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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한국교회

한국 교회의 젠더 부정의, "기득권 권력 방어 위한 혐오 양산의 장"

by 데오스앤로고스 2024.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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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연, 제3차 에큐포럼 개최
한국 교회의 성 정의 논의
젠더 의식 변화 촉구

 

"한국 교회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젠더 투쟁의 장을 이해하거나 수용조차 하지 못하고, 여전히 성적 불의와 불평등 구조를 지속하는 한편 교권 수호와 보수 개신교의 지형 확장을 위해 반동성애와 안티페미니즘을 활용하고 있다."

 

 

 

 

 


송진순 박사
(이화여대)의 주장이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지난 6월 18일(화) 개최한 '2024 제3차 에큐포럼'에서 송진순 박사는 현재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의 젠더의식에 대해 발표했다.

 

 

 

 

 

 

페미니즘 운동의 확장

이날 <한국 사회와 성정의, 그리고 교회>라는 주제로 개최된 에큐포럼에서 송 박사는 2015년 전후 '된장녀', '김여사', '맘충', '일베', '펨코', '남초', '메갈리아', '워마드', '김치남', '한남충' 등 여성혐오와 남성혐오 등 남녀가 상대를 향한 혐오와 조롱이 격렬하게 진행되는 등 페미니즘의 추이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송 박사는 "지난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은 페미니즘이 새롭게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라며 "경찰이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에 반박하여, 한 여성 커뮤니티에서 ‘여성’ 대상 범행에 초점을 두고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하였다. 이에 여성들은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과 피해 여성에 대한 동질감으로 감정적 연대를 이끌어 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16년 9월 낙태죄 폐지운동 전개, 2018년 SNS를 통한 미투운동 확산, 몰카 및 불법촬영 등의 편파 수사에 대한 여성들의 대규모 시위 등에 대해 소개하면서 "수만 명의 여성들이 분노와 저항을 담아 거리로 나오는 등 이것은 개인의 일탈로 축소시킬 개별 사건이 아니라 권력이 불평등하게 배분된 사회 구조의 문제이고, 우리 사회 차별과 폭력이 얼마나 일상화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또한 이러한 폭력과 억압에 절실하게 저항하는 주체들이 연대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운동의 대중화와 외연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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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리부트

하지만 송 박사는 "혐오에서 출발한 페미니즘 리부트 세대는 이전의 페미니즘과 다른 특징이 있다"라며 "여성 혐오의 장이 온라인인 만큼 참여하고 대응하는 세대도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점, 여성들이 대중문화의 소비자와 향유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페미니즘 실천과 조응하고 적절하게 이용한다는 점, 페미니즘 운동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정치화됐다는 점 등 이 시대 페미니즘은 여성학 이론이나 제도권의 여성 정책에서 다뤄지지 않거나 해결되지 않는 자기 삶의 문제를 논의와 실천의 중심으로 가져와 갈등하고 저항하면서 페미니즘의 지평을 새롭게 확장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페미니즘 리부트의 특이점은 한계로 연결된다. 이들은 여성혐오가 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지만 저항과 해결에서 구조적 변화나 전환을 요구하거나 기대하지 않는다"라며 "특히 폭력과 혐오에 저항하고 연대하는 페미니즘은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의 소수자와 연대하지 못하고 배제하는 모순을 낳았다. 무엇보다 페미니즘 리부트가 거리와 광장에서 함께 소리 내지 못하는 여성, 이 사회에서 ‘여성화된 존재’와 함께 어떻게 대항적이고 대안적인 운동의 지형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과제가 남아있다"라고 주장했다.

 

안티페미니즘의 결집

특히 송 박사는 "온라인 상의 여성혐오가 페미니즘 리부트를 촉발했다면, 급부상한 페미니즘 담론과 실천은 보수 우파를 중심으로 하는 안티페미니즘으로 결집되었다"라며 "이전의 디지털 하위문화와 소수 남성들의 격렬한 여성혐오는 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 무고죄 처벌 강화, 군복무 보상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보수 정당과 함께 주류정치를 결정하는 정치 변수로 부상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남성 청년 내부에서도 이대남의 정치적 보수화나 안티페미니즘에 대한 반대 소리도 높았다"라며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주목할 것은 젠더 갈등을 인식하고 쟁점화하는 데 있어 그 논의와 실천이 다분화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페미니즘 리부트나 안티페미니즘 모두 자체 동력도 대단하지만, 신자유주의의 대중문화와 정서에서 변주되어 나타났다"라고 주장했다.

 

 

 

 

 

 

한국 교회의 젠더 의식
"젠더 부정의"

그렇다면 한국 교회의 젠더 의식은 어떨까?

 

송 박사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젠더갈등이 혐오에 기반한 생존 투쟁의 각축장이었다면, 한국 교회에서 젠더 부정의는 기득권의 권력 질서를 방어하기 위한 혐오 양산의 장이었다"라며 "그런데 한국 교회에서 성차별과 성적 불평등은 사회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젠더갈등보다는 불평등한 구조와 억압에 기반한 젠더 부정의가 그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 여성 문제에 관한 한 한국 교회에는 능력 중심의 자유주의적 인간관이 아니라 성별 분리를 신봉하는 전근대적 인간관이 팽배하다"라며 "오늘날 교회 내 여성 평등에 관한 요구를 정치적으로 수용하지 않거나 방관하는 것은 백래시가 아니라 여전히 강력한 최초 억압이 지속이다. 교회의 권위 질서를 가늠할 수 있는 최근 교단 총회와 개신교인의 젠더인식을 통해 교회의 젠더 부정의의 현상을 보더라도 그것을 알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교단 총회의 젠더 의식
기득권 계층은 남성 목회자
불평등과 억압의 구조 지속

송 박사는 "2023년, 여성 목사와 장로를 허용하는 교단에서는 여성 총대 의무 할당제가 이슈였다. 예장통합의 경우 전체 총대 1,500명 중 여성은 41명(2.73%)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였으나, 여성 총대 10% 의무 할당제는 안건으로 논의되지 않았다"라며 "기장 총회의 경우, 여성 총대가 비교적 많은 전체 612명 중 여성이 68명(11.11%)이었으나, 총대 비율이 15%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안건은 기각되었다. 예장합동과 고신, 합신 교단 총회는 단 한 명의 여성 총대도 없는 100%의 중장년 남성 목회자들로 구성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 교회 정치기관인 총회에서 고령의 기득권 계층인 남성 목회자가 갖는 인식은 교회의 젠더 관점과 방향을 결정하고, 불평등과 억압의 구조를 지속하게 한다"라며 "교단 총회를 구성하는 인적 구조, 젠더 관련 안건에 관한 성인지 감수성, 그리고 기독교 근본주의에 기반한 동성애 혐오적 태도는 차별과 배제의 정치를 구현하는 것이다. 남성 목회자가 중심의 교권 수호는 우선시하면서도, 여성 사역자의 육아와 돌봄 지원에는 방관적 태도를 취하고, 성소수자에 관한 공론장은 차치하고 다른 목소리조차 허락하지 않는 결의 구조는 반성서적이고 차별적이며 폭력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정의로운 관계 회복 위한 과제

송 박사는 "한국 교회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젠더 투쟁의 장을 이해하거나 수용조차 하지 못하고, 여전히 성적 불의와 불평등 구조를 지속하는 한편 교권 수호와 보수 개신교의 지형 확장을 위해 반동성애와 안티페미니즘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의 과제는 여전히 전통적 사고의 틀에 갇혀 성서와 교회조차 해방하지 못하는 불의한 상황에서 다시금 어떻게 다른 목소리들이 나올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라며 "개신교인들이 사회와 교회라는 두 세계에서 자기 분열을 최소화하고 모든 존재가 정의로운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가는 것, 이를 위해 지금의 젠더 불의한 구조를 식별하고, 혐오와 배제로 얽힌 수많은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갈 수 있도록 서로 들음의 자리, 복음의 자리를 만들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교회의 성(性) 인식
제왕적인 목사와 수직적 구조
남녀 성도 봉사 영역도 구분

이날 인영남 목사(효동교회)는 토론자로 참여해 현장 교회의 성 인식에 대해 발표했다.

 

인 목사는 "한국 교회는 아직 제왕적인 목사와 평신도 간의 수직적 구조 속에 머물러 있다. 이런 구조는 평등보다는 복종으로 지시와 명령에 대한 순종이 당연시된다. 더군다나 남성 중심의 목회자와 여자 평신도 사이에서 이런 관계가 더 고착돼 심화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교회 안에서 남·여의 역할은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 남성는 교회 안에서 주요 행정적인 일과 재정, 방송, 차량 봉사 등을 담당한다면 여성들은 전도, 주방 봉사, 교회학교 교사 등의 일을 맡고 있다"라며 "이러한 봉사 영역에서 성별로 고착화된 현상이 유연해야 할 교회 조직이 더 보수적으로 되었으며 어려서부터 익혀왔던 이런 문화가 성인지 감수성을 약화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교회의 문화는 가부장적이며 수직적이고 권위적, 폐쇄적인 문화다. 교회는 남성을 중심으로 구성된 당회의 권위 앞에 절대 복종해야하며, 믿고 따르기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라며 "교인의 70%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대표하는 사람은 대부분 남성이며, 여성은 기도하고 봉사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하는 구조다. 이런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문화가 오늘날 많은 젊은이가 교회를 등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라고 비판했다.

 

 

 

 

 

 

젠더 인식, 조기교육에서부터 시작돼야

이와 관련 인 목사는 "목회자부터 스스로 기득권과 권위 의식을 내려놓고 자유로워져야 한다"라며 "교회 안에서 남녀노소가 골고루 함께하는 소그룹을 만들고 그 안에서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는 만남의 기회를 통해 공감 능력을 키우고 성인지 감수성을 늘려나가는 훈련과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젠더 인식의 문제는 조기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라며 "특히 교회 안의 교회학교에서부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평등 교육을 이루어가야 한다. 이를 통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하나님 백성을 만들어내는 일이 귀한 일이라 생각하며 이 교육과정이 장기적인 계획 속에 이루어져야 한 과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이은주 목사(미국장로교회)는 논찬을 통해 미국장로교회가 젠더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과정을 소개했다.

 

이 목사는 "한국 교회는 정의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신앙으로 고백하고, 다양성과 개방성을 공동체의 최고 가치로 천명하고, 나아가 이 가치를 실천하는 신앙공동체로서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교회 구조 안에 필요한 제도와 사역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젠더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미국장로교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젠더 의식이 바뀌길 소망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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