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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교리와 신학

정부의 '집회금지명령', 종교행사 자유 침해하면 안돼

by 데오스앤로고스 2021.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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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집회제한이나 집회금지명령은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한 것이어야 하고, 종교행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피해의 최소성’ 요건과 관련하여, 교회에 대한 전면적인 집회금지보다는 집회제한이 종교행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더 최소화하는 것이므로, 일정한 감염예방수칙을 준수토록 하는 집회제한명령만으로도 충분히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경우, 정부가 집회제한명령 없이 곧 바로 집회금지명령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게 종교행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책임에도, 자유에도 '한계'는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감염병예방법에 의한 종교행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 역시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 제한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교회의 집회제한이나 집회금지명령은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한 것이어야 하고, 종교행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코로나 19 확산 속 교회는 정부의 집회제한 명령으로 예배 인원을 조절하고 있다(사진출처:컵뉴스).

 

# 코로나 상황 속 교회의 고민

길상엽 박사(웨신대)는 "몇몇 교회에서 발생한 COVID-19의 집단감염 때문에 모든 교회들이 집단감염의 전원지로 지목돼 정부로부터 집회제한 및 집회금지명령을 받고 온라인 비대면 예배를 드리고, 소모임은 거의 금지된 상태"라며 "교회가 현장예배를 고수하려면 언론과 대중들의 비난을 감수해야 할 뿐 아니라 벌금이나 손해배상 청구 등 정부의 강제력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소신에 따라 현장예배를 고수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길 박사는 "교회 입장에서는 정부의 제한 조치가 일부 수긍이 되지 않을 수 있고, 또 제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제한의 정도가 과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같은 전통 안에서도 교회의 예전(禮典)에 대한 신학적 입장에 따라서 정부의 종교행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조치를 받아들이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회와 국가의 관계나 교회의 예전에 대한 신학적 견해가 정부의 종교행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관련해 명확한 해답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길 박사는 개혁주의 전통의 입장에서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신학적 견해를 밝히면서 '종교의 자유'라는 차원에서 교회에 대한 국가의 제한에도 '한계'가 있음을 주장했다.

# 교회와 국가의 4가지 관계

길 박사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기독교 신학에서 언급되는 교회와 국가의 관계는 크게 네가지 또는 다섯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경우, 첫째는 교회가 국가를 지배하는 유형으로 로마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로마 가톨릭 중심의 중세 유럽이다. 둘째는 국가가 교회를 지배하는 영국 성공회 유형, 셋째는 교회와 국가가 각각 독립적으로 구별되면서도 상호 협력하는 루터와 칼빈의 유형, 그리고 마지막으로 넷째는 16세기 스위스의 제세례파에 의해서 주장된 국가의 완전한 분리 유형이다.

다섯 가지로 나누는 유형은 루터와 칼빈을 구분하여 루터교회의 입장을 상호 독자적이면서 상호 불간섭하는 경우로, 개혁교회의 입장을 상호 독자적 영역을 인정하는 동시에, 양자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실현하려는 경우로 나누기도 한다.

 


# 칼빈에게 국가는...

길 박사는 "특히 칼빈은 루터보다 세속정부에 더 많은 긍정적인 가치와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여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길 원했다. 그래서 칼빈은 세속정부가 그리스도인의 경건생활에 필요한 외적인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칼빈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는 두 나라, 즉 교회와 국가를 통치하시는 왕이시다. 국가와 정부는 그리스도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공간을 창조한다. 칼빈에 따르면 하나님의 나라는 복음의 전파를 통해서 올 뿐 아니라 사람들 가운데 질서와 인간성을 올바로 유지하는 일을 통해서도 온다. 그리고 바로 이 후자의 일이 시민적 정부의 과제이다. 따라서 시민적 정부는 세상을-그것이 언젠가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지만-보존하는 직접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길 박사는 "칼빈의 사상은 유럽과 미국의 거의 모든 민주주의적인 사상의 원천이 되었다고 여겨져 왔다. 근대에 와서 민주주의가 일찍 발전한 국가들은 영국, 스코틀랜드, 네덜란드, 스위스, 미국 등이었으며, 이들 국가들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공헌한 사람들은 대체로 칼빈의 사상을 따르는 칼빈주의자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종교 자유의 한계

칼빈의 생각에 정부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위하여 초대하시고 그리스도와 하나로 있도록 보존하시기 위하여 쓰시는 외적인 수단이요 보조 기관이다.”(기독교강요 제Ⅳ권의 제목)

길 박사는 "이런 칼빈의 견해대로라면 오늘날과 같은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종교의 자유 개념은 성립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오늘날 공직자들이 강제력을 사용해 사람들을 바른 교회로 보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공직자들이 관할할 수 있는 것은 영혼의 문제가 아니라, 외적이고 시민 정부의 문제로 국한되기 때문이다. 또 한 사람의 양심을 강제하는 것은 그 사람의 구원에 아무 유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위선자로 만들고 의도적으로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행위를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종교실현(종교행사)의 자유를 무조건 국가가 허용할 수도 없다. 개인의 종교적 행위와 국가의 법 질서 유지의 문제 때문이다. 예를 들어 종교적 이유로 병역소집을 거부하는 등 병역의무불이행의 경우, 국가의 안전과 공공질서를 위협하는 활동을 종교적 행위의 외양을 가지고 수행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길 박사는 종교적 행위가 타인의 기본권적 이익과 충돌하는 세 가지 경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첫째로 종교적 행위가 타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선교과정에서 다른 종교와 충돌을 빚거나 종교단체 내부에서 교리 등의 문제를 이유로 서로 대립하게 되는 경우이다. 또 한 이런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종교교육의 자유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피교육자의 종교의 자유나 교육을 받을 권리와 충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종교적 목적에 따라 설립된 사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의 강제가 어느 범위까지 인정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대표적인 예시가 된다.

둘째로 종교적 행위가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다. 종교적 활동을 통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셋째로 종교적 행위가 타인의 생명권이나 보건권 및 이들을 보호할 국가적 책무와 충돌하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길 박사는 "종래에는 종교 교리를 이유로 한 치료 거부의 문제 등에 대한 전문인이나 국가의 배려의무는 어느 범위까지 용인될 것인가의 문제가 대표적이었지만 최근에는 COVID-19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국가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을 근거로 하여 종교활동의 자유를 어느 정도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현실적이고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 코로나 속, 책임과 자유의 '한계'

그는 "교회가 정부의 방역예방수칙을 준수하고 협조하는 것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속 정부를 주신 하나님의 권위에 순종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하지만 국가의 종교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제한이 가능하다고 하면 그것은 그리스도의 왕국을 세우기 위해 세속정부를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에 위배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필요에 따라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그 제한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길 박사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감염병예방법에 의한 종교행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 역시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 제한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교회의 집회제한이나 집회금지명령은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한 것이어야 하고, 종교행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 집회금지보다 집회제한 명령으로

교회의 집회제한이나 집회금지명령은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한 것이어야 하고, 종교행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것. 따라서 ‘피해의 최소성’ 요건과 관련하여, 교회에 대한 전면적인 집회금지보다는 집회제한이 종교행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더 최소화하는 것이므로, 일정한 감염예방수칙을 준수토록 하는 집회제한명령만으로도 충분히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경우, 정부가 집회제한명령 없이 곧 바로 집회금지명령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게 종교행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길 박사는 "집회제한명령을 내려 일정한 예방수칙 준수를 요구하는 때에도 불필요하게 과도한 수칙을 부과하는 것 역시 피해의 최소성 요건에 반하는 것이므로 부당하게 종교행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험이 없이 감염병 전파가 단순히 예상된다는 사실만으로 교회의 집회를 제한 또는 금지하거나, 기한의 지정 없이 무기한으로 집회제한 또는 집회금지명령을 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제활동의 자유에 대한 제한처럼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어서는 안되고,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으면 감염병 전염의 명백하고 현전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때에만 그 제한이 가능하다"고 피력했다.

 

 

# 교회와 국가, 상호 독립적이면서 협력적 관계 필요

길 박사는 "한국 교회는 국가에 대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가기 위한 상호 독립적이면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교회는 여기에만 머물러서는 안되고 보다 적극적으로 공적 기독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국가의 법이 하나님의 정의의 한계를 넘어설 때, 교회는 법의 한계를 분명히 주장하여야 한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통치는 십자가에 달리신 자의 통치이며, 기독교 신앙의 승리에 대한 확신 역시 십자가 아래에서의 확신이요, 희망의 확신이라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국가가 하나님의 법에 어긋날 때 교회는 그 한계를 분명하게 지적하고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때로는 국가와 투쟁을 벌이기도 해야 하지만 한편, 국가의 법에 단순히 징벌의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양심의 동기에 따라 복종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

길 박사는 "앞으로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논함에 있어 종교의 자유뿐만 아니라, 교회의 현실참여 문제 등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문제들에 대해 한국교회가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하나님의 정의를 하수같이 흐르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위의 글은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학술지 '조직신학연구/제36권'(2020년)에 게재된 길상엽 박사(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의 연구논문 '교회와 국가의 관계:종교의 자유를 중심으로'을 기사 형식으로 편집해서 일부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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