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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한국교회

한국교회 노동 현실, 이대로 좋은가?

by 데오스앤로고스 2025.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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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연대, 한국교회 내 노동현실 긴급간담회 개최

오륜교회 직원 과로사 사건 중심으로 대안 모색
'신앙'과 '은혜' 이름으로 포장된 억울한 노동 없는 살펴야

"500명 이상 교회는 노조 설립 의무화" 제안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김종미·남오성·박종운·임왕성, 이하 개혁연대)가 지난 8월 13일(수)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공간이제에서 '오륜교회 직원 과로사 사태를 통해 본 한국 교회 내 노동현실'이라는 주제로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개혁연대는 교회 내 빈번한 구조적 노동 착취와 안전 불감증에 대해 지적하면서 한국 교회는 '신앙'과 '열정', '은혜'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억울한 노동이 없는지 살피는 등 교회의 구조적 노동 착취와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법과 상식, 생명을 존중하는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500명 이상 되는 교회는 노조 설립을 의무화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개혁연대 공동대표 남오성 목사의 사회로 전 미디어사역자연합회장 이한용 대표(교방닷컴), 개혁연대 집행위원 김정태 목사(사랑누리교회), 쿠팡 故정슬기님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남기업 소장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사진제공: 개혁연대

 

교회 방송실 업무, "봉사로 보지 않아야"
사회가 정한 최소한의 '업무 규정' 필요

이한용 대표는 과거 턱없이 부족한 월급을 받으며, 교회 방송실에서 사역했던 자신의 노동현실을 고백하면서 "교회에는 많은 평신도 봉사 그룹이 존재한다. 방송실만해도 전체를 직원으로 채우기에는 손발이 많이 필요하다. 자막, 카메라, 기타 보조 업무 등 높은 전문성이 아니더라도 직접 사람의 손발이 필요한 일들은 많다. 그러다보니 평신도 봉사자들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라며 교회의 사역 환경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그러다보면 교회 리더들은 교회 방송 업무가 '봉사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직급에 대한 가치를 저평가하게 되고 결과로 직원들의 처우나 복지에 대해서는 외면하게 된다"라며 "언제라도 봉사자 또는 젊은 전도사로 대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봉사자는 비용이 안들고 젊은 전도사는 말을 잘 듣기 때문이다. 즉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교회에 있는데 굳이 그들의 비위를 맞춰주고 처우를 개선해 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라고 교회 방송실 사역에 대한 교회의 시선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성장에 몰두하고 있는 교회의 모습을 '전쟁터'라는 전시 상황에 비유하면서 평화기에 적용되는 모든 상식과 가치관이 부정되면서 개인의  행복과 복지를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희생과 헌신을 정당화하는 문제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교회의 교역자들과 직원들은 전쟁터로 내몰려서 거대한 영적 전쟁을 치뤄야 되는 전사가 되었다. 전투 중에 퇴근하는 장교가 있는가? 식량 배급이 조금 늦어졌다고 항의하는 병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오륜교회의 과로사 사태는 이러한 전쟁같은 상황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결과일 수 있다"라고 진단하면서 사회가 정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지키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화려함 뒤에 숨겨진 족음의 노동
"죽음으로 만들어진 은혜는 위선" 비판

김정태 목사는 코로나 시기에 시작된 오륜교회의 '다니엘기도회'의 긍정적, 부정적 영향에 대해 언급하면서 "화려한 다니엘기도회라는 프로그램이 내부에서는 죽음을 만들고 있었다"라며 "삶이 무너진 사람이 멋진 설교나 행사를 선보인다 해도 그것은 위선일 뿐이듯, 직원의 죽음으로 만들어진 이런 은혜도 결국 위선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더 큰 충격은 죽음을 대하는 교회의 태도였다. 한국사회는 산업재해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고, 대통령까지 나서 직원의 죽음이 반복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면허 취소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생명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야 할 교회가 내부 직원의 죽음에 이렇게 무관심하고 냉혹하다는 것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며, 모두의 분노를 자아내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만약 오륜교회가 이런 상태를 계속해서 방치한다면, 교회가 펼치는 모든 사역은 하나님의 영광이 목적이 아니라 오륜 자신의 만족 때문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라며 "오륜교회는 잘못을 인정하고, 하나님 앞에 참회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앞장서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한국 교회 사역이 하나님 주신 생명을 풍성하게 하는지, 아니면 교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인지 고민해야 한다"라며 "신앙’, ‘은혜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억울한 노동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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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명 이상 교회, 노조 설립해야
즉각적 대처와 본질적 처방 필요하다

정슬기님 대책위원회 활동 등 자신이 노동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소개한 남기업 소장은 "'정슬기 대책위'에 참여하면서 함께 참여한 노동단체 활동가들이 '교회가 나서지 않았다면 해당 업체의 사과와 '업무 개선' 약속 등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라며 "이런 활동을 통해 이웃을 사랑하고,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교회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남 소장은 "교회의 가능성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건에 깊숙이 들어가서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고, 해결하려고 하면 구조적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하나님 나라를 구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윤을 추구하는, 임금을 비용으로 간주하는 회사가 아니라, 한 사람의 목숨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걸 마르고 닳도록 강조하는 교회 '내'에서 과로사 사건이 일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라며 "하지만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교회 내에서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담임목사의 갑질에 시달리는 부목사의 문제, 목사들이 장로들의 갑질에 시달리는 문제 등, 교회의 노동 문제는 정말 심각해 보인다. 교회는 인권의 최후의 보루가 아니라 사각지대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 소장은 "최소한 교인 500명 이상 되는 교회에서는 노조 설립을 의무화해야 한다.  각 교회에 맞는 세부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 개혁연대 등이 연구해서 제시해도 좋을 것 같다"라며 "하지만 즉각적인 대처보다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처방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남 소장은 "한국 교회는 현재 '구원', '죄', '회개', '교회' 등 모든 기독교의 신앙적 가치가 파산 상태에  이르러 어떤 실천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라고 진단하면서 "신앙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새로운 신앙과 실천 등 한국 교회가 완전히 재구성될 때 역사적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개혁연대는 "이번 긴급간담회는 오륜교회 과로사 사태를 단순히 하나의 사건으로 다루는 것을 넘어, 한국 교회가 직면한 노동 현실의 구조적 문제와 신앙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을 드러낸 시간이 됐다"라며 "교회가 진정으로 교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걷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들의 노동을 정당하게 존중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신앙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에서도 규모가 큰 오륜교회 방송실에서 일하던 방송 제작팀장 A 씨는 지난해 12월 11일 과로로 사망한 바 있다. A 씨는 교회의 직원 외주화 결정 및 위탁 형태 운영으로 인해 업무 및 고강도 노동  환경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과로사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약 7개월 후인 지난 7월 14일 근로복지공단에 의해 과로사로 인한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한국교회인권센터는 지난 7월 3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오륜교회는 외주화로 인한 직원의 과로사를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오륜교회는 외주화로 인한 직원의 과로사를 인정하고 사과하라

2024년 12월 11일, 오륜교회 방송실에서 영상 제작을 담당하던 실무자가 과로사로 사망하였습니다. 이 사실은 2025년 7월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사망 직전 3주 연속 하루도 쉬지 못한 채, 주당 63시간에 이르는 과로 노동을 감행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반복된 고강도 노동 환경에도 교회는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업무 환경은 명백히 과로 위험 조건에 해당했습니다.

오륜교회는 고인의 사망 원인이 과로사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교회 공동체에도 경과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2025년 7월 14일 해당 사망을 과로사로 인한 산업재해로 정식 인정하였습니다. 이는 국가가 공식적으로 고인의 노동 환경과 사망 경위를 산업재해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오륜교회는 고인 사망 이후에도 공식적인 사과 또는 책임 인정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륜교회는 2021년 방송실 전체 사역을 외주화하면서 정직원 상당수를 전보 또는 해고하였고, 일부는 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해고 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계약직이나 위탁 형태로 사역을 유지하면서, 실질적인 노동 관리나 보호 없이 운영해 왔습니다. 외주화 구조는 노동에 대한 법적·윤리적 책임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방식이었으며, 이는 고인을 극한의 과로로 몰아넣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자 구조적 폭력이었습니다. 이에 한국교회인권센터는 다음과 같이 공식적으로 요구합니다.

- 오륜교회는 해당 실무자의 사망 경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과로사를 인정하십시오.
- 산업재해로 인정된 사실을 수용하고, 유족에게 공식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전하십시오.
- 외주화된 사역 전반을 즉시 점검하고, 교회 내 모든 노동에 대해 책임 구조를 명확히 재정비하십시오.

한국교회 인권센터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과 권리가 온전히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임을 고백합니다. 외주화는 기업이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를 착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교회는 단지 신앙의 공간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지는 공적 주체입니다. 죽음에 이르게 만들어 버리는 구조적 무책임은, 그 반복 가능성 자체로 안전을 위협합니다. 교회는 생명을 살리는 공동체이며, 그 사명은 고용과 노동의 문제에서도 결코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 어떤 사역도, 생명을 해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륜교회가 이 죽음 앞에 책임 있게 응답하는 것은, 공동체와 사회 앞에서 교회가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며, 신앙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2025년 7월 31일
한국교회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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