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가치가 인간됨의 가치보다 우위에 서고 그 권력을 통해 인간을 억압하려는 기독교 파시즘은 하나님 나라의 가치에 위배된다."
"한국교회의 부패는 기독교 근본주의적 신앙 이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극단적인 배타주의, 신성화된 자본주의를 정당화하는 번영신학에 기인한다."
"한국교회가 지금이라도 처절하게 스스로 반성하고 기독교 파시즘의 흐름과 맞서지 않는다면 한국교회의 몰락은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다."
한국 교회 내 기독교 파시즘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의 극우 정치세력과 결탁한 배타적인 기독교 정치운동을 비판한 연구논문이 있어 소개한다.
* 이 글은 목회 현장에 직접적으로 소개되진 않았지만 교회를 사랑하는 신학자들의 깊은 고민과 애정이 담긴 매우 가치 있는 소중한 연구 결과물이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많이 읽혀지기를 소망하면서 본지 독자들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일부 정리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연구자료를 참고하면 된다.
박성철 박사의 <한국교회 내 기독교 파시즘에 대한 비판적 연구>, 한국기독교학회, '한국기독교신학논총', 제116집(2020.04).
박성철 박사(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는 연구 논문에서 "한국교회가 이웃에 대한 차별과 배제, 혐오와 억압을 정당화하는 파시즘을 향한 욕망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사랑을 기반으로 정치적 영역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섬기는 사명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촉구한다.
파시즘이란 무엇인가?
박 박사는 "수직적인 집단주의에 기초한 극단적인 국가주의, 즉 국수주의는 파시즘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파시즘은 집단의 전체를 신성시하여 개인보다 우위에 두는 경향이 있다"라며 "파시즘에서 다양성은 불일치를 의미하며, '불일치는 바로 배반'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파시즘은 '차이에 대한 두려움'을 과장하고 이용함으로써 일치를 강화한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전체주의적 독재체제도 파시즘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수직적 집단주의에 기반한 극단적인 국가주의는 결국 전체주의적 독재체제(totalitarian dic- tatorship)로 이어진다"라며 "파시스트들은 수직적 집단주의에 기초한 일인(一人) 독재자의 권력 독점과 이를 통한 사회 전반에 대한 완전한 통제력에 편집증적으로 집착한다"라고 주장한다.
기독교 파시즘의 특징
박 박사는 신성화된 자본주의(sanctified capitalism)와 번영신학(prosperity theology)은 기독교 파시즘의 독자적인 특징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번영신학은 일종의 자본주의의 신격화(apotheosis of capitalism)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번영신학은 경제적인 약자와 빈자를 죄악시하는데, 이러한 환경 속에서 파시즘의 기제는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물론, 파시즘은 단순히 자본주의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기독교 파시즘은 언제나 신성화된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필요로 한다. 자본주의의 신격화는 경제적 계층이나 계급에 대한 차별과 같은 현실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사람들에 대해 폭력성을 표출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한다"라고 강조한다.
기독교 근본주의(christian fundamentalism)도 기독교 파시즘의 독자적인 특성이라고 언급한다.
박 박사는 "역사적으로 파시즘은 종교적 이데올로기와 결합함으로써 극단주의(extremism)와 배타주의(exclusivism)로 빠지곤 했다"라며 "극단적인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자신들의 가치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군사주의를 지지한다. 그러므로 기독교 파시즘은 바로 군사주의를 정당화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기독교 파시즘은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 속에서 최종적으로 그리고 규범적으로 승리하였기에 그리스도인들 역시 그 승리의 깃발 아래 행진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기반으로 하기에, 기독교 파시스트들은 그들 자신의 가치를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 강요한다"라고 설명한다.
기독교 파시즘에 저항하는
'정치적 예배'
박 박사는 "나치에 저항하는 독일 교회 목사들의 행동을 예배의 왜곡으로 규정하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바르트는 ‘고백교회’(Die Bekennende Kirche: BK)를 결성하여 저항했다"라며 "바르트는 이러한 현실에 저항하는 가운데 '정치적 예배'의 개념을 발전시켰다. 그러므로 정치적 예배는 파시즘에 저항하는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와 예배의 상관관계에 집중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바르트의 정치적 예배는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에서 시작된 것이다"라며 "바르트에 따르면,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은 세 가지 영역에서 드려지는 세 가지 예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첫 번째 영역에서 그리스도인은 삶의 예배를 드리고, 두 번째 영역에서 예전 중심의 교회 예배를 드리며, 세 번째 영역에서 정치적 예배를 드린다. 이 세 번째 영역은 일상생활이나 교회 생활이 이루어지는 영역과는 구분되는 세상 속의 한 영역으로 그리스도의 통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정치영역이다"라고 설명한다.
박 박사는 "결국, 국가의 사명은 파시즘과 같이 국가가 절대화되고 민주적 다양성이 억압받는 정치체제에서는 실현될 수 없다. 그러므로 정치적 예배는 파시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특징으로 한다"라고 주장한다.
'정치적 예배'의 특징
박 박사에 따르면 이와 같은 '정치적 예배'는 국가 권위가 그리스도의 왕권통치 아래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반드시 정치참여를 해야 한다.
그는 "정치 질서는 '인류의 유익과 안녕'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의 공표'를 위해서도 봉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치 질서는 '인간의 삶에 실제적이고 유익한 질서'(eine echte und heilsame Ordnung)이다"라며 "물론 정치 질서는 아직은 '믿음과 사랑의 질서'는 아니며, '앞서 나가는 그림자와 같이 외적인 법, 외적인 평화 그리고 외적인 자유의 질서'이다. 또한 정치 질서는 아직은 '내적이면 영적인 법과 평화의 질서'도,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질서'도 아니다"라고 제한한다.
하지만 "정치 질서는 '세상 왕국의 혼돈 한 가운데서 그것에 대한 약속'(dessen Verheißung mitten im Chaos des Wel-
treiches)이며, 그것이 교회의 존재를 통해 이루어지는 세상의 성화이다"라며 "그리스도인은 바로 이러한 상관관계 속에서 세상에서 그러한 법과 평화 그리고 자유를 창조하고 보존하도록 하나님에 의해 명령받았음을 인지하고 이 세상에서의 예배(ein Gottesdienst in der Welt) 즉, 정치적 예배(ein politischer Gottesdienst)를 드려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정치적 예배는 '국가 권위의 상대화'를 전제로 하며, 민주적 정치체제를 지향한다고 주장한다.
기독교 파시즘의 대안
'정치적 디아코니아'
박 박사는 '기독교 파시즘'의 대안으로 '정치적 디아코니아'(political diakonia; politische Diakonie)를 제시한다.
그는 "정치적 디아코니아는 선지자적 디아코니아(prophetic diakonia; prophetischeDiakonie)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박 박사에 따르면 '선지자적 디아코니아'란 하나님께서 교회에게 주신 권한과 권위의 한 부분으로서 세상을 향한 선지자의 책임이 디아코니아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보는 디아코니아에 대한 담론이다.
그는 "선지자적 디아코니아는 선지자적 책임의 주요한 부분이 바로 현실의 왜곡된 세상의 체계를 비판하고 저항하는 것이며, 예수께서 분명하게 가난한 자들, 어린이들, 병든 자들과 죄인들, 슬픈 자들과 삶에 절망한 자들, 공의에 굶주린 자들, 억압받는 자들, 핍박받는 자들, 사회로부터 추방당한 자들, 실패한 자들, 세리들과 창녀들을 편애하셨음을 가르친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들을 섬기야 한다"라고 촉구한다.
또한 "선지자적 디아코니아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그리스도의 해방시키고 구원하는 복음의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수신자들이며 이 복음이 회개를 향한 회개와 변혁의 부름에 따르도록 가르친다"라며 "선지자적 디아코니아는 그리스도인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위해 정치적 문제와 관련하여 사회적, 정치적으로 참여할 것을 강조한다"라고 설명한다.
한국교회 부패,
정치적 예배, 디아코니아로 극복해야
박 박사는 연구논문을 마무리하면서 "오늘날 한국교회의 부패는 기독교 근본주의적 신앙이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극단적인 배타주의, 신성화된 자본주의를 정당화하는 번영신학에 기인한다"라며 이러한 문제들은 한국교회가 기독교 파시즘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목소리들이 점점 커져가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라고 촉구한다.
이어 "한국교회는 이웃 사랑과 섬김이 전제되지 않는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억압을 위한 권력 투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정해야 하며, 이웃에 대한 섬김은 사적 영역뿐 아니라 정치적 영역에서도 실천되어야 할 기독교의 가치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라고 당부한다.
[박성철 박사의 연구논문 목차]
I. 들어가는 말
II. 기독교 파시즘의 특징
1. 파시즘의 일반적인 특징
1) 수직적인 집단주의(vertical collectivism)에 기초한 국수주의(Ultra- nationalism)
2) 전체주의적 독재체제(totalitarian dictatorship)
2. 기독교 파시즘의 독자적인 특징
1) 신성화된 자본주의(sanctified capitalism)와 번영신학(prosperity theology)
2) 기독교 근본주의(christian fundamentalism)
III. 기독교 파시즘에 대한 비판으로서 “정치적 예배”
1. 정치적 예배의 개념
2. 정치적 예배의 특징
1) 그리스도의 왕권통치와 그리스도인의 정치참여
2) 국가 권위의 상대화
3) 민주적 정치체제로의 지향
IV. 기독교 파시즘에 대한 대안으로서 정치적 디아코니아
1. 정치적 디아코니아의 개념
2. 정치적 디아코니아와 정치적 예배
V. 나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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