중좌담회에 참석한 발제자들의 주장을 정리했다.

 

# 다시 개신교 정신으로(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기획자)
1. 대다수 한국 개신교회는 공룡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의 문제는 공룡이 되어서 생긴 문제와 공룡이 되지 못해서 생긴 문제 등 둘로 나뉠 뿐이다. 나는 ‘공룡이 되고자 하는 열망’은 ‘생태계를 만들자는 열정’으로 전환되어야만 제대로 된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 개신교 생태계는 다양한 층위를 갖게 되겠지만 적어도 크고 작은 교회들의 상호의존적 관계망이 형성되어 얻을 수 있는 ‘교회 생태계’, 새로운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 확보를 위한 ‘지식 생태계’, 개신교의 자원이 한국사회와 풀뿌리에서 얽히고 만나는 ‘시민생태계’로 나타나야 한다.

3. ‘교회 세습’이 현재의 개신교 생태계에 끼치는 악영향으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는데, 이는 교계나 개교회에 존재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시키고 견제와 균형의 장치를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고질적인 악영향을 남긴다는 점이다.

4. 세습을 자행하는 세습을 자행하는 이들이 형식적 요건을 갖추기 위해 당회나 공동의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권위주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나, 교계 언들이 일제히 침묵하는 행위, 혹은 이에서 더 나아가 반대 여론을 악마화하고 비난하거나, 세습을 공공연히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궤변을 전면적으로 내어놓는 등의 행위는 자기폐쇄적 속성을 강화하고 있다. 제도와 구조에 대한 불신과 무력감을 조장하고, 모든 절차적 정당성은 간단히 우회하는 방식이 개신교권에 내면화 되고 있다는 점이야 말로 장기적으로 개신교를 타락시키는 핵심적 요인이 될 것이다.

5. 개신교의 퇴락 양상 가운데에서 '교회 세습'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면서도 뚜렷하게 현재 개신교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노출시키고 있는 사건이라 생각한다. 이를 잘 해결한다면, 한국사회의 개선에 개신교가 기여할 여지가 조금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한국사회의가장 퇴행적 양상의 하나로 간주되어 '존재하되, 인정받지 못하는' 매우 괴로운 방식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라 우려한다. 이것은 우리의 '말의 값'을 떨어뜨리고, '행동의 동기'를 늘 의심 당하는 처지에 몰아놓을 것이다.

 

# 교회 세습, 상식에서 생각하자(나이영 부장, CBS 종교부)
1. 교회 세습을 찬성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우선, 후임 목회자를 결정하는 것은 교회 내부 일로, 외부에서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물려받는 아들이나 사위의 능력과 자질이 충분해 교인들이 모두 원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밖에 대형교회를 일군 목회자의 공로를 인정한다면 아들이 담임목사직을 맡는 것이 그렇게 지탄받을 일은 아니라는 입장도 제기되곤 한다.

2. 하지만 ‘아들 대물림’에 대한 신학적, 교회론적 입장은 분명하다. ‘하나의’(one), ‘거룩한’(holy), '보편적‘(catholic), '사도적’(apostolic) 교회라는 교회의 네 가지 속성을 생각할 때 이는 통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습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공적인 교회를 철저하게 개교회화, 더 나아가 유화한데 서 비롯된 폐해일 뿐이다. ‘절차상 하자가 없다면’ 이라는 조건을 내세우지만, 사유화된 교회에서 목사의 권위는 인사권, 재정권을 모두 장악한 권력이어서 이에 반발할 자유는 그리 많지 않다.
‘세습’을 단행한 교회의 경우 목사의 권한이 절대적인 경우가 많았고, ‘청빙 절차’에 아버지 목사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물론 극히 예외인 경우는 있지만, 그 예외 때문에 ‘세습’을 용인할 수 없음은 너무나 분명하다. 아들이 물려받아야 교회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이미 교회가 참 신앙공동체가 아님을 스스로 고백하는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세습’이라는 용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현재 교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아들 대물림’의 실태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세습’의 현상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 같은 표현이 등장할 뿐이다.

3. 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은 개교회주의와 교회 사유화, 성직자 중심주의, 교회성장 지상주의가 가져온 일그러진 현상일 뿐이다. 교회 모습이 올바른 신앙 공동체로 존재하고 그 기능과 할을 다하고 있다면 ‘세습 논란’이 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4. 아버지 목사가 아들 목사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교회 담임자라는 유형의 자리가 아니라 예수의 정신일 것이다. 안정된 자리와 물질, 권력이 아니라 섬김과 사랑, 선교사역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는 탐욕과 이기심만 넘쳐나는 일종의 기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 (초)대형교회의 목회세습, 어떻게 볼 것인가(양혁승 교수, 연세대)
1. 한국교회 세속화의 단적인 증거: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우리나라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정상적 증상들(예, 독점과 경제력집중의 심화, 편법적 부와 경영권 세습 등)과 너무도 흡사한 증상들이 일어나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이 바로 한국교회 세속화의 단적인 증거라 볼 수 있다. 몇몇 (초)대형교회의 목회자에게서 재벌그룹 총수의 이미지를 느끼는 것이 한국교회의 불편한 현실이다.

2. (초)대형교회의 정상적 내부견제 및 자정기능 부재의 증거: (초)대형교회에서 일어나는 목회세습이 사적 욕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교회 의사결정과정에서 어렵지 않게 관철된다는 것은 정상적 내부견제 및 자정기능이 부재함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목회자 비롯한 모든 믿는 자들의 실존적 본질은 "구원을 받았으나 구원을 이뤄가야 할 약한 존재"라는 점이며, 목회자라 할지라도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액튼 경의 경구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교회 내에도 정상적 내부견제 및 자정 메커니즘이 구비되어 작동되어야 할 필요성을 말해준다.

3. 목회세습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주인이심을 부정하고, 담임목회자가 청지기가 아닌 주인의 위치에서 청지기 임명권을 남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목회세습에 대한 의사 결정은 목회의 가시적 열매를 맺게 된 주체가 하나님이라기보다는 해당 목회자 자신의 역량에 있었다는 인식의 발로라 할 수 있다.

4. 비정상적 목회세습을 예방하려면 교단차원의 방지노력, 의사결정구조의 개선, 교회운영의 투명성 제고와 건강한 내부견제 메커니즘 구축, 목회자 임기제와 목회와 행정의 분리, 한국교회 생태계의 질적 전환 등이 필요하다. 또한 바른 목회사례의 발굴 및 확산과 교인들의 의식수준 향상도 필수다.

 

# 교회 세습, 낡은 가죽부대(박득훈 목사, 새맘교회)
1. 교회세습은 예수님의 교회 머리되심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예수님을 중심으로 한 언약공동체로서의 교회 정체성을 위협한다. 교회세습은 예수님이 그토록 경계하신 맘몬숭배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2. 교회세습을 맘몬의 논리로 정당화하는 교회는 낡은 가죽부대다. 안식년법, 희년법 그리고 초대 예루살렘 교회에서 실현된 재산통용의 교제로 이어지는 하나님 나라의 가르침을 진정성 있게 수용할 수 없다. 한국 교회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새 가죽부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진정한 주인으로 다스릴 수 있는 교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주님을 진실로 사랑하고 그의 뜻을 실천하는 이들을 혈연을 떠나 존중하며 따르는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교회 안에 깊숙이 침투해 들어와 있는 맘몬의 논리들을 발견하고 통회 자복해야 한다.

 

* 위 내용은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지난 2013년 1월8일 오후 7시 청어람 소강당에서 ‘교회세습,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대중좌담회 발제문을 일부 정리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자료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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