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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사회•환경과 신학

한국교회가 형성해야 할 담론은 무엇인가?

by 데오스앤로고스 2022.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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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사회윤리학회(회장:오지석 박사, 숭실대)가 지난 11월 26일(토) 오전 10시 숭실대에서 <담론을 잃어버린 한국 개신교를 향한 기독교사회윤리적 성찰>을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국 교회가 놓치지 말아야 할 담론이 무엇인지 발제자들의 발표 내용 일부를 정리했다. <편집자 주> 

 

 

이날 강원돈 박사(한신대 명예교수)는 <인류세에서 생명세로 가는 길:사회정의와 생태학적 정의의 동시적 실현 방안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자본의 축적이 불러온 불행
"경제민주주의 필요하다"

강 박사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자본의 축적과 팽창 메커니즘을 통해 한편으로는 사회적 가난을 불러일으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태계 위기와 기후 파국을 불러들인다"라며 "사회적 가난과 생태계 파국은 함께 간다. 사회적 가난을 불러들이는 바로 그것이 기후 파국을 가져온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의 해방과 생태계 보전이 서로 분리된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같은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해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강 박사는 생태학적 경제학의 관점에서 사회적 가난과 생태학적 파국의 연관을 규명하고,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경제민주주의가 사회정의와 생태학적 정의를 동시에 실현하는 제도적 장치임을 밝히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해방과 생태계 보전을 위한 소득분배의 원칙을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경제민주주의의 틀에서 설명했다.

 

 

기독교 사회윤리의 방향성

강 박사는 "기독교 사회윤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해방과 생태계 보전이 함께 간다는 것을 명료하게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라며 "사회정의와 생태학적 정의가 서로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고, 어느 하나 없이 다른 하나가 실현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또한 "기독교 사회윤리는 비록 시장경제의 역사적 청산을 아직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사회적 양극화와 생태계 위기를 가속적으로 악화시키는 시장경제의 자본주의적 운용에 대하고 사회정의와 생태학적 정의를 동시에 최대한 실현하는 방식으로 시장경제를 운용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라고 촉구했다.

 

특히 "부채의 증가에 의존하여 번영하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체제가 신자유주의적 금융화 단계에 이르러 사회적 가난과 생태계 위기를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킨다는 것을 인식해서 금융화를 규율하는 방안을 함께 연구해야 할 것이다"라며 "더불어 금융화의 효과로 인해 자산소득과 자본이득이 급팽창하고 있는 현실에 대응하면서 국민소득을 생태계 보전, 복지의 확대, 경제의 미래를 위한 투자 등에 적절히 배분하여 사회정의와 생태학적 정의를 동시에 최대한 구현하는 방안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참된 교회인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가?"

<본회퍼와 유대인의 문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강안일 목사(여수성결교회)는 "본회퍼에서 있어 유대인의 문제는 곧 교회의 존폐와 연결돼 있다"라며 "그에게 있어 구약성경을 중심으로 설명한 유대인의 문제는 참된 교회와 거짓 교회를 가르는 기준점이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강 목사는 "본회퍼에게 있어서 교회에서 유대인을 추방하는 것은 교회 공동체에 대한 중요한 도전이었다. 그래서 본회퍼는 그의 교회투쟁의 시발점을 ‘유대인 문제’로 시작한 것이다"라며 "교회가 타자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면, 즉 교회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돌보지 않는다면 그것은 참다운 교회라 말할 수 없기에, 본회퍼에게 ‘유대인 문제’는 교회의 본질의 문제와 밀접한 연관성 속에서 생각해야 함은 당연했다"라고 피력했다.

 

특히 강 목사는 본회퍼의 유대인 문제가 한국 교회에 주는 의미에 대해 설명하면서 "기독교윤리의 역할은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한국 교회에게 있어 유대인의 문제는 한국 교회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제로 봐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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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사회에 할 말을 잃어간다
타자 향한 책임의 신앙 회복해야 

강 목사는 "본회퍼가 구약의 관점에서 신약을 해석하려고 한 것은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시는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신약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라며 "이런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오늘날 한국 교회는 사회에 대해 갖는 다양한 담론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국 교회는 사회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게 되고, 급기야 사회도 교회의 소리를 듣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회퍼 당시에 독일교회에 ‘유대인 문제’가 참된 교회의 본질적인 문제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오늘날 한국 교회에 던지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아픔들(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일본 위안부 피해자들, 그리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희생자 유가족들도 교회의 일원이기 때문이다"라고 피력했다.

 

특히 "본회퍼가 ‘유대인 문제’를 교회의 존폐 문제로 받아드린 역사적인 배경처럼 우리 사회의 아픔의 사건들은 단순히 정치, 경제, 사회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본회퍼의 입장으로 보면 교회의 본질과도 같은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라며 "만약 교회가 사회 속에서 행해야 할 책임성을 상실할 때, 더 이상 교회는 사회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위치도 잃어버리게 되고, 사회도 교회의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 교회는 다시 한번 책임의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강 목사는 "교회는 분명하게 타인을 위해 존재하고 살아가는 공동체다. 여기에 진정한 교회의 본질과 그리스도인의 본질이 있다"라며 "타자를 위한 삶은 본회퍼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표현하는 다른 말이다. ‘타자’는 단순히 그리스도인들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즉 하나의 현실성 속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런 점에서 그는 현실 속에서 매일 만나는 사람들을 위해 책임적인 모습으로 교회가 존재할 때 그 교회를 가리켜 참다운 교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NGO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독 시민으로서의 사회참여 필요

<시민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이혁배 목사(월곡교회)는 "현재 많은 NGO가 설립되면서 시민사회가 활성화되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도 노정되고 있다"라며 "이런 문제점들 가운데 결정적인 것은 시민참여 부족이다는 것이다. NGO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의 수가 적어서 NGO 활동이 소수의 전문적 활동가나 명망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이 목사는 "바로 이 점을 주목하면서 기독교는 기독교는 보다 많은 기독교 내부적 시민을 배출함으로써 NGO들이 처해 있는 정체 국면을 역전시키는 데 기여할 필요가 있다"라며 "기독교 쪽에서 보면 이런 사회 선교적 과제의 수행은 교회들이 ‘개독교’로 비난받는 현재의 위기를 돌파해내면서 사회적 공신력을 회복하게 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독 시민과 교회 시민

특히 이 목사는 기독교 내부적 시민은 기독 시민(Christian citizen)과 교회 시민(church citizen)으로 나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기독 시민은 시민의식을 지닌 각성된 기독교인을 가리키며 교회 시민은 공공선을 추구하면서 시민사회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교회를 의미한다.

 

이 목사는 "기독 시민은 대자적 시민과 마찬가지로 저절로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양성될 수 있다"라며 "기독 시민은 신앙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시민사회 안에서 공공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동시에 하나님과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성이 기독 시민의 사회 선교적 실천과 연결된다면 친밀성은 기독 시민의 신앙 정체성과 관련된다"라며 "기독 시민이 공공성을 통해 이웃을 섬긴다면 친밀성을 통해서는 하나님을 섬기게 된다. 친밀성이 공공성을 잃어버리면 탈 역사주의로 흐르게 되는 데 반해 공공성이 친밀성에 뿌리를 두지 않으면 휴머니즘으로 귀착된다. 따라서 공공성과 친밀성은 상호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라고 피력했다.

 

이 목사는 "예수님의 영성은 친밀성과 공공성의 상호균형을 실현했다"라며 "기독 시민은 시민운동에 적극적이면서도 자신의 신앙 가치를 유지하는 민주적 신앙인이 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기독 시민은 시민운동에 자신의 모든 것을 투여하는 일면적(一面的) 시민이 아닌 다면적(多面的) 시민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 목사는 개인 단위로서의 시민이 아닌 교회 단위로서의 시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즉, 교회 시민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교회 자체가 NGO에 관심을 갖지 않는 한 기독교 전체의 시민운동 참여는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라며 "따라서 교회는 NGO와 연대하여 시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교회 시민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교회는 앞으로 시민운동의 담당자, 내부적 비판자, 후원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는 교회 시민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라며 "하지만 단기적으로 교회가 시민운동의 내부적 비판자의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 시민운동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내부적 비판자 역할의 수행은 교회의 장기적 목표로 추구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교회의 중·단기적 목표는 시민운동의 담당자와 후원자 역할을 수행하는 교회 시민이 되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성장주의에서 성숙주의로
아래로부터의 영성 추구해야

<한국 교회의 위기 담론 고찰>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박도현 목사(부민교회)는 성장주의, 맘몬이즘, 반공주의, 윤리성 부재 등 한국 교회 위기 원인들을 설명하면서 "이제 한국 교회는 성장주의를 버리고 성숙주의로 가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는 끊임없이 성장하기를 노력했다. 지금 왜 성장하지 못하는가? 성장만 하고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숙하지 못한 한국 교회는 교회 내에서만 믿음을 증명하게 됐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 교회는 그동안 위로부터의 영성을 추구했다. 성경공부도, 전도도  더 성장하고, 더 나아지는 것을 목표로 했다"라며 "이와 같은 위로부터의 영성은 한마디로 성장주의적 영성이다. 이 영성의 가장 큰 위험은 자신의 힘으로 하나님께 도달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는 교만이다"라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따라서 한국 교회는 이제 아래로부터의 영성을 추구해야 한다. 이 영성은 한 마디로 겸손의 길이다"라며 "한국 교회가 상처받고 부서진 마음으로 하나님께 내려가면 자신의 힘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성령의 능력과 은혜로 치유되고 회복되며, 그것으로 내면이 성숙하게 될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박 목사는 "한국 교회의 위기 담론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라며 "한국 교회가 사는 길은 성장주의를 멈추고 성숙의 길을 가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삶에서 이타적인 삶으로, 물질주의에서 청빈한 삶으로, 극단적 신앙에서 유연한 신앙으로 나아가야만 길이 있다. 정치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섬길 곳을 찾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목회자들이 먼저 본질로 나아가야 하며, 세상에서 원하는 길이 아닌 예수가 원하는 길로 가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페미니즘, 배타적 담론 아니다
기독 여성주의 주목해야

<기독 여성주의, 교회 담론으로서의 실패와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백소영 박사(강남대)는 교회 내 페미니즘 담론화의 실패 원인을 설명하면서 "페미니즘 자체는 가부장제도 안에서 우리의 사는 방식과 믿음의 내용을 규정하는데 배제된 여성들의 목소리와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기본적으로 ‘체제 저항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은 보수주의적 가부장들의 우려처럼 ‘배타적’인 담론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백 박사는 "페미니즘은 그간 남성의 시각‘만’이 압도적으로 반영되어 있었음에 대한 비판이며,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제도 건설을 위해 여성의 시각과 참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라며 "때문에 ‘기독 여성주의’는 현재 한국에서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세속 페미니즘’의 주장대로 생물학적 남성을 배제한 채 전개하려는 의도가 없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마주봄’과 ‘상호도움’의 새로운 방식을 만드는 길에 기독 여성주의가 제시해야 하는 방향은 ‘나로 살아내고’ ‘너를 살려내는’ 생명 운동이 되어야 한다"라며 "‘살려내라’는 구원 명령을 잊은 후기-근대 사회의 개인주의적 인간상, 더불어 ‘살아내라’는 존재 명령을 가리고 여성에게 제한된 배치를 경전의 권위로 지속하고 있는 교회의 성차별적 인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현 시스템 바깥의 시각과 언어를 가지고 우리의 유산 안에서 권위 있는 근거를 찾아내고 실천적 방법론을 제시하는 ‘기독 여성주의’가 교회의 담론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교회 부흥 중심에 여성 있었다

<교회와 여성:제도화의 희생양 그리고 투쟁>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장성진 목사(작은 온누리선교교회)도 한국 교회의 제도적 발전 속에서의 여성 기독교 담론에 대해 설명하면서 "초대 교회 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기독교 윤리적 담론은 사회에서 주류로 인정되기 위한 기독교의 제도화 과정에서 희생을 강요받아 드러나지 않거나 사라져 버릴 만한 위기가 많았다"라며 "하지만 기독교 여성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가치 있는 주체로서, 또 더 나아가 주도적인 주체로서 기독교 복음의 핵심, 교회의 발전, 그리고 사회에 대한 기독교 영향력을 발휘하며 그 담론들을 유지 및 발전시켜 왔다"라고 강조했다.

 

장 목사는 "박해받는 소외된 종교의 위치에 있던 기독교를 사회적 주류로 이끄는 데 있어서 여성들은 남성 중심의 세속 사회구조에서도 주요한 공헌을 이뤄냈고, 타락해져 가는 종교체계의 틀을 벗기 위해 과감히 가부장적인 계층 구조가 만연한 상황에서도 성경 중심의 개혁적 교회로 변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한국 개신교에 기독교 윤리적 담론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세속 사회에서의 주류가 되기 위한 제도화에서 벗어나 가장 위대한 해방자인 예수 그리스도의 관심과 태도로 진지하게 회귀해야 한다. 그러므로 한국 개신교는 교회와 사회 안에서의 기독교 여성이 제기하는 담론들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논의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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