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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성경과 신학

[그때 그 기사-4] 다말과 사마리아 여인은 과연 음란했는가?

by 데오스앤로고스 2021.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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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그때 그 기사] '코로나 19' 팬데믹은 현재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주된 문제이며, 최고의 관심사다. 목회 현장도 당연히 예외는 아니다. 그러다보니 한국 신학계의 주된 논의 주제도 '코로나 19'다. 코로나 19로 한국 교회 목회현장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그에 따른 목회적 방향성을 어떻게 제시해야 하는지 등 코로나 19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현 시대 목회적 상황에 매우 적절하면서도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슈지만 한국 교회 목회 현장을 위해 보다 다양한 신학적 논의의 필요성에 대한 아쉬움도 든다. 이에 본지는 '그때 그 기사'라는 특집 코너를 통해 코로나 19 전에 신학계의 주된 논의가 무엇이었는지,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어떤 내용에 관심을 가졌는지 본지의 기사 중 독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던 내용을 다시 게재함으로써 '그 때 그 묵상'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 <편집자 주>

 

다말과 사마리아 여인
과연 음란한 여인이었을까?

 

“시아버지와 동침을 시도했던 다말과 다섯 명의 남편이 있었다는 사마리아 여인의 정체성은 비평주의나 복음주의 견해 등 서로 다른 신학적 입장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하고 음란한 여인 또는 비윤리적인 타락한 여인 등으로 지나치게 해석되어 왔다. 하지만 시아버지 유다에게 접근해 동침한 다말의 행위는 장차 모세 언약으로 완성될 계대 결혼의 시행이었으며, 또한 다섯 명의 남편이 있었다고 지적 받은 사마리아 여인도 모세 언약으로 완성된 계대 결혼 제도에 순종하며 살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김두석 박사)

 

 

다말, 사마리아 여인

'비윤리적 잣대'의 희생자

 

'계대 결혼' 사회법 따른

신실한 여인이란 재해석 가능

 

 

개혁신학회 연구논문집인 '개혁논총' 제10권(2008년)에 '유다와 다말의 동침 사건 및 사마리아 여인의 다섯 남편에 관한 이해:모세의 언약과 계대 결혼 제도를 중심으로'라는 연구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은 당시 칼빈대 교수였던 김두석 박사가 창세기 38장에 등장하는 다말과 요한복음 4장에 등장하는 사마리아 여인도 하나님의 말씀에 절대 순종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던 여인들이었다는 전제 아래 두 여인의 삶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해석을 했다. 

 

2015년 12월 본지는 해당 학회 과거 연구논문집을 살펴보는 중 이 주제가 흥미로워 김두석 박사의 연구논문의 주요 내용을 기사로 정리한 바 있다. 지금 <특집: 그때 그 기사>를 통해 다시 그 내용을 게재해본다.

 

* 이 글은 목회 현장에 직접적으로 소개되진 않았지만 교회를 사랑하는 신학자들의 깊은 고민과 애정이 담긴 매우 가치 있는 소중한 연구 결과물이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많이 읽혀지기를 소망하면서 본지 독자들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일부 정리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연구자료를 참고하면 된다. 

김두석, “유다와 다말의 동침 사건 및 사마리아 여인의 다섯 남편에 관한 이해:모세의 언약과 계대 결혼 제도를 중심으로”, 개혁논총, 제10권, 2008.

 

 


 

2015년 12월 11일 기사

 

“유다와 다말의 동침 사건 및 사마리아 여인의 다섯 남편에 관한 이해"

 

- 모세의 언약과 계대 결혼 제도를 중심으로(김두석 박사)

 

다말과 사마리아 여인을 모세 언약인 계대 결혼을 전제로 이해한다면 비윤리적이거나 성적 타락의 내용과 같은 이전 해석과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전제’는 성경 해석의 기본이 되는 중요한 요소로서 성경관, 해석학, 학문 및 신학적 입장의 차이 등을 포함하며 성경 본문에서 의미를 발견하려고 할 때, 이미 갖고 있는 지식과 함께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창세기 39장의 유다와 다말의 동침 사건 및 요한복음 4장의 사마리아 여인의 다섯 남편에 관한 본문도 성경 해석의 전제, 곧 성경관, 해석학, 학문의 적용 및 신학적 입장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유다와 다말의 동침 사건:창 38장) 칼빈을 비롯한 과거 개혁주의자들은 유다와의 동침을 시도한 다말의 행위를 성적 타락 혹은 범죄행위로 전제하고 해석한다. 칼빈의 이러한 해석의 영향을 받은 한국 교회 대다수 목회자들은 유다와의 동침을 시도한 다말을 성적 타락의 여인 또는 창녀로까지 매도하기도 한다.

 

 

개혁주의자, 복음주의자들

지나치게 '비윤리적'으로 해석

 

최근의 복음주의 학자들은 성경 본문을 소위 최종 형태라고 말하며 문예적 및 구조적인 방법으로 창세기 38장을 이해하려고 한다. 즉, 요셉의 생애를 통전적으로 기록한 본문 기록자는 창세기 39장의 요셉의 승리, 곧 성적 유혹을 물리친 요셉의 믿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성적 유혹에 실패한 유다의 이야기를 창세기 38장에 기록하는 문학적 양식을 도입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이러한 복음주의자들의 해석도 결과적으로는 보수주의자들 및 과거 비평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창세기 38장을 성적 타락의 사건 또는 비윤리적인 사건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과 똑같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복음주의자들이 쌓아놓은 학문적 결실은 성경 해석사에 큰 공헌을 해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발전하고 변천되는 성경 해석 방법론 및 신학은 역사 속에서 언제나 그 한계성을 드러냈음을 감안할 때, 유다와 다말의 동침 사건을 이해하는 이러한 복음주의 견해는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과거 개혁주의자들의 견해 및 최근의 복음주의자들의 일반적인 이해와는 달리 유다와 다말의 동침 사건에 관한 본문은 모세의 언약인 계대 결혼을 전제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것은 본문을 윤리적 또는 문예적 방법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성경 전반에 흐르고 있는 언약의 구조 아래서 유다 가문의 결혼의 의미와 목적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계대 결혼'이란?

 

야곱의 아들 유다 가정의 결혼 풍습은 족장 시대에도 이미 하나님의 계시로서 계대 결혼이 시행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족장 시대의 결혼제도는 언약의 최종 요약인 모세 언약 아래서 계대 결혼으로 성문화됐다(신 25:5~10). 모세의 언약으로서 신명기의 계대 결혼 율법의 목적은 창조 당시의 결혼의 목적과 마찬가지로 후손을 남기는 것과 관련이 깊다.

 

아들을 낳지 못하고 남편이 죽었을 경우에도 홀로 된 아내는 다른 가문으로 시집가지 못했으며 남편의 친족들과 결혼해 죽은 남편의 후손을 낳아야 했다. 마침내 이 결혼 제도 아래 보아스와 룻의 결혼이 이루어졌고, 그 후손은 유다와 다윗을 거쳐 그리스도의 계보를 이루었다(룻 4:16~18). 이와 같이 최초의 결혼 제도와 여자의 후손 언약은 계대 결혼 속에서 후손 언약으로 존재했으며,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성취됐다. 그러므로 창세기 38장의 본문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신명기 25장의 결혼 제도, 곧 계대 결혼(Levirate Marriage)과 고엘(히브리어로, ‘기업 무를 자’ 즉 ‘되사는 자’라는 뜻) 사상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고엘의 신학적 의미는 그리스도와 관련된 메시아 호칭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대속적 죽음으로 성취됐다.

 

구약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구속자 또는 대속자로서의 고엘 사상은 계대 결혼 제도를 비롯해 토지 제도, 제사 제도 및 하나님의 호칭인 구속자 용어 등에 폭넓게 나타난다. 모세 언약으로서의 계대 결혼 제도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로 제정된 최초의 결혼 제도와 함께 후손을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민 이스라엘 민족에게 계시된 하나님의 명령이다.

 

# 창세기 38장에서의 다말

 

창세기 38장은 유다의 결혼으로 시작해 유다의 아들들의 결혼 및 유다와 다말과의 동침(계대 결혼)으로 끝나는 문장 구조를 이룬다. 유다의 장자 엘은 하나님의 눈에 악한 사람으로 드러나 죽임을 당했다. 결국 다말은 계대 결혼의 언약에 따라 유다의 둘째 아들인 오난과 동침한다. 유다가 둘째 아들 오난에게 형수와의 동침을 요구하는 있는 것은 당시 가나안의 타락한 성적 문화에 오염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족장 시대에 이미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계대 결혼에 근거한 의무 이행 명령이다.

 

이 계대 결혼의 의무와 권리에 다라 오난은 죽은 형의 아내 곧 형수와의 동침을 시도했으나 고의적으로 형수의 몸 밖에 사정(射精)해 버렸다. 하나님은 오난의 이러한 행위를 악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를 죽이셨다. 하나님 편에서 보는 오난의 죄악은 하나님의 계시(말씀)인 계대 결혼 제도에 대한 불순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칼빈은 오난의 악행을 윤리적으로 해석한다. 즉, 오난은 죽은 형에게 돌아가는 명예를 시기해 타인에게도 주는 자식을 자기 형에게는 주지 않으려는 의도 아래 가족 구성원 사이의 비윤리적이며 야만적인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마침내 유다 가문의 고엘의 의무는 셋째 아들 셀라에게로 넘어갔다. 그러나 유다는 셀라가 그의 두 아들처럼 죽임을 당할까 두려워 며느리 다말을 친정으로 보내버렸다. 시아버지 유다의 요구대로 다말은 친정에 가서 과부의 옷을 입고 살았다. 유다 가문의 후손을 낳아야 할 결혼한 여성이며 유다 가문에 속한 사람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셀라가 장성했지만 유다는 다말과 셀라와의 동침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칼빈은 유다가 아들들의 죽음에 대한 원인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며느리 다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부당한 학대를 저질렀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유다가 다말을 친정에 보냄으로써 셀라와의 동침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다말의 계대 결혼 권리 및 셀라의 계대 결혼 의무를 박탈하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셀라와의 계대 결혼에 실패한 다말은 유다 가문의 계대 결혼 순서에 따라 셀라 다음의 동침할 대상 곧 고엘을 기다려야 했다. 본문 기록자는 특별히 유다의 아내가 죽었음을 기록함으로써 유다의 가문에서는 더 이상 다말의 남편 될 아들이 태어날 수 없게 됐음을 의도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는 얼마 후 다말이 왜 시아버지 유다와의 동침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다말은 시아버지 유다가 자신과 동침할 수 있는 유일한 자격자(고엘)이 됬음을 알았다. 하지만 시아버지인 유다에게 동침을 요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창녀로 변장하고 시아버지 유다에게 몰래 접근했다. 다말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 칼빈은 시아버지에게 속은 다말의 복수라고 말했다. 또한 다말이 정숙하지 못한 야비한 계획 아래서 간음보다 더한 극히 악한 죄, 곧 근친상간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이해했다. 이러한 칼빈의 해석은 많은 복음주의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까지도 창세기 38장의 다말을 창녀 또는 부정한 여인 등으로 비난받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유다에게 접근한 다말의 행위는, 자신을 창녀로 보이게 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아버지 유다에게 자신과의 동침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계대 결혼 준비라고 할 수 있다.

 

시아버지 유다는 창녀로 변장한 며느리 다말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말의 요구대로 도장과 끈과 지팡이를 주고 동침했다. 다말이 요구한 이러한 담보물은 유다의 신분 표시였다. 이는 후에 자신이 오해를 받아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을 미리 고려해 그 때를 대비한 것이다. 이 세 가지 담보물은 사실상 유다와 다말와의 계대 결혼 증명서인 셈이다. 유다와 다말과의 동침은 비록 유다가 며느리 다말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동침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계대 결혼이라는 하나님의 계시로 억지로라도 순종한 결과가 됐다.

 

동침 후 석 달이 지났을 때 다말의 임신 사실이 유다에게 알려졌다(24~26절). 유다는 당시 사법권을 가진 자로서 다말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다른 남자와 행음한 결과 임신한 것으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다말은 유다에게 담보물로 갖고 있었던 도장과 끈과 지팡이를 보여줬다. 유다는 “그(그녀)는 나보다 옳도다”(26절)라고 말했다. 칼빈은 이러한 유다의 표현은 엄밀히 말해 적절하지 않다고 해석했다. 그 이유는 유다가 다말의 행위를 자신의 행위와 비교해서 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유다가 자신의 행위보다 다말의 행위가 더 옳다고 말한 것은 유다가 진정으로 회개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했다.

 

 

'계대결혼'도 하나님의 규례

 

족장 시대에 하나님의 계시로 주어진 계대 결혼 제도는 후손이 없는 형제와 친족들에게 후손을 이어주는 하나님의 언약, 곧 그들의 자손이 번성하도록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약속에 의한 정당한 규례였다. 며느리 다말은 지혜롭게 유다에게 접근했다. 이것은 시어머니 나오미의 계획에 따라 며느리 룻이 기업 무를 자인 보아스에게 접근하는 계대 결혼 준비와 상응한다. 결국 다말은 죽음을 면하게 됐다.

 

다말은 하나님의 계시(말씀)에 순종한 평범한 믿음의 여인이며 의로운 여인이었다. 그녀의 행동은 매우 지혜로웠고, 그녀의 믿음은 하나님의 말씀에 죽기까지 순종하는 의로움으로 드러났다. 계대 결혼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죽음이 뒤따르는 위험도 감수한 그녀의 믿음의 행동은 유다보다 더 옳다. 의로운 여인 다말은 메시아의 계보에 오르는 거룩한 여인들 중의 하나가 됐다.

 

다말은 쌍둥이를 잉태했고, 마침내 해산했다. 이렇게 태어난 베레스는 룻과 계대 결혼할 보아스를 낳고 보아스는 오벳을 낳고 오벳은 이새를 낳고 이새는 다윗 왕을 낳았다. 창세기 38장은 유다와 다말의 동침 사건은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계대 결혼 제도가 의로운 여인 다말을 통해 역사 속에서 실제로 시행됐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창세기 37장부터 50장까지의 긴 역사는 야곱과 그의 아들들 곧 유다와 요셉을 통한 하나님의 언약과 성취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여자의 후손 계약, 곧 메시아 언약은 유다를 통해 성취됨을 알리기 위한 성령 하나님의 간섭 아래 기록자가 의도적으로 창세기 38장에 유다와 그 며느리 다말과의 동침 사건을 긴급히 배열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사마리아 여인의 다섯 남편(요 4:16~18)

 

예수님과 대화하며 남편이 없다는 그녀의 말에 주님께서는 과거에 다섯 명의 남편이 있었으나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남자도 정식 남편이 아니기 때문에 남편이 없다는 그녀의 말이 옳다고 인정해 주셨다. 칼빈은 이 여인을 다섯 번이나 이혼할 수밖에 없었던 방탕한 여인으로 이해했다. 오늘날 성경을 읽는 일반 독자들은 물론 대부분의 한국 교회 목회자들은 이 여인을 정숙하지 못한 여자 또는 비천한 여인 등으로 이해하고 있다.

 

또한 거의 대부분 주석이나 강해서 및 설교집 등에는 요한복음 4장의 사마리아 여인이 다섯 번이나 결혼에 실패한 여자 또는 죄인으로 해석되어 있다. 이처럼 목회자들뿐만 아니라 일부 신학자들조차도 요한복음 4장의 사마리아 여인의 삶을 부정적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교부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성경 해석가들은 사마리아 여인을 비천한 여인 또는 정숙하지 못한 여인으로 이해해왔다. 하지만 요한복음 4장의 내용은 사마리아 지역에 살고 있던 한 여인에게 모세의 율법인 계대 결혼이 시행되고 있었다는 전제 아래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과 함께 이해될 수 있다. 첫째, 사마리아 여인에게 남편 다섯이 있었으나 지금 있는 남자는 그녀의 남편이 아니라는 말씀을 꺼내신 주님의 의도는 무엇인가? 전통적인 해석이 보여주듯이 주님은 그녀의 잘못된 과거를 드러내려는 의도에서 그렇게 말씀하셨는가 아니면 그녀의 잘못된 윤리적 삶을 지적하시기 위해 그렇게 말씀하셨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러한 여인이 당시 모세의 율법 아래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를 먼저 설명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님 당시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은 사형 판결을 받기 위해 예수님 앞에 끌려왔기 때문이다(요 8:3~11). 이 여인은 예수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모세의 율법에 따라 증인들의 증언이 있은 후 돌에 맞아 죽었을 것이다.

 

 

요한은 이 사건을 통해 하나님의 자기 계시, 곧 메시아이신 자신을 드러내심으로써 죄인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주권 사역을 잘 보여 준다. 사마리아 여인의 과거를 지적하시는 주님의 의도는 그녀의 부정한 삶을 폭로하려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릿도의 자기 계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마리아 여인을 여전히 부정한 여인으로 해석하고 있는 대부분의 전통적인 해석 및 문예적인 해석 방법에는 부분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겸손하게 시인해야 한다는 학자들의 견해에도 겸손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마리아 여인에게 남편 다섯이 있었으나 지금 있는 자도 그녀의 남편이 아니라는 주님의 말씀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남편을 불러 오라는 주님의 말씀에 대해 칼빈은 사마리아 여인의 죄를 책망하심으로 그녀의 양심을 때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칼빈은 이 사마리아 여인을 양심이 무디어진 죄인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칼빈의 이러한 해석은 예수님 당시 부활에 관한 사두개인의 질문 내용과 비교할 때 적절치 않다. 사두개인들은 부활의 유무를 논할 때, 한 여인의 일곱 남편에 관한 내용으로 주님께 질문했었다(마 22:23~33). 이 질문의 배경은 예수님 당시에도 아직 시행되고 있었던 모세의 계대 결혼제도였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사마리아 여인도 모세의 율법에 따라 한 가문에 시집와서 후손을 남기기 위해 첫 번째 남편 이외에도 그 가문의 많은 남자들과 동침을 하거나 또는 남편으로 맞이해야 하는 계대 결혼제도 아래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지난날의 합법적인 결혼, 곧 모세 율법 언약인 계대 결혼제도 아래서 가문의 후손을 잇기 위해 다섯 번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셋째, 그렇다면 다섯 명의 남편이 있었던 사마리아 여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이 여인은 사마리아인들의 전통에 따라 그리심 산에서 예배를 드리며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던 예배자였다. 따라서 그녀에게 예수님은 자신이 참된 메시아임을 밝히셨다. 그 결과 그녀는 하나님이 찾으시는 예배자로 거듭났다.

 

야곱의 우물가에서 주님이 언급한 이 여인의 남편 다섯과 지금 있는 남자는 모세의 언약인 계대 결혼제도 아래서 첫 남편의 친족들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계대 결혼을 전제로 본문을 이해할 경우 주님을 만난 이 사마리아 여인의 정체성은 모세의 율법 아래서 계대 결혼 제도에 순종하며 그리심 산에서 예배를 드리고 메시아를 기다리며 살고 있었던 신실한 여자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녀는 참예배자를 찾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메시아, 곧 성자 하나님을 만남으로써 구원을 선물로 받았다.

 

 

하나님의 신성한 '결혼제도'

 

결혼 제도는 하나님의 창조목적을 이루는 신성한 제도다. 이 결혼 제도가 모세 언약 아래서 반드시 후손을 남기는 계대 결혼 제도로 점진되었다. 계대 결혼 제도 아래서 여자는 처음 결혼한 남편 가문에서 반드시 후손을 낳아주어야 했다. 남편이 죽었을 경우에도 여자는 가문에서 해방될 수 없었다. 이런 면에서 계대 결혼 제도 아래서 이혼은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이혼이 성립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후에 완악한 유대인들이 아내를 미워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게 됐다. 이 때 버림받은 여자가 다른 가문의 남자와 결혼하게 될 경우 두 남녀는 간음한 자들로 간주되어 처벌을 받게 된다. 이 폐단을 없애기 위해 모세는 여자에게 이혼 증서를 써서 그 손에 주고 시댁 가문에서 나가도록 허용해줬다(신 24:1~4). 이처럼 모세의 이혼증서 제도는 유대인 남자들의 악한 본성 때문에 파생된 것이다. 이 이혼증서는 아내된 여자를 버릴 때 그 가문에서 해방시켜 주는 일종의 자유인 선언증서였다.

 

계대 결혼제도 아래서 모세 시대의 이혼 증서는 완악한 유대 남자들에게 고통 받는 결혼한 여자들을 위한 차선책으로 허용된 자유인 증명서인 셈이다. 하지만 모세의 이혼증서 제도를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이혼과 연결시켜 설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왜냐하면 모세의 이혼증서는 계대 결혼의 의미 아래서만 이해될 수 있고 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 본문 해석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성경관, 신학적, 이해 및 성경 해석 방법론 등을 포함하는 ‘전제’다. 창세기 38장 및 요한복음 4장의 다양한 이해들은 학문적 접근 방법으로서 전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실례다.

 

시아버지 유다에게 접근해 동침한 다말의 행위는 장차 모세 언약으로 완성될 계대 결혼의 시행이었다. 또한 다섯 명의 남편이 있었다고 지적 받은 사마리아 여인도 모세 언약으로 완성된 계대 결혼 제도에 순종하며 살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 두 명의 여인은 하나님의 언약으로서 모세의 율법, 곧 계대 결혼이라는 당시의 사회법을 충실히 지키며 살던 신실한 여인들이었다.

 

다말과 유다의 동침 사건 및 사마리아 여인의 다섯 남편에 대한 본문은 구약신학의 주제인 언약의 유기적이며 점진적 구조 아래 계대 결혼을 ‘전제’로 재해석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김두석 박사의 연구논문 목차]

Ⅰ. 들어가는 말
Ⅱ. 유다와 다말의 동침 사건(창 38장)
Ⅲ. 사마리아 여인의 다섯 남편(요 4:16-18)
Ⅳ. 나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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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그 기사 링크

다말과 사마리아 여인은 ‘계대결혼’ 아래 ‘신실한 삶’ 추구 (tistory.com)

 

다말과 사마리아 여인은 ‘계대결혼’ 아래 ‘신실한 삶’ 추구

유다와 다말의 동침사건 및 사마리아 여인의 다섯 남편에 관한 이해 / 김두석 교수(칼빈대, 구약학) “시아버지와 동침을 시도했던 다말과 다섯 명의 남편이 있었다는 사마리아 여인의 정체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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