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 선교신학은 사회정의를 위한 정당성의 근거 제공과 세계 참여 도전 등의 기여점이 있지만, 동시에 선교에 있어서 구원 사역의 약화 가능성, 과도한 목표 설정으로 인한 선교 효율성의 약화 가능성, 그리고 구원관의 혼선 및 다원주의 위험성 등의 한계점도 내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점에서 삼위일체 선교신학을 강조할 때 뉴비긴의 삼위일체 선교 관점을 지혜롭게 잘 수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회장:구성모 박사/성결대 교수)가 지난 3월 26일(토) 오후 2시 온라인(ZOOM)으로 개최한 '제113차 정기학술대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안승오 박사(영남신대 교수)의 주장이다.
선교의 3가지 신학 및 패러다임
이날 '다시 생각해 보는 삼위일체 선교'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안 박사에 따르면 기독교 선교는 세 가지의 신학 또는 패러다임을 갖고 있다. 교회의 선교 신학(Missio Ecclesiae), 하나님의 선교신학(Missio Dei), 삼위일체 선교신학(Missio Trinitas)이다.
하지만 안 박사는 "삼위일체 선교 패러다임은 때로 하나님의 선교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하나님의 선교 안에 포함되면서 삼위일체 선교라는 용어보다는 그냥 ‘하나님의 선교’라는 용어로 표현되기도 한다"라며 "하지만 실제로 삼위일체 선교 패러다임은 하나님이 선교와는 다소 강조점이 다른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주로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교회의 선교신학이란?
안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교회의 선교(Missio Ecclesiae)'는 교회가 선교의 주역이 되어서 선교를 추진하는 선교라고 할 수 있다. 즉, 선교의 주체를 교회로 여기고 교회가 없는 곳에 서구의 경험, 제도, 문화 등을 이식하는 것을 선교의 목적과 내용으로 삼았던 선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교회는 이것을 교회의 선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따라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워나갔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란?
안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는 1차와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후 서구교회는 자신들이 행해 온 선교를 심각하게 반성하기 시작했고, 1952년에 열린 IMC (International Missionary Council) 빌링엔 대회 이후 전통적인 선교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인간 혹은 교회가 선교의 주인 행세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면서 미시오데이(Missio Dei)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안 박사는 "선교의 주체는 교회가 아닌 하나님 자신이라는 점이 강조됐다"라며 "선교는 철저히 ‘교회의 것’이 아닌 ‘하나님의 것’이 되어야 하며, 선교의 주체가 하나님이시므로 교회가 행하는 선교의 실천은 언제나 하나님의 뜻에 따라 판단되어져야 함이 강조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나님이 이끄시는 선교는 ‘교회의 확장’이 아닌 ‘세상의 샬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라며 "이와 같은 강조점으로 인해 이제 선교는 사람들을 구원으로 이끌고 교회의 일원이 되게 하는 것보다는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고 샬롬이 넘치게 만드는 사역으로 인식됐다"라고 주장했다.
하나님의 선교의 한계
하지만 '하나님의 선교'라는 개념은 부작용도 있었다는 것이 안 박사의 설명이다. 하나님이 선교의 주역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로 인해 선교에 대한 교회의 책임 인식 약화 가능성이 나타났다는 것. 또한 선교의 목표 변화에 따라 복음전도 중심의 선교를 교회 확장에 눈이 먼 이기적이고 제국주의 선교로 평가절하하는 등 교회 자체를 약화시키는 부작용도 만들어냈다는 것.
안 박사는 "이런 상황 속에서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하나님의 선교의 한계점을 인식하고 그 대안으로 삼위일체 선교신학을 제시한 사람은 레슬리 뉴비긴이었다"라며 "그는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초창기 핵심 인물로서 WCC 운동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였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뉴비긴이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 성자와 교회의 선교, 즉 구원사역을 강조하기 위해 삼위일체의 선교를 강조했다면 협의회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에 성령의 선교, 즉 모든 피조물의 생명과 해방 등을 강조하기 위하여 삼위일체의 선교를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삼위일체 선교,
무엇을 강조할까?
안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삼위일체 선교는 세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삼위일체 선교는 경륜적 삼위일체가 아닌 내재적 삼위일체다.
경륜적 삼위일체는 경륜이라는 용어에서도 나타나듯이 큰일을 계획하고 조직하는 삼위일체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성자의 구원 사역을 중심으로 성부와 성자의 사역을 이해하는 방식인데 기본적으로 성자 중심적 삼위일체로 구원 역사안에 드러난 삼위일체 이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내재적 삼위일체는 하나님의 내적인 삶 안에 있는 삼위일체로 삼위 각각의 사역이 어느 하나의 위격으로 축소되지 않고 각각의 고유한 사역을 부각시킴으로써 삼위의 모든 위격을 강조하는 삼위일체 이해로 하나님 자신 안에 있는 하나님의 실재다.
안 박사는 "결국 경륜적 삼위일체는 성자 중심의 구원사 지향적인 삼위일체 이해의 경향이 강한 반면, 내재적 삼위일체는 성령을 강조하면서 삼위의 사역을 구원사를 넘어 모든 세계의 변혁과 발전으로 확장하는 삼위일체 이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둘째, 삼위일체 선교는 광범위한 성령 사역을 강조한다.
안 박사는 "삼위일체 선교는 삼위일체를 언급하고 있지만, 모든 관심이 성령에게 모아진 모습이다. 에큐메니칼 진영은 선교를 영혼구원의 구속사적 관점으로 보기보다는 정의와 평화 그리고 모든 피조물의 생명을 살리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에 이러한 선교에 적합한 위격은 성자보다는 성령이라 할 수 있고, 이런 점에서 에큐메니칼 진영의 삼위일체 이해는 성령에 강조점을 두는 성령 중심적 삼위일체 이해가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셋째, 삼위일체 선교는 모든 생명의 살림을 위한 삼위일체 사역을 강조한다.
안 박사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역이 창조세계 안의 모든 피조물의 생명살림으로 묘사되면서 이제 선교는 영생으로의 초대가 아닌 모든 생명을 살리는 사역이 된다"라며 "선교의 개념 변경과 함께 이제 교회의 정체성도 달리 선언된다. 교회는 성령의 능력 안에서 생명을 축하하고,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세력에 대항하고 그것을 변혁시키라는 임무를 받았다. 즉, 교회는 이제 복음을 전하고 영혼을 구원하는 사역을 감당하는 기관이기보다는 생명을 억압하고 파괴하는 모든 구조악과의 투쟁을 감당하는 기관으로 인식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삼위일체 선교,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첫째, 성자(예수 그리스도) 중심성의 약화로 인해 구원 사역 약화의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안 박사는 "기독교는 하나님의 뜻을 찾을 때 가장 우선적으로 성자, 즉 그리스도에게서 그 뜻을 찾아야 한다"라며 "하지만 에큐메니칼 진영의 삼위일체 선교는 구원사역을 지향하신 성자의 인권운동가나 혁명가적인 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자보다는 성령을 더 강조하면서 구원사역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는 점은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둘째, 지나치게 방대한 선교 목표의 설정으로 인한 선교 효율성의 약화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안 박사는 "현재 삼위일체 선교는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 생명을 살리는 것은 생명을 억압하고 파괴하는 모든 세력에 대한 정치적 투쟁, 억압된 자들과의 연대 사역, 생명을 가꾸고 돌보는 모든 환경 사역, 기타 생명을 풍성하게 하는 모든 사역들을 포함하는 것이기에 매우 포괄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은 한 국가의 정부가 하는 일과 유사하고, 각종 정치단체, 인권단체, 환경단체, 노동단체 등이 하는 일들을 모두 포괄한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의제를 모두 선교라는 용어에 포함시키게 되면, 교회의 선교 의제가 세상의 의제와 거의 동일화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안 박사는 "물론 교회가 세상의 문제를 도외시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세상을 잘 섬기도록 부름 받은 것이 교회의 사명이다"라며 "하지만 교회가 세상을 섬기는 가장 기본적인 길은 바로 복음을 전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통치를 따르도록 함으로 말미암아 세상을 바꾸는 길일 것이다. 그런데 에큐메니칼 삼위일체 선교는 이런 방향을 추구하지 않고,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다 직접 해결하는 것이 선교라는 관점 경향을 지닌다"라고 설명했다.
셋째, 구원관의 혼선 및 다원주의의 잠재적 위험성을 고민해야 한다.
안 박사는 "에큐메니칼 삼위일체 선교신학에서 성령의 사역은 성자의 사역에 종속되는 분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사역하시면서 창조의 사역과 함께 창조세계를 지탱하는 분으로 이해된다. 즉, 주로 구원과 연관된 사역을 하는 위격에서 모든 창조세계의 지탱자로 그 사역 범위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성령은 불신자들과 타종교인들 가운데서도 역사하시는 분, 즉 기독교의 범주를 넘어서서 역사하시는 영으로 묘사되는 점이다"라며 "교회 밖 즉 타 종교인이나 불신자들에게도 역사하신다는 것인데, 이 경우 기독
교의 전통적인 구원관 즉 오직 예수를 통해서 중개된다는 구원관은 심각한 혼동을 겪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구원이 정확히 무엇이며, 그 구원의 길은 정확히 무엇인지를 알 수 없게 될 수 있다"라며 "성령께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활동하시는지를 알 수 없으므로 구원 개념은 심각한 혼란에 빠지게 될 위험성이 높아진다. 아울러 이와 같은 구원관의 혼선은 자연스럽게 종교다원주의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게 되고, 결국 복음을 전하는 선교는 무의미해지거나 샬롬을 헤치는 해악이 될 수 있음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제113차 정기학술대회'에서는 '케냐 무허가 정착지 취약계층 선교 방안'(김해영 박사/백석대), '남아공 선교역사 속에 아파르트헤이트 형성과 인종차별 극복의 화해신학'(최준호 박사/숭실대), '한국 선교 전환기의 신학교의 선교교육'(김성욱 박사/총신대 교수) 등의 연구논문도 함께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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