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그리고 뉴 노멀 시대에 한국 교회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한국종교사회학회가 지난 9월 17일(토) 오후 1시 숭실대에서 '뉴 노멀 사회의 도래와 한국 종교공동체의 변화'를 주제로 개최한 2022년 학술대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정재영 박사(실천신대 교수)는 한국 교회 현황을 진단하고, 뉴 노멀 시대 한국 교회의 방향성을 전망했다.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 시대
외로움 우울감 대인기피 증가
'뉴 노멀 시대에 한국 교회의 변화와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정재영 박사는 "코로나19 이후 '외로움'이 더욱 확산됐다"리며 "이와 같은 정신적 불안정은 교회에 대해서는 공동체성을 약화시킴으로써 신앙생활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ㅎ라고 진단했다.
특히 "정신적 불안정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 대해서는 무기력증과 우울감으로 대인기피증에 빠지게 하여 사회활동에 대한 의욕을 저하시킴으로써 종교활동에 대한 관심 자체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라며 "따라서 이러한 불안정을 극복하고 교회의 공동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뉴 노멀 시대의 교회에서 매우 중요한 이 슈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교회 변화
교인들의 탈교회 현상 심각
'새로운 가나안 성도' 증가
정 박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국 교회 안에서 예배에 대한 인식에 많은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주일성수의 개념이 약화돼 가정예배나 온라인예배로 드려도 괜찮다는 인식의 증가, 온라인 헌금에 대한 찬성 비율의 증가 등 비대면 신앙생활이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 박사는 "온라인 예배에 대한 인식, 온라인 교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교인들의 교회 이탈, 즉 탈교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다"라며 "코로나 이전에도 전체 개신교 신자 중에서 20% 이상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나안 성도가 예배와 주일 성수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탈교회 현상은 급속하게 늘어날 우려가 매우 크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에서 교회의 대응 방식에 대한 실망이나 불만이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져서 교회를 떠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현재 교회를 떠나지는 않았지만, 출석 교회에 대한 출석률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거나 이 교회 저 교회를 떠돌아다니는 이른바 새로운 가나안 성도가 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교회의 비합리적인 신앙관, 비상식적인 행태로 인해 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하락하고 있다"라며 "개신교 내부에서는 신앙생활의 목적이 신뢰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도 있지만, 공신력이 떨어지면 교회의 선교와 대사회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독교의 진리를 전하려고 해도 사람들은 자신이 신뢰하지 않는 종교 집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교회가 봉사와 구제 활동을 열심히 해도 그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이대로 가면 한국 교회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자기들끼리의 폐쇄적인 집단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라며 "따라서 사회를 위해서나 교회 자체를 위해서도 공신력을 회복하는 것은 코로나 이후 교회의 역 할을 감당하는 데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뉴 노멀 시대의 한국 교회,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의 뉴 노멀 시대에 한국 교회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정 박사는 온라인 공동체 형성에 대한 보다 실제적인 고민, 소그룹 네트워크 형태로의 전환, 교회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관심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온라인 공동체 형성에 대한 실제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정 박사는 온라인 예배가 진정한 예배인지에 대한 신학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온라인 예배로도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보다 실제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박사는 "공동체성은 기독교 신앙에서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가능한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라며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도 공동체 형성이 가능하고 온라인 공동체를 통해서 정체성이 형성되고 개인의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연구들이 많이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 박사는 "현재 온라인 공동체에 대한 연구에는 이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다"라며 "온라인 공간이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교회가 적절하고 효과적인 준비와 대응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온라인 교회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으나 구체적으로 이것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즉, 온라인 예배나 온라인 교회는 변화된 신앙관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이 매체 자체가 신앙관이나 종교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부정적인 영향까지 고려하여 개신교 안에서 보다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소규모 커뮤니티, 소그룹 활동 등 소그룹 네트워크 형태로의 사역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 박사는 또한 소규모 커뮤니티 활동의 확산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소그룹 안에서 경험하는 정서적인 지지와 수용감은 외로움이나 고립감 그리고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는 공동체적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코로나 블루와 같은 정서 불안정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라며 "한국 교회는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소그룹 활동을 교회와 사회를 연결하여 기독 시민의 사회 참여의 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셋째, 교회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 박사는 "사회적 재난 시기에 종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종교의 사회통합 기능은 종교가 재난이나 고통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라며 "하지만 공신력이 매우 낮은 한국 교회는 먼저 스스로 공공성을 확보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 교회는 개인적인 성찰뿐만 아니라 성찰의 구조 또한 갖춰서 코로나 상황 이후에 우리 사회의 공동 선을 위한 공론의 장에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해야 한다"라며 " 대부분 교회 울타리 안에서 교인들끼리만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 단순히 선언적 차원의 연대가 아니라 구체적인 협력의 기술을 개발해 사회적 연대를 추구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정 박사는 "코로나19는 한국 교회에 큰 위협이 되고 있지만 이제는 이것을 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라며 "기존의 관행이나 고정관념을 고수하기보다 신앙생활의 참뜻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예배당 중심의 신앙생활을 강조하기보다 공동체 예배와 개인의 삶으로서의 예배 사이의 균형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신앙의 실천이 강조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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