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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사회•환경과 신학

메가시티는 멸망의 바벨론인가? 천상의 예루살렘인가?

by 데오스앤로고스 2015.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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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트만 박사, 장신대 국제학술대회서 ‘도시와 교회의 관계’ 조명

 

2014년 5월 13일 기사

 

“대도시(메가시티)에서 그리스도의 교회가 하나님의 희망을 확장하고, 인간의 미래를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하나님의 성공적인 미래로 설정한다면 그리스도의 교회는 성공을 선취하게 될 것이다.”

‘희망의 신학’의 주창자인 위르겐 몰트만 박사(독일 튀빙겐대학교 명예교수). 그는 메가시티 안에서 메가처치에 대해 옹호적인 사람들과 이와 같은 ‘메가’(mega) 현상을 비판하며, 소규모의 기독교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서로 대립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희망 속에서 교회다운 교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가 지난 13일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21세기 아시아 태평양 신학과 실천’을 주제로 개최한 제15회 국제학술대회에 강사로 참여한 몰트만 박사는 ‘도시는 희망의 장소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산업화시대 이후 지구촌 곳곳의 마을들은 함께 모여 도시로 성장했고, 또다시 도시들은 함께 연합해 대단지 도시인 ‘메가시티’들을 형성하게 됐다”며 “현대사회에 있어 도시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희망이며, 많은 경제적 기회들과 사회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희망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몰트만은 “메가시티는 좋은 삶에 대한 희망인가, 아니면 인류의 자멸에 대한 묵시록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 왜냐하면 메가시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바벨론’에서 감옥을 짓는 것은 아닌지, 자유가 있는 ‘천상의 예루살렘’을 미리 맛보는 것은 아닌지 고민과 갈등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 도시들에 담겨진 의미

‘도시는 과연 희망의 장소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전 몰트만은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고 조직되었는지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고대의 도시 중심에는 도시 수호신들의 성전이 서 있었고, 통치자의 성이나 궁전이 있었고, 상업을 위한 시장과 항구가 있었다. 무엇보다 성전은 도시들의 중심이었다. 성전은 하늘과 우주와 선조세계의 형상으로써 세계들의 혼돈 속에 질서를 창조하고, 자연과 역사의 재해들 속에 평화를 창조하며, 인간세계를 땅의 자연과 역사의 조상, 하늘의 가능성들과 일치하도록 만들었다. 이와 같은 성전의 척도에 따라 도시의 모형들이 결정됐다.

몰트만은 “따라서 도시의 정치권력은 종교권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왜냐하면 왕들과 황제들은 동시에 그들 도시와 국가의 대제사장들이었기 때문”이라며 “고대에서 종교적인 권력과 세상의 권력은 분리된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고대 도시들의 성전, 성곽, 시장, 항구의 범례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대 산업도시들의 핵심이 되고 있다. 하지만 산업도시는 중심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람들은 산업도시에 살기 위해 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자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산업도시에 거주할 뿐이다. 그렇다보니 산업화된 도시들에서 권력은 더 이상 종교나 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업과 금융의 영역에 있다.

특히 산업도시에서는 자본주의적인 도시의 민주화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다양한 문제들을 양산해냈다. 이윤극대화라는 시장논리에 지배되면서 삶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부유층과 빈곤층으로 나뉘면서 빈곤층이나 보다 덜 부유한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야만 한다. 희망의 장소로 여겨졌던 도시가 절망의 도시가 되는 순간이다.

도시들의 성장과 비례해 환경부담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농촌이 도시화로 황폐화되어가고 있으며, 농촌 지역에서조차 콘크리트 고층 건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때문에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또한 도시들은 고유성을 획득하고 시민들에게 그 도시의 축제를 통해 자아의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도시 안에서 진행되는 종교들의 다양한 축제까지도 세속적인 도시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 메가시티는 기독교에 도전이 되나?

그렇다면 이와 같은 도시, 곧 메가시티들은 기독교에 도전이 되고 있는 것일까? 사실 기독교는 메가시티를 ‘세속화’의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몰트만은 “도시 그 자체는 기독교에 대해 특별한 도전이 아니다”라며 “초기의 기독교는 농촌 백성의 자연종교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예루살렘이라는 도시에서 형성됐고, 사도 바울의 편지가 보여 주듯이 지중해의 항구들과 도시들로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종교개혁 또한 대부분 스위스의 취리히, 제네바, 프랑스의 스트라스브르그 등의 도시들에 의해 지지됐고, 독일에서 프로테스탄트는 도시종교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몰트만은 “영국에서 초기의 산업화와 더불어 자유 교회는 고향도 잃고 의무도 없게 된 노동자들 가운데 퍼져 나갔다”며 “장로교회와 감리교회도 마찬가지다. 1906년 로스앤젤레스 아주사 거리의 부흥운동 이래로 오순절 교회의 출발도 대도시의 종교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중심지들로 이동이 일어날 때 가족적인 교회 소속 대신에 개인적인 신앙의 결정과 자발적인 공동체가 들어서게 된다”며 “대도시들 속에서 결속은 느슨해지고 선택의 자유는 증가한다. 교회는 이러한 현실에 적응해야 하고, 현실에 잘 적응하는 길은 교회가 선교의 차원에서 초청하는 교회공동체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몰트만은 메가시티 혹은 메가처치에 대해 비판보다는 그 안에서 교회다운 교회를 추구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메가시티 안에는 메가처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도시화되지 않은 기독 가정들도 존재하고, 가정 교회들도 존재하며, 미래에도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몰트만은 “가정 교회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손님을 잘 대접하는 기독교적인 친절이 필요하다”며 “손님을 잘 대접하기 위해서는 좋은 이웃관계가 필요하다. 좋은 이웃관계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좋은 이웃관계로부터 가정 교회들이 형성된다”고 피력했다.

 

 

# 교회는 대안공동체가 되어야

메가시티 안에서 무엇보다 교회, 곧 기독교공동체는 만인이 평등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 메가시티의 특징인 부와 가난이 인간의 가치를 결정짓도록 내버려두지 말라는 것이다. 몰트만은 “현대의 경쟁사회는 서로 나뉘지만 기독교 공동체는 서로 결속해야 한다”며 “가난에 대한 대안은 부가 아니라 바로 공동체임을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마디로 메가시티 안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는 것이다.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 노숙자들에게 따뜻한 방을 제공하는 것, 무료 의료봉사, 법무상담,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생활도우미와 호스피스 간호 등 매우 다양한 사역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몰트만은 “더 큰 교회나 단체들은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의 계획에도 참여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공적신학과 정치신학의 맥락에서 다양한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실 오늘날 메가시티는 미래가 있을지 잘 모르고, 매우 위험한 형태일지라도 인류의 큰 희망, 미래도 나름 갖고 있다. 메가시티는 과거와 미래 사이의 지속적인 차이 속에서 지속적으로 개선되기도 한다.

몰트만은 “메가시티들의 미래는 이루어질 수도 있고, 또한 실패할 수도 있다”며 “미래는 더 나은 삶으로의 발전을 가져올 수도 있고, 인간 생명의 제거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생명을 선택하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우리는 희망의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메가시티 안에서도 교회는 하나님의 희망을 확장시킬 수 있다”며 “인간의 미래를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하나님의 성공적인 미래로 설정한다면 교회는 하나님의 구원계획을 성취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신대가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는 김명용 총장을 비롯해 아주사퍼시픽대학교 존 왈라스 총장, 임희국 교수(장신대), 샌프란시스크신학교 제임스 맥도날드 총장, 동경신학교 하가 츠토무 학장, 남경신학교 원 거 교수 등도 발제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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