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회장:박찬호 박사/백석대 교수)가 지난 11월 20일(토) 오전 10시 산정현교회(담임:김관선 목사)에서 '우리 시대의 위기와 종말론'이라는 주제로 제41차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온라인(ZOOM)으로 동시에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에는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숭실대 명예교수)가 첫 번째 주제강연자로 나서 '21세기 위기의 시대와 종말론'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우리 시대의 위기는 무엇인가?
김 박사는 오늘날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생태학적 위기, 유전공학이 가져다 줄 디스토피아, 9.11 테러 이후 근본주의 이슬람 지하드에 의한 무슬림 종말, 미국과 중국의 충돌로 인한 3차세계대전 촉발 위험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늘날 코로나19 팬데믹의 근본 원인을 보다 근본적으로 생태계 파괴에 의한 기후변화에서 성찰해야 한다"라며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야생동물 및 자연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무분별한 오염과 착취에 대한 새로운 생태학적 반성과 인간중심적 생태적 사용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의 태도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또한 메타휴머니즘의 무한생명주의 위험성과 인공지능의 자기신격화로 인한 '디스토피아'와 관련해서도 "과학기술은 하나님이 주신 일반 은총이 분명하다. 따라서 인간의 삶을 질을 향상시키고, 생명까지 연장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과학기술은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과학기술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거나 생명까지 무한 연장하려고 하는 행동은 인간의 분수를 넘어서 스스로를 신격화시키는 하나님에 대한 반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독교의 안일화된 종말론
"하나님 나라와
인류공동체는 다르다"
김 박사는 세속주의 영향으로 인한 '하나님 나라'라는 정통 종말론의 변질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그는 "리츨과 하르낙 등 19세기와 20세기 문화기독교주의자들에게 하나님 나라는 세상에서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바라는 소망의 대상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행동하고 서로 연결되는 윤리적 공동체이다"라며 "결국 하나님 나라가 지니는 종말론적인 차원은 윤리적 차원에 해소되어 버린다. 따라서 자유주의 신학은 하나님 나라를 비종말론화시킨 결정적인 오류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즉, 자유주의자들은 하나님 나라를 인류공동체와 동일시한다는 것. 김 박사는 "인류공동체는 인간이 상상하는 관념주의적 이상주의 산물일 뿐이다. 따라서 자유주의 신학의 비종말론화는 비성경적이다"라며 "성경적 종말론은 현 인류의 역사에 대한 심판과 생태계의 질적 쇄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위기와 종말의 시대,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윤리적 태도는?
그렇다면 종말 위기의 시대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박사는 먼저 윤리적 태도에 대해 제시했다.
우선 오늘의 시대에 충실하는 기독교 현실주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 김 박사는 "첨단기술을 활용하더라도 인간 본성의 한계성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의 과학기술 안에서 인간성에 내재된 이기성, 탐욕, 파괴성 등 근본적인 악성이 드러나 정신과 영혼이 박탈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특히 "생태계의 위기는 인간의 이기적인 삶으로 인한 자연의 역습이다"라며 "인류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행동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뉴노멀 시대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은 경쟁 사회에서 공생 사회로, 이기적인 삶의 방식에서 이타적인 삶의 방식으로 바뀌는 등 가치관이 크게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라며 "과학주의를 극복하고 생태조화적 생활방식으로 옮아가야 한다. 성경이 증거하는 자연에 대한 통치는 억압과 남용의 통치가 아니라, 창세기와 예수의 가르침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원사의 태도의 가꿈과 돌봄, 섬김의 통치,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통치다"라고 피력했다.
또한 "언택트 시대의 불안정한 정신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들은 온라인 네트워크로 마음이 연결되고 서로 얽혀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한국교회는 비대면 생활방식을 역으로 활용해,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한 관계 회복, 타자를 인정하고 경청하는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초연한 삶
'종말론적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한 김 박사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초연한 삶을 태도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급변하는 신기술시대 속에서 교회가 물질적 혜택을 누리려고만 하는 것은 청지기 사명을 망각하는 것이다"라며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란 인공지능 기술을 우상으로 숭배하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그것을 인류의 복지를 위하여 선용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교만과 탐심을 버려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인공지능의 신기술 사회가 우리의 목표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 추구와 실현이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삶의 목표이다"라며 "하나님 나라는 인공 지능 저편에 초월적으로 하나님의 우주 쇄신의 주권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개혁신학은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이 가지는 과학주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며 과학기술이 문명이기(文明利器)로서 인류의 복지를 위하여 쓰이고 하나님을 찬양하도록 해야 한다"라며 "동시에 문명에 대한 자기 절대화와 신격화의 위험성에 대해 도구적 이성 비판과 과학기술 윤리를 제시함으로써 항상 예언적 목소리를 말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종말론은 파멸이 아니다
"하나님 역사 섭리의 실현이다"
김 박사는 "종말론은 단순히 인간 역사의 비극적 종말과 파멸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인간 역사의 심판과 의미와 목적이 이루어지는 하나님 역사 섭리의 실현이다. 종말론은 소망론이며 기독교 역사목적론의 실현이다"라며 "종말론의 목표는 역사와 우주의 목적 성취인 예수 그리스도 안에 성취된 하나님 나라다. 종말론은 역사나 우주의 파괴와 사라짐의 공포로 성찰해야 할 주제가 아니라 신성한 두려움 속에서 믿음과 소망 속에서 기다려야 할 기독교 신앙의 의미 충만한 주제다"라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땅을 해쳐 '부' 추구하는
경제논리에서 벗어나
땅을 구하는
하나님의 창조질서 추구해야
한편, 두 번째 기조강연자로 나선 김정욱 박사(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환경협력대사)는 '지구생태 위기와 교회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기후변화의 위기와 함께 사막화, 생물의 멸종, 성충권의 오존층 파괴, 오염의 확산 및 축적, 자원의 고갈 등 생태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한 김 박사는 지속 가능하고 기후위기에 안전한 국토 가꾸기와 탄소중립을 위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특히 지구생태 위기 극복을 위한 교회의 역할과 관련해서 "현재 허망하게 파괴되어가는 땅을 구하기 위해 교회는 경제를 우선시하고 부자가 되는 것만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알고 땅을 해치는 일에 앞장서고 협력해서는 안 된다"라며 "세상이 경제적인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고 해서 교회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세상의 경제적인 논리를 뛰어넘는 그런 가치관을 교회가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교회가 경제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생명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이 세상에 보여 줘야 한다. 교회는 돈이나 재산이나 사랑을 모아두는 곳이 아니고 나누는 곳이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하나님이 사랑하는 세상,
사람만이 아닌 '모든 피조물'
김정욱 박사는 "교회를 위해서만 열심히 일하면 할 일을 다 한 줄로 생각하는 것, 사람들을 전도하고 구제하고 사랑하는 것만이 세상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라며 "성경은 분명히, 땅을 망하게 하는 행위,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 무섭게 경고한다. 요한복음 3:16에서 하나님이 사랑하는 '세상'은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임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이 땅이 오염되고 그 안에 피조물들이 고통을 받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모든 피조물들에게도 기쁜 소식을 전해야 참다운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다. 파괴되어 가는 이 땅을 바로잡아 후손들에게는 우리가 물려받았던 것보다 더 나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류가 기후위기를 벗어나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는 길이고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따르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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