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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창조

성경과 과학이 말하지 않는다면 ‘논쟁’은 무가치

데오스앤로고스 2015.12.10 21:32

창조 연대 논쟁의 신학적 딜레마 /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성경의 신비 과학으로 규정하면 신앙적 신비주의로 빠지게 돼
창조 연대 논쟁은 창조신학의 핵심적 문제가 아냐…열린자세 가져야

“창조 연대 논쟁은 주로 과학의 문제로 치부되어 온 면이 있다. 하지만 논쟁 자체의 출발점이 성경이고, 일부 크리스천 과학자들이 주류 과학계에 도전하는 형태를 띠었으므로 다분히 신앙적이고 신학적이다.”

조덕영 박사는 “이 논쟁을 위해서는 창세기 1~11장에 걸친 성경 전반부에 대한 역사적 연구와 주요 주석들에 대한 검토와 과학적 과정과 결과에 대해 폭넓게 정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창세기 전반부는 신학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동안 국내에서 창조나 창조연대 논쟁이 신학자들과의 별 소통이 없이 진행돼 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연구에서는 창조 연대 논쟁이 신학적으로 볼 때 분명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며 “창조 연대 논쟁이 벌어지게 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서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서론 분에서 밝혔다.

 

# 발표내용 중에서

1. (창조 연대 논쟁의 간략사)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하면서 이에 동조하는 기성 과학자들은 진화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필연적으로 우주와 생명의 유지기간을 연장시켜 왔다. 다윈의 진화론 탄생을 전후해 연대 논쟁과 관련해 기독교 진영에는 중요한 두 가지 역사적 기록이 있다. 하나는 17세기 아일랜드 출신의 대주교 제임스 엇셔(James Ussher, 1581~1656)가 세계 창조가 기원전 4004년이라고 주장한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그의 독창적 계산은 아니었지만 오늘날 그는 이 주장의 상징적 인물이 되어 있다. 두 번째는 간격 이론(Gap Theory)을 수용한 보수 기독교인들 사이에 권위 있는 ‘스코필드 참조 성경’(1909)이 나온 것이었다. 이것은 진화론의 패러다임을 수용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2. 창조 연대 문제와 관련해 신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일어나자 신학이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 방관만 할 수 없었다. 찰스 핫지(Charles Hodge, 1797~1878)는 조심스럽게 이 문제에 대해 검토한 후 다윈주의는 무신론의 배경이 있음을 밝혔다.

3. 1922년 초에는 장로교 평신도로서 미 대통령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가 세 번 낙선한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1860~1925)에 의해 공립학교에서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려는 운동이 켄터키에서 일어났다. 브라이언은 진화론의 가장 큰 문제는 과학적 방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형이상학적 자연주의와 그로 인해 나타나는 사회적 다원주의에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했다. 그는 신앙인으로 이 문제의 중심을오 뛰어들었으며 미국 반진화론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그러나 그는 상징적 인물만 됐을 뿐 1925년 스콥스 재판이 끝난 후 닷새 만의 사망으로 인해 반진화론 운동의 전면에서 바로 퇴장하게 됐다.

4. 미국에서 시작된 반진화론 운동에 주로 적극적으로 동조한 교파는 일부 루터교(미주리 종교회의 루터파), 침례교, 세대주의자들이었고, 장로교, 감리교, 회중교회, 성공회 등은 비교적 방관자적 입장이었다. 문제는 반진화론 진영에 연대 문제에 있어 통일을 이루지 못한 점이었다.

5. 창조론 진영의 연대 논쟁에 쐐기를 박은 인물은 제7일 안식교 신자인 조지 맥크리디 프라이스(1870~1963)였다. 그는 정통 지질학을 배우지 않았으나 독학으로 격변론적인 대홍수 지질학을 구축했다. 물론 그의 견해는 노아 홍수가 진화론자들의 근거가 되는 화석 기록을 설명한다는 안식교 선지자 엘렌 지 화잇의 영감을 충실히 따르기 위한 결단으로부터 시작한 것이었다.

6. 프라이스는 1923년 절정에 달했던 창조론의 몇몇 결과물을 ‘새로운 지질학’이라는 책으로 발간했다. 이 책은 창세기의 첫 부분에 대한 ‘단순한’ 혹은 ‘문자적’ 해석을 통해 하나님게서는 세상을 6,000~8,000년 전에 창조하셨고, 지구의 지질학적 과거를 형성하기 위해 대홍수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식교 모임 밖에서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7. 1950년대 들어 마침내 새로운 상황이 전개됐다. 복음주의적인 침례교 신학자 버나드 램은 1954년 ‘과학과 성경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자연의 증거와 성경의 이해를 하해시킬 수 있는 좀 더 유연한 접근방법을 제안해 ASA(1941년 설립한 미국과학자연맹) 구성원들의 환영을 받았다. 램은 근본주의자들이 적절한 문화적 상황 안에서 성경을 읽지 못하고 17세기 베이컨 시대의 본문인 것처럼 성경을 읽고 있다고 비난했다.

8. 램의 책이 나온 바로 직후 헨리 모리스는 은혜 형제 교단인 그레이스 신학교의 구약신학자인 존 휘트콤과 함께 1961년 ‘창세기의 대홍수’라는 책을 공저로 발간했다. 이 책은 프라이스 저작을 개작한 것이기는 하지만 휘트콤의 신학적 기여와 모리스의 과학적 전문 지식을 통해 프라이스의 논점을 좀 더 설득력 있게 제시한 책이었다.

9. 이 책에 대한 미국 보수 기독교인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엄청난 주문이 쏟아졌고, 젊은 연대와 격벽론적 대홍수 지질학을 바탕으로 한 ‘창조과학’운동이 비로소 본격화됐다. 창조과학은 곧 영국에도 영향을 주었다. 창조과학 자료들은 이슬람교의 교육을 위해 터키를 비롯한 여러 외국어로 번역됐다. 창조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여러 연구 기관들이 설립됐고, 열정적인 평론가들은 공식적인 공개토론에서 진화론자들과 논쟁하면서 창조고하학을 옹호했다.,

10. 대학에서 훈련받은 지질학자들 중에서도 점차 창조론의 관점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심지어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 후보는 창조과학을 가르치는 시간을 똑같이 배분해야 한다고 공립학교에 요청했다. 이에 상처 입은 기존 과학의 옹호자들은 이에 대한 응답으로 책을 발간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진화론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혹은 어떻게 가르쳐서는 안되는지 하는 문제를 놓고 여러 마을과 도시에서 격렬한 논쟁을 했다,.

11. 1960년 이후 창조과학을 중심으로 한 창조론 논쟁은 미국의 공공생활에서 낙태 문제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문제보다 더욱 격렬한 문화적 전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 운동은 영국 뿐 아니라 캐나다, 호주, 한국, 일본 등지로 확장되어 갔다.

12. (창조 연대 논쟁의 신학적 딜레마-천사나 마귀의 기원이 젊은 연대에 우호적인가) 창조 연대 논쟁을 다루는데 있어 세속 과학의 연구 결과를 수용하면 과학적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세속 과학과 충돌하는 젊은 창조 연대를 주장할 때 발생한다.

13. 성경은 창세기 1장의 6일 창조 과정에서 천사나 마귀 창조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따라서 마귀의 창조 연대나 기원에 대해 성경은 구체적 자료를 주지 않는다. 영적 존재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창조 기간에 대해 함부로 인간들이 규정하지 않도록 하시려는 하나님의 섭리라고 볼 수 있다. 천사나 마귀 등 영적 존재에 대한 성경의 침묵 미스터리는 창조 연대를 규정하는데 큰 난관을 가져다준다. 천사는 과연 언제 창조되었는가? 만일 6일 창조를 문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천사 창조 문제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버린다.

14. 창조론 문제에 대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던 ‘창조과학’ 운동의 실질적 원조가 된 헨리 모리스도 타락과 저주의 결과에 대해서는 열역학법칙 등을 동원해 과학적 논증을 시도한 데 반해 마귀의 기원문제에 대해서는 별 다른 창조론적 접근을 하지 않았다. 단지 헨리 모리스는 사단의 타락과 반역을 창세기 1장 31절과 뱀의 몸을 입고 하와에게 나타난 창세기 3장 1절 사이에 둔다. 모리스는 이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성경이 침묵함을 인정한다. 물론 모리스가 말하는 성경의 연대 침묵은 오랜 연대를 말함이 아니다. 여기서 연대 논쟁의 신학적 딜레마가 생겨난다.

15. 젊은 연대에 적용시키려고 마귀 창조를 창세기 1장 31절과 창세기 3장 1절 사이에 억지로 넣는 것은 분명 무리한 해석이다. 천사 창조시기는 그렇게 인간이 규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신비로 남겨두어야 한다. 성경이 굳이 숨긴 부분을 무리한 해석으로 드러내는 것은 위험하다. 따라서 연대 논쟁도 함부로 규정하면 안되는 신비로 남겨두어야 하는 당위성이 생긴다. 성경(특수계시)과 과학(일반계시)이 규정하지 않는 부분을 인간이 이성으로 섣불리 판단할 때, 연대 문제는 필연적으로 스스로 신학적 딜레마에 빠져 버리고 말 뿐이다.

16. (신정론은 젊은 창조 연대에 우호적인가) 신정론의 문제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딜레마로 표현될 수 있다. “하나님은 악을 막을 수 있는데도 막지 않거나, 아니면 막으려 하지만 막을 수 없거나이다”. 여기서 만일 후자가 옳다면 하나님은 전능하지 않고, 전자가 옳다면 그는 자비하지 않다는 논리가 된다. 여기에 신정론의 일반적 딜레마가 있다. 개혁신학적 벌코프튼 하나님과 죄와의 관계에 대한 문제는 비밀로 남아있다고 언급한다. 인간이 하나님에 대해서는 아나 하나님을 힘써 아는 일이란 그리 단순하지 않다.

17. 영적 존재의 기원이 결코 젊은 창조 연대에 유리하지 않은 것처럼 오히려 악의 문제도 결코 젊은 창조 연대에 우호적이라고 볼 수 없다. 악을 창조 주간(약 6천년 전)의 창조에 묶어 놓는다고 악의 문제가 해결되지 안흔ㄴ다. 악의 기원에 대한 논쟁은 수백 년 동안 성경, 신학, 철학 분야에서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은 초월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해결하기 쉽지 않은 신비의 영역일 뿐이다.

18. 기독교적으로 악의 문제를 다룰 때는 세 가지 전제가 있다. (1) 악은 존재한다는 것, (2) 하나님은 선하시다는 것, (3)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다는 점이다.

19. 악의 문제는 신학적이다. 신학은 결코 젊은 창조 연대 쪽에 신정론적 승리가 있다고 편들지 않는다. 신정론 문제에 접근한 어떤 학자도 젊은 창조 연대를 편들지 않는다. 신앙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해석하는 것이 신학의 사명이다.

20. 필자는 젊은 창조 연대를 수용하면 악과 인간 타락의 책임을 하나님께 돌리게 될 신성모독의 위험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본다. 만일 창조 주간에 천사나 마귀의 기원을 배치하고, 이것이 6천여 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논증하면 하나님의 전지전능 교리가 위태로워진다. 연대 문제는 함부로 규정할 사안이 아니며 아직까지는 신비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성경의 신비는 신비로 남겨두어야지 신비를 과학을 동원해 규정하는 순간 오히려 신앙적 신비주의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21. (연대 문제 논댕-교회는 어떻게 보았는가) 초대교회사 어디에서 창조 연대 논쟁이 벌어지거나 이 주제를 교리화한 흔적은 없다. 창조 신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근본주의자들의 근본 교리들 안에도 이 문제는 이슈화되지 않았다. 교부들의 창세기 해석은 오늘날 연대 논쟁의 씨앗이 된 근본주의적 해석 방법과 전혀 달랐다. 그들은 ‘성경은 성경으로 가장 잘 설명된다’는 해석원리를 충실하게 따랐다. 교부들은 창세기 1~3장을 창조와 타락과 구속의 관점에서 예표론으로 접근한다.

22. 성경 연구를 멈출 수 없는 거섳럼 창조 연대 문제도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점진적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기원에 대한 연구 자체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 기원의 연대 논쟁도 마찬가지다. 젊은 연대를 포기하거나 오랜 연대를 수용하라는 의미가 전혀 아니다. 성경이 말하지 않는 것을 과학의 이름으로 섣불리 말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지속적 연구는 하고 토론은 하되 충돌하지 않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조 연대 논쟁이 창조 신학의 핵심적 문제는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23. 아직 해결되지 않는 창조 연대 논쟁 문제는 미래의 성경학자, 미래의 크리스천 과학자들에게 맡겨야 한다.

24. 자연과학이 불필요하게 성경을 앞질러 가는 것도 금물이다. 성경은 그렇게 과학자가 계도할 필요가 있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경이 말하는 것만 말하고 성경이 말하지 않는 곳에서 멈추어야 한다. 성경과 창조의 관계에 대한 오해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 위 내용은 창조론오픈포럼(공동대표:박찬호ㆍ양승훈ㆍ이선일ㆍ안명준ㆍ조덕영ㆍ최태현)가 지난 2012년 1월 30일 중앙대학교 대학교회에서 개최한 ‘제10회 오픈포럼’의 발표자료에서 일부 발췌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단체에 문의해 발표문을 참고하면 된다.

 

조덕영, “창조 연대 논쟁의 신학적 딜레마”, 창조론오픈포럼-제1회 오픈포럼, 2012년 1월30일, 서울:중앙대 대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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