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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한국교회

한국교회 뇌관 목회자 은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by 데오스앤로고스 2022.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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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연구(87) *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지난 11월 15일 오전 10시 30분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시스템을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한국 교회 신뢰회복 프로젝트 발표회를 가졌다.

 

기윤실 교회신뢰회복운동본부(본부장:신동식 목사)는 지난 1년 간 목회자 은퇴에 대한 공교회적 대응과 관련해서 연구해왔고, 이날 김상덕 박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실장)와 기윤실 공동대표 조성돈 박사(실천신대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해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한 은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사진: 기윤실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교회 신뢰회복, '은퇴문제' 놓치지 말라

<목회자 은퇴연구의 필요성: 불안한 현실과 공교회적 대안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김상덕 박사는 "목회자 및 교회의 비윤리적이고 무책임한 사안들과 관련해서 교회 신뢰 회복운동을 기윤실이 윤리적 차원에서 벌이고 있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라며 "주로 작고 평범한 교회들이다. 한국 교회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전체 교회의 절반가량이 미자립교회이고, 다수의 목회자가 적정한 보수조차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라고 진단하면서 은퇴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목회자 은퇴 보수와 관련한 그동안의 논의는 주로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과도한 금액의 은퇴 보수를 받는 경우들에 대한 윤리적 비판이 대부분이었다:라며 "하지만, 이제는 이와는 반대의 경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라고 진단했다.

 

주요 교단들은 현재 목회자 은급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박사는 "최근 주요 교단들이 은급 규모를 삭감하는 것으로 결의했다. 예장통합은 은퇴목회자 연금 지급률을 향후 15% 삭감을 추진했으며, 감리교는 약 13%(월 12만 원) 삭감하기로 하고 그 대신 국민연금 가입을 의무화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목회자의 은퇴 이후에 대한 경제적 책임은 오롯이 개교회의 몫이 된다는 된다. 그 결과, 교회가 은퇴 목회자의 생계를 위한 재정이 마련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로 나뉘게 된다"라며 "이로 인해 예기치 못한 교회 내 갈등과 부적절한 사례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목회자 은퇴, 무엇이 문제인가?

김 박사는 목회자 은퇴 보수를 기준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목회자와 교회의 상황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설명했다

 

유형 1. 적정한 은퇴 보수, 목회자와 교회 모두 만족함
유형 2. 부족하지만 은퇴 보수를 제공, 교회 갈등은 없음
유형 3. 부족한 은퇴 보수, 교회 갈등의 원인이 됨
유형 4. 은퇴 보수 못 줌, 이임 목사에게 권리금처럼 요구하여 받음
유형 5. 은퇴 보수 못 줌, 목회를 접고 교회를 파산함

 

이와 관련 김 박사는 "세 번째 유형부터 미자립교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회 갈등의 문제다. 이는 소수 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회 다수에서 발생하는 사안이며, 특히 작고 평범한 보통의 교회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에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네 번째 유형의 경우, 목회자의 필요에 따라 결정되기보다 교회 규모(재정 상황)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마치 상가를 사고팔 때 이전 가게의 매출액 규모에 따라 권리금을 정하는 것과 유사하다"라며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 현실이 우선되고, 문제임을 알고 있지만 처한 처지가 비슷한 목회자나 교회들은 서로를 눈감아 주기도 한다. 자신들의 상황에 비하면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은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은퇴 보수/예우로 받는 것을 손가락질함으로써 애써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다섯 번째 유형은 교회가 목회자에 의해 사유화되는 경우로 볼 수 있다"라며 "교회의 부족한 재정 상태로 인하여 목회자 개인의 생계를 위하여 스스로 목회를 그만두 교회에 속한 저축예금이나 건물 보증금 등을 처분하여 스스로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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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은퇴, 개교회만의 문제인가?

김 박사는 "현재 은급 제도가 있다고 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보통 은급 제도는 목회자 개인이 부담하거나 교회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경우로 나뉠 수 있는데, 재정 형편이 부족한 작은 교회들의 경우 이 금액도 상당히 부담이 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당장 교회 재정(예를 들어, 건물 임대료 등)이 어려운데 은퇴는 먼 미래의 일이기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애초에 목회자의 급여에는 퇴직연금이 자동으로 포함되어야 하지만, 다수의 소형교회들에서 목사들이 받는 월급은 당장 생활비로도 부족하다. 그러니 노후(은급)는 당장 가정을 돌보고 자녀들을 먹이는 일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목회자의 노후란 교회의 부흥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한국 사회의 인구감소와 교인 수 감소라는 큰 물결을 거슬러 오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김 박사는 "현재 목회자 은퇴를 목회자 개인의 책임으로 과중하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 또한 높은 은퇴금을 요구하는 목회자와 관련 교회 입장에선 목회자가 과욕을 부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목회자를 떠나보내고 어려운 재정 형편을 떠안은 채 운영을 이어가야 할 교회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라며 "따라서 교회가 사전에 목회자 은퇴 보수에 대해 계획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 목회자도 가정을 책임지고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목회자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피력했다.

 

불완전한 은퇴현실,
공교회적 대안 필요
"목회자도 교회의 지체다"

이날 김 박사는 목회자 은퇴 문제와 관련해서 적정한 은퇴 보수, 은퇴 후 주거 문제, 은퇴 후 의료서비스 및 의료비 지원 등에 대한 입장을 제시하면서 "목회자도 교회의 한 몸 된 지체 중 일부이다. 목사니까 비인간적인 헌신을 당연시하거나 가난을 강요하지 않았는지 점검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교회가 처한 현실은 불완전하다. 교세와 교인 수가 줄어들고 있고, 장기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교회 절반 가량이 미자립교회이고 다수의 교회들이 교인 수 100명 미만의 소형교회이다"라며 "이 작고 평범한 교회들이 처한 현실적인 어려움은 복합적이며, 적정한 목회자 은퇴 보수를 지급할 상황이 안된다. 이를 방치하면 문제가 생긴다. 목회자의 노후는 고통스러우며, 교회와의 갈등이 생길 수 있음을 인지하고 공교회적 차원의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김 박사는 "목회자 은퇴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재정, 주거, 의료, 심리적 서비스과 함께 목회자 은퇴 보수와 관련한 인식 개선 교육이 함께 필요하다. 또한 대형교회의 일탈과 일부 목회자들의 비윤리적 은퇴 보수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필요하다"라며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작고 평범한 교회들이 당면한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이미 찾아온 현실이다. 이제라도 이 주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연구, 대응이 이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은퇴/원로목사가 너무 많다

<한국 교회 뇌관:은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조성돈 박사는 "사회적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하는 목사가 많아졌고, 원로목사 역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교회는 2명의 원로목사를 모시는 곳도 있다. ‘젊은’ 원로목사가 ‘어른’ 원로목사를 모시고 다니는 풍경도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조 박사는 "문제는 70세에 은퇴하고 남아 있는 여생이 있다. ‘은퇴 이후’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은퇴 이후 30년은 더 살아야 한다"라며 "아직 10년이고 20년이고 충분히 사역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문제는 사역을 할 수 있는 기반 역시 교회가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젊은 은퇴는 이렇게 복잡한 결과를 가져온다. 기존에는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들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요즘 부흥하는 교회를 보는 것은 정말 어렵다. 교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퇴 목사에게 예우할 수 있는 돈이 없다. 은퇴에 드리는 전별금을 드릴 목돈도 없고, 원로목사에게 드리는 월정액도 드릴 여건이 안 된다. 교회가 가지고 있어야 했던 퇴직금 적립금도 이미 교회가 어려울 때 모두 빼서 써버렸다. 더군다나 교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연금도 없다"라며 "현재 목회자의 은퇴는 한국 교회의 뇌관이 단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목회자 은퇴, 집과 생활비 문제 해결해야

조 박사는 후임에게 퇴직 사례를 받는 경우, 교회 병합을 통해 퇴직 사례를 받는 경우, 교회 매매를 통해 수익을 받는 경우, 교회를 정리하는 경우 등 목회자가 은퇴를 준비하면서 시도할 수 있는 편법과 불법의 유형들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목회자가 은퇴함에 있어서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집과 월 생활비이다. 대부분 특별한 준비가 없이 은퇴를 맞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다"라며 "현재 가장 기초적인 문제는 은퇴하는 목사가 살아야 할 집을 교회가 책임져야 할 것인지, 목사 개인이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일반적인 직장에서 은퇴를 한다면 이건 질문이 안 된다. 은퇴한다고 집을 마련해 주는 직장은 없다. 하지만 교회는 항상 이 문제를 가지고 고민한다. 교회 소유의 사택에서 평생 살았던 분을 집이 없이 은퇴하게 한다면 매정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은퇴하는 목회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집 문제다. 교회 사택에서 살다가 은퇴하게 되면 당장 들어가 살 집을 구해야 하는데 미자립교회나 중소형 교회에서 사례비를 많이 받지 못해 저축이나 연금가입 등을 하지 못한 목회자들의 경우 교회에 요구해야 하는데, 교회가 은퇴 목회자의 집을 마련해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월 생활비다. 조 박사는 "목사들의 경우 가장 기본적인 월 생활비는 교단 연금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교단 연금이 다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라며 "연금제도가 없는 교단에서 사역하는 목회자의 경우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목회자 은퇴, 메뉴얼이 필요하다
은퇴문제는 '돈'이 아니라 '관계'다

조 박사는 목회자 은퇴와 관련해서 규칙이나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왜냐하면 현재 교단에서 목회자 은퇴와 관련해서 정해 놓은 규칙이나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다.

 

조 박사는 "교회마다 은퇴하는 목사와 교회가 절충을 해 정리하다 보니 당사자들이 직접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런데 서로 목사와 교인으로 살다가, 돈 문제로 ‘거래’를 해야 하니 쉽지 않다. 편한 논의나 거래가 되지 않으니 아무래도 무리수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퇴에 대한 규칙이나 매뉴얼이 정해진다는 것은 쉽지 않다. 교회마다 가진 여건이 다르고, 목사도 그 교회에서 하는 연수와 기여도 등 여러 가지로 변수가 많다"라며 "하지만 기본적인 규칙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을 기본으로 해서 논의를 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또한 은퇴에 다른 중재위원회 제도의 도입이나 노회나 지방회에서 건강보험과 국민보험을 들어주는 등 목회자로서 가장 최소한의 보장을 해주는 제도의 개선, 은퇴 이후의 교육 실시 등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하지만 조 박사는 목회자 은퇴 문제는 돈이 아니라 관계라면서 "평생 목회한 교회이다. 수십 년 돌봄을 받아온 목회자이다. 이런 관계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끊어질 수 있겠는가. 그런데 돈 때문에 무너진다. 적어도 이 관계는 이렇게 무너지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은퇴 목사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자신이 그렇게 헌신해서 세운 교회를 못 가는 것이다. 그 교회에서 돈은 가져왔는데, 공동체는 잃은 것이다. 또 이렇게 헌신한 목사가 물러나고, 교회가 무너지는 것도 비극이다. 은퇴 예우 문제로 인해서 교회가 싸우고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돈이 아니라 관계가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피력했다.

 

조 박사는 "결국 은퇴는 목회자의 성적표가 된다. 그가 목회를 어떻게 했고, 교인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했느냐가 드러난다. 그런데 이게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라며 "은퇴를 잘하면 목사도 교회와 분열되지 않는다. 그리고 교회 역시 분열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도들이 시험에 들지 않는다. 평생 신앙의 상징이었던 목사에게 실망하고 그 신앙을 버틸 수 있는 성도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 동안 내가 세웠던 양들이고, 내가 그들의 목자고, 그들을 목양했다는 사실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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