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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사회•환경과 신학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창조신학과 성서해석 필요"

by 데오스앤로고스 2022.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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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탈근대적인 다원적 상황 속에서, 한국 교회와 신학은 전근대적인 타율적 권위주의나 근대적인 토대주의적 거대담론을 타파하면서 동시에 비토대주의적 다원주의나 폐쇄적 신앙주의를 극복하는 포스트 토대주의적 공적 신학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교회는 새로운 창조신학과 새로운 성경해석을 통해 신학적 사고와 신앙의 성숙을 추구해야 한다."

 

 

윤철호 박사(장신대 교수)의 주장이다.

 

윤철호 박사는 한국조직신학회(회장:이오갑 교수, 강서대)가 지난 9월 24일(토) 덕수교회(담임:김만준 목사)에서 개최한 '제17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 개회예배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 교회 신학적 과제'(막 13:28~30)라는 제목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숙 꾀하라

윤 박사는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 교회의 새로운 부흥과 양적 성장을 외치는 것은 시대의 징조를 올바로 읽지 못하는 것이다"라며 한국 교회 과제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숙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교회의 질적 성숙은 교회의 신학적 성숙으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신학적 사고 능력이 매우 빈약하다"라며 질적 성숙을 위한 두 가지 과제를 제시했는데, 새로운 창조신학 수립과 새로운 성경해석의 추구다.

 

첫째, 새로운 창조신학이 필요하다

윤 박사는 "오늘날 우리는 '빅 히스토리'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우주 빅뱅에서부터 현재까지 우주와 지구와 인류의 역사를 아우르는 거대사의 현장에 있다는 것이다. 천문학, 물리학, 지질학, 생물학, 인류학, 역사학 등의 모든 학문을 융합하는 포괄적 학문을 수립하고자 시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박사는 "신학은 이와 같은 ‘빅 히스토리’ 시대의 과학과 대화를 통해 과학시대의 기독교 자연신학, 즉 창조신학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라며 "빅 히스토리는 곧 역동적인 진화론적 역사를 의미한다. 인간만이 역사적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우주 전체가 역사적 실재다. 따라서 오늘날 기독교 창조신학은 과학의 진화론적인 세계관과의 대화를 피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진화, 창조와 모순되지 않다

하지만 아직 한국 교회 안에서 진화론은 유물론이고 무신론이라는 오해가 팽배하다고 지적한 윤 박사는 "현재 창조론과 진화론은 상호배타적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일반 교인이나 목회자들만이 아니라 많은 신학자가 창조와 진화를 양자택일적인 것으로 여긴다"라며 "물론 진화론이 도킨스 같은 유물론적 무신론의 전유물처럼 이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진화론은 본유적으로 유물론적 무신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즉, 진화라는 과학적 언어는 창조라는 신학적 언어와 결코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박사는 "진화냐 창조냐 하는 양자택일적 물음은 잘못된 것이다"라며 "물론 모든 과학이론이 그렇듯이 진화론은 우주와 생명의 역사적 과정을 밝히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나님의 창조적 역사는 어떤 법칙 안에 갇히지 않는 자유 안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이것은 자연법칙에 관한 과학이론이 전적으로 틀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자연법칙 자체가 하나님께서 만드신 창조질서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국 교회는 진화론을 포함한 오늘날의 과학과의 열린 대화를 통해 과학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창조신학을 수립함으로써 신학적 사고와 신앙의 성숙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둘째, 새로운 성서해석 필요하다

윤 박사는 한국 교회의 질적 성숙을 위한 두 번째 과제는 성서해석의 문제와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교회는 여전히 전근대적인 문자주의적 성서해석에 지배되고 있다. 교인들은 성서를 무시간적이고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목회자들도 다르지 않다"라며 "물론 문자적 해석은 성서해석의 기초다. 하지만 문자적 해석은 성서의 역사성과 해석자의 역사성의 차이로 인한 지평의 괴리 문제를 극복하고 두 지평의 융합을 통한 이해를 구현하기 위한 해석학적 과제를 수행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즉, 근대 이전에는 지구 중심적인 천동설이 지배했기 때문에 창세기에 나타난 창조 이야기와 인간의 계보를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성서해석에 의해 하나님이 세계를 수천 년 전에 엿새 동안에 만들었다는 생각이 도전을 받지 않았는데,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천동설이 무너지고 근대 이후 과학이 발전한 상황 속에서 무시간적인 문자주의적 성서해석에 의존해서 젊은 지구론을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오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박사는 "시대착오적인 성서해석의 문제는 이들이 산정해낸 아담의 시기가 이미 중동지방에 상당한 정도의 청동기 도시 문명이 발달한 시기였다는 점이며, 따라서 오히려 아담이 모든 인류의 조상이라는 주장이 신빙성 없음을 드러낸다는 사실이다"라며 "한국 교회는 이와 같은 전근대적인 문자주의적 성서해석에서 못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젊은 지구론을 주장하는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교회와 교인들이 적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윤 박사는 창조과학을 믿는 이들의 경우 지구의 나이를 6,000년으로 보는데, 이는 근본주의적인 문자주의적 성서해석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우리는 창세기 저자들이 그들 시대의 제한된 자연 지식 안에서 쓴 창조 이야기를 현대적 의미의 과학적 설명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고대의 세계관 안에서 기록된 성서의 창조 이야기로부터 오늘날의 과학의 생물학적, 지질학적, 천문학적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듣고자 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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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과학에 의해 뒤집히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님이 온 세계를 창조하시고 주관하신다는 성서 저자들과 기독교인의 믿음은 현대과학에 의해 뒤집히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현대과학은 기독교 신앙에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성서의 저자들은 하나님이 모든 자연 과정을 주관하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떻게 자연 과정을 통해 일하시는지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부족했다. 예컨대, 그들은 하나님이 어떻게 낮과 밤과 계절을 만드시고 동식물을 자라게 하시는지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성서와 과학은 상호보완적이다

이어 윤 박사는 "현대과학은 하나님이 어떻게 낮과 밤과 계절을 만드시고 동식물을 자라게 하시는지를 태양계 안에서의 지구의 자전과 공전, 그리고 생물학적·화학적 과정 등의 자연법칙을 통해 설명해 줄 수 있다"라며 "성서의 언어와 과학의 언어, 창조와 진화는 양자택일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윤 박사는 "성서의 언어는 창조의 방법과 메커니즘을 알지 못하는 반면, 과학의 언어는 창조의 목적과 의미를 알지 못한다"라며 "성서의 목적론적 세계관과 과학의 인과적 세계관은 상호보완적인 관계 안에서 열린 대화를 통한 공명의 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 따라서 고대 바빌로니아 문명의 세계관 안에서 그 당시의 언어로 표현된 구약성서의 창조신앙은 진화론을 포함한 오늘의 과학적 세계관과 언어 안에서 새롭게 이해되고 표현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폐쇄적 집단에서 벗어나자

한국 교회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교회 자신이 만든 울타리에 갇혀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는 폐쇄적인 모습이라면서 사회적 소통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특히 윤 박사는 "오늘날 모든 지역적 맥락을 상대화시키는 전 지구적 시민사회의 출현은 보다 보편적인 공공성에 대한 책임의식을 요구한다"라며 "근본주의적 성서 문자주의에 빠져 폐쇄적인 울타리 안에 게토화된 교회의 신앙주의는 또 하나의 상대주의적 다원주의 형태에 불과할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탈근대적인 다원적 상황 속에서, 한국 교회와 신학은 전근대적인 타율적 권위주의나 근대적인 토대주의적 거대담론을 타파하면서 동시에 비토대주의적 다원주의나 폐쇄적 신앙주의를 극복하는 포스트 토대주의적 공적 신학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제17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는 <뉴노멀 시대의 교회와 신학>을 주제로 손화철 박사(한동대 교수)가 '뉴노멀 시대의 한국 교회와 신학'이라는 제목으로 주제강연을 했다.

 

또한 이날 뉴노멀 시대의 신학, 뉴노멀 시대의 교회, 뉴노멀 시대의 인간, 뉴노멀 시대의 종교철학, 뉴노멀 시대의 주요쟁점 등 5개 분과로 나눠 13개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발표된 연구논문은 아래와 같다.

 

<1분과> 뉴노멀 시대의 신학

1. 팬데믹과 함께 도래한 뉴노멀 시대에 논하는 21세기 기독교의 과제: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생사교육 정착과 생사 공동체 회복 / 곽혜원 박사(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

2. 뉴노멀 시대의 기독교 신학: 순수이성을 넘어 역사이성으로 / 오승성 박사(한신대)

<2분과> 뉴노멀 시대의 교회

3. 교제 교회론에 대한 소고: Communio Sanctorum 중심으로 / 김선권 박사(장신대)

4. 그리스도와의 연합 사상 관점으로 본 교회의 본질론: 존 칼빈의 『기독교 강요』 분석을 중심으로 / 최성렬 박사(호주 Alphacrucis College)

<3분과> 뉴노멀 시대의 인간

5. 미래 인간론의 ‘탈(De)’ 성격과 기독교 인간 이해의 모색: 탈-주체중심 으로서의 타자윤리학, 탈-남성중심으로서의 에코페미니즘, 그리고 탈-인간중심주의로서의 포스트휴머니즘 인간 이해와 관련하여 / 이관표 박사(한세대)

6. 신학적 주체에 대한 이해: 자크 라캉의 인간 이해에 대한 신학적 비판을 중심으로 / 황돈형 박사(서울중앙신학교)

7. 관계적 인간에 대한 신학의 존재론적 이해와 실천성 고찰: 토마스 토렌스(Thomas Torrance)의 ‘그리스도의 대리적 인성(the vicarious humanity of Christ)’ 개념을 중심으로 / 김학봉 박사(아신대)

<4분과> 뉴노멀 시대의 종교철학

8. 앙살디 꼬스(Ansaldi-Causse)에 따른 ‘Fides-Théologie- Ecritures’의 연결에 관한 논의 / 강응섭 박사(예영대학원대)

9. 판넨베르크의 신정론 / 박영식 박사(서울신대)

10. 멘델스존의 범신론 논쟁과 근대의 이성주의 위기 / 이정환 박사(한세대)

<5분과> 뉴노멀 시대의 주요쟁점

11. 감정의 신학: 사랑과 혐오의 접속관계 / 박일준 박사(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12. 동물연구(Animal Studies) 시대에서 기독교 신학의 길 찾기 / 이성호 박사(연세대)

13. 뉴노멀 시대의 지평에서 ‘성화’ 중심의 기독교 영성에 관한 소고 / 한상민 박사(서울한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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