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한 권의 신학

[책] 거꾸로 읽는 신약성경: "세상의 권세자들에게 복종하라"고 말한다고?

by 데오스앤로고스 2016. 1. 7.
728x90
반응형

 

거꾸로 읽는 신약성서 / 차정식 저 / 포이에마 / 14,000원

 

* 2015년 4월 27일 기사

 

로마서 13장은 권세자들에게 복종하라고 말한다. 세상의 권세자들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것인가? 마태복음 11장 12절은 천국은 침노하는 자들의 것이라고 말한다. 전투적으로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 것인가? 마가복음 12장 17절은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고 말한다. 교회와 세상의 것을 구분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인가?

마태복음 10장 34~39절은 예수님께서 화평이 아닌 검을 주러 왔다고 말한다. 과격하고 급진적인 신앙생활을 요구하는 것인가? 마태복음 13장 24~30절은 가라지를 뽑지 말라고 말한다. 과연 추수 때까지 놔두어야만 하는가? 로마서 12장 1절은 영적 예배를 말한다. 영적 체험이 있는 예배를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합리적이고 실천적인 삶을 말하는 것인가?

딤전 2장 15절은 여자들은 해산함으로 구원을 얻는다고 말한다. 여자는 아이를 낳아야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구원론을 말하는 것인가? 베드로전서 3장은 예수께서 옥에 갇힌 영들을 찾아가셨다고 말한다. 이 옥은 지옥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연옥을 말하는 것인가?

한마디로 신약성서의 대표적 난해 구절들이다. 또한 해석의 어려움으로 교회 강단에서 오해되거나 외면받아온 말씀들이다.

 

 

거꾸로 읽는 신약성서’(차정식 저, 포이에마). 한 성서학자의 인습과 관행을 넘어서는 치열한 성경 읽기 및 해석 방법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한일장신대 신약학 교수인 차정식 박사는 ‘거꾸로 읽는 신약성서’에서 신약의 난해 구절, 오해되고 외면받아온 신약성경 본문에 대한 창의적이고, 설득력 있는 해석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의 구절들이 자리한 전후의 맥락과 기록되던 당시의 상황, 그리고 이들 구절에 대한 기존의 다양한 해석을 검토한 뒤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흔히 특정 구절에 과도하게 집중해 ‘정경 속의 정경’을 솎아내려는 발상은 교리적 정통에 집착하려는 욕망과 직결된다. 하지만 성서 해석의 모든 집착은 불온하다. 서푼어치의 알량한 실존을 방어하기 위한 ‘제 논에 물 대기’ 식의 빤한 속셈을 동반하기 때문”이라며 “그 욕망을 해체하며 반성하도록 돕는 것도 성서학자의 일부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성서 해석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 상황 속에서 기존의 다양한 해석을 검토한 뒤 가장 설득력 있는 성경 해석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편의주의와 아전인수식의 해석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지성적 탐구보다는 화끈한 ‘믿음’을 강조해 온 한국 교회는 성서 해석상의 어려움을 치밀하고, 끈질긴 정공법으로 돌파하기보다는 편의적으로 혹은 아전인수 겪으로 해석하며 왜곡된 이해를 유통시키는 경우가 잦았다”며 “성경은 전복적으로 읽기에 앞서 바로 읽어야 하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언급한다.

 

 

따라서 이 책은 성서를 읽는 독자들이 무지와 맹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성서를 제대로 읽고 해석해야 이단에도 빠지지 않고, 교회의 타락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교회의 타락과 이단의 창궐은 결국 오도되고, 빈곤한 성서 해석으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는 성서를 해석하고, 메시지를 선포하는 설교자들을 향해 “자유로운 성서 해석 속에서 지식의 공변성을 높이고 그릇된 관행과 인습의 시장에서 번성하는 온갖 꼼수의 메시지들과 싸워야 하는 윤리적 사명의 당위성도 높아진다”며 “더구나 무지가 무지인 줄 모르고 오류를 오류로 인지하지 못하는 세태 속에 독버섯처럼 음습한 권위주의가 번성하는 현장을 나 몰라라 방치하는 것은 성서 연구를 업으로 삼는 자의 온당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거꾸로 읽는 신약성서’는 특정 본문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책 내용 중에서 일부를 발췌해봤다.

1. ‘아바’는 ‘아빠’가 아니다

… ‘아바’ 어형의 언어학적 기원은 기존 연구에 의하면 강조적 상태, 호격,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 등의세 종류로 설명되는데 오직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라는 부분에 집착해왔다. 설사 그 어원이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에 있었다 하지라도 예수 당시 이 단어는 이미 ‘아버지’를 호칭하는 모든 연령대의 공통된 용어로 정착돼 있었기 때문에 신약성서 시대에 ‘아바’ 호칭을 어린아이의 재잘거리는 ‘아빠’ 표현으로 해석하는 것은 난세스라는 것이다.

… 그 결과 하나님을 친밀하게 ‘아빠’로 어린애처럼 부르고 싶은 신앙의 감상주의는 더 부추겨졌고, 이와 함께 미성숙한 자아를 감성일변도의 신앙 취향으로 땜질하려는 나이브한 ‘하나님/아빠/낭만주의’도 더욱 견고하게 이 땅의 신앙 풍토 속에 뿌리 내려 갔다.

 

 

2. 침노당하는 천국의 실체

“세례 요한의 때부터 지금까지 천국은 침노를 당하나니 침노하는 자는 빼앗느니라”(마 11:12). … 이 말씀은 천국을 향한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를 강조한 말일까? 이같은 해석들은 전투적인 현실에 처한 신앙인들의 비장한 공격성을 상기시켜 준다.

… 하지만 해당 어록은 ‘선의 경쟁’ 또는 도전적 자극이나 시샘을 통한 공격적 목회나 선교 활동을 독려하려는 뜻과 무관하다. 그런데도 대강의 직감과 때려잡기 식으로 해석해 영적인 교훈으로 선포된다. 인습 속에 그것이 사실과 진리로 고착되기까지 한다.

3. 가이사에게 바치는 세금 논쟁

… 막 12:13~17절의 말씀에 등장하는 세금 논쟁과 관련 널리 알려진 주류 관점은 하나님이 통치하는 세계와 사탄에 사로잡힌 황제가 통치하는 세계를 양분해 그것이 질적으로 전혀 섞일 수 없는 두 개의 다른 차원임을 강조한다. 가이사와 하나님은 두 왕국을 다스리는 각각 다른 통치자이기에 이 세상의 영역에 하나님 나라 백성들이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신학적 변설이 이로부터 생겨났다.

… 모든 선해 보이는 말들이 그 액면 그대로 마냥 선량한 건 아니다. 어떤 말은 내용과 무관하게 이해되거나 정반대로 새겨지기도 하고, 때로는 형식 자체가 메시지로 전이되기도 한다. 이 모든 모호한 현상은 수사학적 상황에서 말을 매개로 파생되는 욕망의 파노라마다.

… 예수는 질문의 근본을 지혜롭게 통찰했고, 그 수사학적 그물망을 수사학적 재치로 가뿐하게 벗어났다. 따라서 가이사와 하나님이 세금 문제로 어떻게 상관하고 엉겨 붙든, 이와 무관하게 예수는 자신의 말로써 교묘한 수사학적 게임에서 승리했다.

 

 

4. 권세자들에게 복종하라 하신 까닭

… 로마서 13:1~7절을 문자 그대로 정직하게 읽어보면 에누리 없이 명석 판명한 의미가 도출된다.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들, 공권력 집행자들에게 국민들이 복종해야 한다는 뜻이다. … 그들이 휘두르는 공권력의 칼은 국법을 위반하여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에게 명령을 강제하는 합법적인 도구이자 보응의 물리적인 힘이다.

… 다시 말해 바울이 로마의 공권력을 일러 하나님의 사자 역할을 하며 선을 이룬다고 얼핏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할 때, 그의 본심은 ‘그들이 정녕 그런 선한 일을 하고 있느냐’, ‘하나님의 사자다운 공의로운 명분과 권력 행사를 하고 있느냐’라는 반어적 메시지를 품고 있었다는 뜻이다.

… 이 본문의 내용을 거두절미하여 ‘공권력에 대한 무조건 복종’의 이데올로기를 강박하거나 정교분리의 신학적 기반으로 삼는 등의 해석은 이 구절이 자리한 원초적 ‘맥락’을 소홀히 다루는 오류를 범할 수 밖에 없다.  … 문제시되는 공권력의 근원이 어디인지 대상을 신중히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그것과의 부대낌을 감수하면서 싸움에 임해야 할 적절한 타이밍의 묘법도 고려되어야 한다.

‘거꾸로 읽는 신약성서’는 이 외에도 다양한 난해 구절들에 대한 설명이 가득차 있다.  아래 책의 목차만 보더라도 어떤 난해구절들을 설명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 책의 목차

머리말

1부 복음서 뒤집어 읽기

‘아바’는 ‘아빠’가 아니다 _막 14:36; 롬 8:15; 갈 4:6
가난한 자가 복된 이유 _마 5:3
‘예, 예’와 ‘아니오, 아니오’의 역설 _마 5:37
신중한 판단과 공정한 반면교사 _마 7:1-5
구하고 찾고 두드리는 내력 _마 7:7-8
‘좋아요’와 황금률 생각 _마 7:12
화평이 아닌 검을 던진 까닭 _마 10:34-39
침노당하는 천국의 실체 _마 11:12
제 논에 물대기하는 ‘이 세대’의 변덕 _마 11:16-17
가라지를 뽑지 말라고 한 까닭 _마 13:24-30
나무가 된 겨자나물의 비밀 _마 13:31-32
공정한 희생의 샛길 _마 23:29-31
좁은 선교, 넓은 선교 _마 10:5-6, 28:18-20
가이사에게 바치는 세금 논쟁 _막 12:13-17
계산하는 믿음, 포기하는 믿음 _눅 14:28-30
‘거듭남’의 본래적 의미 _요 3:1-21

2부 서신서 거꾸로 보기

어떤 믿음이 성서적 믿음인가 _막 10:52; 요 3:16; 롬 10:9; 갈 2:16; 약 2:19 외
초대교회의 빛과 그림자 _행 2:43-47, 4:32-35
변덕의 창의성, 위선의 진보성 _행 10장; 갈 2:11-14
영적인 예배? 합리적 종교! _롬 12:1-2
권세자들에게 복종하라 하신 까닭 _롬 13:1-7
하나님의 미련한 것과 인간의 지혜 _고전 1:18-31
미혼의 불안, 비혼의 자유 _고전 7:36-38
바울의 저주, 그 빛과 그림자 _고전 16:22; 갈 1:8-9
연보의 유래, 헌금의 미래 _고후 8-9장
인사말에 담긴 속뜻 _빌 1:1-2
무엇이 덕스러운 것인가 _빌 4:8; 벧전 2:9; 벧후 1:3, 5; 고전 8:1, 10:23 외
상처는 어떻게 권위로 승화되는가 _갈 6:17
해산함으로 얻는 구원? _딤전 2:15
털외투와 가죽책의 사연 _딤후 4:13
그 ‘영’과 ‘옥’은 어떤 영과 옥인가 _벧전 3:18-20

 

3부 상상하며 바로 읽기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_마 7:13-14
하나님의 깊은 속내와 인간의 얕은 심산 _마 13:14-15; 막 4:11-12
천진한 어린이와 몽매한 우민의 역설 _막 10:13-16; 고전 13:11
그 간청함으로 인하여 _눅 11:5-13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_요 8:1-11
더디오 생각 _롬 16:22
‘기록된 것’은 무엇인가 _고전 4:6
모든 사람을 위한 모든 것 _고전 9:19-23
자족과 형통 사이 _빌 4:10-13

# 저자 소개 : 차정식

저자는 자신의 신학이 길 위의 신학이길 꿈꾸고, 그 사색이 발바닥의 땀 속에 운동하는 명상이길 갈구하는 성서학자, 신학자.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코믹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석사학위를, 시카고대학교 신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매코믹 신학대학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한일장신대학교 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신약학회 편집위원장, 한국기독교학회 편집주간 등을 역임했다.

《예수, 한국사회에 답하다》를 출간하여 예수의 전통을 한국 사회의 현장에서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보였고, 성서신학을 일상과 사회복지, 문학의 영역에 연계시켜 《일상과 신학의 여백》 《하나님 나라의 향연》 《시인들이 만난 하나님》 《성서의 에로티시즘》 《신약의 뒷골목 풍경》 《쩔쩔매시는 하나님》 등의 저서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왕성한 연구 및 저술 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20여 권의 단독저서와 20여 권의 공저, 130여 편의 논문을 산출했다.

지금은 성서의 현대적 메시지를 신학적 인문학의 통전적 맥락에 접목시켜 다양한 양식으로 비평적 글쓰기의 실험을 추구하고 있다. 전주에서 한가롭게 운신하고 기동하면서 산책과 고독한 몽상을 즐기지만, 더러 사는 게 고되고 지겨운 나그네들을 초청하여 더불어 걸으며 대화하는 소요학파의 고전적 재미도 누리고 있다.

 


<Copyright데오스앤로고스 / 무단 복제 및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