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전지성, 하나님의 불변성, 하나님의 섭리 등의 개념들은 '열린 유신론'에서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과정신학에 와서는 완전히 부인되었다. 열린 유신론은 그나마 고전적 알미니안주의의 범주에 머무르려 하고, 그 논리적인 약점을 지적해 보려는 것이지만, 과정신학은 그리스도의 신성과 부활과 같은 전통신학의 모든 개념들을 부정하기 때문에 복음주의 신학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복음주의'는 고전적 알미니안주의와 개혁주의를 모두 포함하는 사상이다. 고전적 알미니안주의는 복음제시가 용이하고 잃어버린 양을 찾는데 효과적인 신학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신학과 목회는 잃어버린 양을 찾는다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찾은 양에게 올바른 꼴을 먹이는 측면도 중요한 것이다. 고전적 알미니안주의가 가진 복음의 이해에 대한 약점으로 말미암아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조직신학은 종교철학으로 변하고, 열린 유신론과 과정신학으로 전개된다."
피영민 박사(한국침신대 총장)는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임원택 박사, 백석대 교수)가 지난 4월 27일(토) 오전 10시 지구촌교회(담임:최성은 목사)에서 <복음, 부흥, 민족>을 주제로 개최한 제82차 정기논문발표회에서 주제강연자로 참여해 <복음에 대한 이해가 충돌되는 영역들>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사실적-경험적 측면의 복음
복음의 세 가지 사실
피 박사는 "복음, 부흥 민족이라는 주제의 대전제는 '복음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성경적인 이해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라며 "하지만 교리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지난 2,000여년의 교회 역사상 복음에 대한 이해는 교회 안에서나 신학 교육기관에서나 일치되지 못하고 충돌되는 영역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복음에는 '사실적인 측면'(고전 15:1~4)도 있고 '경험적인 측면'(살전 1:5)도 있다"라며 "(1) 그리스도의 대속적인 죽으심, (2) 장사되심, (3) 그리고 사흘만에 부활하심이라는 세 가지가 복음의 사실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하지만 이 세 가지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만 가지고는 구원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 이 세 가지 사실을 헛되이 믿지 않고 굳게 지켜야 하는 체험적인 측면이 아울러 요구되고 있다"라며 "오직 능력과 성령과 큰 확신으로 복음의 세 가지 사실은 큰 확신으로 믿어지게 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복음주의,
세 가지 영역의 이해와 충돌
피 박사는 "복음주의 안에 속한 사람들 가운데 복음의 사실적 측면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으며, 사실적인 측면을 부인하는 사람들에게는 복음주의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라며 "그러나 복음의 체험적인 측면에 관해서는 이해가 충돌되는 영역이 많은 것이다. 어떤 과정으로 복음의 사실이 확신될 수 있느냐? 어떤 능력으로 복음을 굳게 믿을 수 있느냐? 누구에게 이런 큰 확신이 일어나느냐? 하나님은 이런 과정을 다 알고 계시느냐? 이런 문제들에 관해서는 서로 상반되어 충돌되는 견해들이 존재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선행적 은혜는 성경적 개념인가?
이와 관련해서 피 박사는 신학자들이 '신학적 묵상'을 계속해서 목회자들에게 '고도의 안정성 있는' 성경적인 이해를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복음의 이해와 체험한 관한 충돌이 일어나는 세 가지 영역에 대해 소개했다.
첫째, 인간의 의지가 구원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의 문제다.
피 박사는 "이 문제는 천주교와 개신교가 구별되는 요인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라며 "특히 개신교 내부에서도 이 문제는 갈등요인이 되었다. 1609년부터 1618년 동안에 소위 '고전적 알미니안주의'(Classical Arminianism)라고 불리우는 아르미니우스와 그의 추종자들인 항론파(Remonstrants)가 제시한 사상은 기존의 칼빈의 신학과는 달랐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침례교 안에서도 고전적 알미니안주의를 변호하는 대표적인 학자는 Roger Eugene Olson(1952~)다. 그의 신학 사상은 「Arminian Theology : Myths and Realities」에 잘 제시되어 있으며, 알미니안 주의에 대하여 갖기 쉬운 10가지 오해에 관하여 답변하고 있다"라며 "그가 정의하는 고전적 알미니안 주의는 칼빈주의가 5대 교리에서 가르치는 무조건적 선택, 제한속죄론, 그리고 불가항력적인 은혜를 거부한다"라고 주장했다.
피 박사는 "고전적 알미니안주의는 인간이 본성상 타락한 존재요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을 택할 수 없는 존재라는 어거스틴이나 칼빈의 사상에 동의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우주적인 사랑으로 인하여 전적으로 타락한 인간에게 아무도 예외 없이 예수를 믿을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는 자유의지의 능력을 은혜로 베풀어 주셨다는 것이다. 이것이 고전적 알미니안주의의 핵심사상인 소위 '선행적 은혜'(Prevenient Grace)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피 박사는 "고전적 알미니안주의는 선행적 은혜라는 개념을 거치면서 모든 인간은 예외없이 소위 '자유지상주의적인 자유'(Libertarian Freedom)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다"라며 "따라서 복음주의 신학은 과연 선행적 은혜가 성경적인 개념인지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개념을 거치면서 고전적 알미니안주의는 사실상 천주교 신학과 별 차이가 없는 신학이 된 것이 아닌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속죄의 범위,
제한적인가 일반적인가?
둘째, '속죄의 범위'가 제한적인 것이냐? 일반적인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피 박사는 "고전적 알미니안주의가 근거하고 있는 중요한 구절이 요한복음 3장 16절이다"라며 "하나님이 우주적 사랑을 강조하기 때문에 '세상'이라는 말은 '온 세상의 예외없이 모든 사람'(all people without exception)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속죄의 범위도 '온 세상의 예외없이 모든 사람'이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경에 등장하는 세상이라는 단어를 문맥의 고려 없이 무조건 '한 사람도 예외없이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는 것이다"라며 "요한일서 2:15, 요한복음 3:16에서는 하나님의 사랑이 유대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방인까지도 포함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결국 '예외 없이모든 사람'이 아니라 '차별이 없다는 의미에서 모든 사람'(all people without distinction)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전적 알미니안주의가 근거하는 또 다른 구절은 '모든'이라는 단어를 포함하는 구절들이다. 딤전 2:6, 딤전 2:1 등의 모든이라는 단어는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종이나 자유자나, 임금이나 신하나 신분, 성별, 국적에 차별을 두지 않으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라고 피력했다.
특히 피 박사는 "신학자나 목회자나 일반속죄설을 따르는 사람도 있고, 제한속죄설을 따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속죄의 범위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면 제시하는 복음의 내용도 달라지게 된다"라며 "예를 들어서 4영리의 첫 번째가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시며 당신을 위한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다”라는 명제인데 이런 명제는 일반속죄설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복음제시의 핵심적인 내용이 될 필요나 근거가 있는 것인지 심각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요 10:15, 요 10:10에 등장하는 '양'이라는 단어에서도 예수님의 속죄는 '예외없이 모든 사람'을 위한 속죄가 아니라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을 위한 속죄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라며 "하지만 속죄의 범위에 대한 이해가 다르면 '선택론' 혹은 '예정론'에 대한 이해도 달라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즉, 고전적 알미니안주의는 하나님이 예외 없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셔서 선행적 은혜를 따라 자유의지를 주셨고, 자유의지를 따라서 믿음의 선택을 할 사람을 미리 아시고, 미리 예정하셨다는 소위 예지예정론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조건으로 예정하신다는 '조건적 예정'이라는 것.
피 박사는 "반면, 제한속죄설을 믿는 사람들은 인간 편의 아무런 조건도 없이 하나님의 주권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 때문에 속죄를 받고, 속죄받은 사실을 성령의 역사로 확신하게 된다는 것이다"라며 "그러므로 이런 예정을 '무조건적 예정' 혹은 '절대예정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예정론의 차이는 또한 더 큰 주제에 대한 이해의 차이를 낳게 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예지예정론의 약점
그리고 열린 유신론의 등장
셋째, 하나님의 “예지”의 성격이 어떤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피 박사는 "하나님은 믿음을 택할 사람들을 미리 예정하셨다는 것이 '예지예정론'이다. 하지만 이해하기도 난이하고 하나님의 전지성을 훼손하는 이론이기도 하고, 논리적인 허점도 많은 이론이기도 하다"라며 "예지예정론의 논리적 약점에 의문을 품고 약점을 파고든 신학이 소위 '열린 유신론'(Open theism)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Clark H. Pinnock(1937 ~ 2010)은 1994년 IVP에서 발간한 The Openness of God에서 '열린 유신론'의 핵심사상을 제시했다. 하나님은 미래에 일어날 모든 일을 아시는 것이 아니라, 미래 일이 인간의 자유의지로 결정될 때까지는 하나님은 정확히는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라며 "그의 이론은 교파를 뛰어넘어 많은 대중적인 지지를 얻게 되었고, 복음주의 신학회에 심각한 논쟁과 분열을 일으키게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피 박사는 "2001년 미국 복음주의 신학회는 '열린 유신론'에 반대하는 선언문을 채택하였으나, Pinnock을 복음주의신학회에서 투표를 통해서 축출하는 일에는 실패했다"라고 피력했다.
특히 "열린 유신론의 논리는 읽는 사람을 매혹시키는 매력이 있다. 하나님은 피조물들에게 자유를 주셨기 때문에 미래는 닫혀진 미래(Closed)가 아니라 열린 미래(Open)라는 것이다. 하나님과 피조물의 관계는 정지된 관계(Static)가 아니라 역동적인 관계(Dynamic)라는 것이다. 하나님이 미래에 대하여 가지신 지식은 'Wild Guess'에 의한 지식일 뿐이고, 인간의 자유의지에서 나오는 행동들에 영향을 받고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열린 유신론과 과정신학
"복음주의 신학 아니다"
피 박사는 "열린 유신론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가 '과정 신학'(Process theology)로 전개된다"라며 "과정신학은 하나님은 가능한 한 최고도로 변화하시는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은 피조물의 행위에 의해서 유익도 얻으시고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하기도 하신다는 입장을 취한다"라고 설명했다.
피 박사는 "하나님의 전지성, 하나님의 불변성, 하나님의 섭리 등의 개념들은 열린 유신론에서 심각하게 웨손되었고, 과정신학에 와서는 완전히 부인되었다"라며 "열린 유신론은 그나마 고전적 알미니안주의의 범주에 머무르려 하고, 그 논리적인 약점을 지적해 보려는 것이지만, 과정 신학은 그리스도의 신성과 부활과 같은 전통신학의 모든 개념들을 부정하기 때문에 복음주의 신학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피 박사는 "고전적 알미니안주의가 가진 복음의 이해에 대한 약점으로 말미암아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조직신학은 종교철학으로 변하고, '열린 유신론'과 '과정 신학으로 전개된 것이다"라며 "신학자들은 좀 더 성경적인 복음의 제시, 그리고 좀 더 성경적인 복음의 교육을 위해서 계시지향적인 연구과 교육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개신교 종교개혁사들이 제시한 복음 이해의 천재성을 다시 연구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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