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한국교회 부교역자 사역현황 설문조사 결과 발표
2015년 5월 8일 기사
‘종’, ‘머슴’, ‘노예’,
‘소모품’, ‘부속품’,
‘담임목사 종’, ‘비서’,
‘비정규직’, ‘일용직’,
‘미생’, ‘아르바이트생’, ‘하인’, ‘을’
한국 교회 부교역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이미지로 말해달라’고 질문했더니 나온 답변들이다. 부교역자들은 자신 스스로를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목회자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부교역자들이 제대로 된 목회사역을 펼칠 수 있을까? 전혀 불가능하다. 그리고 너무나 안타깝지만 이것이 바로 한국 교회 부교역자들의 현실이다. 과연 이대로 좋은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지난 5월 8일 오후 2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한국 교회 부교역자를 생각하다’는 주제로 2015년 교회의 사회적책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특히 이날 ‘한국 교회 부교역자의 생활과 사역현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기윤실은 전국 개신교 교회 소속 부목사, 전도사 등 부교역자 949명을 대상으로 2014년 12월 8일부터 올해 1월 11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통계 분석은 글로벌 리서치에 의뢰했으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2%p이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부교역자의 생활과 사역현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기윤실이 발표한 설문조사 전체 자료는 기윤실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다.
1. 부교역자의 생활
# 평균 사례비: 전임목사 204만원 VS 담임목사 395만원
부목사 및 전도사 등 부교역자에게 월평균 사례비에 대해 물은 결과 전임 목사(515명)는 204만원, 전임 전도사(156명)는 148만원, 파트타임 전도사(278명)는 78만원으로 조사됐다.
전임 목사의 경우 ‘150~200만원 미만’이 34.6%로 가장 많았고, 전임 전도사는 ‘100~150만원’이 48.7%, 파트타임 전도사는 ‘50~100만원 미만’이 81.7%로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 부교역자들은 ‘현재 받고 있는 사례비는 충분한가’라는 질문에 55.7%가 ‘불충분하다’고 답했다. ‘충분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9%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교회에 몸담고 있는 담임목사의 사례비는 얼마인가’라고 질문한 결과 부교역자들은 월평균 395만원이라고 답했다. 부교역자들이 받는 사례비(전임 목사 기준)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금액으로써 현재 한국 교회 목회현장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결과였다. 즉, 사례비로만 봤을 때도 담임목사는 ‘갑’이고, 부교역자들은 ‘을’의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교역자들이 원하는 사례비는 얼마일까? 부교역자들에게 ‘적정한 사례비 수준은 얼마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한 결과 전임 목사는 260만원, 전임 전도사는 210만원, 파트타임 전도사는 125만원이라고 답했다.
현재 받고 있는 평균사례비와 비교했을 때, 전임 목사는 56만원, 전임 전도사는 62만원, 파트타임 전도사는 47만원 정도의 차이가 났다.
# 부교역자들이 제공받는 주거 및 기타 혜택
‘교회에서 주거와 관련해 제공되는 혜택이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전임 목사의 54%는 ‘사택을 제공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 외에 ‘전월세 비용 일부 지원’이 20.0%, ‘주거 관련해서 어떤 혜택도 없다’가 17.1%, ‘사례비에 포함’이 5.2%, ‘전월세 비용 일체 지원’이 2.9% 수준이었다.
전임 전도사의 경우 43.6%가 교회로부터 ‘주거 관련 제공 혜택이 없다’고 답했다. 그 외에 ‘사택 제공’이 34.0%, ‘전월세 비용 일부 지원’이 10.3%, ‘사례비에 포함’이 7.1%, ‘전월세 비용 일체 지원’이 5.1% 등으로 나타났다.
‘교회에서 주거 외에 제공되는 혜택이 있는가’(복수질문)라고 물은 결과, 43.9%가 ‘주거 외 제공 혜택이 없다’고 응답했다. 주거 외 지원되는 혜택의 경우 ‘교통비’가 21.6%, ‘통신비’가 19.4%, ‘도서비’가 17.5%, ‘학비’가 16.5%, ‘개인차량’이 6.2% 등이 제공되고 있었다.
파트타임 전도사의 경우 ‘학비 지원’이 41.7%로 가장 높았다. 이는 통상 파트타임 전도사의 경우 신학생인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교회에서 4대사회보험을 제공하는가’라고 질문했다. 부교역자 중 4대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모두 가입한 경우는 3.2%에 불과했다. 4대보험 중 ‘국민연금 비용 지원’은 2.8%, ‘건강보험 비용 지원’은 12.0%, ‘소속 교단의 목회자 연금비용 지원’은 13.9%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부교역자의 73.6%는 ‘4대보험 중 어느 것도 제공받는 것이 없다’고 응답했다.
# 부교역자 64.2%, “먹고 살기 힘들다”
부교역자들에게 ‘현재 체감하고 있는 경제적 사정은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64.2%의 부교역자들이 ‘어렵다’라고 응답했다. 반면, ‘만족한다’는 5.2%에 불과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분석한 결과 ‘20대’(67.8%), ‘파트타임 전도사’(79.1%), ‘300명 이하 교회’(71.8%)에서 현재 경제적 사정이 어렵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경제적인 이유로 목회 외에 다른 일을 한 적이 있는가’라고 질문한 결과, 26.8%가 ‘과거에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향후 할 생각이 있다’가 20.4%, ‘현재 하고 있다’가 10.7%로 나타났다. 반면, ‘목회 외 다른 일을 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부교역자들도 42.0%나 됐다.
‘배우자가 경제생활을 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33.3%의 부교역자들이 ‘현재 하고 있다’고 답했다. ‘없다’는 30.1%, ‘과거에 한 적이 있다’는 25.9%였다.
‘목회자의 이중직 및 배우자의 경제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56.5%의 부교역자들이 ‘배우자의 경제활동만 허용’이라고 답했으며, ‘목회자 및 배우자 모두 허용’은 22.4%로 나타났다. 반면, ‘둘 다 허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부교역자들도 18.8%나 됐다.
2. 부교역자의 사역
# 79.3%, 사역 관련 ‘계약서’ 써야 한다
‘사역과 관련하여 계약서를 작성했는가’라고 질문한 결과 93.7%의 부교역자들이 ‘쓰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교회에서 사역을 함에 있어서 교회와 합의한 어떤 계약서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썼다’고 응답한 비율은 6.3%에 불과했다.
‘사역을 할 경우 교회와 합의된 계약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부교역자의 79.3%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20.7%보다 58.6%p 더 많은 것으로 부교역자들은 합의된 계약서를 중심으로 사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역 시간이 너무 많다
‘일일 평균 근무시간은 얼마인가’라고 질문한 결과, 부교역자의 일일 근무시간은 평균 10.8시간으로 나타났다. 전임 목사는 11.5시간, 전임 전도사는 11.0시간, 파트타임 전도사는 9.5시간을 근무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전임 목사의 25.3%와 전임 전도사의 22.5%는 하루 12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다.
따라서 부교역자들의 45.8%는 ‘일일 평균 근무시간이 많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16.3%에 불과했다.
월요일 휴무의 경우 46.0%가 보장받고 있는 반면, 부교역자의 47.8%는 ‘때때로 보장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거의 보장받지 못한다’는 응답은 6.1%로 조사됐다.
# 소모품으로서의 고용, “언제든 쫓겨날 수 있다”
그렇다면 부교역자들은 교회에서 합의된 기간동안 사역을 하고 있을까? 교회와 합의된 사역기간은 평균 2.9년으로 나타났다. 전임 목사는 3.3년, 전임 전도사는 2.6년, 파트타임 전도사는 2.5년이었다.
하지만 79.8%의 부교역자들이 ‘합의된 사역 기간이 없다’고 답하는 등 사역자로서 언제나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한국 교회 목회현장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부교역자들의 실제 평균사역 기간은 2.9년이지만 보장을 희망하는 사역기간은 평균 4.0년이라고 응답했다. 전임 목사는 4.3년, 전임 전도사는 3.7년, 파트타임 전도사는 3.4년으로 답했다.
전체적으로 3년이 24.0%로 가장 많았고, ‘5년’이 19.2%, ‘6년 이상’이 11.6%, ‘2년’이 6.4%, ‘4년’이 6.1%, ‘1년’이 2.6% 등의 순이었다.
‘직전 사역지에서 사역종료는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가’라고 질문한 결과, ‘자진사임’이 53.4%로 나타났다. 이어 ‘갑작스런 통보’가 19.5%, ‘충분한 합의’가 14.6%, ‘계약 기간 만료’가 3.2%, ‘강요되는 사임 분위기’ 0.6% 등으로 나타났다.
‘직전 사역지 사역종료시 퇴직금(전별금)을 수령했는가’라고 질문했다. 부교역자의 45.1%가 ‘받았다’고 답했으며, 53.6%는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부교역자들에게 ‘사역 향상을 위해 어떤 부분을 제공받고 싶은가’(복수응답)라고 물었다. 67.3%가 ‘사례비 인상’을 이야기했다. 이어 ‘전문성 향상의 기회 제공’이 63.9%, ‘목회역할 구체화’가 45.6%로 나타났다.
이어 ‘담임목사의 존중’ 42.4%, ‘일정한 근무시간 준수’ 39.5%, ‘사역기간 보장’ 33.8%, ‘당회원들의 존중’ 27.0%, ‘팀목회 도입’ 25.7%, ‘교인들의 존중’ 22.7%, ‘개척 지원’ 21.6%, ‘교단 정책의 변화’ 20.4% 등을 언급했다.
특히 ‘부교역자로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며, 개선을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한 결과, 22.9%의 부교역자들이 ‘담임목사의 부당한 언행, 권위주의 근절’이라고 답했다. 이어 ‘사례비에 대한 기준 및 투명성 필요’가 17.0%, ‘사례비 인상’이 14.6%, ‘부교역자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 12.8%, ‘과도한 업무량 개선’ 8.1% 등으로 나타났다.
기타 질문으로 ‘한국 교회에서 부교역자의 삶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종, 머슴, 노예’가 제일 많이 언급됐다(10.8%). 이어 ‘계약직, 비정규직, 인턴, 일용직, 임시직’이 8.1%, ‘담임목사의 종, 하인, 하수인’이 5.5%%, ‘소모품, 부속품’이 5.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 부교역자가 행복해야 교회가 행복하다
한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부교역자 대부분 고용이 안정되고, 경제적 여건이 개선되는 등 교회 내에서 지위가 향상되기를 소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제적, 사역적으로 기본적인 삶의 보장과 인격적인 대우와 존중을 바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교회 차원에서 이제는 부교역자들에 대한 인권을 논해야 한다”며 “제도적으로 부교역자를 계약서에 근거해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특히 근무기간이나 근무시간을 명시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준수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더이상 부교역자들이 더 이상 종, 소모품, 하인 등으로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지 않도록 교회와 담임목사는 부교역자를 전교회를 함께 세워가는 목회자로서 존중해줘야 한다”며 “교단적 차원에서도 제도를 정비해 부교역자들이 의미있는 사역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不)목사인가, 부(副)목사인가?’를 주제로 발표한 고형진 목사(강남동산교회)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가 수평적인 관계,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 함께 힘을 모으는 관계를 형성할 때만 동역자로서 존재할 수 있다”며 “부교역자는 부(不)목사가 아니라 부(副)목사로서 담임목사를 보좌하고, 담임목사는 부교역자를 협력자로 인식하고, 인격적으로 대해야만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사이에 건강하고 바른 관계가 설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와 담임목사는 부교역자의 사례비, 부교역자들 간의 관계, 부교역자의 근무 환경, 사역 시간 등을 적절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당부한 고 목사는 “부교역자가 행복해야 교회가 행복할 수 있다”며 “부교역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담임목사는 무엇보다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명령하고 지시하며, 요구하는 갑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동역자로 신뢰하고 인정하고 존중하는 수평적인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부교역자의 역설적 현실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주제로 발표한 배덕만 교수(건신대학원대)는 “설문조사 결과 부교역자들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사역 또한 과도하고 부당하게 이루어지고, 인격적 모독까지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배 교수는 “한국 교회 부교역자들이 처한 현실적 문제는 부교역자들에 대한 관심의 부족, 부교역자들의 사역과 삶에 대한 이해의 부족, 또 그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지의 약화에 있다”며 “각 교회와 담임목사들은 부교역자들이 그들의 교육수준과 연령, 사역의 내용과 수준을 현실적, 객관적으로 고려해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교단적 차원에서 각 교회가 부담해야 할 사례비의 한계선을 설정하고, 개교회가 그 규정을 현실적으로 실행할 여유가 없을 경우, 이를 보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마련해야 한다”며 “선교단체 간사들의 경우처럼 부교역자들이 개별적 후원자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교단적 차원의 후원자 모집운동도 전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교회가 부교역자들의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다면, 부교역자의 사역의 양과 시간을 축소해줌으로써 부교역자들이 별도로 생계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어야 하며, 부교역자 자신들도 이중직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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