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영이 임한 사사들이 좋은 리더로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사사기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영은 군사적인 업적과 관련될 뿐, 그 영이 임한 사사의 신앙이나 윤리적, 내면적인 변화와는 무관하다. 그 영의 임재는 지속적이지 않고 일시적인 일이었으며, 영이 임한 사람에게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하나님의 영이 지속적으로 임재하기 시작한 것은 다윗 이후이며, 내면적, 윤리적 변화의 힘으로 역사한 것은 포로시대 이후이다."
한국구약학회(회장:서명수 박사, 협성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9일(금) 오후 2시 중앙감리교회(담임:이형노 목사)에서 개최한 제121차 송년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이사야 박사(남서울대 교수)의 주장이다.
<사사기와 설교>를 주제로 진행된 학술대회에서 이사야 박사는 '하나님의 영이 임한 사사들'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이어 안근조 박사(호서대 교수)의 사회로 권오진 목사(월드비전), 김진오 목사(잠실한빛교회), 이수연 목사(새맘교회), 이상희 목사(호산나교회) 등이 패널로 참여해 자유토론을 진행했다.
사사의 기름부음과 하나님의 임재
이사야 박사는 "전통적으로 구약시대의 지도자들은 사울과 다윗처럼 기름부음을 통해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택함 받는 사실을 공포했지만 사사시대 사사들에게 행해진 기름부음은 이와 같은 전통적인 기름부음과 다르다"며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이 나타내는 초자연적인 능력이 선천적, 물리적인 특별한 기술이 아닌 하나님의 임재로 인함이었다. 이 지도자들은 하나님의 영을 입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평화를 가져왔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박사는 "사사 모두가 하나님의 영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지는 않다. 사사기에서 하나님의 영을 받은 것으로 등장하는 카리스마적 지도자는 옷니엘(삿3;10), 기드온(삿6:34), 입다(삿11:29), 삼손(삿13:25; 14:6,19; 15:14) 네 명이다"라며 사사기에 나타난 하나님의 영의 특징에 대해 발표했다.
하나님의 영이 임한 사사
"하나님의 임재" 보여줬다
이 박사는 "신명기 역사서, 특히 여호수아와 사무엘서에서 법궤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하나님의 법궤는 하나님이 만군이 여호와가 되신다는 표상과 함께 전투자로서 하나님이 전쟁에 임하시는 것을 의미하는 등 하나님의 임재를 뜻했다"라며 "하지만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법궤가 사사기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영이 임재한 사사들이 바로 하나님의 임재를 뜻하는 상징이 됐다"라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이날 옷니엘, 기드온, 입다, 삼손 등 하나님의 영이 임한 네 명의 사사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사기에서 하나님의 영이 임했다는 표현은 전쟁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의미한다고 피력했다.
즉, 사사기는 법궤 대신 카리스마적 지도자에게 하나님의 영이 임했다는 선언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분명 사사시대는 야웨의 임재 상징이던 법궤가 존재하던 때였으나, 사사기 저자는 법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대신 그 자리를 소수의 카리스마적 지도자로 채우고 있다. 결국 사사기의 하나님의 영은 사람을 선택하는 이전의 기름부음 양식을 빌어 또 다른 하나님 임재의 상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나님의 영이 임한 사사들이 좋은 리더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다. 사사기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영은 군사적인 업적과 관련될 뿐, 그 영이 임한 사사의 신앙이나 윤리적, 내면적인 변화와는 무관하다"라며 "그 영의 임재는 지속적이지 않고 일시적인 일이었으며, 영이 임한 사람에게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하나님의 영이 지속적으로 임재하기 시작한 것은 다윗 이후이며("이날 이후로 다윗이 여호와의 영에게 크게 감동되니라"_삼상16:13), 내면적, 윤리적 변화의 힘으로 역사한 것은 포로시대 이후이다. 결국 사사시대, 이스라엘의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발표 이후 진행된 패널토의에서 현장 목회자들은 설교자의 입장에서 이사야 박사의 발표에 대해 논찬했다.
권오진 목사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각 그 소견에 옳은대로 행했던 사사시대에 ‘하나님의 영’이 사사들에게 임했을 때, 그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그리고 하나님은 그들을 통해 어떻게 역사하셨는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사사기서의 큰 메시지이기도 하다"라며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구원과 사사들의 내적 변화를 일으킬만한 임재는 아니었더라도, 점점 더해지는 하나님 영의 임재의 강도가 사사기와 구약 전체를 지나 신약 초대교회 마가 다락방에 이르러 최고조를 이루었음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제안했다.
김진오 목사는 "언약궤와 사사들에게 임한 임재의 역학관계는 여전히 연구하고 통전적 시각으로 정립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라며 "성서의 메시지와 시대에 해석되는 메시지의 연결통로를 감당하는 현장 목회자로서 사사기를 섬세하게 풀어놓은 글을 통해 풍성한 설교의 주제들을 제공받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수연 목사는 "하나님의 영이 임했다는 표현은 얻지 못했지만 에훗과 드보라를 통해서도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구원하셨음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라며 "그렇다면, 삼손의 최후 장면에서 하나님의 영이 임했다는 표현이 없다고 해서 ‘하나님의 영과는 무관’한 사건으로 해석하는 것이 과연 옳을 것인지 질문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상희 목사는 "하나님의 영이 지속적으로 임재하기 시작한 것은 다윗 이후이며, 내면적, 윤리적 변화의 힘으로 역사한 것은 포로시대 이후라는 이 박사님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다윗이 여호와의 영에게 크게 감동하니라는 말씀은 '크게' 임한 것을 말하고 있지, '지속적으로' 임한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 이후에 회장 이취임식 및 공로패 전달식도 가졌다.
한국구약학회 제24대 신임임원은 아래와 같다.
회장: 서명수(협성대)
수석부회장: 안근조(호서대)
부회장: 소형근(서울신대) 유윤종(평택대) 윤동녕(서울장신대) 이사야(남서울대) 이영미(한신대) 하경택(장신대)
총무이사: 김도형(서울기독대)
재무이사: 구자용(주안대학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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