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연구(114) *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교회는 가정의 신앙교육 회복, 젊은이를 의사결정의 주체로 세우는 교회, 영성과 사회적 실천이 균형을 이루는 교회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교회는 신성에 대한 감각으로 에너지가 생겨난 개인들이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나와 이웃을 어떻게 사랑하고, 또한 사회구조의 문제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 자율적으로 정하고 여러 실험을 해볼 수 있도록 여유를 주어야 한다. 신앙의 열정을 존중하고, 실험적 실천들의 실패가능성을 허용해 줄 때, 청년들은 교회가 안전하면서도 창조적인 영성의 공간이라고 느낄 것이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원장:신승민)이 지난 2월 22일(목)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공간이제에서 <청년이 떠나는 교회, 미래가 있을까?>라는 주제로 개최한 제1차 기사연 에큐포럼에서 나온 발언이다.
교회 떠나는 청년, 이대로 좋은가?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참여한 김종구 목사(세신교회)는 행정안전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목회데이터연구소,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실천신대 21세기교회연구소 등이 청년들의 삶고 신앙에 대해 조사한 통계 자료를 중심으로 청년 세대들의 특징과 함께 청년이 사라지고 있는 한국 교회의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김 목사는 "시대별 청년 청소년세대를 나타내는 용어가 MZ세대를 지나 이제 잘파세대로 넘어왔다. 잘파세대는 MZ세대에서 Z세대(1990년 후반~2010년 초반)와 A(알파)세대(2010년대~)의 합성어다"라며 " 지금의 젊은이 세대보다도 훨씬 더 개인화 되어있고, 개인화된 것을 자유롭게 여기며, 탈신앙화하려는 경향이 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3년 3월 한국보건사회 연구원의 조사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요즘 청년(젊은이, 만 19세-34세)의 삶은 대단히 불안하고 힘겨운 현실을 살고 있다"라며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풍족한 시대인데, 이들은 가장 가난한 세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고, 결혼도 미루고, 그 와중에서 스스로 지쳐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독립을 원하지 않는 세대, 연애와 결혼보다 돈과 일자리를 더 중요시 여기는 세대, 번아웃 경험에 빠진 세대 등 현재 젊은 세대들의 특징에 대해 설명한 김 목사는 "코로나 19시기 동안 이들의 교회이탈 현상은 더욱더 가속화되었다. 당연히 3년여 세월 동안 기존의 청소년들은 학교를 졸업했고, 초등학생에서 청소년이 된 이들은 교회생활에 접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김 목사는 "하지만 다행인 것은 잘파세대는 개신교 이탈비율이 매우 높은 한편, 다시 회심하여 돌아오는 비율도 75.8%로 높게 파악되었다"라며 "개신교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다가설 수 있는 가능성이 타 종교보다는 높으며 젊은이선교의 중요성을 알려준다"라고 주장했다.
청년이 떠나는 교회,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김 목사는 청년이 교회를 떠나고 있지만 다시 교회로 되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라며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가정의 신앙교육 회복이다
김 목사는 "통계를 보면 신앙이 가족화 되고 있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신앙교육하지 않으면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크리스천이 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하다"라며 "가정의 신앙교육을 위한 부모교육이 교회 안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둘째, 젊은이를 의사결정의 주체로 세우는 교회를 추구해야 한다.
김 목사는 "최근 많은 교회에서 청년, 여성이 참여하는 교회운영위원회를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바람직한 변화이다"라며 "한국 사회는 공정성, 투명성, 민주적 수평 문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고, 특히 2030세대는 투명하지 않고 신뢰할 수 없는 조직을 거부한다. 교회가 미래 주역인 청년세대를 붙잡기 위해서는 건강한 거버넌스,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셋째, 영성과 사회적 실천이 균형이 이루는 교회를 세워야 한다.
김 목사는 "시대정신을 해석할 수 있는 차원의 성경공부와 영성훈련이 절실하게 요청된다"라며 "변화하는 시대를 성서적으로 읽어내는 양육시스템이 필요하다. 사회의 구조적 변화, 경제적 양극화의 문제, 사회적 약자와 나의 삶, 생태계의 회복, 생명의 가치 등과 관련한 기독교 윤리적인 정립을 이루도록 도와야 한다"라며 예배와 영성의 회복을 강조했다.
또한 "사회적 책임과 하나님의 정의를 실천하는 소그룹활동이 교회와 젊은이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틀이 될 수 있다"라며 "젊은이소그룹과 시민사회기관들을 연결하고, 상호교류하며 공동실천하며, 신앙고백의 차원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라면서 사회적 책임과 실천을 위한 소그룹 활동을 제안했다.
특히 주중에도 찾아올 수 있는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목사는 "접근성의 한계는 있더라도 교회 공간중의 일부를 적극적으로 젊은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주중에 텅빈 공간들을 유튜브 크리에이팅 공간(숏폼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 등)을 만들어주고, 경연대회도 하면서 청소년들이 삶의 방향을 찾아가도록 인도하는 것도 교회가 감당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청년이 떠나는 교회,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동환 목사(길섶교회)는 "한국 교회는 현재 과거의 영성운동이 녹슬지 않도록 오늘에 맞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지만 재구성의 의무를 저버렸기 때문에 녹슬었다"라며 "새로운 세대는 녹슨 공간에 함께 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하나님의 사랑에 기대어, 세상 속에 낯선 존재들로 실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김동환 목사는 종교와 교회의 기능에 대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교회는 청년들이 돈과 권력에 쫓는 삶으로 인생의 의미를 규정짓지 않도록, 즉, 부정적 의미에서의 세속화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라며 "그것이 종교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는 스스로가 긍정적 의미에서의 세속화가 되어, 자신들이 내놓는 콘텐츠에만 몰입하는 경우, 그 사람을 세상에 적응할 수 없도록 만드는, 신앙적으로도 학문적으로도 의미가 없는 콘텐츠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공동체성과 커뮤니티가 있는
매력 있는 교회 만들어야
특히 김 목사는 "교회는 예수에게서 특별함을 느낀 사람들의 모임이다"라며 "교회는 일상을 나누고, 신앙과 삶의 실존을 공유하며 서로 응원하는 유대감 있는 관계성은 신앙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주는 만큼 공동체적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반면에 이미 신앙과 삶을 공유하는 공동체(가족이나 친구관계 등)의 숫자가 충분하다면, 교회는 커뮤니티의 역할만 제공해 주어도 충분하다"라며 "결국 교회는 공동체성과 커뮤니티 두 가지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김 목사는 "신앙이라는 큰 주제 안에서, 문화 콘텐츠(책, 영화)를 활용할 수도 있고, 스포츠나 여행을 함께 할 수도 있다. 교회가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여 영성수행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서 역할을 한다면, 청년들은 교회에 매력을 느끼고, 그 공간을 방문하고, 참여하고, 재구성해나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창조적인 영성의 공간으로
또한 김 목사는 현대적인 영성을 추구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목사는 "설교는 선포를 넘어 공동체(커뮤니티) 영성과 개인의 영성을 위한 촉매제이며, 직접적으로는 그날의 리추얼에 참여하는 이들의 소통을 돕기 위한 장치로 여겨야 한다"라며 "교회는 특정한 교리나 예전 순서가 교회의 지표가 아니라, 다양한 개인들의 선-이해와 그날의 해석이 만나고 충돌하며, 새로움이 창조되는 지평융합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커뮤니티와 공동체의 특징을 모두 가지는 교회는 신성에 대한 감각으로 에너지가 생겨난 개인들이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나와 이웃을 어떻게 사랑하고, 또한 사회구조의 문제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 자율적으로 정하고 여러 실험을 해볼 수 있도록 여유를 주어야 한다"라며 "신앙의 열정을 존중하고, 실험적 실천들의 실패가능성을 허용해 줄 때, 청년들은 교회가 안전하면서도 창조적인 영성의 공간이라고 느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교회, 힘을 빼라
논찬자로 참여한 하성웅 목사(전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총무)는 "한국 교회는 이제 힘을 빼야 한다. 권위를 내려놓는 것이다"라며 "봉헌된 것, 그래서 더는 경험할 수 없고, 다가설 수 없는 성스러운 것들, 박물관화 된 교회와 신앙, 종교의 내용들을 공통의 사용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적극적인, 친밀하고 일상적인 경험 속에서 청년들은 새로운 신앙의 가능성과 가치들, 교회의 활용 가능성을 만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교회가 대형화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다양한 교회가 생겨나야 한다. 다양한 관심사와 삶의 정황 속에서 제각각의 삶이 연루되고 관심사가 반영되는 교회들을 찾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와 가치들을 지닌 교회들이 등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 목사는 "목회자의 윤리적 일탈을 제대로 치리하는 교회 만들기도 필요하다"라며 "무엇보다 다양한 세대가 교회의 의사결정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회법을 개정해야 하며, 다양한 세대가 교단총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세대별 총대 쿼터제와 같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총회 청년자문단을 두어, 교단 안에 여러 의제들에 청년들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강세희 전도사(한백교회)도 논찬을 통해 "목회자의 권위에 의해, 기성세대의 권력에 의해 ‘타자화’된 청년들은 자신의 사유를 소외시키며 맹목적인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조용한 단절을 택하거나 끝내 교회를 떠나게 되는 것 같다"라며 "다양한 세대의 교회 구성원들이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다양성 속의 일치’를 이루는 것이 세대를 막론하는 이러한 어울림이 교회 문화의 궁극적이고 모범적인 지향점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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