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다를 세상일에 더 열중하다가 필요한 것을 놓쳐버린 인물로, 마리아를 영적인 일을 추구하는 모범적인 제자의 길을 따르는 인물로 제시하는 것은 마리아는 띄우고 마르다는 깎아내리는 잘못된 해석이다."
"마르다를 가정교회의 리더십 역할로 부각시키고, 마리아를 남성제자들과 비교하여 그들의 말씀선포 사역과 달리, 마리아는 말씀을 듣기만 하는 수동적 인물로 폄하하는 것, 또한 마르다의 섬김과 마리아의 말씀 배우기 중 어느 것이 더 우월적 가치냐에 집중하는 해석은 문제가 있다."
최영숙 박사(웨신대 교수)는 "누가복음 10장에 등장하는 마르다와 마리아의 이야기에 대한 성경해석은 그동안 세상 일과 영적인 일로 분리하고, 두 여성 사이의 갈등과 대립관계로 설정해 왔다"라며 "마르다와 마리아는 모두 공간의 안과 밖을 나누고 있는 장벽을 허물고 불평등의 사회구조를 변혁하는 선구자로 서 있다는 새로운 성경해석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한다.
*이 글은 목회현장에 직접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한국 교회를 사랑하는 신학자들의 깊은 고민과 애정이 담긴 가치 있는 연구 결과물을 본지 독자들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일부 정리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연구자료를 참고하면 된다.
최영숙 박사의 <마르다와 마리아, 공간의 분리 담을 넘다-누가복음 10:38~42의 새 해석>, 한국신약학회, 「신약논단」, 제29권 4호(2022년).
마르다와 마리아 이야기
'세상의 차별' 타파하다
최 박사는 누가복음 10장의 마르다와 마리아 내러티브를 여성들을 위한 복음으로 접근한다. 따라서 마르다와 마리아 둘 다 당시에 편만해 있던 '공간의 분리'를 깨뜨리고, '차별의 담'을 넘어선 인물로 제시한다.
최 박사는 "1세기 그리스 로마 사회, 그리고 유대 사회는 가부장적 남성 중심의 사회로 여성들에게는 집 안의 일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접근금지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다"라며 "여성은 식탁의 자리에서뿐만 아니라 대부분 남성과 한 자리에 함께 어울리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이와 같은 1세기의 사회상에 도전장을 내민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였다"라며 "예수께서는 유대 사회에서 분리해 놓은 공간을 무너뜨려 유대관을 위반한다. 유대인들이 접촉해서는 안 된다고 분리해 놓은 사람들, 곧 죄인들, 이방인들, 여성들과 한 공간에 머물며 교제한다"라고 강조한다.
즉, 예수께서는 당시 사회문화에서 자행되었던 공간의 분리, 차별의 벽을 무너뜨리고 여성도 남성의 공간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평등을 가르치셨는데, 누가복음 마르다와 마리아의 이야기는 바로 이것을 보여준다"라고 주장한다.
공간 분리장벽 깨뜨린 마르다
최 박사는 "마르다는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자신의 마을에 오시자 자기 집에 초대하고, 예수님은 초대에 응하신다"라며 "이런 상황은 당시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 여성이 외부 남성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한 공간에 머무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라고 설명한다.
즉, 마르다는 사회적 통념을 깨고 외부 남성을 초대하며 맞아들인 점에서는 당시 일반 여성의 자리를 넘어섰다는 것.
최 박사는 "마르다의 행동은 그 일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제도에 대한 도전이며, 금기를 깨뜨린 일임에는 분명하다. 예수 또한 여성의 초대에 응함으로써 여성과 남성의 공간 분리를 깨뜨리고 여성의 공간에 들어선다. 예수와 마르다는 유대인들이 그어놓은 경계선을 허무러버린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말씀 배우기 도전한 마리아
최 박사는 "마리아가 예수님 곁에서 말씀을 듣는 것도 당시 1세기 유대사회에 비춰본다면 매우 부적절하다. 낯선 외부 남성인 예수와 한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없었다. 예수의 제자들도 모두 남성이었을 것이다"라며 "여성의 공간과 남성의 공간이 엄격히 분리돼 있는 사회에서 마리아의 행동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라고 설명한다.
특히 "마리아의 말씀 배우는 행동도 1세기 유대 사회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여성이 가르침의 자리에 참여할 수 없는 일이다. 가르침을 받고 토론하는 행위는 여성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남성만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라며 "따라서 마리아의 행동도 역시 여성의 사회 활동을 금지시키는 사회구조에 대한 도전장이다"라고 주장한다.
결국 마르다와 마리아의 행동은 분리의 담을 넘어 통합을 이루는 인물로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르다 마리아 해석, 잘못됐다
최 박사는 "하지만 그동안 마르다와 마리아 이야기에 대한 성경해석은 갈등 관계, 또는 양자택일적이 대립구도로 해석해 왔다"라고 설명한다. 마르다와 마리아를 분리시키는 편향적인 해석을 해왔다는 것이다.
최 박사는 마르다와 마리아를 단순히 양자택일적인 대립 구도로만 보는 것, 마르다의 '많은 것들'과 마리아의 '한 가지'를 대조시키는 것, 그리고 마리아가 선택한 '좋은 몫'을 '한 가지'와 대조시키는 성경해석은 문제가 있다고 해석한다.
이와 관련 최 박사는 "첫째, 마르다는 세상일에 더 열중하다가 필요한 것을 놓쳐버린 인물로, 마리아는 영적인 일을 추구하는 모범적인 제자의 길을 따르는 인물로 제시해 왔다"라며 "이는 마리아는 띄우고 마르다는 깎아내리는 해석이다"리고 지적한다.
이어 "둘째, 이와는 반대로 마르다를 가정교회의 리더십 역할로 부각시킨다. 반면 마리아를 남성 제자들과 비교하여 그들의 말씀선포 사역과 달리, 마리아는 말씀을 듣기만 하는 수동적 인물로 폄하한다"라며 "또한 마르다의 섬김과 마리아의 말씀 배우기 중 어느 것이 더 우월적 가치냐에 집중한다"라고 주장한다.
마르다, 섬김의 인물 대표
마리아, 말씀배우는 인물 대표
최 박사는 "누가복음에 나타난 '섬김'의 주제에 따라 마르다와 마리아 본문은 마리아가 마르다보다 '더 좋은 편'을 택하였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마르다는 섬김의 대표적인 인물로, 마리아는 말씀 배우기의 대표적인 인물로 둘 다 긍정적으로 상정한다"라고 강조한다.
즉, 말씀과 섬김은 둘 다 대등하게 그리스도인이 갖춰야 할 중요한 요소이며 마리아와 마르다는 그것을 구현하는 선구
자로서 제시한다는 주장이다.
최 박사는 "누가복음은 두 여성 이야기를 통해 구부러진 사회와 당당하게 맞서 말씀 선포와 섬김의 사역이 대등하게 실현된 사랑과 평화의 공동체로 제시한다. 말씀과 섬김은 믿음을 완성시키는 한 쌍의 수레바퀴다"라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 어느 한쪽만으로 성립될 수 없듯이 말씀과 섬김도 그렇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온전하지 못하다. 둘이 톱니바퀴처럼 함께 맞물려 있어야 제 기능을 한다. 마르다와 마리아 이야기는 말씀과 섬김, 믿음과 사랑이 하나로 묶여있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라고 피력한다.
공간 분리 깨드린 사회변혁 시도
말씀과 섬김은 하나다
연구논문을 마무리하면서 최 박사는 마르다와 마리아 이야기에서 두 가지 특성을 읽어내야 한다고 당부한다.
첫째, 마르다와 마리아는 둘 다 공간의 분리를 깨뜨리고 나온 사회변혁을 시도한다는 것.
최 박사는 "마르다는 여성의 공간과 남성의 공간이 분리되어 있던 당시 사회적 통념을 깨고 외부 남성들(예수와 그의 남성제자들)을 집으로 초대해 한 공간의 자리에 함께 있는 도전을 시도했다'라며 "유대 사회의 차별적 관습에 맞서 여성이 남성의 공간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달아놓은 접근금지의 표지판을 떼어내고, 그들이 쌓아놓은 공간의 담을 깨고 넘어서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든다"라고 강조한다.
또한 "마리아는 여성에게서 배움의 권리 몫을 빼앗아 간 유대 사회에 맞서 가르침을 받을 권리가 남성만의 전유물이었던 사회구조를 깨고 적극적으로 배움의 몫을 되찾아오는 도전을 시도했다"라고 주장한다.
둘째, 마르다와 마리아 내러티브는 마르다의 섬김과 마리아의 말씀 듣기 중 어느 한쪽이 더 좋고 더 소중하다는 비교를 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것.
최 박사는 "마르다와 마리아 이야기는 그리스도 안에서 ‘말씀과 섬김’이 하나로 묶여져야 함을 드러내 주고 있다"라며 "마르다와 마리아는 둘 다 그들이 쌓아 올린 차별과 불평등의 담을 깨고, 공간 안과 밖의 구별을 없애 평등과 평화의 공간으로 만든 혁신자이자 선구자로 자리매김된다"라고 마무리한다.
[연구논문 목차]
I. 들어가는 말
II. 1세기 그리스-로마 사회와 유대 사회의 여성들의 공간
III. 초기 교회 여성의 공간
IV.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마르다와 마리아 읽기
V. 주해 관점에서 마르다와 마리아 읽기
VI. 나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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