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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교육•윤리와 신학

(상) '능력주의' 이데올로기, 과연 정당한 권리인가?

by 데오스앤로고스 2022.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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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윤리학회(회장:오성현 박사/서울신대 교수)가 지난 4월 30일(토) 오전 10시 서울신대(온라인 병행)에서 '기독교윤리학자들이 바라본 메리토크라시(능력주의)'라는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회장 오성현 박사는 "이번 학술대회는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이 성취한 성과를 향유할 권리를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능력주의가 한국의 경제, 사회, 교육에 만연한 상황에 대해 기독교윤리적 성찰로 응답하고자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능력주의에 대한 기독교윤리학자들의 목소리를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능력주의, 대물림으로 전락

 

 

'기독교사회윤리 관점에서 본 능력사회 논의'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진행한 조용훈 박사(한남대)는 "능력주의란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사회 시스템이며 이데올로기다. 능력주의는 근대사회에 등장할 때만 해도 전근대적 세습과 특권을 타파하고, 혈통이 아닌 능력에 따른 사회적 계층이동을 보장한다고 여겨 열렬히 환영받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성공한 엘리트에 의한 새로운 형태의 세습사회가 등장하면서 능력주의가 불평등 분배를 정당화하고, 기득권 세력의 특권을 대물림하는 이데올로기로 전락해가고 있다"라며 "우리 사회는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이 각종 통계들 속에 드러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능력주의 사회의 특징

 

 

조 박사는 능력주의 사회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능력주의 사회는 학력평가에 기초하여 대학과 직업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차등 배분하는 학력사회다.

둘째, 능력주의 사회는 성과와 업적에 따라 보상하는 성과사회 혹은 업적사회로 발전한다.

셋째, 능력주의 사회는 테크노크라트 엘리트가 추축이 된 새로운 귀족사회를 만든다.

넷째, 능력주의 사회에 재등장하는 은밀한 형태의 세습이다. 전근대 세습사회가 혈통에 따른 노골적인 세습이었다면, 능력주의 사회의 세습은 은폐된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렇게 은밀한 세습의 방편 가운데 하나가 학력이다.

 

 

 

능력주의 속 은밀한 세습
불행을 불러온 능력주의

 

 

특히 조 박사는 "부모의 문화적 자본은 학력을 통해 합법적으로 자녀에게 세습된다. 과거 귀족의 특권이 '타고나는 것'(출생)이었다면, 현대 엘리트의 특권은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며 "성공한 부모들은 자신들이 지닌 부와 사회관계망이라는 자본을 어려서부터 자녀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엘리트를 만들어 낸다. 말하자면, 교육투자는 과거의 사후 상속 방식과는 다른 생전 상속이라 할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 부와 지위의 대물림 이슈는 '수저계급론' 형태로 표출되었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능력주의 사회에서 사람들과 몸과 마음의 병을 앓을 수밖에 없다. 

 

조 박사는 "능력주의는 경쟁의 승자에게 자신의 성공이 능력과 노력의 정당한 대가라는 도덕적 오만을 갖게 만든다"라며 "특히 능력주의 사회 속 엘리트들은 미덕이나 도덕적 채무감에 관심하지 않고 오히려 패자들을 무시하고 경멸한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서 마이클 영은 능력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자기가 지닌 역량 덕분에 성공했다고 믿는 도덕적 교만에 빠지는 반면에 실패한 사람들은 모멸감에다가 자존감마저 잃어버린다고 걱정했으며, 마이클 샌덜(M. Sandel) 또한 능력주의가 경쟁의 승리자는 물론 패배자에게 가혹한 '폭군'(the tyranny)이라고 했다.

 

조 박사는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오로지 자신의 무능과 게으름 탓이라는 자기 책임으로 돌리게 된다"라며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진다. 학력이 낮은 사람들은 수입과 가정 안정, 그리고 지역사회에서의 위상까지 낮아지기 때문에 우울증과 자살, 약물과용, 알코올 중독에 빠져들기 쉽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경쟁의 승자든 패자든 모두가 평생토록 능력을 발휘하는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라며 "각자도생이라는 삶의 방식이 제도화된 능력주의 사회에서 생존하려면 입시경쟁을 넘어서 취직경쟁과 승진경쟁 그리고 생존경쟁의 형태로 평생 압박감이 지속된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불안은 권위주의적 통치자나 대중 영합적인 정치인을 소환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현상은 모든 구성원이 법 앞에 평등하며, 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민주주의의 신념과 이상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능력주의 사회의 과제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능력주의 사회에서의 기독교사회윤리적 과제는 무엇일까?

 

조 박사는 "기독교사회윤리학의 우선적 과제는 보다 나은 정의와 공정성의 이론적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라며 "능력주의가 내세우는 정의는 능력과 노력에 따른 차등 보상이며, 기회평등을 강조하지만 현실에서 형식적 기회평등이 실질적 기회평등을 보장하지는 않는 만큼, 능력주의 사회에서 공정한 평가를 하려면, 한 사람의 성공에 미치는 능력적 요소 외에도 비능력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사람의 성공을 개인의 재능과 노력만 아니라 사회적 행운이 도와준 결과로 본다면, 그에 대한 보상도 승자독식이 아닌 공동체 전체의 자산으로 볼 필요도 있다"라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시장이 인정해주지 않는 노동은 무가치하고(예를 들면 가사노동), 시장에 기여하지 못하는 사람은 패자가 되는 절대화된 시장가치를 넘어 사회 공동체적 가치들까지 평가요소로 고려해야 한다. 즉,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인간다운 사회를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는가도 평가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특히 조 박사는 능력주의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인 과제도 제시했다.

 

그는 "차별을 확대하고, 계급을 공고히 하며, 지배계급의 문화적 주도권을 강화하는 사회 시스템의 학교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라며 "학생들로 하여금 직업세계에서 필요한 역량만이 아니라 도덕성과 민주적인 시민으로서 사회적 공동선에 대해 관심하고 숙고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 우리의 노동현장은 학력 차이에 기반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무직과 생산직,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 사이의 불평등이 심하다"라며 "노동의 존엄성과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가 회복되어야 한다. 노동의 사회 공동체적 가치나 사회발전의 기여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 제도가 필요하다"라고 피력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택배노동자를 포함한 플랫폼 기반 노동자들이나 의료 보건인의 사회적 기여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보상할지, 시장이 지배하는 가치평가의 권한을 어떻게 사회가 함께 나눌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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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 사회의 신학적 과제

 

 

조 박사는 "능력주의는 점차 확대되는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차별까지 도덕적으로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로 기능한다"라며 "하지만 신학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꿈을 가능한 것으로 약속하면서 이상을 현실로 둔갑시키는 능력주의 신화나 현실의 불평등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하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능력주의 체제는 특정한 역사적 배경에서 생겨난 사회체제일 뿐 자연법칙처럼 신성불가침 한 것이 아니어서 끊임없이 비판을 받고 개혁되어야 한다"라며 "능력주의가 내세우는 기회평등이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출발선일 뿐 최종 목적이라고 볼 수 없는 만큼 능력주의 사회는 좋은 사회를 만드는 적절한 이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특히 "한국교회는 공동선과 사회적 연대에 보다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 현재 한국교회가 대형교회와 소형교회, 도시교회와 농촌교회 사이에 존재하는 계층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소형교회나 농촌교회의 생존을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만들 것인지는 결국 능력주의 사회의 문제해결에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능력주의 비판하는 포도원 일꾼 비유
공로주의 신앙관 벗어나야

 

 

조 박사는 "신약성서에는 능력주의 이념을 신학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달란트 비유'(25:14-30)가 있는가 하면, 능력주의를 비판하는 '포도원 일꾼과 주인의 비유;(20:1-16)도 등장한다"라며 "포도원 일꾼과 주인의 비유에서 자비로운 주인의 행동에는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과 상관없이 보상하는 하나님의 정의관이 나타난다. 반면에 일찍부터 일한 품꾼의 불평은 정의란 일한 만큼, 능력대로 차별적으로 보상받아야 한다는 능력주의 정의관이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조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능력주의 사회의 정의관은 공로주의 신앙관과 상관성이 있다. 즉, 공로주의 신앙에서 구원이란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하는 것이며, 구원받는 사람은 그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따라서 공로주의 신앙관에서 구원이란 노력에 대한 당연한 보상일 뿐 은총이나 선물일 수가 없어서 감사와 기쁨이 생길 수도 없다.

 

따라서 조 박사는 "신학적으로 은혜로 구원받는 복음의 본질을 회복함으로써 감사하는 마음과 감사에 대한 응답으로 나타나는 나눔과 배려의 윤리를 발전시켜야 한다"라며 "교회가 세상 밖 능력주의 사회의 불공정을 비난하기에 앞서 교회 안에서 자비와 연대의 정신을 구현하는 대안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에 모범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교회부터 먼저 교회 안의 능력주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교회성장주의와 성공주의 목회관 등 번영신학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

 

조 박사는 "현재 교인들 사이에는 '믿음 안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적극적 사고방식과 '예수 믿으면 영적으로만 아니라 물질적으로도 축복받는다'는 번영주의 신앙이 보편화되어 있다"라며 "목회자들 사이에는 교회성장과 대형교회를 추구하는 교회성장주의와 성공주의 목회관이 지배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종교 영역마저 시장화되면서 하나의 보편적 교회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고, 교회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교회의 계층화나 목회자의 서열화는 당연시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능력사회에서 성공한 엘리트에 의한 은폐된 세습행태와 유사한 메커니즘을 지닌 대형교회의 세습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와 권력을 차지한 엘리트에 의해서 새로운 세습사회가 태동하듯이, 성공한 대형교회 목회자들에 의해서 교회세습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박사는 "문제가 된 교회들마다 형식적 기회평등이나 능력을 내세우지만 부모의 배경과 인적 네트워크라는 비능력적 요소의 작동을 부정하고, 형식적 기회평등마저 무시한다는 점에서 교회 안팎으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라며 "앞으로 기독교사회윤리학은 능력주의 사회 속에서 실질적 기회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종류의 불평등이 얼마만큼 존재하며, 능력에 따른 성과를 어떻게 재분배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지 윤리학적 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하) 능력주의, "능력은 공정하지 않다" 연대와 인간의 존엄성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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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윤리학회(회장:오성현 박사/서울신대 교수)가 지난 4월 30일(토) 오전 10시 서울신대(온라인 병행)에서 '기독교윤리학자들이 바라본 메리토크라시(능력주의)'라는 주제로 정기학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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