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연구(105) *
한국 교회 출석 성도 10명 중 4명은 이른바 '명목상 교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명목상 교인은 정기적으로, 혹은 간헐적으로라도 교회에 다니지만, 신앙생활에 대한 진지하거나 절실한 의지는 거의 없는 교인들을 말한다. 이들은 교회에 대한 귀속감은 있지만 신앙이 약하기 때문에 교회가 보다 더욱 관심을 갖고 복음을 가르쳐야 할 대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지용근)는 지난 11월 23일(목)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연동교회에서 '한국 교회 명목상 교인 실태 및 신앙의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웨신대 교수 김선일 박사와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출석 교인을 대상으로 '생활 영역', '정체성 영역', '신념 영역' 등으로 세분화시켜 신앙의 척도를 특정함으로써 '명목상 교인'의 실태 및 신앙의식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했다.
조사는 (주)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 2일부터 8일까지 7일간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으로 했으며,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교회 출석자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표본오차는 ± 3.1% (95% 신뢰구간)다.
아래에서 이번 조사 결과의 주된 내용을 일부 정리했다. 도표 및 내용은 발표 자료에서 발췌했다.
명목상 교인, 39.5%
20대, 미혼, 직분 낮은 성도 대다수
이번 설문조사는 신앙활동, 정체성, 신념 등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 실시했다. 각 영역과 관련 ‘신앙 활동 영역’은 교회에서 예배 외 다른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성경 읽기/기도를 거의 안 하는 부류를 명목상 교인에 포함했고, ‘정체성 영역’은 스스로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여기는 부류를, ‘신념 영역’에서는 ‘기독교인이라 여기는 근거’가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거나,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믿는다’고 응답한 이들을 ‘제외한’ 경우, ‘구원의 확신이 없음’, ‘신앙의 목적이 개인적인 필요인 경우’를 합집합으로 묶었다.
그 결과 세 가지 영역을 통해 ‘명목상 교인’을 정의 내리고 그 비율을 측정한 결과, 명목상 교인은 출석 교인의 39.5%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 특성으로 볼 때, 명목상 교인은 20대 연령대, 미혼, 직분이 낮은 성도, 100~499명 중형 교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고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밝혔다.
4명 중 1명, "내가 기독교인?" 의심
신앙 정체성 불분명
구원의 확신 51%에 불과
이번 설문조사에서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명목상 교인’은 ‘그렇다’ 75.6%, ‘아니다’ 5%, ‘잘 모르겠다’ 19.4%로 응답했는데, 명목상 교인 4명 중 1명꼴(24.4%)로 나는 크리스천이란 인식이 불분명한 것(아니다+잘 모르겠다)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원의 확신' 여부를 물었을 때 명목상 교인은 51.0%만 ‘예’라고 응답해 절반 수준에 불과했으며, 명목상 교인의 신앙 목적은 구원보다 '마음의 평안'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10명 중 6명은 다원주의자?
"기독교 외 다른 종교에도 구원 있다"
명목상 교인을 대상으로 신앙적 주제에 대한 인식과 관련된 질문을 한 결과,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사하시기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셨다’ 등 6개 주제 항목에 대해 80% 안팎의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하지만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죄인이다’에 대해서는 절반가량만 동의했고, ‘기독교 외 타 종교에 구원이 없다’에는 명목상 교인 10명 중 4명만 ‘그렇다’고 응답해 나머지 10명 중 6명은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는 신앙적 명제에 대해 확신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상 교인의 교회 선택 이유
"가족이 다녀서"
현재 교회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질문한 결과, ‘명목상 교인이 아닌 경우’는 ‘목회자/설교 내용이 좋다’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으나, ‘명목상 교인’은 ‘가족이 다닌다’(25.0.%)가 가장 큰 이유였고, 다음으로 ‘거리가 가깝다’, ‘목회자/설교 내용이 좋다’ 등의 순이었다. 명목상 교인에겐 ‘가족’과 ‘거리’ 요인이 교회 선택의 주요 고려 사항인 것으로 파악됐다.
명목상 교인,
49.1%만 '매주 교회 참석'
절반 가까이 교회 내 행복 못 느껴
교회 출석 빈도를 물은 결과, 명목상 교인의 ‘매주 교회 참석’ 비율은 49.1%로 나타났다. ‘명목상 교인이 아닌 그룹’의 매주 교회 참석률이 86.5%이니 절반 가까이 낮은 수치다. 그 외에 ‘한 달에 2~3번’ 25.2%, ‘한 달에 1번’ 11.3% 등의 순이었고, ‘한 달에 1번 미만’ 참석률이 전체 명목상 신자 7명 중 1명꼴(14.4%)로 나타났다,.
특히 '교회에 갔을 때 일반적으로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를 물은 결과, ‘편안하다’는 의견이 명목상 교인/비 명목상 교인 모두 가장 높았으나 차순위로 응답한 ‘행복/즐거움’에 대해서는 명목상 교인은 14.1%, 비 명목상 교인 36.7%로 명목상 교인이 교회 내에서 ‘행복/즐거움’을 느끼는 경우는 비 명목상 교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지루하다’, ‘답답하다’, ‘불편하다’는 부정적 느낌에 대한 응답률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명목상 교인의 41%
"성경 거의 안 읽는다"
성경을 읽는 시간을 명목상 교인과 비 명목상 교인 간 비교해 본 결과, ‘명목상 교인’의 경우 ‘거의 안 읽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44.1%로 가장 높고, ‘매일’은 7.7%로 가장 저조했다. 반면 ‘비 명목상 교인’은 ‘가끔’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매일’, ‘자주’ 순으로 응답해 명목상 교인과 성경 읽기 시간에서도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필요할 때만 기도
기도 시간의 빈도에 대해서도 조사한 결과, ‘명목상 교인’은 ‘가끔, 필요할 때만’ 한다는 비율이 39.1%로 가장 높았고, 이어 ‘자주, 생각날 때마다’ 24.7%, ‘거의 안 한다’ 21.9% 순이었다. ‘명목상 교인’ 5명 중 1명 이상은 평소 기도 생활을 안 하고 있었고, ‘필요할 때만’ 기도하는 비율은 비 명목상 교인의 2배 가까이 높은 점이 특징적이었다.
교회 활동 참여율 저조
양육 프로그램 활동 의향 50.4%
교회에서 예배 외 다른 활동에 참여하는지 여부를 물을 결과, ‘명목상 교인’은 35.7%가, ‘명목상 교인이 아닌 자’는 76.2%가 ‘참여한다’고 응답해 명목상 교인의 예배 외 타 활동 참여율이 절반 이상 더 낮게 나타났다.
특히 양육 프로그램 참여 의향도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는 등 명목상 교인의 교회 봉사활동 인식은 비 명목상 교인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금의식과 물질관 차이
금액 및 십일조에서도 나타나
명목상 교인의 헌금 의식과 물질관은 비 명목상 교인과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 명목상 교인’은 ‘성경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를 꼽은 비율이 41.0% 가장 높았으나 ‘명목상 교인’은 ‘성경 말씀 순종’이 10.9%에 불과했고, ‘감사의 표현’ 38.0%, ‘교인으로서의 의무’ 20.1%, ‘선교나 봉사의 필요’ 14.8% 등의 순이었다. ‘헌금을 의무나 봉사 차원’에서 드리는 비율이 명목상 교인 3명 중 1명(34.9%)에 달했다.
명목상 교인의 월평균 헌금액과 관련된 조사에서도 월평균 헌금액은 ‘명목상 교인’ 13.6만 원, ‘비 명목상 교인’ 24.1만 원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십일조 여부를 물은 결과, 비 명목상 교인은 4명 중 3명이 ‘십일조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명목상 교인은 절반에 못 미치는 44.4%가 십일조를 드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십일조는 진정한 신자의 의무’라는 것에 대해서 명목상 교인은 절반만 동의했다.
명목상 교인 연구 필요하다
"그들도 선교적 대상"
한편, 이번 설문조사 의미 및 결과에 대해 발표한 웨신대 교수 김선일 박사는 "Eddie Gibbs는 명목상 교인에 대한 연구는 우리 자신의 신앙 진보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한다"라며 " 많은 이들이 인생 여정 가운데 명목상 신앙에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하는 영적 변동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는 명목상 교인이라는 계층을 규정하고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명목상 신앙으로 흘러갈 수 있는 잠재성이 있음을 깨닫고 이를 교회 내 공동의 사역 과제로 인식하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명목상 기독교 현상은 신앙이 전래되어 정착된 지 4세대가 지나면 뚜렷한 비중을 지니는 것으로 본다. 처음 기독교를 받아들인 1세대에는 명목상 기독교 현상이 거의 안 나타나지만, 2세대 신앙인부터 명목상 기독교인들이 등장하고 3세대를 거쳐 4세대에 이르면 명목상 기독교인이 널리 분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복음이 전파되고 교회가 세워지는 곳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명목상 기독교의 과제와 마주하게 된다. 따라서 명목상 교인은 점점 교회를 떠나거나 신앙을 잃는 상태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교회 내의 선교적 대상이기도 하다"라며 "이번 조사 결과가 명목상 교인을 향한 사역의 방향을 찾는 데 있어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설문조사와 관련해서 심층 인터뷰 내용을 검토한 이정나 씨(웨신대 선교와 문화 박사과정)는 명목상 교인을 위한 사역의 방향을 네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눈높이에 맞는 복음 양육, 둘째, 소속감을 주는 환대적 소그룹, 셋째, 세심한 목회적 돌봄, 넷째, 교회 안의 방해 시스템 점검이다.
이정나 씨는 "어떤 명목상 교인들은 기독교인이 되는 입문의 과정에 멈추어 있거나, 믿음의 영역, 신념의 영역, 교회참여에 멈추어 있을 수도 있다. 또는 영적인 경건생활에 멈춘 사람일 수도 있다. 그 외 다양한 모습으로 명목상 교인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신자들이 교회에 있을 수 있다"라며 "명목상 교인에 대하여 기준을 세우고 분류하고 정의하는 이유는 엄격한 잣대로 그들을 판단하려는 의도가 아닌 순전한 신자로 인도하고 돕기 위한 시작이 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
(1) '한국교회 명목상 교인 실태 및 신앙의식' 결과 발표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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