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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역사와 신학

한국교회, 박윤선ㆍ이상근보다 ‘진보된 주석’ 출간해야

by 데오스앤로고스 2016.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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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길 교수, 한국장로교신학회 학술발표회서 성경주석 연구 방향성 제시

 

2014년 11월 25일 기사

 

“한국 교회는 ‘문법적-역사적 해석’의 기초 위에 올바른 ‘영적 의미’를 밝혀내는 성경주석을 출판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주석의 진보’이며 한국 교회의 주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변종길 교수(고려신대원, 신약신학)가 한국장로교신학회(회장:이상규 박사, 고신대)가 지난 11월 22일 오후 2시 남서울교회에서 ‘한국장로교 신학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제24회 학술발표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한국 성경 주석의 역사와 과제’라는 연구논문을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변 교수의 발표내용을 일부 요약해 정리했다.

 


# ‘이단서’가 된 한국 교회 초창기 성경 주석

1934년 12월 한국 교회는 한국 선교 50주년을 기념해 아빙돈의 ‘단권 성경주석’을 출간했다. 이 주석은 1930년 미국에서 출판된 ‘The Abingdon Bible Commentary’를 번역한 것인데 한국 교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단권 성경주석의 편집 책임은 감리교의 유형기 목사가 맡았으며, 장로교 진영(송창근, 채필근, 한경직, 김재준, 김관식, 조희염 등) 포함 총 52명이 맡아서 역술해 1934년 12월에 초판이 출판했는데, 반응이 좋아 1년 안에 매진됐다. 하지만 장로교회 진영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미국 선교사들과 길선주 목사를 중심으로 한 보수적 정통주의신학을 가진 이들은 이 주석을 ‘이단서’로 규정하고, 이 책의 출간에 참여한 장로교 소속 목사들을 처벌할 것을 총회에 헌의했다. 1935년 평양 서문밖교회에서 열린 제24회 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이 문제가 안건으로 상정됐는데, 총회는 이 주석을 구독치 않기로 결정했고, 참여한 목사들에게는 그들의 입장을 기관지에 표명토록 결정했다.

보수적 정통신학을 추구하는 이들이 ‘단권 성경주석’을 논란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근본주의적 성서이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성서를 하나님의 계시의 책으로 보지만 또한 그것을 인간의 역사적 산물인 문학작품으로 보고 역사적 비판방법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빙돈 성경주석’이 논란이 되자 1934년 9월에 평양 서문밖교회에서 모인 장로회 총회는 ‘표준성경주석’을 출판하기로 결정했다. 편집자로는 박형룡 박사가 수고했다. 1937년 ‘욥기 시편’을 필두로 1964년의 ‘예레미야’에 이르기까지 총 12권이 출판됐지만 미완으로 끝났다.

이어 한국 교회 선교 70주년을 맞아 1955년 김춘배 목사 등은 ‘선교 70년 기념 신약성서 주석’ 간행을 계획했다. 결국 1958년에 전경연 교수의 ‘마태복음’으로부터 시작해 1972년의 김용옥 박사의 ‘데살로니가 전후서’까지 모두 16권의 신약 주석이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출판됐다. 집필진은 대부분 한신대, 감신대, 장신대 교수들이 맡았다.

# 한국인 최초로 성경주석 완간한 박윤선 박사

‘표준성경주석’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한국 교회에 보수주의 신학을 세우기 위해 시작됐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완간되지 못하고 미완으로 끝나고 말았다. 또한 이 주석은 선교사들과 한국 학자들의 합작품이었다.

따라서 한국 교회 역사상 한국인 학자에 의해 최초의 성경주석 완간의 위업은 박윤선 박사(1905~1988)에 의해 달성됐다. 그는 1945년 4월 ‘요한계시록’으로부터 시작해 1979년 ‘에스라ㆍ느헤미야ㆍ스가랴’에 이르기까지 35년 간에 걸쳐 신구약 성경전체에 대한 주석을 20권으로 완간했다.

 


박윤선 박사의 주석은 신구약 성경 전체를 한국 사람의 손으로 집필해 출간한 것이며 한국 교회 100년 동안에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칼빈주의적, 개혁주의적 성경해석을 선명하게 제공한 것은 한국 교회에 대한 가장 큰 공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박윤선 박사의 주석에도 아쉬운 점들이 있다. 대체로 주해가 너무 간단하며 때로는 설명 없이 그냥 지나간 부분이 많다. 논리의 치밀함이 부족하고 대충 설명하고 넘어간 부분들이 많다. 전반적으로 문법적, 역사적 기초 위에 칼빈주의적 해석을 잘하고 있지만 가끔 근거 없는 영해가 있다. 잘못된 성령운동에 대해 비판하고 말씀을 강조한 것은 좋지만 은사에 대해 지나치게 방어적 자세를 취한 부분도 있다. 요한계시록 해석에 있어서는 전반적으로 개혁주의적 입장을 따랐으나 천년왕국 부분에서는 전천년설 입장을 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볼 때 개혁주의 신학에 입각한 건전한 성경 이해에 큰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간결하면서도 개혁주의적인 그의 주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박윤선 박사의 주석은 이제 오래 됐고, 너무 간단해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주석이 필요하다.

# 신구약 외경까지 주석한 이상근 박사

통합측 목사인 이상근 박사(1920~1999)는 1960년에 요한복음 주석에 착수한 지 15년이 지난 1975년에 마가복음을 내놓음으로써 ‘신약주해’를 완간했다. 또한 1993년 15권으로 된 ‘구약주해’도 완간했다. 특히 그는 ‘구약 외경’과 ‘신약 외경’도 주석했는데 신구약 성경에 이어 외경까지 주석한 것은 전 세계 역사상 유일무이하다고 할 수 있다.

이상근 박사의 주석은 복음적이고 보수적이며, 박윤선 박사의 주석이 설명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설명을 제공해주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박윤선 박사의 주석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은 사본 문제에 대해서도 다룬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한계점도 가진다. 이상근 박사가 참고하는 문헌은 거의 영어책 위주로 편중됐으며, 화란 개혁주의 주석가들은 거의 참고되지 않았다. 그 외에도 ‘일러두기’에는 잘못 소개하고 있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대문자 사본 중 ‘떼타’(Q)를 ‘고린도 사본’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것은 ‘고린도 사본’이 아니라 ‘코리데티 사본’(Codex Coridenthianus)다. 이 사본은 9세기의 것으로 코카사스 산백에 위치한 코리데티의 한 수도원에서 발견된 것이며, 고린도와는 거리가 멀다.

한편, 박윤선, 이상근 박사의 성경주석 출간 이후 한국 교회에서는 서양 주석들의 번역물들과 짜깁기 주석들이 많이 보급돼 왔다. 그러나 이런 번역 주석들은 번역 상의 문제와 교회 및 문화적 배경의 차이로 인해 한국 교회에 수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든다면 한국 교회에서는 별 관심이 없는 문서설이나 비평 문제에 대해 길게 설명해 놓은 것이라든지, 지나치게 복잡한 문법적 설명이라든지 하는 것은 한국의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는 맞지 않다. 그리고 서양의 주석들은 학자들을 대상으로 쓴 것이 많아서 목회자들이 설교를 준비하면서 참고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한국 교회를 위해 한국인에 의한 주석의 필요성을 절감해 2000년대 이후 한국 교회는 성경주석 간행을 계획해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통합 측에서 한국장로교 창립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표준주석’인데, 민수기와 갈라디아서를 시작으로 베드로 전후서 등 지금까지 총 10권이 출간돼 있다.

또한 한국복음주의신학회에서 2017년 발간 목표를 추진 중에 있는 ‘복음주의 주석총서’와 고신 측에서 2011년 제61회 총회에서 고신총회 설립 60주년을 기념해 성경주석을 발간하기로 했는데 2014년 9월에 1차로 ‘마태복음’과 ‘로마서’ 두 권을 출판했다.

 

 

# 한국 교회 성경주석의 과제는 ‘주석의 진보’

한국 교회의 역사가 짧고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관계로 그동안 주석 발간이 미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윤선, 이상근 박사의 성경 전권 주석은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에 주신 큰 은혜다. 하지만 이 주석들이 출판되고 나서 세월이 많이 흘렀다. 이제 성경주석의 진보가 필요할 때다.

물론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변치 않지만 성경 주석은 변화된 시대 상황을 고려해야만 한다. 박윤선, 이상근 박사의 성경주석은 한국 교회의 ‘첫 열매’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성경 구절들에 대해 충분히, 깊이 있게 해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이 시대에 새로운 한국인 집핍자들에 의해 새롭게 주석될 필요가 있다.

왜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주석이 필요한가? 인간의 주석은 한계가 있고, 하나님의 말씀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사람에 의해 더 깊고 부요한 의미가 충분하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주석의 진보’를 볼 수 있다.

교부들의 주석에서보다 종교개혁자들의 주석에서 더 진보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어거스틴에게서보다 칼빈에게서 훨씬 더 균형 잡히고 건전한 성경주석을 대할 수 있다. 또한 16세기의 칼빈에게서보다 20세기의 개혁주의 주석가들에서 대체로 더욱 정확하고 치밀한 주석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하나님의 말씀의 ‘영적 의미’를 드러내고 성도들의 실제 생활에 도움을 주는 면에 있어서는 한국의 박윤선 박사의 주석이 더욱 진전됐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5계명에 대한 해설에 있어서는 서양의 그 어떤 주석가들보다 박윤선 박사의 주석이 더 깊이 있다. 또한 기도 생활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한 본문의 주석에서는 기독교 역사상 그 어떤 주석보다도 탁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동양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서양보다 더 진전된 주석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우리가 개혁주의 신학의 토대 위에서 문법적, 역사적 해석이 충실하면서 또한 성경의 영적 교훈을 잘 찾아서 제시해 준다면 그런 주석은 한국 교회와 나아가 전 세계 교회에 귀한 공헌이 될 것이다.

이러한 교회적, 시대적 사명을 위해 한국 교회의 성경주석이 나아갈 방향성은 첫째, 문법적-역사적 해석에 충실한 주석이 되어야 한다. 성경 주석은 무엇보다도 각 단어의 의미를 잘 드러내어야 한다. 어려운 단어, 어려운 표현, 어려운 문장의 의미를 잘 설명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어의 의미를 사전적으로 잘 설명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성경 주석에서 또 중요한 것은 ‘문맥’을 고려하는 것이다. 개혁주의 성경 해석의 제일 중요한 원칙은 ‘성경은 성경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니만큼 성경에서 그 단어나 표현이 어떻게 설명되고 있는가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글헣다고 해서 무작정 다른 구절의 말씀을 갖다 붙이는 것은 옳지 않고 위험하다. 그 문맥과 의미를 따져가면서 참고해야 한다.

둘째, 본문의 ‘영적 의미’를 잘 드러내는 주석이 되어야 한다. 서양의 주석들은 대개 ‘문법적-역사적 해석’을 하고 나면 성경 해석을 다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보니 독자들은 그 구절에서 오늘날 삶을 위해 별다른 교훈이나 의미를 찾지 못한다. 그래서 목회자들은 아예 주석을 보지 않고 대신 유명한 목사의 설교집을 뒤적이기도 한다. 근본 이유는 주석자가 문법적-역사적 해석만 했기 때문이다.

올바른 성경 해석은 ‘문법적-역사적 해석’의 토대 위에 ‘영적 의미’를 찾아내었을 때 완성된다. ‘영적의미’라는 것은 신비적 의미, 풍유적 의미가 아니다. 본문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이다. 개혁주의 주석가 흐로쉐이드는 이것을 ‘깊은 의미’라고 부르기도 했다.

우리는 문법적, 역사적 해석을 하고 난 후에, 그 본문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이 영적 의미를 찾아야만 성경 해석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과거에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말씀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나님은 또한 그 말씀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지금 말씀하신다. 이처럼 과거에 기록된 말씀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주시는 의미를 찾는 것이 ‘영적 해석’이다.

 

 

특히 ‘영적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도와 묵상이 필요하다. 또한 꾸준한 성경 읽기가 요구된다. 그리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말씀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성경의 의미가 깨달아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올바른 성경해석을 위해서는 해석자의 신앙과 삶 전체가 연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바른 성경해석은 책상 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도실과 교회 공동체와 우리의 삶 가운데서 행해지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법적-역사적 해석’의 기초 위에 올바른 ‘영적 의미’를 밝혀내는 것. 그것이 바로 ‘주석의 진보’이며 한국 교회 주석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다.

한편, 한국장로교신학회 제24회 학술발표회에서는 변종길 박사의 ‘한국 성경 주석의 역사와 과제’라는 연구논문 발표 외에도 △한국 구약학 연구사와 과제(김정우 박사, 총신대) △한국장로교에서의 교회사 교육과 연구(이상규 박사, 고신대) △한국장로교 100년 간의 ‘조직신학’의 발전역사(김은수 박사, 횃불트리니티신대) 등의 논문도 함께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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