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이정익 목사)가 지난 5월 10일 오전 10시 유튜브 생중계로 '코로나19, 문명의 전환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를 가지고 '제13차 국제실천신학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이날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미하엘 벨커 박사는 '문명전환에 응답하는 신학-Covid19 유행 상황에서 생각하는 하나님의 영과 인간의 영'을 주제로 강연했다. 실천신대는 이번 행사 전 벨커 박사에게 주제와 관련된 질문을 보냈고, 벨커 박사는 그 질문에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강연 일부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Q.1) 코로나 전염병은 일반적으로 인류 문명과 특히 종교, 교회 및 신학에 어떤 도전을 제공합니까?
A. 코로나-19 대유행은 지구적 위기로서 우리에게 직면해있기 때문에 실제로 “전환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바이러스는 국경도 종교적 경계도, 과학이나 기타 경계에서도 멈추지 않습니다. 지구 기후 위기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 코로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합니다.
나는 종교, 교회 및 신학의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가 무신론을 비롯해 잘못된 '원시적 유신론'에 대한 비판과 자아성찰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팬데믹 시기에 원시적 유신론은 원시적인 신 이해, 전능성 이해, 창조 이해 등 성경전승의 증언을 지나칠 수 있습니다. 특히 원시적 유신론은 또한 유한하고, 다양하게 고통당하며, 위험에 처하게 되고, 또 위험을 자초하는 본성적인 생명에 대한 인간의 경험을 지나쳐버리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원시적 유신론은 개별적인 운명의 시기를 자극하고 동시에 지구적 재앙에 점점 더 강하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유발합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그와 같은 고통과 고난을 허용하실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답할 수 없는 신정론의 질문은 종교적 위선을 강요하거나 불신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둘 다 치명적입니다.
또한 억압적인 대유행 시대에 아주 시급한 가장 중요한 신학적 임무는 성서전승이 제공하는 창조신학적 정직성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창조는 자연과 우주 안에서 소멸되지 않고, 또한 보이는 세계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도 다양한 영적 능력으로 창조하셨으며, 하나님께서는 그의 선한 영을 우리에게 나누고자 하신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 선한 영은 자연적 창조 안에서 악하고 파괴적인 세력에 대항하여 우리를 새로운 창조, 오고 있는 하나님의 나라로 인도하기를 원하며, 그 나라는 더 이상 유한성, 허무, 그리고 죄의 힘에 종속되지 않을 것입니다.
(Q.2)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그리고 이 위기상황 이후를 위하여 학문적이고 성서적 토대 위에 세워진 신학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코로나 대유행의 상황에서 모든 신학은 심각하고 비판적인 자기 검토를 받아야 합니다. 신학이 진리를 찾는 길을 갔는지, 신학이 믿음의 본질적인 내용과 성서의 말씀에 의해 지지되는 신학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기독교 신학은 중심이 되는 교회적, 공동체적 사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러한 주요 관심사 중 많은 부분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과 그 위협 상황에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의 일요일 집회는 제한되거나 심지어 금지됩니다. 함께 노래하고 기도하는 것은 감염의 위험이 있음이 입증되었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게 종교인들 측에서 심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전염병의 위험성은 경시되거나 심지어 거부되기까지 했습니다. 신학은 이러한 갈등에서 어떻게 입장을 취해야 합니까?
종교 대 과학, 과학 대 종교 등으로 통하는 이데올로기적 대립은 파괴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종교적, 교회적 유대와 과학적 유대가 서로 충돌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은 모든 견고한 신학의 임무입니다. 신학은 과학적 자기 검토를 제공함으로써 교회에 봉사해야 합니다.
코로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건당국의 조치에 반대할 때에도 교회가 사회에 희망의 영을 전파하게 될 것인가, 그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 시점에 최고의 과학지식을 기반으로 삼은 보건당국의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면, 교회가 이 희망의 영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하겠습니다.
피조세계에 대해 인간에게 맡긴 하나님의 통치위임은 인간의 상호 책임감있는 관계를 요구합니다. 즉 전염병 대유행의 시기에 과학적 지식과 그로부터 기인한 보건당국의 조치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Q.3) 코로나 대유행 이후 종교와 교회는 어떤 결과를 기대해야 합니까?
A. 교회와 종교가 하나님에 대하여, 그의 전능하심에 대하여, 그리고 하나님의 창조에 대하여 원시적 생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잘못된 하나님 이해나 개념을 성서적이고 경험적으로 제거하지 못한다면 팬데믹은 엄청난 종교적 영적 진공상태로 이어질 것입니다.
하나님은 전능하시지만 고난을 막을 수 없거나 막기를 원치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나님과 하나님의 사역과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믿기지 않게 보이므로 교회와 종교생활에서 등을 돌릴 것입니다.
그러나 살아계신 하나님의 메시지와 하나님의 창조적 활동의 메시지를 잘못된 단순화와 왜곡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곳에서도 전염병과 그 결과는 사람들과 영적 공동체를 큰 도전 앞에 놓이게 할 것입니다.
코로나 대유행 후, 교회와 종교공동체는 디지털 방식들을 포함하여 새로 개발된 양식들 중 어떤 것이 보존될 수 있는지 매우 주의 깊게 확인하고 추가적으로 개발해야 하지만 이와 같은 것은 코로나 대유행이 가라앉은 후에는 제거될 필요는 있습니다.
(Q.4) '하나님의 영'과 '인간의 영'에 대한 안내가 이 위기에서 우리를 돕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기독교적으로 하나님에 대해 말하고 하나님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계시를 고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신적인 영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영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는 종교적 상상의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예수는 나사렛의 선한 사람이자 추상적인 전능하신 하나님, 기원 점으로서의 하나님, 또는 저 세상의 하나님 등으로 산산이 부서지게 됩니다. 오직 신적인 영과 관련해서만 하나님의 창조적 생기가 예수 그리스도의 신적 능력이, 그리고 하나님의 형상에 맞는 인간의 큰 가치가 파악되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영을 통해 이 세상에서 우리 가운데 계시며, 인간인 우리 안에서 우리를 통해서 현존하시고 활동하십니다. 하나님의 영은 그에게서 “거하실” 뿐만 아니라, 그리고 이 영으로 충만할 뿐만 아니라 그는 성령을 남,녀 증인들에게 부어주십니다. 이런 방식으로 하나님은 이 세상에서 창조적으로 활동하기를 원하십니다.
특히 위로의 영은 대인 관계뿐만 아니라 살아계신 하나님과 하나님의 능력에 대한 우리의 관계를 활성화하고 강화시킵니다. 그는 또한 구원과 구속의 영입니다. 그 영은 하나님의 손 안에 있다는 확신을 줍니다. 하나님의 손 안에 있다는 것은 마치 우주의 우상들이 모든 것을 약속하는 추상적인 전능함 같은 무의미하고 황량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위로의 영을 우리 각자의 인생길에서와 다른 사람들의 형편 가운데에서 다양한 형태로 감사하면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위로의 영을 졸고 속이는 유령들로부터 분명히 구별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에게 위로의 영은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영의 삶과 사역에서 분명한 형태를 취합니다. 그리스도인들과 다른 종교인들과, 세속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영은 정의, 자비, 인정, 자유, 진리 및 평화의 정신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 됩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말했듯이, 하나님의 영은 “삶과 죽음에서의 위로”입니다. 하나님의 영은 진리의 영으로서 영들의 분별에 있어서 우리에게 큰 힘을 주십니다.
그는 정의와 자유의 영으로서 우리를 이 세상에 있는 인류애의 다양한 형태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식하게 하고, 우리의 가능성이 미치는대로 이 인류애를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나님의 영은 우리 인간이-세계적으로 큰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을 찬양하며 사는 것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한편, 이날 손화철 박사(한동대)도 강사로 나서 '코로나 19로 바라본 첨단기술 시대와 한국 교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손 박사는 "한국 교회는 불행하게도 코로나19 이전에도 감당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숙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새로운 숙제가 밀려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손 박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세상은 여전히 자기 나름의 구원을 열심히 추구하고 있으나, 동시에 그 지향의 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기술이 가져올 실업의 상황, 빅테이터 기술로 인한 사생활의 붕괴, 사회 양극화 등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사회적 상황에 대해 한국 교회는 답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 요구되는 새로운 사회에 대해 유의미한 답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에 대한 기독교적 해석과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예를 들어 첨단기술 시대의 노동과 안식에 대한 논의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
손 박사는 "안식의 개념 역시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으나 기독교의 핵심 약속 중 하나이다. 이렇듯 노동과 쉼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현대 사회를 향하여 기독교가 제시할 수 있는 노동과 안식의 개념은 어떤 것인가? 이는 기독교 내부에서 스스로 반추할 과제인 동시에 세상을 향하여 제시되어야 할 비전의 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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