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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교육•윤리와 신학

한국교회, 소통의 윤리로 ‘불통의 벽’ 허물어가야

by 데오스앤로고스 2015.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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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윤리학회,

‘소통의 윤리와 기독교의 책임’ 정기학술대회

 

2014년 4월 기사

 

소통은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기독교적으로도 소통은 하나님의 축복을 이루는 도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와 교회는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기독교윤리학회 회장 정종훈 교수(연세대)는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 또는 주장과 다른 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잘 견디지 못한다”며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자신을 반대하거나 도전하고, 심지어는 항명하는 사람이라고 취급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독선적이고 유아적인 태도임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와 교회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한국기독교윤리학회가 지난 26일 오전 10시 연세대 루스채플(원일한홀 101호)에서 ‘소통의 윤리와 기독교의 책임’을 주제로 정기학술대회 개최를 통해 정치와 경제, 사화문화와 교회 안에서의 소통의 문제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날 △지방자치제와 공동체윤리-기독교 고전적 국가와 공동체론을 중심으로(유경동 교수, 감신대) △양극화 문제의 해소를 위한 가치판단 기준의 설정-연대성의 개념을 중심으로(최경석 교수, 남서울대) △한국기독교의 공공신학적 영화비평의 가능성 고찰(성석환 교수, 장신대) △한국 교회의 보ㆍ혁 갈등에 대한 진단과 대책-WCC와 에큐메니칼 운동을 중심으로(이종원 교수, 한일장신대) 등의 발표로 진행됐다.

 

 

# 덕의 윤리에 기반한 공동체의 가능성 제시 필요

유경동 교수는 우선 지방자치제(이하 지자제)의 긍정적인 관점들을 인정했다. 유경동 교수는 “지자제는 중앙집권체제로부터 권력의 분권, 지방의회의 구성, 주민들의 정치참여와 기회 확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로의 참여 등을 신장한다는 맥락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지자제는 정치적 자유와 정치적 평등을 구현하고, 정치적 안정은 공공질서에 기초한 합법적인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민부적 절차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매우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의 통제와 간섭으로 그 자율성은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며, 지방분권은 오히려 중앙권력이 쉽게 통제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민영화의 정책에 지방과 개인은 철저하게 소비적 대상으로 전락하는 형세”라며 “지자제는 권력의 문제를 비롯해 풀뿌리 시민 정치력의 한계와 정치력, 공동선을 추구하는 도덕의 결핍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유 교수는 기독교 고전적 국가론의 대표적 학자인 어거스틴과 아퀴나스, 마틴 루터의 사상에서 공동체 윤리의 요소를 이끌어내며, 기독교 정치윤리학적 입장에서 기독교의 역할과 사명을 제안했다.

유 교수는 “어거스틴은 지상의 국가는 천상국가의 순례의 여정으로 가는 임시적인 것으로 파악했고, 심지어 악과 전쟁까지도 그것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또 다른 질서 속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어거스틴은 하나님의 공의를 구하며 인간과 공동체의 죄성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해줬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퀴나스는 국가를 사회성을 가진 인간의 공동선을 위한 역사로 보았기 때문에 국가는 하나님이 주신 이성으로 인간의 행복과 평화를 추구할 수 있는 신의 권위가 부여된 현세적인 질서였다. 유 교수는 “아퀴나스에게 국가는 교회와 함께 인간의 자연적인 욕구와 초자연적인 요구를 둘 다 충족하며 천상의 선한 의지로 공동체 성원을 인도하는 것”이었다며 “중요한 것은 이 공동체를 위해 정의가 실현되어야 하며, 이 정의의 과정에 훈련된 덕의 성품이 요구된다고 봤다”고 피력했다.

 

 

루터는 통치자에 대한 무력 사용을 절대 금지한 초기의 입장에서 후기에는 진리를 수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기 방어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데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그의 사상에는 기독교 국가개념에 있어서 최초로 근대적인 저항 의식이 대두됐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며 이는 후에 민주주의의 기본 의식으로 발전됐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정치를 유토피아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그는 유토피아의 실체와 허구를 파악하고, 정치를 절대화하거나 정치를 불필요하게 보는 입장에서 벗어나 정치의 허위의식을 벗기고, 변증법적으로 현실세계를 개혁하며 나아가는 해방적 영성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교수는 “기독교적 영성은 정치의 책략이 아닌 그 책략을 결정하는 인간의 동기에 대해 냉철하게 질문하는 것이며, 질서를 강조하는 이면 속에 숨겨진 기득권을 향한 인간의 욕구를 고발하는 것이며, 비도덕적인 자신의 약점을 더 큰 비도덕적인 형태의 조직 속에 숨기려 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깨어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제의 현실 정치에서 민주와 자유의 이상을 구현하며 나아가 덕의 윤리에 기반한 공동체의 가능성은 역사 속에 활동하시는 하나님과 함께 실현시켜야 할 책무”라며 “우리의 믿음도 내재적 신앙이 아니라 그 믿음을 실현하는 ‘신앙 실현’까지 나아갈 때 한국 정치현실에서 직면한 지자제의 문제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교회는 ‘연대성의 원칙’에 따라 세금부담 각오해야

최경석 교수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함께 양극화의 문제를 철학적, 신학적으로 성찰했다. 특히 ‘연대성’의 개념을 중심으로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교회는 고민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격차에 의해 발생하는 소득의 양극화 문제가 주로 논의되고 있다”며 “이제는 경제 분야를 넘어서 교육, 주거, 의료, 소비, 여가생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소득의 양극화는 노동시장의 양극화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정부는 ‘사회적 통합’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통합을 위해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교회는 이런 정책입안에 힘을 행사행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제시된다면 기독교적 관점에서 수용 가능한지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교수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윤리적 기준으로 ‘연대성’을 들었다. 연대성에 대한 철학적 개념을 설명한 그는 “연대성은 예수가 강조한 사랑의 계명과 관계가 있다”며 “사랑의 계명은 공동체적인 특징을 갖고 있고, 이 특징은 기독교 내부뿐만 아니라 기독교 밖에서도 통용하는 보편적 계명”이라고 설명하면서 기독교에서 연대성이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사랑의 계명의 확장이라고 피력했다.

독일 교회가 연대성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 최 교수는 “다양하게 나타나는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많은 세금이 필요하다”며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아깝지만 연대성의 원칙에 따라 기독교인들은 세금의 부담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웃사랑의 실천을 위해 기독교인들은 약간의 비용은 들어가지만 보다 더 많은 연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것을 조금 더 낼 수 있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며 “교회는 양극화 문제의 중재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양극화 문제의 해결을 통해 만인의 복지로 향해야 하는 작은 기구 중의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영화비평 등과 같은 문화 속에서 ‘공적 태도’ 나타내야

성석환 교수는 한국 교회의 영화에 대한 태도가 대중문화에 대한 문화적 인식을 대표하고 있다고 보고, 대중문화이지 현대예술의 한 영역인 영화를 기독교적으로 어떻게 비평하고, 해석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영화에 대한 신앙적 감상의 차원을 넘어 비평가적 시각을 고양시킴으로써 한국 교회의 문화적 인식이 더 유연해지고 그 해석적 지평이 더 확장되어야 한다고 것이다. 즉, 궁극적으로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문화적 삶이 변혁적이고 공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성 교수는 “현재 기독교적 영화비평이 영화를 감시하거나 비기독교적인 내용을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신앙이 매우 사적이며 개인주의적인 영성에 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성 교수는 신앙의 공적인 책임과 교회의 공공성을 주장하는 ‘공공신학’의 개입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교회는 공공신학적 의도를 가진 영화비평이 적극적이고 생산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공론의 장에 참여하고, 또한 그 확장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한 성 교수는 “가장 시급한 것은 기독교 스스로 영화비평을 위한 공적 영역, 즉 공론의 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기독교계도 영화비평을 실천하는 신학자와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공적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영화에 대한 활발한 신학적 비평작업을 통해 시민사회에서 함께 토론할 의제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맥락에서 더 나은 사회로의 변혁에 기여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성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영화등급 평가를 수행하는 공론의 장에 공공신학적 관점으로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영상물등급위원회 등의 공적 영역에 참여할 인사를 추천하는 일에 신중을 기하고, 기독교계가 독자적으로 추천 영화를 선별해 신학적 비평을 제공하는 등 실천의 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신 교수는 교회와 신학교에서 신학적 영화비평의 사회적 실천에 대해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영화를 통해 기독교적 가치나 신념이 공적 영역에서 어떻게 실천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영화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게 된다면 한국 교회가 겪는 오늘날의 사회적 신뢰 상실의 위기를 이겨 낼 작은 대안들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교회의 연합과 일치는 통일한국을 위한 본연의 사명

이종원 교수는 WCC와 에큐메니칼 운동을 중심으로 한국교회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에 대해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사실 지난해 WCC 제10차 부산총회 전후로 한국 교회는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 교수는 “교회의 일치와 갱신, 생명을 살리고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통전적 선교운동으로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던 WCC 부산총회는 한편으로 한국 교회에 오히려 분쟁과 갈당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고, 이로 인해 세계 교회에 한국 교회에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WCC와 에큐메니칼운동을 둘러싸고 발생했던 보수와 진보진영의 갈등에 대해 설명한 이 교수는 “교회의 분열은 상호 협력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화해의 복음인 진리를 불투명하게 만들었고,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선교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게 됐다”며 “또한 교회의 공공성을 무너뜨림으로써 교회가 마치 경쟁구도에 놓은 사적인 이익집단처럼 비쳐지게 했고, 교단 간의 교회 쟁탈과 지역 교회의 경쟁적인 난립을 부추겼고, 이단과 사이비 종파들이 뿌리내리도록 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을 해결 방안으로 교회는 유기체 의식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한 지체가 몸의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체들은 유기적으로 서로 연결되어야 하며,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진정한 연합 정신을 배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담장을 옮기는 자들의 공동체를 추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우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장벽을 만들어 놓고 그 속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장벽은 자신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타자와의 교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위해 나와 타자 사이를 가로막는 담장을 허물고, 담장을 옮기는 자들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에큐메니칼 운동이 추구하는 일치와 연합은 어느 한 지역이나 교회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교회들의 다양한 경험과 신학, 교리를 존중하는 다양성 속에서의 일치를 도모한다고 설명한 이 교수는 “에큐메니칼 운동은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고 존중하며, 동시에 개방적 대화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풍요로움을 경험하며 세상 속에서 교회에 주어진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는 화해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며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화해의 중보자가 되셔서 막힌 담을 허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화해의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 교회의 연합과 일치는 분단국가의 현실에서 교회가 먼저 본을 보여야 할 모습이며, 분열된 민족을 하나로 화해시키기 위한 교회 본연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도 꼭 이루어야 하는 과제”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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