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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교리와 신학

웨슬리의 선행은총론, 종교개혁 신학의 약점 보완 위한 신학적 시도

by 데오스앤로고스 2016.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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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와 노예의지, 그 분기점으로서 웨슬리의 선행은총론 / 장기영 박사

 

2014년 8월 29일 기사

 

“웨슬리의 선행은총론은 죄인은 오직 하나님의 은총으로, 그리고 오직 믿음으로 구원받는다고 하는 종교개혁 신학의 핵심을 그대로 계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루터와 달리 하나님의 은총으로 회복된 인격적 응답 능력을 강조한 점에서 종교개혁 신학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신학적 시도이다.”

 
서울신대 기독교신학연구소가 지난 28일 오전 10시 서울신대 우석기념관에서 ‘제18회 서울신학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장기영 박사(University of Manchester(Ph. D.), 부평제일교회 협동목사)의 ‘자유의지와 노예의지, 그 분기점으로서 웨슬리의 선행은총론’의 발표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1. 한국교회 내에서 존 웨슬리를 교단의 창시자 또는 교단 신학의 아버지로 표방하는 교단들(기성, 예성, 나성, 기감, 구세군 등)은 다른 교단들과 한국 복음화를 위해 동역하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신학 토론의 자리에서 웨슬리는 자주 행위구원을 가르친 펠라기우스주의자로 낙인 찍히곤 한다.
 
2. 선행은총론은 카톨릭의 인간의 행위 중심적 구원론을 바로잡기 위해 구원을 오직 하나님께로 돌린 종교개혁 신학과, 하나님의 은혜가 인간에게 인격적 반응의 책임을 부여한다는 웨슬리의 성결교회 신학 간 체계 비교를 위한 중요한 틀을 제공해준다. 웨슬리 신학 자체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선행은총론은, 웨슬리가 구원에서 개인의 인격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강조를, 오직 은총, 오직 믿음이라고 하는 루터 신학의 핵심 교리와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었는지를 밝히는 열쇠다.

 

3. 웨슬리는 신학의 모든 주제들에서 루터만큼이나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면서도, 은혜의 강조가 결코 인간의 무책임과 태만, 방종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먼저, 인간론에서 루터의 노예의지론과 대칭을 이루는 웨슬리의 주장이 자유의지론이다. 웨슬리는 원죄와 인간의 타락을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하나님께서 선행은총을 통해 인간의 인격성 및 책임성과 관련된 기능들을 회복시키셨음을 가르쳤다. 인간에게 선택의 자유가 없다면 인간은 비인격적이고 책임성이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4. 웨슬리의 구원론은 칭의와 성화의 이중적 강조점을 가진다. 하나님의 은혜는 죄를 이길 능력까지 주시므로, 구원은 성결을 포함한다. 웨슬리의 구원론은 또한 믿음과 사랑의 이중적 강조점을 가진다.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믿음은 자칫 나태와 방종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사랑은 나태와 방종에 빠질 수 없다. 따라서 믿음이 행위를 낳지만, 행위는 믿음을 온전케 하는 그 자체만의 역할이 있다. 구원론에서 믿음과 행위, 칭의와 성결, 은총과 책임 모두에 대한 웨슬리의 강조는 은총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인의 거룩한 삶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5. 웨슬리 신학에서 선행은총 개념은 두 용례로 쓰인다. 첫째, “협의적” 의미로 선행은총은 “칭의” 이전에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혜를 의미한다. “협의적” 선행은총을 매덕스는 “칭의 이전에 타락한 인간 속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관련된 교리라고 설명한다. 선행은총은 하나님의 사랑이 칭의 이전부터 부어진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그 자체가 하나님과 인간 관계의 회복은 아니지만, 회복을 위한 하나님 역사의 “시작”으로 이해할 수 있다.
 
6. 둘째, “광의적” 의미로 선행은총은 “은총의 선행 (prevenience of grace)” 즉 “신앙의 가장 초기적 표현에서부터 성화의 가장 높은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익한 인간의 결정 및 행위는, 그것을 행할 수 있도록 먼저 능력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기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7. 웨슬리의 선행은총 사상의 출처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성경으로, 요1:9, 6:4, 12:32절, 행10장과 롬2:14-16절과 같은 신약성경 구절들이 선행은총을 암시한다. 둘째로, “고대와 중세 신학”으로, 동방교부들에게서 그 개념이 나타나며, 서방 신학자들 중에서는 어거스틴이 『자연과 은총』 (De natura et gratia) 에서 “선행은총”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선행은총과 뒤따르는 은총의 관계를 다루었다.
 
8. 셋째로, 영국국교회와 청교도 및 장로교 신학자들을 포괄하는 16~18세기 영국 개신교 신학의 영향이 결정적이다. 영국국교회 39개 신조(제10조)는 구원에서 은혜의 우선성 및 지속성에 관한 선행은총 교리를 담고 있다.
 
9. 넷째로, 또 하나의 중요한 출처는, 퀘이커 신학자 로버트 바클레이(1648-1690)이다. 웨슬리가 발췌하거나 인용한 바클레이의 글은 원죄의 교리, 그리스도의 보편적 속죄를 바탕으로 성령의 빛이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임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저항함으로써 유익을 얻지 못할 가능성 및 바르게 반응하여 구원으로 나아갈 가능성 등을 언급하였다.
 
10. 웨슬리는 기독교의 3대 교리를 “원죄, 이신칭의, 그리고 성결의 교리”라고 하였다. 타락한 인간은 “전혀 선이 없고”, “전적으로 부패”했으며, “마음의 생각이 지속적으로 악하다.” 타락의 결과로 죽음과 무지와 실수, 영적이고 육적인 죽음이 인류에게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 원죄를 부인하는 것은 기독교 전체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크로포드에 따르면 웨슬리의 원죄론은 어거스틴적인 것이며, 콜린스에 따르면 웨슬리의 원죄론은 루터나 칼빈과 유사하다.
 
11. 원죄와 선행은총은 공생관계이다. 인간의 타락이 없다면 선행은총이 필요 없으므로, 선행은총은 원죄를 부인하는 교리가 아니라, 오히려 펠라기우스주의를 배제하는 교리이다. 루터가 인간의 전적타락 때문에 예정을 가르치듯, 웨슬리는 인간의 전적타락 때문에 무능을 해결하는 선행은총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웨슬리는 한편으로는 원죄와 인간의 전적타락 교리를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사람도 루터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렇게 무능하고 끔찍한 상황 속에 있지는 않다고 주장한다.

 

 

12. 웨슬리가 선행은총론의 근거로 삼은 주요 성경구절과 그 해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롬1:19-21절이다. 이 구절을 웨슬리는 “이방인들도 하나님의 영원한 능력과 신성에 대해 인식할 수 있을 만큼의 빛을 받았다” 라고 설명하였다. “하나님의 도움이 이방인들에게까지 미치지만, 그들이 그 도움을 바르게 활용하지 않을 시에는 하나님 앞에서 변명할 수 없게 된다.” 이 빛은 전적으로 타락한 인간의 원천에서는 나올 수 없는 빛으로, 하나님만이 주시는 빛이다.
 
13. 둘째로, 롬2:14-15절이다. 웨슬리는 외적 율법을 받지 못한 이방인의 마음에 자연법이 새겨진것은 “돌판에 십계명을 새기신 바로 그 [하나님의] 손에 의해서” 라고 하였다. 웨슬리는 양심을 통한 선악의 분별, 죄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가책을 선행은총의 역사로 보았다.
 
 14. 셋째, 웨슬리는 갈5:22-23절에 나오는 성령의 열매들에 대해 구원 받고 성령 충만한 신자들은 두려움과 의심 없이 확고하고 끊임없이 성령의 “진정한 열매”들을 누리지만, 구원받기 전의 사람들도 선행은총을 통해 그 열매를 “어느 정도는” 누린다고 설명하였다. 성령의 열매의 예비적 “맛봄(foretastes)”을 웨슬리는 더 큰 은혜 즉 “진정한 열매”를 사모하여 구원과 참 성결로 나아가게 하시기 위한 선행은총으로 보았다.
 
15. 넷째, 눅10:42절이다. 웨슬리는 하나님의 은혜는 인간의 “이해를 가져가시지 않고 밝히고 강화하시며,” 인간의 “감정을 파괴하지 않고,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하시며”, 무엇보다 인간의 “자유 즉 선악간에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제거하신 후 인간에게 “강제력을 행하시지 않고” 마리아처럼 더 좋은 편을 택할 수 있도록 도우신다고 하였다. 웨슬리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진 선택의 자유를 선행은총으로 본 것이다.
 
16. 다섯째, 빌2:12-13절이다. 이 구절로 웨슬리는 광의적 선행은총의 원리를 설명하였다. “선을 이루려는 생각조차 위로부터 오는 것이고, 그 선을 끝까지 행할 능력도 위로부터 오는 것” 이라는 말을 통해서는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한다면, “하나님께서 일하십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일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하나님께서 일하십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일해야 합니다” 라는 말로는 인간의 책임도 함께 강조하였다.
 
17. 여섯째, 요1:9절이다. 웨슬리는 “만약 사람이 방해하지 않으면 빛은 점점 더 빛날 것”이라고 하였다. “방해하지 않으면” 또는 “성령을 소멸시키지 않는다면” 등의 표현은 선행은총이 보편적인 은혜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로 신앙 이전의 사람들의 도덕성과 영성 및 신앙의 수용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는지에 대한 해답이 된다.
 
18. 웨슬리는 선행은총을 삼위일체적으로 설명하여 “죄인은 성부의 사랑에 이끌리고, 성자에 의해 빛이 비추어지고, 성령에 의해 죄를 깨닫게 된다”고 하였다. 선행은총은 특히 그리스도의 대속을 토대로 주어지는 은혜이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어둡고 죄 많은 피조물”에게 선행은총을 베푸시는 이유는, “자신이 행하신 일을 무시하지 않으시고 그의 사랑하시는 아들을 통해 사람들과 화해하셨기 때문”이다. 모든 구원의 은혜는 하나님과 죄인의 화해의 길을 여신 그리스도의 대속에 기초한다. 구원을 위한 예비적 은혜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리스도의 대속이 없다면 예비적 은혜 역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19. 웨슬리는 선행은총의 한계 역시 언급하였다. 먼저, 선행은총은 하나님의 은혜에 인격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기능의 일부 회복이지, 구원 자체는 아니다. 그리고 선행은총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한계는 죄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각까지이다. 선행은총을 통한 죄의 자각이 있기에 율법 선포가 더 깊이 죄를 깨닫게 하고 복음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한 결과, 죄인은 “무거운 짐을 지고 지쳐 구원의 능력을 가지신 분께 자신의 모든 죄를 던진다.

 

 

20. 선행은총의 다른 한계는 선행은총을 통한 죄의 자각은 “가볍고 일시적”이라는 것이다. 선행은총은 사람들의 죄로 저항을 받아 질식 당하고, 성령의 역사는 소멸되고, 빛은 꺼질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행은총을 통해 일어나는 “죄에 대한 자각을 최대한 빨리 억눌러 버리고, 잠시 후에는 자신이 죄의 자각을 가졌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거나, 기억을 하더라도 부인하고 만다.” 그 결과 선행은총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죄를 지으며 사는 것은 선행은총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은총을 질식시켜버렸기 때문이다.
 
21. 웨슬리 신학이 펠라기우스주의를 피하고 전통적인 원죄 이해를 가지면서도 예정이나 불가항력적 은혜, 유기와 같은 운명론을 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선행은총의 교리이다. 선행은총에 의해 웨슬리는, 인간의 전적타락 교리를 견지하고 펠라기우스주의라는 비난을 피하면서도, 율법과 복음에 반응하는 인간 능력에 대한 “전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극복할 수 있었다.
 
22. 웨슬리의 선행은총론은 죄인은 오직 하나님의 은총으로, 그리고 오직 믿음으로 구원받는다고 하는 종교개혁 신학의 핵심을 그대로 계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루터와 달리 하나님의 은총으로 회복된 인격적 응답 능력을 강조한 점에서 종교개혁 신학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신학적 시도이다.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수용으로서 인간의 인격적 응답이라는 설명마저도 자주 행위구원, 공로구원을 주장한 것으로 오해를 받지만, 사실상 웨슬리에게 선행은총론은 하나님의 주권을 부인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권을 어떻게 행사하시는지, 그 방법에 대하여 보다 성경적이고 종합적인 눈으로 보자고 제안한 것이었다.
 
23. 루터가 가르친 인간의 전적타락-노예의지-예정의 논리와 웨슬리가 가르친 인간의 전적타락-선행은총-하나님의 은총과 인간의 응답의 논리 중 어떤 것이 성경적 메시지를 더 잘 담을 수 있으며, 또 신자들의 신앙생활 및 교회 개혁과 참된 부흥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한편, 장기영 박사의 발표논문은 다음과 같은 목차로 구성됐다.

들어가는 말
1. 중세 스콜라신학의 구원론에 대한 루터와 웨슬리의 다른 반응
2. 루터 신학과 웨슬리 신학의 조직신학적 체계 비교
1) 마틴 루터의 신학
2)  존 웨슬리의 신학
3. 자유의지와 노예의지, 그 분기점으로서의 웨슬리의 선행은총론
1) 선행은총의 개념
2)  웨슬리의 선행은총론의 원천
3) 선행은총의 전제로서 원죄(인간의 전적타락) 교리
4) 선행은총론의 성경적 근거 및 해석
5) 선행은총과 일반은총
6) 선행은총의 삼위일체적 기초
7) 선행은총의 한계
8) 선행은총과 복음적 신인협동
9) 선행은총과 성결
10) 웨슬리의 선행은총론의 신학적 의의
나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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