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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교리와 신학

포스트코로나 시대, '소외' 극복은 기독교의 '구원' 메시지

by 데오스앤로고스 2021.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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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소외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종교적인 언어로 표현하면 구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소외에 적응해서 생존할 것이 아니라 소외를 극복해서 모든 피조물이 치유될 수 있도록 고난을 무릅쓰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우주적 구원을 소망하는 그리스도교가 전하는 메시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폴 틸리히의 '구원의 힘으로서의 그리스도론'과 카뮈의 '페스트'를 중심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소외' 문제를 구원론적 관점에서 고찰한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한국한국조직신학회(회장:정홍열 박사/아신대)가 지난 9월 11일 오전 9시 30분 온라인(ZOOM)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신학과 교회'를 주제로 개최한 '제16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에서 설왕은 박사(감신대 강사)'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틸리히의 그리스도론은 유효할까? : 카뮈의 『페스트』에 드러난 기독교 구원론의 문제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카뮈의 페스트, 
틸리히의 구원과 상응

 

설왕은 박사는 "뮈가 『페스트』에서 기독교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주장한 '반항'은 틸리히가 설명하는 ‘구원’과 상응한다"라며 "반항해야 한다는 카뮈의 말은 구원받아야 한다는 틸리히의 말과 유사한 의미를 가진다"라고 분석했다.

 

설 박사는 "카뮈는 소외에 굴복하거나 적응하려는 전통적인 구원론을 비판하는데 틸리히는 ‘소외’라는 인간의 실존 상태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통해 기존 구원론의 한계를 넘어선다."라며 "또한 틸리히의 그리스도론에서 예수는 소외를 완전히 극복한 사람이며 동시에 소외 극복을 위한 힘을 발휘하는 존재라는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소외 심화 현상이 예상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구원과 예수의 필요성은 더욱 크게 대두될 수 있다"라는 주장을 전개했다.

 

 

 

 

틸리히의 그리스도론
"죄는 소외의 결과"

 

설왕은 박사

설 박사는 "틸리히의 그리스도론은 '예수가 그리스도이다'라는 짧은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라며 "그리스도는 단순한 의미의 왕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여는 왕을 의미하며 '예수 그리스도'라는 말은 예수가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는 새로운 존재임을 표현하는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틸리히는 기독교를 '새로운 존재, 즉 예수님의 출현과 더불어 나타난 새로운 현실에 대한 메시지'라고 요약한다"라며 "틸리히는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전제 위에서 기독교는 새로운 존재, 새로운 창조, 새로운 현실을 선포하는 종교라고 설명한다. 예수가 새로운 존재로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그리스도라는 말은 인간의 현재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라고 주장했다.

 

즉, 현실 상태에 대한 틸리히의 이해는 실존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 설 박사는 "틸리히는 인간의 실존 상태를 ‘소외’(estrangement)라는 한 단어로 표현한다"라며 "전통적으로 그리고 일반적으로 교회에서 인간이 처한 곤경을 표현하는 단어는 ‘죄’인데, 틸리히는 죄를 소외의 결과라고 지적한다"라고 분석했다.

 

설 박사는 특히 "틸리히는 ‘실존’ 대신 ‘소외’라는 단어를 이용해 인간의 실존 상태가 근본적으로 분열의 상태임을 더욱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으며 또한 인간의 실존 상태는 있는 모습 그대로 긍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극복되어야 하는 측면이 있다는 의미도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카뮈의 페스트
"죄로 인한 심판" 문제제기

 

설 박사는 "카뮈의 『페스트』에서 ‘페스트’에 대한 파늘루 신부의 이해는 일반적인 교회의 관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라며 "파늘루 신부는 페스트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병들거나 죽고 또한 도시가 폐쇄되어 사람들 사이의 원치 않는 이별이 발생하고 여러 가지 불편함과 곤란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난 것은 사람들이 죄를 짓고 또한 악과 타협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뮈는 이와 같은 설명이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나 대처 방법을 제시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라며 "카뮈는 "죄 없는 인간에게도 페스트라는 심판이 주어졌다면 그러한 신을 과연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파늘루에게 질문하며 '반항'하는 의사 리유의 모습을 통해 파늘루의 '죄와 심판'이라는 그리스도교의 오래된 도식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이와같은 논리로 페스트를 이해하려고 할 때 다다르게 되는 결론의 불합리성을 드러낸다"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죄와 심판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설 박사는 "인간이 실존 상태에서 겪는 고통을 죄와 심판이라는 이해의 틀로 받아들이는 것은 코로나19 시대나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라며 "만약에 파늘루 신부의 말대로 인간이 신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을 실천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가 자연스럽게 소멸되지 않을 것이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염병의 발생은 인간의 죄나 신에 대한 순종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 누군가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코로나19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면 코로나19의 발생은 인간과는 무관하며 생존을 이어가기 위한 바이러스의 자기 증식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와 틸리히
"소외를 악화시킨다"

 

설 박사는 "페스트나 코로나19와 같이 인간이 막을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전염병은 소외라는 인간의 실존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라며 "틸리히는 소외가 발생하는 지점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인간은 존재의 근거, 타인,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고 주장한다"라고 설명했다.

 

설 박사에 따르면 틸리히는 불신앙으로서의 소외, 휘브리스(hubris)로서의 소외, 욕망으로서의 소외를 언급한다.

 

'불신앙으로서의 소외'는 인간이 그의 존재의 중심에 있어서 하나님으로부터 소외되어 있음을 뜻한다. '휘브리스는 교만과는 다른 뜻이며 '휘브리스의 소외'는 신의 영역으로의 인간의 자기-높임(self-elevation)이다. '욕망으로서의 소외'는 실재 전체를 자신의 자아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무제한적인 욕구 때문에 발생하는 소외다.

 

설 박사는 "틸리히가 설명하는 소외의 표지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자기중심성의 강화라고 할 수 있다"라며 "코로나19와 같은 곤경에 처했을 때 타인과의 교류가 제한될 뿐만 아니라 인간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자기중심성을 강화하기 때문에 소외가 더 심해지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구원, 그리고 반항
"코로나19와 소외 극복"

 

설 박사는 "틸리히와 카뮈 모두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어떤 삶의 자세를 제안할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라며 "예상되는 틸리히의 제안은 그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제시하는 구원론을 통해서 알 수 있고, 카뮈의 생각은 『페스트』에서 그의 관점을 대신해서 말하고 있는 의사 리유를 통해서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즉, 틸리히와 카뮈는 팬데믹으로 인해 일어나는 소외의 심화 현상을 운명처럼 받아들여 적응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소외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는 것.

 

설 박사는 "틸리히는 인류는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소외로부터 구원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고, 카뮈는 코로나19에게 굴복하지 말고 반항해야 한다고 역설할 것이다. 틸리히는 구원으로, 카뮈는 반항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지만 두 사람이 제안하는 삶의 자세는 서로 비슷하다"라고 주장했다.

 

 

틸리히,
소외 극복은 "구원이다"

 

설 박사는 "틸리히는 인간의 실존 상태를 소외라고 표현하는 데서 이미 소외는 긍정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극복되어야 할 것으로 이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소외의 극복은 곧 구원을 의미한다"라며 "소외라는 이해의 틀로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대한다면 우리의 대처 자세는 죄와 심판의 도식으로 인간의 곤경을 파악할 때와는 확연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구원이 소외의 극복과 치유의 과정이라면 구원은 단번에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구원을 치유로 이해하는 틸리히의 관점은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학적 구원을 고려해야 하는 현상황에서도 적용되고 확대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설 박사는 "기독교의 구원은 모든 피조물의 온전함과 평화, 그리고 회복의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소외의 극복을 통한 치유 즉 구원은 인간을 둘러싼 모든 자연을 포함하는 우주와 인간 사이에서도 일어나야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우주적 치유가 일어나야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카뮈의 『페스트』,
'구원'을 위한 반항과 저항

 

설 박사는 "『페스트』에서 카뮈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리유는 파늘루와의 대화 속에서 구원이라는 말을 거부한다"라며 "카뮈는 구원이라는 종교적 용어를 거부함으로써 파늘루의 논리(인간이 죄를 지어서 페스트가 발생했고 죄로 인해 발생한 페스트를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고, 인간은 단지 그 안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 마침내 그는 인간은 페스트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신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를 배척한다"라고 설명했다.

 

즉, 카뮈는 운명을 기다리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운명에 반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

 

설 박사는 "카뮈의 생각은 『반항하는 인간』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카뮈는 반항이 '모든 인간들 위에 최초의 가치를 정립시키는 공통적 토대'라는 전제하에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는 말로 인간의 반항이 인간의 존재를 규명하는 특성이라고 주장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뮈는 인간의 자유가 운명에 대항해서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운명의 불변성에 저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라며 "『페스트』에서 카뮈가 제시하는 반항하는 인간의 모습과 틸리히가 제안하는 치유의 구원 모습은 인간의 실존 상태를 극복하려는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매우 유사하다"라고 주장했다.

 

 

틸리히와 카뮈의 '같음과 다름'

 

설 박사는 "큰 틀에서 보면 인간의 실존 상태인 소외를 대하는 틸리히와 카뮈의 태도는 일치한다. 두 사람 모두 소외는 부인할 수 있는 인간의 실존 상태이며 인간은 소외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라며 "하지만 두 사람이 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소외에 대한 그들의 자세는 차이점이 발생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틸리히는 신학자로서 당연히 유신론자이고, 카뮈는 무신론자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카뮈의 반항은 무신론적 반항이 아니다. 카뮈의 반항은 운명에 대한 반항이면서 동시에 그런 운명을 지워준 신에 대한 도전이다"라며 "카뮈에게 신은 부조리의 창조자이며, 따라서 부조리에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이다"라고 설명했다.

 

설 박사는 "카뮈에게 반항은 완성되거나 종결될 수 없는 것으로 살아 있는 한 인간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삶의 자세이다"라며 "반항은 종교적인 관점에서 구원이라는 말로 치환될 수 있는데, 카뮈의 견해와는 달리 틸리히는 인간의 구원은 완성된 적도 있고 완성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틸리히의 구원론은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전제 위에서 카뮈의 사상과 구별되는 중요한 차이를 보여 준다"라고 강조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구원론
'소외'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

 

설 박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팬데믹에 대비하여 소외 상태에 적응할 것인지 아니면 소외를 극복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한다"라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틸리히의 그리스도론(예수는 '소외를 완전히 극복한 새로운 존재'이다)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인간은 소외를 극복해야 하며 예수는 소외 극복의 궁극적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예수를 믿고 구원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틸리히의 그리스도론을 이용해 바꾸어 말하면, 예수를 궁극적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그 기준까지 소외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

 

설 박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소외를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틸리히의 그리스도론을 통해 우리가 소외의 적응이 아니라 소외의 극복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예수의 필요성을 인지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카뮈도 『페스트』에서 소외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반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제시하지만, 틸리히는 거기서 더 나아가 반항을 통해 원하는 목표를 완전하게 달성한 사례로서 예수를 제시하며 그 예수가 새로운 존재의 힘으로 소외에 반항하는 이들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라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예수를 믿고 따르는 이들도 안전한 생존이 아닌 소외의 극복을 목표로 삼는다면 예수가 당한 고난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설 박사는 "인간은 소외에 적응해서 생존할 것이 아니라 소외를 극복해서 모든 피조물이 치유될 수 있도록 고난을 무릅쓰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우주적 구원을 소망하는 그리스도교가 전하는 메시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라며 소외극복의 노력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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