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 언약 이후로 등장한 모든 선언문들은 한결같이 로잔 언약의 정신과 신학적 입장을 토대로 작성되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각 선언문 사이에는 적지 않은 선교 신학적 변화가 감지된다 ... 모든 선언문들이 성경의 권위와 무오류성을 토대로 작성되었다고는 하지만 각 선언문들의 관심과 주제는 분명히 서로 다른 차이를 드러낸다 ...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회의 관심이 달라질 수는 있으나 교회의 존재 이유와 목적인 전도의 사명은 절대로 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로잔 운동이 각 시대의 필요들을 채운다는 명분하에 지나치게 정치사회적인 참여를 강조한 나머지 선교의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사역인 전도의 사명을 서서히 약화시켜 놓았다."
김학유 박사(합신대 총장)의 로잔 선교운동 변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다.
김학유 박사는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강규성 박사, 한국성서대 교수)가 지난 10월 26일(토) 오전 10시 아신대학교에서 개최한 '제83차 정기논문발표회'에서 주제강연자로 참여해 이같이 주장했다.
<복음, 선교, 다문화>라는 주제로 개최된 논문발표회에서 '로잔 선교운동의 변천과 극복과제'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김학유 박사는 로잔 선교운동의 배경과 역사, 로잔운동의 선교신학을 비롯해 이번 제4차 로잔 서울대회에서 발표된 '서울선언문' 등 각 선교대회 선언문 내용을 설명한 후에, 로잔운동의 선교사상 변화에 대해 분석했다.
왜 로잔운동인가?
김 박사는 "WCC의 강력한 영향으로 한 동안 세계 교회가 선교적 혼란을 경험했다"라며 "자유주의 신학과 진보적인 선교학의 영향을 받은 다수의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 전통적 선교를 위협해 왔고, 심지어 선교의 의미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IMC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선교 대회들이 개최될 때마다 선교사상에 심각한 변화가 있었고, IMC가 WCC에 복속되면서부터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반기를 들고 등장한 운동이 바로 로잔 운동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잔 운동은 전통적인 선교의 의미를 회복시키고, 정성화시키는데 매우 큰 영향을 끼쳤을뿐만 아니라 성경의 권위를 전제로 성경에서 가르치고 명령하는 성경적 선교의 의미를 정확히 간파하여 정리했다"라며 "선교 사역들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전도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었고, 전도의 우선권이 강조되었다. 사회정치적 참여를 통한 세상과의 화해만 강조했던 선교적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로잔운동의 갈등과 변화
복음, 전도 용어의 약화
반면, "로잔 운동 안에서도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인 복음주의자들과 남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진보적인 복음주의자들 사이에 다양한 선교적 이견이 존재해 왔다"라며 "로잔 운동 안에서 남미와 진보적인 복음주의자들의 의견과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갔고 서서히 로잔 운동의 선교 사상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라고 피력했다.
또한 " 서서히 로잔 운동의 선교 사상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정치사회적, 참여에 대한 요청이 점점 확대되었고 이러한 요구들이 로잔의 선교사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어 마닐라 선언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반쪽짜리 복음(half라는 용어)이 등장했고, 선교사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도와 사회참여는 동등한 'gospel'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선교사역에서 전도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사회참여와 사회봉사가 점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전도의 비중이 점차 약화됐다"라며 "케이프타운 서약에서는 전도라는 용어가 절대적으로 줄어들었고, 대신 선교와 화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마닐라 선언문에서 사회복음이 등장하더니 케이프타운 서약에서는 하나님의 선교사상(Mission Dei)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라며 "전도를 선교의 일부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로잔 운동의 핵심 가치였던 전도의 중요성이 차츰 퇴색되고 하나님의 선교 개념이 점차 그 자리를 차지해 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선교의 핵심 가치인 전도가 주변부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사회적 책임과 관심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라고 피력했다.
마닐라 선언문의 문제
김 박사는 "로잔 언약 이후로 등장한 모든 선언문들은 한결같이 로잔 언약의 정신과 신학적 입장을 토대로 작성되었음을 강조했다"라며 "하지만 각 선언문 사이에는 적지 않은 선교 신학적 변화가 감지된다. 로잔 언약의 신학이 전통적인 복음주의적 입장에 서 있다면 마닐라 선언문과 케이프타운 서약은 그것과는 다소 다른 모습의 신학적 입장에 서 있는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모든 선언문들이 성경의 권위와 무오류성을 토대로 작성되었다고는 하지만 각 선언문들의 관심과 주제는 분명히 서로 다른 차이를 드러낸다"라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회의 관심이 달라질 수는 있으나 교회의 존재 이유와 목적인 전도의 사명은 절대로 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로잔운동이 각 시대의 필요들을 채운다는 명분하에 지나치게 정치사회적인 참여를 강조한 나머지 선교의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사역인 전도의 사명을 서서히 약화시켜 놓았다"라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마닐라 선언문은 로잔 언약을 기초로 그들의 선교 신학을 발전시켰다"라며 "로잔 언약이 마태복음의 선교 대위임령에 관심을 가졌다면 마닐라 선언문은 누가복음 4장의 나사렛 선언(Nazareth Manifesto)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가난한 자들과 억눌린 자들, 눈먼 자들과 갇힌 자들에 깊은 관심을 갖고 그들의 선교신학을 발전시켰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 그들에게 있어 선교적 과업이란 모든 교회들이 '총체적 복음'을 전 세계에 전하는 것이었다"라며 "여기서 특별히 눈에 띄는 단어가 바로 '총체적 복음'이라는 단어인데 이 단어에 담긴 신학이 바로 마닐라 서약의 정신을 대표하는 선교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대위임령과 더불어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데 이 둘을 합한 것이 바로 총체적 선교다"라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결국 마닐라의 선교신학은 전통적인 의미의 전도사역과 사회적 책무를 합친 전체주의(holism) 위에 건설된 것이다"라며 "모든 세계(the whole world)라는 단어 역시 선교의 범위가 특정한 공동체, 즉 미전도 종족이나 비기독교인들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가난한 자 눌린 자, 착취당하는 자 소외된 자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는 폭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닐라 선언문은 교회의 전도적 사명에는 동의하지만 세상을 지나치게 적대적으로 보지 않고 단지 교회의 봉사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공동체로 본다"라며 "교회는 세상의 필요와 요구들을 채우기 위해 언제든지 자기희생과 봉사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사회참여를 통한 사회변혁은 교회의 당연하고 필수적인 임무다. 마닐라 선언문에 담겨있는 선교사상은 결국 전도를 통해 세상의 구원하려는 선교 행위와 세상의 아픔에 적극적인 동참하는 행위 모두를 긍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케이프타운 서약의 문제
반면, 김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케이프타운 서약은 세상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으로부터 그들의 선교신학을 끌어낸다"라며 "하나님은 신앙공동체 안에서뿐만 아니라 교회 밖 세상에서도 일한다는 신학적 전제를 갖고 그들의 선교신학을 정립해 나갔다. 그들은 세상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다양한 사역들 가운데서도 특별히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화해'라는 주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서약서를 작성했다"라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요한의 서신들에 자주 등장하는 사랑이라는 주제와 더불어 바울 서신들에 자주 등장하는 화해라는 주제들을 성도들에게뿐만 아니라 세상에 속한 모든 사람들에게도 적용시킨 것이다"라며 "사도 요한의 무한한 사랑의 정신과 바울의 우주적 구원(universal salvation)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케이프타운 서약은 이전 서약들의 정신이 케이프타운 서약 정신과 주장을 뛰어넘는 매우 포괄적인 신학 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피력했다.
김 박사는 "결국 케이타운 서약은 세상을 사랑의 대상으로 여긴다. 비록 여전히 세상에는 죄악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하나님이 세상을 적극적으로 사랑하시기 때문에 교회들 역시 세상을 사랑해야만 한다"라며 "로잔 언약이 성과 속을 철저히 분리했던 것에 반해 케이프타운 서약은 성과 속을 날카롭게 분리하기를 거부한 것이다. 성과 속을 지나치게, 날카롭게 구분하는 것을 극복하려고 했던 케이프타운의 노력은 분명히 로잔 언약의 신학과 선교적 입장에서 한 발 멀어진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케이프타운 서약은 하나님의 구속 역사(salvation history)와 세속 역사(secular history)를 구별하지 않았던 WCC의 오류를 범한 것처럼 보인다"라며 "케이프타운 서약은 전도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덜 강조한 반면 성도들의 실천적 윤리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결국 케이프타운 서약은 기독교 선교를 위한 선언문이라기보다 기독교 윤리 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약 윤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관심과 사상이 그대로 반영된 선언문인 것 같다"라며 "전전도의 우선권과 중요성을 강조했던 로잔언약의 선교정신이 분명히 약화되었고, 선교사역이 윤리적 행위로 대체되거나 축소되었다. 케이프타운 서약이 기독교인들의 윤리적 책무를 잘 표현해 주기는 했지만 전도와 더불어 전통적인 선교의 의미를 약화시키거나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라고 평가했다.
로잔운동,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성경적 선교의 회복과
복음주의 선교신학의 정립 필요
김 박사는 "로잔 운동이 세운 가장 큰 공로가 있다면 모든 선교와 선교신학의 전제로서 성경의 권위를 회복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로잔 운동은 WCC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사라졌던 성경의 권위를 다시 회복시켰고, 성경의 권위와 무오류성을 근거로 선교신학을 연구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단초가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릇된 성경관은 그릇된 선교신학을 만들게 되고, 그릇된 성경관은 그릇된 선교적 실천들을 만들어 낸다"라며 "성경관이 바르지 못하면 잘못된 신학을 만들게 되고, 잘못된 신학은 그릇된 선교신학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선교신학을 비롯한 모든 실천신학이 반드시 성경적 권위에 기초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앞으로도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교회들은 각각의 장소에서 다양한 선교적 과제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각 지역과 나라들이 맞이하게 될 수많은 선교적 과제들을 해석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필요한데 그 판단의 근거와 기준이 , 반드시 성경이 되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또한 "로잔 언약은 예수를 윤리적인 역할모델로만 해석하고 가난하고 억눌린 자들의 구원자로만 해석하던 진보적인 신학자들과 선교학자들을 향해 예수는 도덕적인 삶을 통해서가 아니라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을 통해 온 인류에게 영생을 주시는 분임을 명확히 선포한 것이다"라며 "타 종교를 믿고 살아가는 아무리 신실한 신자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탁월한 도덕성으로 인해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대속적 죽음을 믿음으로서만 구원을 얻을 수 있는 만큼,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회복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김 박사는 "로잔 언약은 복음주의자들 사이에 선교적 교과서가 되었고, 시대마다 선교적 주제나 관심의 대상이 바뀌기는 했어도 여전히 복음주의자들에게 가장 바르고 정확한 선교적 길라잡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라며 " 각 선언문 사이에 약간의 서로 다른 신학적, 선교학적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선 로잔 운동에서 발표된 선언문들이 가장 성경적이고 건강한 선교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만큼 복음주의 선교신학을 정립함으로써 로잔 운동이 현재와 미래에 우리가 만날 다양하고 복잡한 선교적 환경을 이해하고 대처하는데 적지 않은 통찰들을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한국복음주의신학회가 이날 개최한 논문발표회에서는 강대흥 선교사(KWMA 사무총장)도 <비서구 선교사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계 선교의 미래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주제강연을 했다.
또한 구약, 신약, 조직, 역사, 실천, 상담, 윤리, 선교, 교육, 음악분과 등 총 10개 분과에서 주제 및 자유연구 발표 20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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