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인은 '타자적 존재'
소아적 신앙생활에서
대승적 생활신앙으로
타자 향한 '환대와 연대' 필요
한국 개신교인들은 공동체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하지만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서도 배려한다. 좋은 공동체를 꿈꾸지만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이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그들은 정작 위기가 닥치면 체제와 시스템 뒤로 숨어버린다.
공동체의 모순이 있어도 애써 외면하고 현재의 불행을 개인의 무능과 불성실로 돌려버린다.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의 개신교인들은 겸손이 지나쳐 자기부정의 단계로 까지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은 악의 문제와 고통의 문제를 바라볼 때 구조와 체제의 모순을 가리우고 개인윤리의 차원으로 환원시키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 19 시대 개신교의 시민성이 있다면, 그것은 코로나 19로 신음하는 이름 모를 타자를 향한 환대와 연대를 감행하면서 ‘타자를 위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것이 코로나 19이후 시민들이 지녀야할 덕목이고, 그것이 바로 새롭게 선포되는 기독교윤리학의 실천이성이다."
한국기독교윤리학회(회장:오지석 박사, 숭실대)가 지난 4월 24일 '포스트 팬데믹 시대, 사회와 기독교윤리'라는 주제로 개최한 '2021년 정기학술대회'(온라인)에서 발표한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이상철 박사(한신대 겸임교수)의 분석이다.
이상철 박사는 이날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난 한국 개신교인의 시민성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과 기독교사상, 크리스챤아카데미가 지난 2020년 공동으로 진행했던 '코로나 19 이후 한국개신교인 인식조사' 결과에 기초해서 발표했다. <기독교사상 통권 742>(2020, 10)에 '특집 코로나 19와 한국사회' 인식조사 중간보고서가 게재됐다.
# K-방역과 기독교인 시민성
이 박사는 "코로나 19 대유행이 정치, 경제, 생태/환경, 통일/안보, 사회/젠더 등에 끼친 영향을 조사하고 분석한 '코로나 19 이후 한국개신교인 인식조사'에 정치분야를 맡았다"며 "K-방역을 지탱하고 있는 시민성(개인주의와 공동주의), 권위주의와 순응주의, 민주주의와 개인, 자유와 정이, 평등에 대한 감각 등)을 추적하는 것인데, 그 중 개신교인에 집중했다. 연구 결과 한국 개신교인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소홀하게 취급하지도 않는 시민성을 지니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개신교인들은 사회적, 개인적 위기 발생시 개인윤리의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을 보였는데, 이는 긍정적으로 보자면 공동체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겠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체제와 권위에 대한 부조리의 문제에 있어 예민하지 못하다는 반증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코로나 19 이후 한국개신교인 인식조사> 분석 결과를 중심으로 "한국개신교인은 공동체 우선주의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 배려한다. 좋은공동체를 꿈꾸면서도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의 자유와 평등을 존중한다. 하지만 정작 위기가 닥치면 체제와 시스템 뒤로 숨어버린다. 공동체의 모순이 있어도 애써 외면하고 현재의 불행을 개인의 무능과 불성실로 돌려버린다"고 주장했다.
# 한국개신교 시민성 = 타자적 존재
이 박사는 한국개신교인의 윤리성은 '타자성'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 19는 많은 고민거리를 우리들에게 던져주었다. 생태적인 문제에서부터, 빈부격차의 문제, 의료체계를 비롯한 전반적인 사회시스템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현재 지구촌의 모든 잠재적 문제들이 코로나 19로 인해 전면적으로 수면위로 부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무엇보다 코로나 19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던 통찰은 모든 인간은 이어져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적대해 할 대상은 바이러스가 아닐지 모른다. 차별과 배제의 논리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재촉하는 현 사회의 시스템 앞에서 우리는 가열차게 적대와 혐오를 선언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발표했다.
이 박사는 "세상은 이데올로기와 성과 계급과 문화와 종교와 자본에 따라 나누어져 있고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중세 페스트가 교황과 왕과 봉건영주와 신부와 평민과 노예들에게 가리지 않고 번져나갔듯이, 코로나 19 역시 선진국, 후진국,
계급, 인종, 국가 가리지 않고 똑같이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19 현상학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은 타자 존재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각인시켰다. 인간이 타자적 존재라는 것은 인간이란 상호 주체적, 상호 의존적이라는 말이고, 함께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약하고 연약한 존재한다는 말이다. 코로나 19를 경험하면서 철학적 혹은 문학적 수사로만 알았던 인간이란 타자적 존재라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 값비싼 댓가를 치루면서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자본의 흐름을 타고 흘러 다니던 타자성의 문제가 유령과도 같이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타고 다시 귀환했다. 코로나 19는 타자의 현상학과 환대의 윤리학이라는 오늘의 문제와 시대의 요청을 이제는 더 이상 미루거나 연기할 수 없는 막다른 사건이 되었음을 선언한 엄중한 사건이 되었다"고 피력했다.
그는 "코로나 19의 전 세계적 창궐을 통해 인류는 우리시대 취약한 지역이 어디고, 연약한 계층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며 "코로나 19 이후 새로운 시민성을 추구해야 하는 개신교인은 바이러스와의 대결에도, 코로나 19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기후위기와 생태정의를 위한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겠지만, 근본적으로 타자 본위의 생활신앙을 어떻게 모색해야 할는지에 대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윤리에 입각한 '소아적 신앙생활'을 넘어 '대승적 생활신앙'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 이 박사는 "개신교인은 코로나 19로 신음하는 이름 모를 타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 19에 취약한 계층들에 대한 포기와 방치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코로나 19 시대 개신교의 시민성이 있다면, 그것은 코로나 19로 신음하는 이름 모를 타자를 향한 환대와 연대를 감행하면서 ‘타자를 위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것이 코로나 19 이후 시민들이 지녀야할 덕목이고, 그것이 바로 새롭게 선포되는 기독교윤리학의 실천이성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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