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여성들이 남한 내 가정폭력과 성폭력으로 심한 우울증을 경험하면서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신대 산하 기관인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와 사회복지정보자원연구소가 지난 6월 21일 오후 1시 온라인(줌)을 통해 '한국사회 형성과 기독교 사회복지'를 주제로 개최한 공동학술대회에서 북한이탈 여성들의 폭력피해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북한이탈주민 중 여성
2020년 3월 기준 72.1%
이날 '북한이탈여성을 위한 교회의 역할:폭력피해와 영성의 영향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표한 서울신대 조성희 박사(사회복지학과)는 "2020년 3월을 기준으로 북한이탈주민은 약 33,658명에 이르고 있다(통계청, 2021)"며 "북한이탈주민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2002년 55.3%로 절반을 넘어선 이후 2018년의 경우에는 85.2%로 최대치를 나타냈고, 2020년 3월 기준 전체 북한이탈주민 중 여성의 비율은 72/1%로 절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통 피해 탈출했지만
남한에서 '각종 폭력' 경험
조 박사는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 내에서의 폭력피해와 탈북 과정 속에서 생사의 위험을 피해 제3국으로 입국하지만 그곳에서도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는 등 어려움을 경험하게 있다"며 "여성의 경우 인신매매를 비롯한 강제결혼, 성폭력 등의 피해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인 측면에서 매우 큰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러한 고통이 남한에 입국한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남한에서 자립하기 힘든 취약성 때문에 가족을 형성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가족 내에서 경험하는 폭력 피해의 경험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며 "가족 내에서의 폭력 피해 경험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고, 여전히 가족을 사적 영역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경향도 있으며, 가장 안전하고 지지적이어야 할 공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기 때문에 이를 경험하는 북한이탈여성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탈여성들이 경험하는 심리적인 어려움은 단순히 폭력 문제로 그치지 않고, 북한이탈여성의 개인적 측면에서는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증가시켜 다양한 차원의 정신건강의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
북한이탈여성,
어떤 폭력을 경험할까?
그렇다면 북한이탈여성들은 실제 남한에서 어떤 폭력피해를 경험하고 있을까? 조 박사는 북한이탈주민 지원기관인 하나센터와 민간의 시민단체들, 그리고 북한이탈여성 당사자 활동가들의 지원을 통해 북한이탈여성 158명의 연구대상자를 모집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도표는 발표자료에서 발췌).
158명 중 74명 폭력 경험
조사결과에 따르면 북한이탈여성 158명 중 74명이 배우자로부터 각종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서적인 폭력으로 인한 피해 경험을 가진 경우가 22명(29.7%)으로 다른 폭력 유형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신체적 폭력 중 경한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경우와 경제적 폭력의 피해 경험을 가진 경우가 각각 13명(17.6%)과 12명(16.2%)으로 나타났다. 성폭력으로 인한 피해 경험을 한 경우는 7명(9.5%)이었고, 신체적 폭력 중 중한 신체적 폭력 피해를 경험한 경우는 3명(4.1%)으로 분석되었다.
이와 관련 조 박사는 "2019년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실태조사'에서 여성의 유형별 폭력 피해율이 신체적 폭력은 2.1%, 성폭력 4.5%, 경제적 폭력 1.2%, 정서적 폭력 8.3%이었던 것에 비해 모든 영역에서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당하거나 도망치거나
배우자에 의한 폭력 피해를 경험한 26명의 북한이탈여성이 보인 배우자 폭력에 대한 대응 방식에 대한 분석 결 과에 따르면 배우자의 폭력을 경험한 북한이탈여성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응 방식은 자리를 피하거나 집밖으로 도망가는 방식으로 전체 배우자 폭력 피해를 경험한 북한이탈여성 중 약 1/4 이상인 7명(26.9%)이 응답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와 함께 그냥 당하고 있는 경우도 4명(15.4%)으로 나타나 관련 분석의 응답자 중 40% 이상은 배우자의 폭력에 대하여 매우 소극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 유형별 분석
북한이탈여성 158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유형별 발생 빈도에 대해 설명한 조 박사는 "음란전화 등에 의한 성폭력, 성기노출에 의한 성폭력, 성희롱, 가벼운 성추행, 심한 성추행의 경우에는 남한에서 가장 높은 비율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스토킹, 강간 미수, 강간에 의해 성폭력 피해 경험은 탈북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었다"라고 설명했다.
가정폭력과 자살 충동
배우자에 의해 폭력 피해를 경험한 북한이탈여성 중 CES-D(우울 위험군 분류: 0〜20점 비위험군, 21점〜40점 위험군, 41점〜60점 고위험군) 우울 위험군 분류를 기준으로 위험군은 12명(48.0%), 고위험군은 5명(20%)으로 분석되었다.
조 박사는 "배우자의 폭력 피해를 경험하지 않은 북한이탈여성의 경우 위험군이 8명(16.7%)이고, 고위험군은 없었던 것과 비교하여 보면 매우 높은 위험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해 볼 수 있다"며 "배우자에 의한 폭력 피해 경험에 따른 북한이탈여성의 자살생각에 대한 분석 결과를 보면 더욱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배우자에 의한 폭력 피해를 경험한 북한이탈여성들 중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거나 죽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다'는 경험의 경우가 11명(42.3%), '자해 충동 경험'의 경우가 9명(34.6%), '자살 생각 경험'의 경우가 11명(42.3%), '자살 계획' 경험의 경우가 2명(7.7%), '자살 시도' 경험의 경우가 5명(19.2%) 등으로 배우자에 의한 폭력 피해를 경험하지 않은 북한이탈여성에 비해 최소 3.6배에서 최대 16.5배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고 강조했다.
성폭력과 자살 충동
성폭력을 피해를 경험한 북한이탈여성 중 우울 위험군은 11명(22.9%), 고위험군은 20명(41.7%)으로 분석되었다. 조 박사는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지 않은 북한이탈여성의 경우 위험군 32명(33.3%), 고위험군 7명(7.3%)에 비해 높은 수준을 나타낸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성폭력을 당한 북한이탈여성의 자살 충동에 대한 조사 결과 '죽는 것이 낫다고생각하거나 죽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다'는 경험이 있는 경우가 24명(50.0%), '자해 충동 경험'의 경우가 19명(42.2%), '자살 생각 경험 경우가 26명(54.2%), 살 계획' 경험의 경우가 경우가 6명(13.3%), '자살 시도' 경험의 경우가 10명(21.7%)으로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최소 1.5배에서 최대 2.8배의 비율을 나타냈다"라고 강조했다.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조성희 박사는 "북한이탈여성들이 경험하는 폭력 피해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내현화된 우울의 문제나 외현화된 자살의 문제는 모두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이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의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관련 연구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하거나 예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높은 수준의 어려움과 사회적 지원 체계의 제한 속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의 한국사회 정착에 큰 영향을 주는 도움 요인으로 제시되는 것은 교회로 대표되는 종교단체의 지원이라는 점은 북한이탈여성의 폭력 피해와 관련된 현상에 교회의 역할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조 박사는 생계비 및 생필품 지원, 직업 교육 및 취업 알선, 결혼상담, 심리상담, 교육비 지원, 생활공간 지원, 의료비 지원 등을 넘어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시달리는 북한이탈여성들의 안정과 회복을 위해 신앙적, 영성적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폭력 피해를 경험한 북한이탈여성들을 위한 교회의 영성적 개입은 회복과 안정 등 '영적 고향'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할 수 있다"며 "교회의 영성적 개입을 위한 모델 및 프로그램 개발, 관련 전문 인력 양성과 이를 위한 교육 과정 개발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예배, 기도, 성경 공부, 기독교 상담 등의 활동과 같은 영성 훈련 및 회복의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북한이탈여성을 비롯해 모든 북한이탈주민들이 기독교 영성으로 신앙과 삶을 동시에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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