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신대, '종교개혁 정신과 AI 시대의 실천신학' 주제로 가을학술제 개최
예배, 목회, 윤리, 인문학, 선교, 인간이해 등에서 AI 활용 방법 및 의미 논의
오늘날 ChatGPT 등과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언어, 이미지, 음악, 영상 등 인간의 지적·창조적 활동 전반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의료·교육·예술을 넘어 인문학과 종교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교회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인공지능은 이미 성경 본문을 분석하고, 설교 개요와 기도문을 작성하며, 찬송 가사를 짓고 예배 순서를 구성할 수 있는 기술적 수준에 이르렀다. 따라서 사역자의 인공지능(AI) 활용능력은 이제 단순한 지혜로움을 넘어 탁월한 목회 능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흥미로운 질문을 할 수 있다. 즉, 인공지능이 아름다운 기도문이나 설교를 만들어냈다면, 그것을 진정한 기도나 설교라 부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나아가 모든 예배 요소를 엮어 완성된 예전문을 만들 수 있다면, 인공지능은 실제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존재로 여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박종환 박사, <인공지능 시대의 예배> 연구발표에서 예배의 본질 탐구
"인공지능은 과연 예배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이 만든 설교, 기도문, 찬양을 어떻게 바라볼까?"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정성진 목사, 이하 실천신대)가 지난 10월 26일(월) 경기도에 위치한 이천은광교회 비전센터에서 <종교개혁 정신과 AI 시대의 실천신학>을 주제로 개최한 '2026년 가을 학술제 및 공개세미나'에서 10여 명의 발제자 가운데 박종환 박사(실천신대 교수/예배학)는 인공지능 시대의 예배가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던지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는지 흥미로운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AI는 예배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 시대의 예배>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발표를 시작한 박종환 박사는 "인공지능은 이미 성경 본문을 분석하고, 설교 개요와 기도문을 작성하며, 찬송 가사를 짓고 예배 순서를 구성할 수 있는 기술적 수준에 이르렀다"라며 "오늘날 인공지능이 만드는 설교문을 설교라고 할 수 있는지, 인공지능이 만든 기도문을 기도라고 할 수 있는지, 인공지능이 만든 찬양을 찬양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인공지능이 예배문을 만드는 것을 넘어 실제로 예배드릴 수 있는 존재인지 등 흥미로운 질문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박사는 이와 같은 질문은 단순한 인공지능의 발전과 기술적 능력을 묻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예배를 도대체 무엇이라고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인간론적, 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즉, 만약 예배를 잘 구성된 언어와 음악, 감동적인 기도의 조합으로 본다면 미래의 AI가 인간보다 더 정교한 콘텐츠를 생산할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것. 그러나 기독교 예배는 단순한 종교적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가 아닌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사건이자, 공동체를 몸과 시간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 이야기로 초대하는 관계적, 수행적 사건이다. 따라서 종교적 언어를 생성하는 능력과 예배하는 능력 사이에는 분명한 신학적 구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박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특별함을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능력'에서 찾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인공지능 시대에 예배가 감당해야 할 몫은, 인간을 하나님 앞에서 응답하고 기억하며 기다리고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형성해 가는 데 있다"
인공지능, 예배 안에 어떻게 들어왔는가?
인공지능이 제공한 "효율성" - 예배 평가의 잣대로
"예배가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은?"
박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교회는 역사적으로 인쇄술, 마이크, 음향, 인터넷과 스트리밍 기술 등 새로운 매체를 끊임없이 수용해 왔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이전의 매체들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기존 기술이 이미 존재하는 콘텐츠를 증폭, 전달하는 데 머물렀다면, 생성형 AI는 콘텐츠 자체의 생산과 선택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이제 AI는 교회 장비 목록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거대한 ‘환경(environment)’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가장 직접적인 가치는 효율성이다. 목회와 예배 기획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이점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박 박사는 "목회자는 과거 몇 시간씩 걸려 찾아야 했던 자료를 순식간에 정리해 낼 수 있고, 예배기획자는 수많은 예전문과 기도문을 빠르게 비교하며 새로운 초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음악과 이미지, 자막, 번역, 영상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 역시 크게 줄어들 수 있다"라며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지점은, 이 효율성이라는 기준이 어느새 예배까지도 평가하는 궁극적 잣대로 자리를 잡아간다는 데 있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의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효율이 예배를 평가하는 궁극적 잣대로 자리 잡을 때 문제는 시작된다. 기술문화는 “더 빠르게,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적은 비용으로, 더 개인화하여” 전달할 것을 요구하는데, 예배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아래의 질문들이다.
우리는 누구를 예배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는가?
우리는 누구와 함께 서 있는가?
박 박사는 "기술은 효율성을 추구하지만, 예배의 궁극적 목적은 효율성에 있지 않다. 기술은 개인화를 추구하지만, 예배는 공동체를 형성해 간다. 기술은 예측과 통제의 범위를 계속 넓혀가지만, 신앙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며 인간이 자신의 궁극적 미래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한다"라고 강조했다.
예배는 생산이 아니라 응답이다
무엇보다 박 박사는 "인공지능 시대의 예배를 논하려면 먼저 예배가 신학적으로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부터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기독교 예배는 인간이 하나님을 향해 종교적 경험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행위만이 아니다. 예배의 출발점에는 언제나 하나님의 선행하는 행동이 먼저 자리 잡고 있다.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부르시고, 말씀하시고, 구원하시며 자신을 인간에게 내어주신다. 인간의 예배는 바로 이 하나님의 행동에 대한 응답인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아무리 좋은 예배문, 설교문, 기도문, 찬양 등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해도, 인공지능이 예배 자체를 스스로 생성하거나 주재하는 주체가 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의 능력을 무조건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즉, 인공지능 시대의 예배신학은 기술과 신앙을 맞세우는 대립이 아니라, 그 가치의 차이를 조율하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예배학, 무엇에 집중할까?
"몸, 기억, 시간, 하나님의 형상" 네 가지 주제 조명
특히 박종환 박사는 인공지능 시대의 예배를 몸, 기억, 시간, 하나님의 형상 등 네 가지 차원으로 나눠 집중 조명했다. 그의 중요한 발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몸(Embodiment): 정보 처리의 정신이 아닌, 신체적 실천
근대 이후 신앙을 정신적 활동으로 국한하려는 경향이 있었으나, 예배는 본질적으로 ‘몸’으로 드리는 행위이다. 예배를 위해 몸을 특정한 장소로 옮기고, 서고, 무릎을 꿇고, 성찬의 빵과 잔을 직접 받아 먹는 행위 등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몸의 행위 그 자체가 신앙을 훈련하고 형성해 간다.
온라인 예배나 디지털 환경이 우리의 주의와 신체적 반응 방식을 ‘즉각적이고 가벼운 소비’로 길들일 때, 예배는 인간에게 머무르라고, 함께 있으라고,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타인과 공존하라고 요청하며 도전장을 던진다.
② 기억(Anamnesis): 데이터 검색이 아닌 참여의 아남네시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순식간에 검색해 낼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 예배의 기억은 단순한 정보 보존이나 데이터베이스 검색이 아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부활을 지금 여기로 현재화하고 그 이야기 속에 참여하는 아남네시스(anamnesis)다.
교회가 기억하는 공동체가 되는 것은 완벽한 기록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여 노래하고 기도하며 몸으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③ 시간: 속도의 문화에 맞서는 반복과 기다림의 윤리
AI와 알고리즘은 시간을 가속화하고 압축하여 인간을 ‘즉각적 반응과 현재 중심적 존재’로 만든다. 기다림은 오류나 불편함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성서와 교회력은 대림절과 사순절처럼 우리를 기다리게 만들고, 성금요일을 거쳐 부활에 이르는 예전적 리듬을 지닌다. 주일마다 반복되는 찬송과 기도, 성찬은 세상의 눈에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이 반복은 인간의 성품과 신앙을 빚어내는 거룩한 형성의 방식이다.
④ 하나님의 형상(Imago Dei): 지능이 아닌 관계와 응답
인간의 고유성을 ‘지능’이나 ‘이성’에서 찾으려 한다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 능력을 모방하거나 뛰어넘는 시대에 심각한 신학적 곤경에 빠지게 된다.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은 인간이 소유한 특정한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타자에 대한 책임을 지며 창조세계를 돌보도록 부름 받은 관계적 소명이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며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 예배는 바로 그 유한성을 고백하고, 하나님의 부름에 책임을 지며 응답하는(response-ability) 존재임을 확인하는 자리다.
인공지능 시대, 교회가 나아갈 길
"AI, 사용할 것인가? 사용하지 않을것인가?"에서
"AI 시대에도 예배는 하나님께 응답하는 존재로 형성하는가? 질문으로
박종환 박사는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인공지능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갈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놀랍게 받아들이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여러 기능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일상적인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설교 자료를 찾고, 예배문을 만들고, 찬송과 영상을 제작하며, 신학적 질문에 답하는 AI의 능력 역시 계속 발전해 갈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인공지능과 경쟁하며 인간의 우월성을 증명하려는 방식은 그다지 생산적인 대응이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교회는 “기계는 절대 이것을 할 수 없다”며 인간의 우월성을 증명하거나 방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이러한 행동은 생선적이지 않고, 소모적인 대응이 될 뿐이라는 주장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다움의 경계선을 계속 뒤로 밀어내야 하는 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
박 박사는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사용할 것인가, 사용하지 않을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훨씬 중요하다. AI를 사용하는 시대에도 우리의 예배는 인간을 하나님 앞에서 응답하는 존재로 형성하고 있는가? 예배는 인간을 더 빠르고 효율적인 종교 소비자로 만들어가고 있는가, 아니면 기억하고 기다리고 사랑하는 인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는가? 우리의 예배는 기술문화의 리듬을 그대로 복제하고 있는가, 아니면 다른 시간과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증언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인공지능이 교회에 던지는 질문
박 박사는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든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교회에게 '예배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든다. 그러므로 AI 시대에 교회가 감당해야 할 과제는 역설적으로 오히려 더욱 분명해진다. 더 많은 기술을 사용하는 예배가 아니라, 더 깊이 인간을 형성하는 예배가 필요하다. 더 화려한 종교 콘텐츠를 생산하는 예배가 아니라, 하나님과 타자와 세계에 책임 있게 응답하는 '더 깊은 인간 형성의 실천'으로의 예배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실천신대가 개최한 이번 가을학술제 및 공개세미나는 실천신대 총동문회(회장:박홍래 목사) 및 이천시기독교연합회가 공동주관했으며, 세뛰세 코리아가 후원했다. 26일 현장 세미나와 27일 온라인 세미나에 걸쳐 총 10편의 발표문이 소개됐다.
실천신대 총장 정성진 목사는 "목회자는 오늘날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답을 검토하면서 성도의 삶을 직접 듣고 해석하는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라며 "이번 공개 세미나는 이러한 물음을 구체적인 목회 현장과 연결한다. 종교개혁과 매체 변화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하여 예배, 교회 재정, 인간의 본질, 일상의 소명과 직업윤리로 논의를 넓힌다. 다음세대의 예배와 선교, 디지털 환경의 사역, 생명을 보듬는 AI 챗봇에 이르기까지 각 발표는 신학적 성찰이 실제 삶의 문제에 응답하도록 이끌 것이다. 서로 다른 연구와 경험이 만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판단의 기준도 더욱 선명해지기를 바란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발표된 발표문은 다음과 같다.
01 오늘의 루터 종교개혁 정신: AI 시대의 실천신학적 접근
김선영 박사(실천신대 교수/교회와 교육)
02 인공지능 시대의 예배
박종환 박사(실천신대 교수/예배학)
03 디지털 전환 시대의 교회 재정 문화와 목회적 과제:헌코노미의 도래
허준 박사(한국침신대 교수/실천신학)
04 AI 시대 인간 본질 탐구: 완벽함의 환상에서 훼손된 자들의 연대로
한경균 박사(실천신대 겸임교수/기독시민사회학)
05 구텐베르크에서 ChatGPT까지: 매체 혁명과 종교개혁 정신의 계승 · Sola Scriptura in the Age of AI
박홍래 목사(실천신대 총동문회장)
06 일상의 소명(Vocation)과 AI 자동화 시대의 직업 윤리: 종교개혁 소명론의 재해석과 ‘위임할 수 없는 책임’
민건동 박사(마을학연구소장)
07 생성형AI 시대의 종교와 인문학
정재영 박사(실천신대 교수/종교사회학)
08 AI 시대, 다음 세대를 위한 선교적 예배를 향하여
이승병 박사(주안대학원대/선교학)
09 메타-미션(Meta-Mission): 디지털 노마드를 향한 AI 선교: 『한국 교회 트렌드 2027』 자료로 본 생성형 AI 선교의 실천 모델
곽한영 박사(비전AI교육연구소장)
10 생명을 보듬는 AI 챗봇: AI는 사람을 대신하지 않고, 사람에게 닿게 하는 다리여야 한다
김주선 목사(생명문화라이프호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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