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는 기독교가 은총, 기적, 신비 등을 잘못 이해함으로써 망상, 광신, 미신에 사로 잡히게 되었다고 비판하며 새로운 해석을 제안하고 있다."
"비록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비판한 대로 그는 너무 종교적이고 너무 이상주의적이어서 오히려 현실을 벗어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칸트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면 오히려 가장 진실한 칸트만의 열정과 칸트가 드러내고자 했던 기독교 복음의 능력과 본질 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칸트의 비판은 설득력이 우리에게 제공해주는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시각, 성서 해석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는 칸트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방법대로 최대한 우리의 이성을 사용하여 그의 철학과 신학의 타당성을 판단하며 버릴 것은 버리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할 것이다."
서울신대 기독교신학연구소(소장:소형근 박사)가 지난 7월 15일 온라인 줌(Zoom)으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허천회 박사(토론토대학 낙스신학대학원 교수)는 강사로 참여해 칸트가 69세(1793년) 때 출판한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를 웨슬리안 관점에서 신학적으로 분석했다.
허 박사는 "칸트를 철학자라기보다는 신학자로 인식하면서 그의 철학적 개념의 동기와 목적이 당대 기독교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며 새로운 성서 해석학을 제시한 신학자임을 부각시키며 그러한 관점으로 보는 것이 칸트의 논리와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칸트가 18세기를 살며, 그리고 19세기를 여는 유럽의 길목에서 생의 말년에 자신의 고뇌와 학문적 성과를 집대성한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에서 개진한 내용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했다"라며 "오늘날 기독교 신학자나 설교자들이 칸트의 철학과 신학에 대한 무지 혹은 편견을 극복하고 어떠한 의미에서 그의 철학과 신학이 오늘날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로부터 배우며 또한 그가 제기한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지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허 박사가 발표한 내용의 일부를 아래에 정리했다.
칸트의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에 대한 신학적 평가: 웨슬리안 관점에서 / 허천회
"칸트는 모든 나라들의 종교와 문화와 언어를 비교하며 공부한 결과 모든 인식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은 선험을 통해 인식되었기 때문에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제한되고 왜곡된 정보와 지식을 교리화 해서 절대적인 지식 혹은 진리인양 강요하는 종교, 특히 기독교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오류와 망상과 미신과 폭력을 낳는지, 얼마나 심각하게 이성과 인류의 발전에 해악을 끼치는지 보았기 때문에 그는 학문과 현실에 눈을 뜬 이래 그러한 문제를 가장 보편적인 이성의 논리로 극복하려고 노력한 결과물의 결정판이 바로 <인성과 한계 안에서의 종교>다."
허 박사는 "특히 칸트는 신학교를 졸업하는 사람은 반드시 철학적 종교론을 이수할 것을 제안했는데, 그렇게 해야 신학자들은 철학자들이 제기하는 난제들에 대해 논리적으로 답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에 난제들을 은폐하거나 학문적 깊이가 없이 참견하는 정도로 설명하는 미봉책으로는 신학적 난제들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
이 책은 '철학적 종교론'이라는 네 개의 논고로 이루어졌다.
제 1논고는 '악한 원리가 선한 원리와 동거함에 대하여, 또는 인간 자연 본성에서의 근본악에 관하여'라는 제목 하에 당시 프로테스탄트 기독교가 전통적으로 가르쳐온 인간 이해가 과연 성서에 근거한 것인지 검토한다.
허 박사는 "결과적으로 칸트는 '원죄론'(the doctrine of original sin)을 부정한 후 새로운 인간이해를 확립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에서 허 박사는 제 1논고를 '칸트의 인간론'이라는 제목으로 요약 설명했다.
제 2논고는 '인간에 대한 지배를 둘러싼 선한 원리의 악한 원리와의 투쟁에 대하여'라는 제목 하에 인간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며 그렇게 결정된 인간에 대해서는 오직 본인만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 박사는 "칸트는 예수를 인류가 추구해야 할 가장 이상적인 인간의 원형(Urbilt/archetype)으로 제시한다"라며 제 2논고를 '칸트의 기독론'이라는 제목으로 요약 설명했다.
제 3논고는 '악한 원리에 대한 선한 원리의 승리, 그리고 지상에 신의 나라 건설'이라는 제목 하에 신국(하나님 나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그 신국의 국민들은 신에 적합한 품성을 갖춘 인간들로 교육하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교회가 그 사명을 감당할 가장 적합한 기관이라고 했다.
허 박사는 "교회를 통해 이루어질 새로운 공동체를 세계 공동체로 실현시키는 것이 곧 신국을 이 땅에 실현하는 일이라는 것이 칸트의 주장이다"라며 제 3논고를 '칸트의 하나님 나라 이해'라는 제목으로 요약 설명했다.
제 4논고는 '선한 원리의 지배 아래에서의 봉사와 거짓 봉사에 대하여 또는 종교의 승직제도에 대하여'라는 제목 하에 신국의 구성원을 양성하는 과업을 감당해야 할 교회가 미신과 망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 박사는 "무엇보다도 교회 안에서 시행되고 있는 각종 봉사나 성직자들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 예시하면서 다시 한번 모든 인간이 믿고 따라야 할 완벽한 인간의 원형으로 예수를 제시한다"라며 제 4논고를 '칸트의 교회론'이라는 제목으로 요약 설명했다.
특히 허 박사는 "칸트는 각 논고를 마친 후에 해당 논고와 관계가 있는 한 주제에 대해 좀더 집중적으로 논한 일반적 주해를 첨부했다"라며 "제 1논고에 이어 '은총의 작용들에 대하여', 제 2논고에 이어 '기적들에 대하여', 제 3논고에 이어 '신비들에 대하여', 마지막 제 4논고에 이어 “은총의 수단들에 대하여'에 대해 논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칸트는 기독교가 은총, 기적, 신비 등을 잘못 이해함으로써 망상, 광신, 미신에 사로 잡히게 되었다고 비판하며 새로운 해석을 제안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칸트의 인간론
허 박사는 "칸트는 전통적인 기독교의 인간론에 대해 비판하며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선하다든지 악하다고 결정할 수 있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관점에 따라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칸트는 롬 3:22-23의 말씀을 이해할 때 인간의 상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의 결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라며 "칸트에 따르면 원죄론은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볼 수 없게 만드는 '가장 부적절한 교리'다"라고 주장했다.
즉, 칸트는 죄를 의학부는 유전병으로, 법학부는 상속 부채로 규정하듯이 신학자들이 원죄라고 규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최초의 인간에게는 시간상 우리가 가지고 있는 죄의 경향성인 성벽을 전제할 수 없기 때문에 그가 죄를 범했다고 하기보다는 '타락'(Suendenfall)이라 일컫는다는 것이 칸트의 주장이다. 그런 관점에서 최초의 인간의 죄는 무죄로부터 낳아진 것이라고 했다.
허 박사는 "반면에 칸트는 인간의 신의 지시명령인 도덕법칙을 위반한 것이 죄라고 말했다"라며 "결국 칸트는 최초의 인간으로부터 우리에게 도덕적 악이 전수되었다는 원죄론은 성서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칸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이성적 존재다. 따라서 의무를 이행할 자유를 갖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칸트는 인간이 자발성 혹은 자율성을 통하여 도덕법칙을 이행할 때 가장 이상적인 인간이 된다고 본 것이다.
허 박사는 "철학자이며 신학자인 칸트는 무엇보다도 먼저 제 1논고를 통해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시했고, 그런 관점에서 성서의 가르침을 재해석함으로써 이성적인 인간이 자신들에게 부여된 의무를 자발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고양시키는 윤리와 신학을 제시했다"라며 "이성적 인간이 이성의 능력을 사용하기 전에 이미 죄인이 되었다고 하는 것은 곧 이성을 마비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칸트는 더 이상 원죄론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첫 단계로서 인간이 '마음의 혁명'을 이룰 수 있도록 인간의 지성과 의식을 깨우면서 인간의 자율성을 인간의 가능성으로 제시하는 것이 칸트의 첫번째 논고이다"라고 설명했다.
칸트의 기독론
허 박사는 "칸트는 인간이 선하다고, 악하다고 말하지 않고 인간 안에서 선한 원리와 악한 원리가 투쟁하는 존재로 본다. 그리고 인간이 그 중간 존재로 살아가도록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한 원리가 악한 원리를 무찔러야 한다는 것이 성서의 가르침임을 보여주기 위해 엡 6:12 을 인용힌다"면서 "칸트는 도덕적으로 완전한 인간, 더 나아가 전 인류가 그러한 도덕적 완전을 성취함으로써 행복에 도달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칸트는 이와 같은 원대한 계획에 대해 가장 적합한 인물로 예수를 제시했다고 허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칸트에 의하면 예수는 인류가 본 받고 따라야 할 가장 완전한 인간의 원형이다"라며 "칸트는 그 원형이 어떻게 인간들과 함께 있게 되었는지, 우리가 어떻게 그 원형을 수용할 수 있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그 원형은 하늘에서 인간의 몸을 취하여 우리에게 강림했다고 말한다"라고 강조했다.
칸트에 의하면 이 원형은 자기 자신을 낮춰서(빌 2:6-8), 즉 신의 아들의 낮춤을 통해 인간이 그에게 도달할 수 있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신의 아들에 대한 실천적 신앙 안에서 인간은 신에게 흡족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소망을 갖게 되었다는 것.
특히 "칸트는 예수의 삶과 죽음이 도덕적으로 가장 완전한 인간의 현시(現視)라고 하면서 예수를 알아차리고 그를 자신의 삶에 맞이한 사람들은 신의 자녀가 될 수 있다(요 1:11-12)고 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구원은 순정한 윤리적 원칙들을 자신의 마음씨 안에 진실하게 채용하는 것 외에는 없다고 단언하면서 구원의 징표로 윤리적으로 선한 품행 외에 다른 어떤 것도 두어서는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칸트는 선한 품행보다 기적을 추구하는 것은 불신앙이라고 봤다. 허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칸트는 기적을 기대하는 신앙은 이해해야 할 일을 너무 일찍 단념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결국 이성적인 믿음을 파괴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허 박사는 "하지만 칸트는 예수의 동정녀 탄생은 이성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예수가 어떠한 도덕적 결점도 없이 태어난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했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예수는 인류의 어떤 철학자보다 더 순수한 지혜를 가진 한 참 인간이 하늘에서 온 것처럼 나타났다고 했다. 즉, 서 예수는 이 세상 군주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근원으로부터 파견된 인격이 우리에게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라고 피력했다.
칸트의 하나님 나라
허 박사는 "칸트는 인간이 무엇보다도 먼저 악의 원리의 지배를 받는 자연상태에서 벗어나서 개인과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바를 제시했다"라며 "이성적 존재자는 객관적으로 이성의 이념 안에서 어떤 공동의(공동체적) 목적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와 같은 최고의 윤리적 선은 개인의 도덕적 완성을 위한 노력만으로 되지 않고, 개개의 인격들이 하나의 선한 마음을 가진 체계로 통합될 때만 가능해진다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칸트는 개인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에 의해 통제될 수 있다고 봤고, 모든 사람에게 강제력을 갖는 지시명령의 수립자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허 박사는 "따라서 칸트는 윤리적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신의 국민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벧전 2:10; 롬 9:25)고 했다"며 "이런 의미에서 칸트는 신의 국민의 이념은(인간적 제도 아래서는) 교회의 형식 안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라고 분석했다.
허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와 관련 칸트는 교회가 갖춰야 할 형태를 보편성, 자율성, 가족과 같은 심정적 통합체, 역사적인 계시신앙 등 네 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허 박사는 "칸트가 말하는 역사적인 계시신앙이란 역사를 통해 드러난 계시가 이성적으로 이해된 범위 안에서의 신앙을 말하는 것이다. 교회가 계시를 통해 설립된 공동체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성서에 나타나는 역사와 계시를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합당한 것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칸트는 선한 품행 없이 속죄만을 추구하면 오히려 죄를 방치하는 이율배반(Antinomie)이 된다면서 개선된 품행이 속죄 이전에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라며 "비록 칸트는 믿음과 선한 품행 중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성적인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인간이 자신의 의무를 준수할 것과 삶을 개선하라는 신적 지시명령은 무조건 준수해야 한다는 자신의 확신에 따라 믿음에 앞서 선한 품행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라고 분석했다.
결국 칸트의 주장에 의하면 이런 노력이 있어야 반드시 교회에 예속되지 않고도 자신들만의 개인적 결단과 선한 품행의 촉진을 통해 기독교가 추구하는 선이 이루어지고, 결과적으로 기독교가 보편적 이성종교로 발전하여 비로소 '신의 나라가 우리에게 왔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 박사는 "칸트는 '신의 나라가 언제 오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눅 17:21~22을 제시한다"라며 "칸트가 말하는 신의 나라는 특별하거나 비밀스럽거나 초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순수한 이성에 의해 인식될 수 있고, 그 구성원들의 선한 품행에 의해 그들 가운데 이루어져야 할 도덕적인 나라이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칸트에 의하면 신의 나라는 교회를 통해 준비되지만 교회에 예속되는 개념이 아니고, 특정한 개인에게 이루어지거나 특정한 지역이나 시기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신비에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신의 나라에 방해가 된다. 신의 나라는 공정하고 이성적이며 도덕적인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결국 온 인류가 신국의 백성이 될 자격이 있는 인격과 품위를 갖추면 자연스럽게 지상에서 신의 나라가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칸트의 교회론
허 박사는 "칸트에 의하면 신의 나라의 창시자는 신 자신이지만 그 나라의 신민으로 살아가기에 적합한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 할 의무가 인간에게 있고, 신의 나라의 공적인 업무를 교회가 담당하기 때문에 교회라는 조직의 창시자는 인간이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칸트는 선한 품행 이외에 인간이 신에게 흡족한 존재가 되기 위해 또 무엇인가를 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순전한 종교 망상이고 신에 대한 거짓봉사라고 단호하게 선언한다"면서 "칸트는 교회 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각종 의식들은 오히려 이성종교를 파괴하는데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신의 은총을 자신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법으로 끌어내어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광신이며, 이와 관련된 모든 행위는 신에 대한 봉사를 한낮 주물숭배로 변화시키고 참된 종교를 위한 모든 수고를 만드는 거짓봉사라는 입장을 고수했다"라고 분석했다.
결국, 모든 종교는 본래의 목적, 선한 품행의 종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허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결국 칸트는 교회 안에서 대중들에게 주물숭배에 순종하도록 만들어가는 성직자들의 태도와 성직제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허 박사는 "칸트에 의하면 종교 지도자들은 '당신이 말하는 교리를 진리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들이 주제넘게 확신한다고 말하지 않고 '주여, 저의 믿음 없음을 도와 주소서!'(막 9:24)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라며 "자기가 주장하는 것이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 않는 일이라는 심정을 밝혔다"라고 덧붙였다.
칸트 이전의 기독교
칸트 이후의 기독교
허 박사는 웨슬리와 칸트의 공통점인 경건주의적 배경, 그리스도인의 완전성, 교회 개혁을 통한 하나님의 뜻 실현,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인간의 선한 본성(선재은총), 하나님의 계시와 신비 등에 대한 내용과 믿음과 선행의 관계, 은총의 수단으로써의 경건, 원죄론 등 차이점을 설명한 후에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18세기 독일의 기독교, 더 넓게는 유럽의 기독교는 칸트의 비판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날이 갈수록 칸트의 비판 철학에 동의하는 철학자나 종교 지도자들이 많아지면서 유럽의 기독교는 서서히 소위 '칸트식 기독교'(Kantian Christianity)가 되어갔다. 즉 칸트가 비판한 각종 율법적인 의식이나 신비, 혹은 기적에 대해 더 이상 논하지 않고 오직 윤리적인 기독교를 추구하게 되었다. 오늘날의 기독교를 칸트의 영향권 안에서 표현하자면, 칸트의 영향을 받은 기독교가 칸트의 영향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허 박사는 "칸트의 영향으로 기독교는 더 이상 신비나 기적 등에 대해 논하지 않고 이성과 사랑을 강조하며 매우 윤리적인 성품을 고양시키는 종교가 되었는데 후대의 칸트주의자들은 그 또한 잘못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라며 "이제는 칸트가 비성서적이라고 배제한 신비나 기적 등이 오히려 기독교 만의 능력이며 은총이며 신비임을 깨닫고 늦었지만 다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따라서 칸트가 틀렸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은 그는 이성을 상실한 기독교, 학문성을 배제하고 주관적으로 성서를 해석하는 것, 성직자들의 무지가 어떤 문제를 야기시키는지 기독교 역사 이래 가장 학문적으로 정확하게, 그리고 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한 솔직함으로 드러내 준 철학자이자 신학자이기 때문이다"라며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와 종교 지도자들은 칸트의 논고와 비판과 대안 제시 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특히 "비록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비판한대로 그는 너무 종교적이고 너무 이상주의적이어서 오히려 현실을 벗어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칸트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면 오히려 가장 진실한 칸트만의 열정과 칸트가 드러내고자 했던 기독교 복음의 능력과 본질 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칸트의 비판은 설득력이 우리에게 제공해주는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시각, 성서 해석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는 칸트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방법대로 최대한 우리의 이성을 사용하여 그의 철학과 신학의 타당성을 판단하며 버릴 것은 버리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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