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 '군 성범죄' 등 최근 우리 사회는 약자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등 성 윤리 의식의 고갈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물론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성범죄 사건을 다루고 있는 신명기 22장 13~29절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성 윤리와 성범죄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할지 제시한 연구논문이 있어 소개한다.
안양대 박유미 박사는 '신명기 22:13-29에 나타난 성 윤리와 성범죄에 대한 현대적 적용'이란 연구논문을 통해 구약의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언급된 성 윤리와 성범죄와 관련된 말씀을 현대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교회 안 성 윤리 의식
"너무 낮다"
박 박사는 "성 윤리가 매우 엄격할 것으로 여겨지고, 엄격한 성 윤리가 요구되는 목회자들도 성범죄 사건의 가해자가 되고 있다"며 '목회자들이 이런 상황에 빠진 이유 중 하나는 성 윤리 본문에 대한 무시와 성경에 대한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해석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아직도 칼빈이나 매튜 헨리의 해석에서 그다지 발전하지 못한 성 윤리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남성의 성에 대해서는 관용하며 남성의 성범죄를 가볍게 보는 반면 여성에게는 순결을 강조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 신학계에서도 성범죄나 성 윤리에 대한 연구가 미미한 실정으로 구약의 대표적인 성 윤리와 성폭행을 다루는 본문인 신명기 22장 13-29절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본문은 현재 한국 교회 성적 규범에 여전히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교회는 이 본문을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여성의 성적 순결을 강조하며 여성의 성을 통제하는 반면 남성의 성에 대해선 침묵을 통해 무한한 자유를 허락하고 있다는 것, 결국 이런 교회의 태도는 남녀평등과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는 현대 사회의 가치와 충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박사는 "이렇게 여성에게만 순결을 강요하는 태도가 정당한지 그리고 성적 자기 결정권이 있는 성인 남성과 여성들의 성에 대해 성경적으로 어떤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지 교회가 많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연구의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 이 글은 목회 현장에 직접적으로 소개되진 않았지만 교회를 사랑하는 신학자들의 깊은 고민과 애정이 담긴 매우 가치 있는 소중한 연구 결과물이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많이 읽혀지기를 소망하면서 본지 독자들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일부 정리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연구자료를 참고하면 된다.
박유미 박사의 <신명기 22:13-29에 나타난 성 윤리와 성범죄에 대한 현대적 적용>, 한국구약학회, '구약논단', 제26권, 제3호(통권77집/2020년).
신명기와 현대의 '성 의식'
"사회문화적 격차 크다"
신명기 22:13~29는 다섯 개의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 사건1. 신부를 처녀가 아니라고 고발한 신랑 사건(신 22:13-21)
- 사건2. 간통한 남녀의 사건(신 22:22)
- 사건3. 약혼한 여성의 간통 사건(신 22:23-24)
- 사건4 약혼한 여성의 성폭행 사건(신 22:25-27)
- 사건5. 약혼하지 않은 여성의 성폭행 사건(신 22:28-29)
박 박사는 "성 의식에 있어 신명기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현대의 격차는 매우 크다"며 "본문에 등장한 사건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신명기의 시선은 오늘날과 분명히 다르다. 신명기는 여성의 권리보다 남성의 권리가 우선시되는 가부장적 사회였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신명기 22장 13~29에 등장하는 성 윤리와 성범죄에 대한 관점은 여성의 고통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남성중심적인 해석이라는 것. 범죄 피해자인 여성의 관점은 전혀 방영되지 않은 시대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건1, 신부 고발한 신랑
"남성의 순결 언급없다"
첫번째 사건(신 22:13~21)의 경우, 순결의 문제에서 남녀 차별적이다. 또한 신랑과 신부에게 내려진 처벌이 공평하지 않다. 처녀가 아닌 여성에게 내려진 벌이 죽음인 것에 비해 거짓 고발을 한 신랑에게 내려진 처벌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신랑의 순결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신부의 성적 상대에 대한 언급이나 처벌도 없다.
박 박사는 "여성에게 성적 자기 결정권이 없다는 것과 신랑의 무고에 대한 약한 처벌과 남성의 순결 문제에 대한 무관심은 고대 이스라엘 사회가 여성의 성만을 통제하며 여성의 권리보다는 남성의 권리가 우선시되는 가부장적 사회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사건2, 간통한 남녀
"남성의 간통은 무관심"
두 번째 사건(신 22:22)은 유부녀의 간통 사건을 다룬다. 본문은 여성은 남편이 있는 여성, 즉 여성의 성이 남편의 통제권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간통 상대 남성은 그냥 ‘한 남성'으로 표현된다. 그가 결혼을 했는지 총각인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이에 대해 박 박사는 "이것은 간통 문제도 남성 간의 성의 소유권 문제라는 것을 나타낸다. 신명기에서 간통의 문제는 사형에 처해지는 매우 심각한 범죄로 여기지만 남성의 간통 문제에는 무관심한 반면 결혼한 여성의 간통만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 사건 또한 신명기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라는 사회적 배경 속에 기록되었다는 것과 이 본문의 목적은 여성의 성을 통제하는 데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사건3, 약혼한 여성의 간통
세 번째 사건(신 22:23~24)은 약혼한 여성의 간통 사건을 다룬다. 신명기 22:13-29절에서 "너희 가운데 악을 제거하라"는 명령은 모두 세 번 주어지는데 모두 여성이 자발적으로 성행위에 참여한 경우(결혼 전 성관계, 결혼 후 간통, 약혼 후 간통)이다. 이것을 보면 신명기법은 여성이 아버지와 남편의 통제를 벗어나 성관계를 갖는 것을 ‘악’으로 규정하고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사건4, 약혼한 여성의 성폭행
네 번째 사건(신 22:25~27)은 약혼한 여성의 성폭행 사건을 다룬다. 신명기에서 성폭행범을 죽이는 것은 약혼한 여성의 신체와 인권을 침해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간통의 경우처럼 아내나 약혼녀에 대해 가지는 남편 혹은 약혼자의 독점적 권리를 손상시켰기 때문이다.
즉, 간통은 함께 합의하에 남편의 권리를 침해했기 때문에 둘 다 죽였지만 성폭행은 남성의 일방적인 침해이기 때문에 남성만 죽인 것이다. 이것은 약혼하지 않은 여성의 성폭행 사건과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사건5, 약혼 안한 여성 성폭행
"성폭행 남성과 결혼하라"
다섯 번째 사건(신 22:28~29)은 약혼하지 않은 여성의 성폭행 사건을 다룬다. 본문은 성폭행당한 여성에게 성폭행범과 결혼하라고 한다. 성폭행을 당한 여성에게 배상이 아니라 처벌처럼 보인다. 자신을 성폭행한 성폭행범과 이혼도 못하고 평생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 박사는 "생존과 사회적 경제적 안정을 얻기 위해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와 이혼하지도 못하고 평생 살아야 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성폭행범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성폭행을 당한 여성에 대한 형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신명기,
"여성 관점 전혀 반영 안해"
신명기 22장 13~29절에 등장한 결혼과 여성의 성, 성범죄에 대해 박 박사는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첫째, 여성의 성은 아버지 혹은 남편 등 남성들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둘째, 여성의 처녀성은 아버지의 권위와 경제적 문제로 인해 중요한 것이었다.
셋째, 결혼은 일종의 거래로 여성의 처녀성이 가장 중요한 거래 품목이다.
넷째, 결혼 혹은 약혼한 여성과의 성관계는 여성의 남편의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로 사형에 처해진다.
다섯째, 여성의 혼외 성관계는 공동체에서 제거해야 할 악으로 여겨졌다.
여섯째, 남성의 경우 결혼 또는 약혼한 여성과의 관계를 제외한 처녀와의 성관계는 화간이든 성폭행이든 범죄로 보지 않았다.
일곱째, 남성이 미혼인지 기혼인지 순결한지는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즉, 남성의 성은 통제 대상이 아니다.
그는 "신명기가 여성의 인격과 여성의 성을 독립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남성에게 종속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남성의 성에 대해서는 통제하지 않는 고대 근동의 남성 중심적 가부장제 사회의 문화와 제도를 상당히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약 신학적 접근과 해석
"성 차별만 부각시켰다"
호세아와 고멜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과 순결, 충실성에 대해 설명한 그는 "결혼과 언약의 유비는 결혼한 부부가 서로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하지만 언약 신학적 해석을 하는 일부 학자들은 결혼한 남녀의 간통 문제만이 아니라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포함한 모든 여성의 성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언약의 안전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신명기가 여성의 성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처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언약 신학적 해석의 또 다른 문제점은 하나님과의 언약을 지키기 위해 성적 순결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 오직 여성뿐이라고 하는 것이다. 즉, 언약 신학적 해석을 오직 여성의 성으로만 한정시키고 있으며 남성의 결혼의 충실성, 성적순결의 문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신명기 본문에서는 남성의 결혼 여부, 순결 여부는 언급이 없고 오직 여성의 순결과 정절만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해석자들도 남성의 성에 대해 언급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성중심적 성경해석
'NO'
그렇다면 왜 언약 신학적 접근에 있어서 남성 중심적 해석을 할까? 박 박사는 "언약과 결혼의 유비에서 하나님을 남편으로 이스라엘을 아내로 혹은 여성은 이스라엘이고 남성은 하나님으로 보고 아내의 남편에 대한 충실함을 하나님께 대한 충실함으로 해석하며 이를 실제적인 실천 방안으로 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이스라엘은 남녀 모두를 포함하고 있으며 남성은 하나님이 아니다. 그리고 구약시대나 현대사회나 결혼 언약은 남편과 아내가 모두 서로에게 충실해야 하는 언약이다. 그런데 언약과 결혼의 유비를 실제적 실천 방안으로 가져오면서 하나님을 상징하는 남편의 의무는 언급하지 않고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아내의 의무만 강조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성의 성 통제한 신명기
VS
남녀평등, 성적 자기 결정권
그렇다면 여성의 성을 남성의 소유로 여기고, 여성의 성을 철저히 통제하며 여성 악업적이고 차별적으로 해석한 신명기의 성 윤리와 성범죄 의식을 오늘날에 바르게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 박사는 '남녀평등'과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는 현대적 관점에서 신명기 본문을 적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박 박사는 "구약의 여성과 현대의 여성이 누리는 지위와 독립성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명기 본문의 문화와 제도와 현대의 문화와 제도의 차이가 많이 난다. 구약 시대의 여성은 남성에게 속한 일종의 재산이며 여성의 성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남편에게 속한 것으로 여겨졌다. 반면 현대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지위와 인격과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진 독립적 존재라는 사실을 간과해서 안된다"고 설명했다.
남성의 순결 침묵하면
여성의 순결도 묻지 말라
따라서 신명기 본문에서 남성에게만 주어졌던 배우자로서의 권리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여성도 동등하게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본문을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것.
박 박사는 "예를 들면 13절에서 신부의 순결성의 의문을 품고 문제를 삼았던 신랑에 대해선 그의 순결 여부를 묻지 않았던 것처럼 이제는 더 이상 신부의 순결성을 묻지 않아야 한다. 만약 여성의 순결 여부를 문제시 하고 싶다면 동일하게 남성의 순결 여부도 문제시해야 한다. 또한 본문에 등장하는 모든 남성의 결혼여부, 순결 여부를 묻지 않았던 것처럼 여성의 결혼 여부, 순결 여부 또한 묻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혼관계,
동등성과 배타성 인정하라
결혼 관계 속에서도 남편과 아내의 동등성과 배타성도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약에서 심각하게 보는 범죄 중 하나가 바로 간통이었으며, 결혼 내에서 배우자에 대한 충실성은 하나님께 대한 충실성과 유비될 정도로 결혼한 여성의 성은 중요한 통제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말라기는 이런 충실성을 남편에게도 요구하고있다"며 "구약은 결혼한 사람의 성은 반드시 절제되고 통제되어야 하며 부부 간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전통적으로 교회는 결혼한 여성의 성만을 통제하고 정절을 요구한 반면 결혼한 남성의 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허용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그런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간통을 저지른 기혼 남성 목사들도 별다른 처벌 없이 목회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약 신학적 관점에 따르면 아내와 남편에 대한 성적 충실성이 하나님께 대한 충실성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결혼한 남녀의 간통 문제는 교회가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는 범죄다"
성폭행과 같은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침해를 심각한 범죄로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는 것도 언급했다. 그는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여성의 성적 권리가 남편에게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결혼을 했더라도 여성의 성적 권리는 여성 자신에게 있기 때문에 여성의 성적 권리를 침해한 범죄인 성폭행을 심각한 범죄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박사는 "이것은 성폭행뿐 아니라 여성의 성적 권리를 침해하는 다양한 성범죄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교회나 사회는 여성에 대한 성범죄를 심각한 범죄로 다루지 않았지만 성경은 한 인간에 대한 성적, 인격적 권리 침해를 심각한 범죄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성범죄가 심각한 범죄라는 것을 교회가 먼저 알고 성범죄 방지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유미 박사의 연구논문 목차]
1. 들어가는 말
2. 신명기 22장 13-29절의 본문과 사회 문화적 배경 연구
1) 사건 1. 신부를 처녀가 아니라고 고발한 신랑 사건(신 22:13-21)
2) 사건 2. 간통한 남녀의 사건(신 22:22)
3) 사건 3. 약혼한 여성의 간통 사건(신 22:23-24)
4) 약혼한 여성의 성폭행 사건(신 22:25-27)
5) 사건 5. 약혼하지 않은 여성의 성폭행 사건(신 22:28-29)
3. 신명기 22장 13-29절에 대한 언약 신학적 해석
1) 결혼과 언약 신학적 해석의 근거
2) 언약 신학적 해석에 대한 비판
① 모든 여성의 성을 언약과 연결시킨다.
② 오직 여성의 순결만 언약과 연결시킨다.
4. 현대적 적용을 위한 제언
5. 참고문헌
<Copyrightⓒ데오스앤로고스 / 무단 복제 및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 > 성경과 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무상'(人生無常) 전도서 설교, 어떻게 할까? (0) | 2021.06.09 |
---|---|
하갈을 향한 아브라함과 사라의 '집단 괴롭힘', 성서적 해법은? (0) | 2021.06.06 |
교회 리더십 갈등, 사도 바울은 어떻게 바라보았나?(고전 4:1~2) (0) | 2021.06.02 |
아사셀 염소도 '죄의 전가' 담은 속죄제 역할 수행 (0) | 2021.05.29 |
구약성경, '가난'을 착취의 결과로 규정한다 (0) | 2021.05.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