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계는 그리스도교 신학의 관점에서 볼 때 하나님의 창조 세계의 일부이다. 디지털 문화 역시 하나님이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과 함께 만들어가는 창조 세계의 한 부분이다."
"디지털 문화 속에서도 창조자 하나님의 궁극적인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세계의 미래에 대해 그리스도교적 소망의 관점에서 부정성은 극복하고, 긍정성은 강화시켜야 한다."
디지털 세계를 창조신학적 관점으로 성찰한 논문이 있어 소개한다.
* 이 글은 목회 현장에 직접적으로 소개되진 않았지만 교회를 사랑하는 신학자들의 깊은 고민과 애정이 담긴 매우 가치 있는 소중한 연구 결과물이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많이 읽혀지기를 소망하면서 본지 독자들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일부 정리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연구자료를 참고하면 된다.
김정형 박사의 <디지털 세계의 출현에 대한 창조신학적 성찰>, 한국조직신학회, '한국조직신학논총', 제63집(2021.06).
디지털 문화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김정형 박사(장신대)는 "현대인에게 디지털 문화는 단순히 가상의 현실(virtual reality)이 아니라 엄연히 실재하는 현실이다. 디지털 문화는 인간의 상상 속에 혹은 생각 속에 있는 ‘허구의’ 세계가 아니라, 인간이 몸으로 살아가는 삶의 세계 전반을 관통하고 구조화하고 변화시키는 ‘실제의’ 세계다"라고 설명한다.
김 박사는 "디지털 문화는 현대인의 삶의 근본 환경을 바꿔놓았다. 따라서 디지털 시민성 함양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디지털 신학의 등장
김 박사는 "그리스도교 신학은 단순히 디지털 기술과 문화를 습득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단계를 넘어서, 디지털 기술과 문화에 대한 신학적 이해와 윤리적 성찰에까지 나아가야 한다"라며 "최근 '디지털 신학'(digitial theology) 혹은 '사이버 신학'(cyber-theology)이라는 이름 아래 디지털 문화와 관련한 신학적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라고 소개한다.
현재 디지털 신학 분야 석사과정을 개설한 영국의 더햄대학교(Durham University)는 디지털 신학을 "사회의 디지털화 및 이것이 그리스도교 신앙과 실천에 가지는 함의에 대한 성찰"로 정의하고 있으며, 더햄대학교 디지털신학연구소 소장인 피터 필립스(Peter Phillips)를 중심으로 카일 쉬펠바인-게레로(Kyle Schiefelbein-Guerrero), 요나스 컬버그(Jonas Kurlberg)가 참여해 디지털 신학을 연구하고 있다.
디지털 신학의 과제
김 박사는 "디지털 신학 분야의 학위과정이 생겨나고 디지털 신학에 대한 포괄적인 정의가 시도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라며 "디지털신학연구소 소장 피터 필립스는 디지털 문화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관련해서 '디지털 신학'(digital theology)을 디지털/디지털 문화에 대한 의도적이고 지속 적이고 성찰적인 신학 기반의 관여로 정의한다"라고 설명한다.
김 박사는 "필립스는 창조, 성육신, 구원, 신학적 인간론, 성화, 죽음, 신화 등 다양한 교리와 관련해서 디지털의 세계(the world of digitality)를 포함하기 위해서 교리 이해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라며 "디지털화가 단순히 신학적 실천뿐 아니라 신학적 교리 자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철저하게 연구하는 것이 디지털 신학의 과제다"라고 주장한다.
김 박사는 이와 같은 '디지털 신학'의 방향성에 주목하며 창조신학적 관점에서 디지털 세계에 대한 신학적 평가를 시도한다.
디지털 문화
하나님의 창조 작품
디지털 세계는 그리스도교 신학의 관점에서 볼 때 하나님의 창조 세계의 일부라고 주장한 김 박사는 "디지털 문화에 대한 신학적 이해의 출발점은 디지털 세계 역시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 속한다는 통찰이다"라며 "창조 세계의 창발적 특성 및 인간 문화의 고유한 특성에 대한 창조신학적 이해에 기반해서 디지털 문화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김 박사는 "디지털 문화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작품이면서 동시에 하나님과 함께 창조 세계를 만들어가는 공동 창조자로 부름받은 인간이 하나님과 함께 함께 만들어가는 신세계다"라며 "디지털 세계 역시 하나님의 선한 창조 세계의 일부로서 인정할 수 있고, 또한 그렇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디지털 문화, 디지털 세계
창조신학적 관점으로 본다면?
하지만 김 박사는 "하나님의 선한 창조 세계의 한 부분으로서 디지털 문화는 하나님의 선한 뜻을 구현할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의 영역인 동시에, 어둠의 세력들이 하나님의 뜻에 반하여 악한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취약한 영역이다"라며 "디지털 문화를 바라볼 때, 디지털 기술을 발전시키고 활용하고 이용하는 과학기술자나 소비자의 관점이 아니라, 더 근원적으로 디지털 문화를 통해 새 창조의 원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 하나님의 관점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한다.
김 박사는 "적지 않은 경우 여전히 복음이 구원의 복음으로 국한되어 이해되고 창조와 무관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라며 "디지털 문화를 포함하여 인간 문화는 단순히 인간의 죄로 오염된 상태에서 구원을 받아야 하는 영역이 아니라, 창조자 하나님의 원대한 꿈을 이루어가는 장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 주도하에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이 함께 동역하는 장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디지털 세계와 기독교의 소망
김 박사는 "디지털 문화를 창조 세계의 한 영역으로서 인간 문화의 한 부분으로 본다면, 디지털 문화 속에서도 창조자 하나님의 궁극적인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하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인간문화 일반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문화는 단순히 가치 중립적이지 않고, 아름다움과 추함, 선함과 악함, 참됨과 거짓 등 다양한 가치가 경쟁적으로 공존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는 "디지털 문화는 기존에 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소중한 인간 문화의 유산들을 더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반면, 불의한 의도로 디지털 세계를 점령한 이들로 인해, 바른 가치관의 정립 없이 디지털 세계에 과도하게 노출된다면, 디지털 세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추하고 악하고 거짓으로 물든 그릇된 가치관을 무의식적으로 수용하고 확산하는 이중적인 잘못을 범하기 쉽다"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디지털 세계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신학적 성찰과 윤리적 노력은 디지털 문화에 대한 사회학자들의 냉철한 인식을 진지하게 수용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디지털 문화의 경우 가능성과 한계성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수용 부분에 있어 진지한 고민 및 신학적 응답이 필요하는 것.
"디지털 문화의 가능성"
지속적인 개인 및 조직 학습, 디지털 기술의 주도적 활용, 소속감 강화와 돈독한 유대감 형성, 바람직한 정체성 형성, 비판적인 사고력, 효율적인 문제 해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학습자 간 상호작용 촉진, 정보 공유 및 토론 활성화, 개별화 및 다양화 촉진, 교육기회의 평등 실현, 지식의 재구성 및 창조 능력 향상 등
"디지털 문화의 한계성"
디지털 정보의 과신 및 오용, 디지털 정보에 대한 의존 현상, 디지털 정보 관련 병리 현상(정보 비만, 불안, 스트레스, 폭력, 중독 등), 개인정보 침해, 사이버 범죄, 포장된 정체성, 소외감 증가와 공감능력 감소, 학습 집중 및 의욕 저하, 창의력 저하, 불법유해정보 습득 및 유포(확산) 등
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문화 시대는 새로운 언어의 습득을 요구한다. 바로 '디지털 리터러시'다. 당대 문화의 언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을 흔히 '리터러시'(liter-acy)라고 부른다.
김 박사는 "디지털 문화 시대 그리스도교 신학은 이 시대의 문화 언어를 잘 습득하고 다루어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에 봉사할 과제를 안고 있다"라며 "그리스도교 신학은 디지털 문화의 출현과 확산이 인류 사회 전반은 물론 지구촌 생태계 전체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까지 생각하는 포괄적인 창조신학의 지평에서 디지털 세계의 미래를 전망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부정성의 극복
긍정성의 강화
김 박사는 디지털 세계의 미래에 대해 그리스도교적 소망의 관점에서 부정성의 극복과 긍정성의 강화라는 두 가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는 "디지털 문화는 인간 일반 문화와 마찬가지로 선과 악의 가치들이 서로 충돌하는 치열한 현장이다"라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 남용, 차별과 혐오 등의 폭력적 이데올로기 확산 등 악한 영향의 네트워크를 약화시키는 일 등이 곧 '부정성의 극복'이라는 측면에서 디지털 리터러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과제에 속한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그리스도교 신학의 관점에서 볼 때, 디지털 문화를 오염시키고 있는 가짜뉴스를 근절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신학적 의미를 가진다"라며 "디지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식별해 내고 그러한 정보에 기초해서 건전한 판단을 내리는 시민들이 등장하는 것은 디지털 문화를 진리의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영역으로 만들어가는데 필수적인 일이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디지털 문화는 인간이 과학기술 문명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가는 한 계기로 볼 수도 있다"라며 "디지털 문화 속에서 선한 영향의 네트워크를 발굴하거나 개발하는 일, 그러한 선한 영향의 네트워크에 포함되는 일, 그러한 선한 영향의 네트워크를 강화시키는 일 등은 '긍정성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디지털 리터러시가 지향해야 할 두 번째로 중요한 과제에 속한다"라고 강조한다.
"오프라인을 넘어서라"
'하나의 교회' VS '여러 교회들'
김 박사는 "디지털 세계의 특징 중 하나로서 물리적/공간적 한계를 기존보다 훨씬 더 초월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건물 중심의 물리적/공간적 한계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문화'는 디지털 문화가 현대인의 삶에 더욱 깊숙이 파고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현재 우리는 온라인으로 주로 친교하고, 예배하고, 봉사하고, 설교하고, 교육하고 있다(교회의 다섯 가지 기능)"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오프라인 만남을 가지는 혹은 오프라인 모임이 전혀 없는 교회를 상상하며 준비해야 한다는 것.
특히 "오늘날 많은 성도가 유튜브, 기독교방송 등을 통해서 하나의 '교회'가 아니라 여러 '교회들'에소속되어 있다"라며 "하나의 교회 소속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버리면, 다양한 형태의 교회에 다중 소속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다중 소속감이 많은 성도의 현실이 되어 버린 이상, 이러한 상황이 바람직하냐 바람직하지 않냐는 논의보다는 이 같은 다중 소속감이 개인의 경건에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아울러 개 교회가 어떻게 하면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성을 형성해갈 수 있을지, 나아가 개교회주의를 넘어서 보편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일을 위해 어떻게 함께 협력할 수 있을지 등에 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김정형 박사의 연구논문 목차]
I. 서론
II. 디지털 신학의 과제
III. 디지털 문화에 대한 사회학적 이해
IV. 디지털 세계에 대한 창조신학적 이해
V. 디지털 세계의 미래와 그리스도교의 소망
VI. 결론
<Copyrightⓒ데오스앤로고스 / 무단 복제 및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 > 교리와 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질적 부와 기독교 영성, "기독교는 소유 아닌 '탐욕'을 죄로 여긴다" (0) | 2021.08.12 |
---|---|
기독교 종말론의 본질과 과제는 무엇인가? (0) | 2021.08.09 |
'기독교 파시즘'에 저항하는 정치적 예배, 정치적 디아코니아 (0) | 2021.07.24 |
퀴어신학의 주장과 문제점은 무엇인가? (0) | 2021.07.23 |
죽음 교육, '마지막 순간'의 준비 아닌 '현재의 삶'의 교육이 되어야 (0) | 2021.07.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