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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목회와 신학

포스트코로나 시대, 교회의 '새로운 기준'은?

by 데오스앤로고스 2021.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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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연구(36) * 


 

 

 

아래의 글은 한국실천신학회가 지난 2020년 11월 21일 '포스트코로나 시대, 교회와 실천신학의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제78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서 종교사회학적 관점에서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교회의 변화와 공공성'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정재영 박사(실천신대)의 연구논문을 일부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주>

 

# 코로나 이후, 교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코로나 사태 이후에 종교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으로 종교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전염병에 대처하는 종교인들과 종교기관에 대한 실망으로 종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18세기 리스본 대지진 이후에 종교가 몰락한 것은 오늘날 종교에 큰 교훈이 된다. 사회적 재난에 대해서 종교가 올바른 의미를 부여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종교가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종교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큰 타격을 받고 삶의 환경이 변하는 오늘의 상황 속에서 교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현재 한국 교회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유사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교회는 공공성을 견지해야 하며 우리 사회에 대한 공적인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 신앙,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기독교 신앙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공적인 영역에서 표출되어야 한다. 지금은 교회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여전히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 하고 우리 사회에 대한 막중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또한 기독교인들의 신앙생활도 공적인 기준에 의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전염병이 창궐한 상황에서 예배당 예배를 고수하는 것은 신앙고백의 한 표현일 수 있지만 그것이 비기독교인들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기독교 공동체는 단지 그곳에 모여 집단을 이룬 자들의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세워진 기관이 아니라 철저하게 신의 뜻을 이루기 위한 목적 아래 세워진 공동체이다. 여기서 신의 뜻이란 기독교인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유기체로 하나된 지체임을 인식하고 이웃과 사회를 위하여 사랑의 나눔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앙의 공공성은 최근에 공적 신학 또는 공공 신학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적 신학은 성서가 증언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 복음에 기초하여 교회와 신학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신학이다. 

 

 

# 코로나 이후, 교회의 공적 책임

코로나로 인해 암울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람들 사이에 극도의 우울감이 증대되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라고 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 말은 '코로나 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최근 전국 성인 남여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상황 이후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이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뉴스에서 어떤 감정을 가장 크게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47.5%는 '불안'이라고 답했고 분노(25.3%)와 공포(15.2%)가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 8월 초 동일한 설문과 비교할 때 불안이라고 답한 비율은 15.2%포인트 줄었지만 분노는 2.2배, 공포는 2.81배 증가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저소득층에서 평균보다 10% 포인트 정도 높은 65.6%가 우울감이 많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득이 낮을수록 재난으로 인한 우울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각각 54.7%, 69.2%, 71.6%로 조사 때마다 점점 늘고 있어서 이 현상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공동체이다. 따라서 파괴된 사회관계를 회복함으로써 공동체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사회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의 제공은 무엇보다도 종교의 역할이 크다.

 

 

# '소그룹', '시민공동체', '마을공동체' 

 

공동체를 구성하는데 매우 유용한 방법이 소규모 모임을 활용하는 것이다. 교회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소그룹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소그룹은 탈현대 사회의 특징인 유동성과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보다 많은 개인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집단 구성원들의 대면 교섭을 통해서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사회 자본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하고 위험한 시대일수록 신뢰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복잡한 사회 변화로 인해 파편화되고 불확실성이 증가된 사회에서 사는 현대인들은 신뢰할 수 있는 관계의 형성을 필요로 하는데, 대규모 집단보다는 소그룹 안에서의 친밀한 교섭을 통해 이것이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가 형성되면 불확실성이 감소함으로써 공공 활동에 함께 참여하기도 더 쉬워지는 것이다. 

 

 

소그룹은 공동체성을 담보할 뿐만 아니라, 종교가 사회와 접촉점을 만들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종교 조직을 대형화하기보다는 소그룹 네트워크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소그룹 운동의 구조는 각각의 소그룹이 자율성을 갖는 연결망형 구조이다. 소그룹 활동은 구성원들 사이에 평등한 인간관계를 전개하여 자주성과 민주성 있는 운영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 개선과 소그룹 속에서 민주성을 경험하게 되면 집단 안에서 민주주의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이 경험을 토대로 사회 속에서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시민으로서의 참여를 촉발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교회 성장이나 교인 관리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 소그룹 활동을 교회와 사회를 연결하여 기독 시민의 사회 참여의 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시민의식에 기초한 지역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민공동체는 가족이나 혈연, 민족 등 타고난 지위에 기초한 전통 공동체와 달리, 시민의 덕성에 초점을 둔 현대사회의 새로운 공동체를 뜻한다. 시민공동체는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공동체이지만, 이 시민공동체를 다시 지역 차원의 실천 영역에서 구체화 하는 것이 지역 공동체이다. 

 

마을 공동체 활동을 효과 있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 구성원들의 지역 사회활동에 대한 인식과 참여 의향을 조사하여 지역 사회활동을 전담할 수 있는 전략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교회 소그룹을 TF팀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교회 전체가 지역 사회 활동을 하기는 어려우나 각종 소모임들이 지역 사회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 더 자발성이 있고,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게 되어 많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이 소그룹 TF팀을 중심으로 지역 사회를 조사하고 직접 실천 주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교회 재정의 일정 부분(대략 10% 정도)을 지역 사회 활동비로 정하고 소모임을 지원 대상자와 연결하여 이들의 필요를 도울 수 있는 책임봉사제를 실시하는 것도 중요한 원칙이 될 것이다.

 

마을 공동체는 지역을 기반으로 형성됨으로써 가까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전한 생활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지역교회인 개교회들이 교회가 터하고 있는 지역사회에 대하여 책임 의식을 실천해야 한다. 마을 공동체 활동을 통해서 교회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돕고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 공교회성 회복

 

교회의 공공성 차원에서 다음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공교회성이다. 지상에 있는 모든 교회가 하나님의 교회이고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이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지나친 개교회주의로 인하여 공교회성을 상실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개교회가 상당한 재량권을 갖기 때문에 이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에는 외부의 어떠한 개입이나 간섭도 불허하여 독불장군식의 결정이 내려지기도 하고, 개교회의 성장이나 발전이 최우선의 가치로 자리 잡아서 공교회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코로나 대유행의 여파로 한국 교회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은 작은 교회들이다. 코로나가 확산되던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더 큰 대형 집회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대형교회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들이 있었다. 작은 교회들은 인원이 적기 때문에 방역을 잘 하면 바이러스 위험도 크지 않고 오히려 친밀한 공동체적 분위기가 교회를 더욱 탄탄하게 유지할 수 있어서 환경 변화에도 충격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이 예상과는 다른 결과들이 나타났다. 큰 교회들은 예배당이 넓기 때문에 2미터 이상의 거리 두기를 철저히 하고 실내 소독 등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마스크를 끼고 예배를 드려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에 작은 교회들은 공간이 넓지 않아서 거리 두기를 철저히 하지 못하고 비용 문제로 소독을 제대로 하기도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친숙한 소수의 사람들이 모이면 안정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도 허술해진다. 실제로 한 교계 매체에서는 5월 20일부터 7월 10일까지 교회 관련 확진자 현황(이단 포함)을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 자료를 토대로 살펴본 결과 주일 예배를 통한 확산은 대형 교회에서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소모임과 주일예배 구분이 모호한 100명 미만의 작은 교회들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큰 교회들은 온라인 중계 시설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예배당에 나오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통해서 예배를 드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작은 교회는 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급하게 온라인 중계를 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여기에 헌금 문제도 작지 않다. 초창기에 현장 예배를 고수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헌금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었는데 ‘한목협’의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7.5%가 헌금 문제로 현장 예배를 고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여러 교회들이 헌금이 줄어들고 있는데 재정의 여유가 없는 작은 교회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특히 재정 자립이 되지 않는 교회들의 경우에는 다른 교회들의 지원도 줄어들어서 교회당 임대료를 감당하기도 어렵고 목회자 사례비를 지급하기도 어려운 형편에 놓인 곳이 적지 않다.

 

코로나 이후에도 한국 교회가 건강하게 존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개체들이 공존 하면서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 도시 교회와 농촌 교회, 큰 교회와 작은 교회, 지역교회와 파라처치 등 다양한 교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특색에 맞는 사역을 하면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교회들이 지속 가능한 사역을 할 수 있도록 공교회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형교회는 소형 교회들에게 온라인 사역이나 미디어 사역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소형 교회들이 하기 어려운 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하여 제공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목회에 대한 준비와 사역을 다양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온라인 예배가 확대되면서 온라인 교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목협’ 조사에 의하면 가나안 성도들이 여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서 새로운 사역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또한 오래 전부터 간헐적으로 시도되었던 작은 교회들 사이의 공동 목회와 같은 일종의 컨소시엄도 새롭게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개교회주의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이 밖에 기존 목회 방식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다양한 시민사회 영역에서 선교 사역을 하는 파라처치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다양한 사역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교회들이 연대하고 협력한다면 코로나의 위기 속에서도 한국 교회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며 교회의 공신력 회복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  과제, 준비, 책임

 

교회는 이제 새로운 기준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기준은 새로운 가치에 바탕하는 것인데 새로운 가치는 기존의 제도적 관행을 깨고 본질을 바라보는 것이다. 교회주의를 넘어서 교회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은 결국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서는 것이고 그들이 모여서 거룩하고 능력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미 교회는 포스트모더니와 4차 산업혁명의 변화 속에 놓여 있다. 그리고 코로나 펜데믹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교회 스스로 창조적인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는 더 이상 여유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코로나 사태는 제도와 형식에 매몰되어 신앙의 참뜻을 잃어가는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습관적인 신앙생활이나 형식화된 양태로는 참된 신앙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점차 지지를 받고 있으며 대전환을 향한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새로운 신앙과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해서는 우리의 신앙생활과 삶의 모습 속에 관행으로 주장되어 온 잘못된 부분들을 과감하게 바꾸고 나와 이웃 모두에게 유익이 되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편, 정재영 박사의 발표논문은 해당 학회 학술지 신학과 실천에도 실렸다.

RISS 검색 - 정재영 박사의 국내학술지논문 상세보기

 

 

정재영 박사(실천신대)/ T&L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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