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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한 권의 신학

[책] 광장에 선 기독교: ‘공공의 선’ 추구하려면 신앙의 ‘기능장애’부터 극복하라

by 데오스앤로고스 2015.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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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선 기독교 / 미로슬라브 볼프 / IVP / 13,000원

 

* 2014년 5월 9일 기사

 

 

오늘날 공공영역에서 종교의 역할에 관한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기독교적 입장에서 본다면 교회의 사회적 책임, 곧 ‘공적신앙’이다.

 


이만열 박사(숙명여대 명예교수)는 “기독교는 다른 신앙인들과 더불어 공공의 영역에서 인간 삶의 번영이라는 공동선을 실현해야 하는 예언자적 종교로서의 사명을 안고 있다”며 “기독교는 다른 종교와 차별성을 두더라도 복음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공적인 영역에서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할지 숙고하게 만들어주는 책이 나왔다. 바로 ‘광장에 선 기독교’(미로슬라브 볼프 저, IVP)다.

이 책은 우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공공선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지 숙고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써 기독교가 초래한 잘못된 결과들에 대한 현상을 ‘기능장애’라고 명명하고, 기독교 신앙의 기능장애를 전반적으로 성찰한다.

 

 

또한 예언자적 종교로서의 기독교 신앙의 회복을 위한 작업과 비전에 집중한다. 저자에 의하면 기독교 신앙의 회복을 위한 작업은 하나님에 대한 이해와 인간의 번영을 적절하게 이해하는데 있다.

저자 볼프는 종교가 가진 절대적 신앙을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신앙인들이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건강하게 기여할 수 있는지, 특히 기독교 신앙의 공공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제자도의 맥락에서 답변해주기 위해 우선 세 가지의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첫째, 기독교 신앙은 오늘날의 세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기능장애를 일으키며 우리는 이러한 기능장애에 대해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

둘째,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은 오늘날 세계에서 잘 살기 위해 어떤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셋째,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은 오늘날의 세계에서 잘 살고자 하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같은 국가의 지붕 아래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 신앙의 기능 장애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기독교의 ‘기능장애’, 곧 기독교가 초래한 잘못된 결과들은 무엇일까? 볼프는 ‘상승 기능장애’와 ‘회귀 기능장애’로 나누어 설명한다. 상승 기능장애의 경우에는 하나님으로부터 메시지를 받는 과정에 장애가 생기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바로 ‘기능 축소’와 ‘우상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는 “상승 기능장애는 우선 신앙의 기능 축소라는 형태로 일어난다면 이는 예언자적 종교의 수행자가 하나님과의 만남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한 믿음을 잃음으로써 겉으로 보기에 종교적 언어를 사용해 전망하고, 실천하지만 실상은 그 내용과 추진하는 방법이 신앙의 핵심에 근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신앙의 핵심과 필연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때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신앙은 상승해야 하지만 상승은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상승을 위장해 하나님의 이름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척하면서 신앙과 상관없이 이미 정해놓은 목적을 추구한다. 소위 이러한 ‘예언자’(지도자)들은 하나님을 존중하지 않으며 단지 하나님이 대중에게 갖는 권위를 이용한다. 하나님을 종교적 언어의 한 기능으로 축소시키는 것이다.

 

 

‘우상으로 대체하는 것’도 문제다. 볼프는 “기독교 신앙의 상당한 부분은 하나님의 뜻을 적절히 찾아내고 분별하는데 달려 있지만 하나님의 실재를 차단해 버리고 그 대신 자신들이 만들어 낸 이미지를 그 자리에 갖다 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마치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금송아지로 대체했듯이 말이다.

이와 같은 ‘상승 기능장애’는 동시에 ‘회귀 기능장애’로 발전한다. 회기 기능장애의 첫 번째 현상은 신앙의 나태함이다.

볼프는 말한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수행하도록 사람들을 격려하는 대신 나태한 신앙은 마치 얼음구덩이에 빠진 타이어처럼 한 자리에서 헛돈다. 왜 신앙이 나태해지는가? 첫째, 신앙인의 인격과 관련된다. 어떤 사람들은 신앙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보기 때문에 카페테리아에서 달콤한 후식은 골라 담지만 브로콜리나 생선은 손대지 않는 사람들처럼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골라 담는다. 둘째, 신앙인들은 크고 작은 체제 안에 갇혀서 살아간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 속에서 생존하고 성공하려면 신앙의 요구사항보다는 체제의 규칙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신앙이 나태해지는 이유는 신앙 자체와 관련이 있다. 새로운 상황에 신앙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거나 핵무기 또는 신경 과학의 발전과 같은 오늘날의 문제에 신앙을 적합하지 않은 준거로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나태함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네 가지의 바른 신앙 안에서 우리의 일을 잘 해나가면 된다고 볼프는 말한다.

“①하나님은 우리에게 복을 주시고 우리는 일터에서 성공한다. ②하나님은 우리를 구원하셔서 우리로 하여금 실패에 의해 무너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행복을 얻게 하신다. ③하나님은 우리가 도덕적으로 책임감 있고 탁월한 방법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도하신다. ④하나님은 우리의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개인과 공동체를 위한 우리의 수고를 통해 세상을 창조하고 구원하고 완성하는 사역을 행하신다.”

볼프는 회기 기능장애의 두 번째 현상으로 ‘신앙의 강요’를 지적한다. 이 경우에 신앙은 나태하다기보다 지나치게 적극적이어서 원하는 않는 사람들마저 강제적으로 복종시킨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기독교 전통은 회기 기능장애의 두 극단을 오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나태함을 극복하고자 신앙을 강요하거나, 강요하지 않으려다 나태해진다.

하지만 볼프는 “기독교 신앙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강요하거나 나태해질 수 없다”고 말한다.

“예언자적 종교로서 기독교 신앙은 가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상에 참여해 우리의 노고를 축복하고, 우리의 실패를 위로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도덕적인 지침이 되어 주며, 우리의 삶과 활동을 지지하는 의미의 체계를 제공해 준다. 세상에 참여하기 위해 그리스도인은 다음 한 가지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과 인간 번영의 비전 간의 관계다.”

 

 

 

#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하나님과 인간 번영의 관계에 볼프는 성경에 나오는 두 가지 핵심 구절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요일 4:8). 그리고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눅 10:27)이다.

“신앙의 기능장애는 사랑의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데서 온다. 상승의 기능장애는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우리는 우리의 이익, 우리의 목적, 우리의 프로젝트를 사랑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하나님과 관련된 언어를 쓰는 것 뿐이다. 이것을 ‘기능적 축소’라고 할 수 있다. 또는 하나님이 아닌 것을 하나님으로 사랑하기도 한다. 이것은 ‘우상으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회기의 기능장애는 우리가 이웃이나 우리 자신을 올바로 사랑하지 않을 때, 즉, 신앙이 활력을 주거나 안정을 제공하긴 하지만 이웃에게 유익을 주는 삶을 형성하지 못하거나 우리의 신앙을 이웃의 생각과 상관없이 강요하게 될 때 일어난다.”

볼프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참여하는 신앙, 행동하는 신앙, 즉 ‘공적신앙’의 출발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그리스도인이 당면한 도전은 궁극적으로 매우 단순하다”며 “신앙의 기능장애를 피하고 인간의 번영을 하나님과 긍정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하나님과 이웃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단순해 보이지만 이 도전은 실로 복잡하고 어렵다고 볼프는 말한다. 그리고 세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우리가 오늘날 직면하는 구체적인 문제 속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인간의 번영과 연결돼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빈곤, 환경악화, 생명윤리, 국제관계, 섹스, 정치 등 우리를 둘러싼 문제는 무궁무진하다. 하나님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이해와 인간 번영에 대한 비전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그 이해나 비전은 모호하고 무기력한 상태로 남아있게 되고, 우리가 실제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영향을 주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는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인간의 번영을 위한 열쇠라는 주장을 실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실 비신앙인에게 하나님과 인간의 번영이 연결될 수 있음을 납득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셋째,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어려운 도전은 하나님이 인간의 번영에 필수적이라고 믿는 것이다.”

볼프는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도전”이라며 “신학자, 성직자, 목회자 그리고 평신도로서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게 하실 수 있는 사랑의 하나님의 임재하심과 일하심이 우리의 희망이자 세상의 희망이며, 그래서 종국적으로 우리가 믿는 하나님만이 한 인간을, 한 문화를, 그리고 하나뿐인 지구 위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번영하게 하는 비밀이라고 진정으로 믿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참여하는 신앙, 행동하는 신앙, 공적 신앙이다. 따라서 세상을 고치기 위해, 인간의 번영을 위해, 그리고 공공선을 위해 기독교는 세상에 참여해야 한다. 기독교 정체성을 말과 행동을 통해 세상 속으로 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장에 선 기독교’ 제2부에서 비그리스도인에 대한 증언과 정치에의 참여를 중심으로 공적신앙에 대해 설명한 볼프는 “오늘날 다종교적이고 다원적인 사회에서 하나의 종교만 인정하고, 모든 종교를 억압하거나 아니면 모든 종교를 억압하는 세속주의, 이 두 가지 대안밖에 없지만 어떤 경우든 분명히 정당하지 않다”며 “사회적 다원주의를 옹호하는 신앙은 공공 생활에서 다양한 목소리 중 하나로 존재하면서 인간의 번영에 대한 자신들의 비전을 추구해야 하며, 그렇게 해서 공공의 선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공동의 사명이란 현대 문화 속에서 즐거움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강력한 추진력이 사랑을 즐거워하는 것으로 대체되어야 진정으로 인간이 번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라며 “각각의 종교는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 있지만 ‘인생에서 선이라고 부리는 것을 무엇이 가치있게 만드는가’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 내야 한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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