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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성경과 신학

신약성경(개역개정)의 '없음' 구절, 어떻게 이해할까?

by 데오스앤로고스 2021.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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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역개정판을 기준으로 신약성경에는 절은 있는데, 내용은 없고 '없음'이라고 표현된 부분이 13곳이 있다. 하지만 표준개역이나 공동개역, 킹제임스 등의 버전에는 기록돼 있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개역개정판에 '없음'이라고 표현된 부분이 왜 생겼을까? 김주한 박사(총신대)는 "이미 장절이 관습화되어 신약성경이 인쇄되는 상황에서 신약성경 사본학을 위한 자료와 방법론이 발전하면서 이전의 원문성경에 후대에 첨가된 내용이 포함되게 되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따라서 사본학을 통해 그 후대 증거를 복원된 원어성경에서 제거하다 보니 관습화된 장절 표시는 남게 되었다"라고 주장한다.

 

 

* 이 글은 목회 현장에 직접적으로 소개되진 않았지만 교회를 사랑하는 신학자들의 깊은 고민과 애정이 담긴 매우 가치 있는 소중한 연구 결과물이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많이 읽혀지기를 소망하면서 본지 독자들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일부 정리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연구자료를 참고하면 된다. 

김주한 박사의 <『개역개정』의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13 “없음” 구절들에 대한 소고>, 개혁신학회, '개혁논총', 제55권(2021년).

 

킹제임스 성경 '유일주의'
근거없는 주장일 뿐이다.

 

김주한 박사는 "국내의 일부 사람들은 '없음'을 포함하고 있는 성경들을 하나님의 말씀을 변개 혹은 삭제한 사탄의 성경이라고 비난하면서, 동시에 이 구절들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는 특정 성경(예: '킹제임스 성경')만이 '없음이 없는 성경', 곧 참된 성경이라고 주장한다"라고 설명한다.

 

김 박사는 "하지만 킹제임스 성경을 믿는 이들은 『개역개정』의 '없음' 표시를 비난할뿐, 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나 논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현재 신약성경 사본학계(원문 복원학계)와 신약학계에서는 '킹제임스 성경 유일주의'가 근거가 빈약한 것으로 판단해 일반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

 

신약성경 '없음' 구절

 

<'없음' 구절에 대한 국역 성경들의 상태> / 표 출처: 김주한 박사의 논문에서 발췌>

 

그렇다면 왜 '없음'이라는 구절이 성경에 포함시킨 것일까? 김 박사는 절수 표기의 기원에 따라 '없음' 표식은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장과 절, 언제 표시됐나?

 

그에 따르면 헬라어 성경의 장과 절수 표시의 기원은 영국 켄터베리 대주교 스티픈 랭톤(Stephen Langton, 약 1150-1228년)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알려졌지만, 신약성경의 경우 그 작업의 공은 일반적으로 스테파누스(Robert Stephanus/Estienne, 1503-1559년)에게 돌려진다. 스테파누스는 '숫자가 매겨진 절'을 신약성경 제4판(1551년)에 적용했다는 것.

 

김 박사는 "당시 신약성경의 원문이나 초기 사본들에는 절 구분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인쇄본이 보급되는 시점에 시작되었으나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준비된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한 개인에 의해 임의로 제공된 것이다. 그리고 이 임의성은 그나마 스테파누스의 심층연구에 의해 제시된 것도 아닌 지극히 그의 출판 필요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따라서 처음으로 절 구분이 시도되었을 때에는 절구분에 따라 성경 내용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절 구분이 시도된 인쇄본들의 본문 상태에 따라 절 구분이 문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런데 어느 시점(1560년의 『제네바 성경』)엔가 인쇄본들의 절 구분에 통일성이 발생했다. 이 점은 오늘날의 번역본들이 각각의 저본(Vorlage)을 가지고 번역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절 구분이 통일되어 있다는 점을 통해 추론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인쇄본의 보급으로
절 구분 표준화

 

김 박사는 "절 구분은 근본적으로 임의적이나 여전히 신약성경 본문에 대한 이견이 활발하게 논의되던 중 인쇄본의 보급으로 인해 절 구분이 표준화되었다"며 당시 여전히 논의 중이던 본문이 반영된 후대의 인쇄본들은 이미 합의에 이르게 된 절 구분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다"라고 강조한다.

 

이어 "그러므로 절 구분에 대한 사항은 단지 절이 인쇄본 성경에 있고 없음의 문제가 아니라, 신약성경 본문을 복원함에 있어 해당 구절이 원래 신약성경의 본문이었는지, 아니면 후대의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이 논의의 핵심이 된다는 것을염두에 두어야 한다"라고 당부한다.

 

 

국역 성경들은 '없음' 구절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김 박사에 따르면 '없음' 구절들에 대한 국역 성경들의 처리방식은 해당 구절들을 읽기본문에서 삭제하거나 유지시키는 것이었다. 

 

읽기본문에서 해당 구절들을 삭제한 성경들은 『개역개정』, 『구역』(행 8:37; 롬 16:24 제외), 『표준개역』, 『공동개역』이다. 반면, 『킹제임스 성경』과 『구역』의 일부(행 8:37; 16:24)는 해당 구절들을 읽기 본문에서 유지했다.

 

특히 "주의할 점은 『개역개정』의 경우 삭제된 본문의 절수를 표기하고 '[없음]'이 표기된 반면, 『표준개역』과 『공동개역』은 아예 절수마저 삭제하고 대신 직전 절에 각주 표기를 했고, 『구역』의 경우 직전 직후의 성경구절을 분할하여 누락된 성경 절수에 배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라며 "따라서 『개역개정』과 『구역』의 경우 읽기 본문에 누락된 성경 절수 번호가 없는 반면, 『표준개역』과 『공동개역』의 경우 절수가 빠져 있다"라고 설명한다.

 

<해당 구절 처리 방식에 따른 용어설명> / 표 출처: 김주한 박사의 논문에서 발췌

 

'없음' 구절이 
'난외'란에 존재하는 경우

 

김주한 박사는 『개역개정』의 난외란에 존재하는 구절들에 대해 일일히 사본학적 논의를 진행하면서 후대에 포함시킨 이유와 과정을 설명한다. 난외란이 존재하는 성경구절은 다음과 같다. 

 

마 17:21 (없음)
- 난외주: "기도와 금식이 아니면 이런 유가 나가지 아니하느니라"
마 18:11 (없음)
- 난외주: "인자가 온 것은 잃은 자를 구원하려 함이니라"
막 11;26 (없음)
- 난외주: 만일 너희가 용서하지 아니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도 너희 허물을 사하지 아니하시리라"
막 15:28 (없음)
- 난외주: "불법자와 함께 인정함을 받았다 한 성경이 응하였느니라"
눅 17:36 (없음)
- 난외주: "두 사람이 밭에 있으매 하나는 데려감을 당하고 하나는 버려둠을 당할 것이요"
눅 23:17 (없음)
- 난외주: "명절을 당하면 반드시 한 사람을 놓아 주더라"
행 8:37 (없음)
- 난외주: "빌립이 이르되 네가 마음을 온전히 하여 믿으면 가하니라 대답하여 이르되 내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아들인 줄 믿노라"
행 15:34 (없음)
- 난외주: "실라는 그들과 함께 유하기를 작정하고"
행 28:29 (없음)
- 난외주: "그가 이 말을 마칠때에 유대인들이 서로 큰 쟁론을 하며 물러가더라"
롬 16:24 (없음)
- 난외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너희 모든 이에게 있을지어다 아멘"

 

 

'없음' 구절, 원본에 가깝다

 

어떤 성경에는 있고, 또 어떤 성경에는 없는 '없음' 구절을 사본학적으로 검토한 김 박사는 "'없음'이라는 표시가 없는 성경보다 '없음'이라는 표시가 있는 성경이 신약성경 원문(물론, 복원된 저본)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라고 설명한다.

 

'없음'이 표시된 이유

 

김주한 박사는 『개역개정』에 '없음'이라는 표시가 남게 된 이유에 대해 "복원된 신약성경 저본 문제로 야기된 것이다. 이미 장절이 관습화 되어 신약성경이 인쇄되는 상황에서 신약성경 사본학을 위한 자료와 방법론이 발전하게 됐고, 이전의 원문성경에 후대에 첨가된 내용이 포함되게 되었다는 것이 드러났고, 따라서 사본학을 통해 그 후대 증거를 복원된 원어성경에서 제거하다 보니 관습화 된 장절 표시는 남게 되었다"라고 주장한다.

 

 

'없음'은 성경 왜곡이 아니다

 

김 박사는 "『개역개정』에 있는 13개의 '없음' 구절은 일단의 사람들이 주장하듯 성경의 내용을 왜곡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가 아니라, 신약성경의 필사과정 중에 발생한 오류를 바로잡아 진리를 드러내기 위한 수고의 결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당부한다.

 

특히 "난외주(이문)의 경우 신약성경 진술의 모순이나 공백을 메워주는 기능을 하기도 하고, 성경 각 권의 부조화를 조화롭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성경을 읽는 하여금 편안함을 주는 등의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난외주는 수백년 간 사용되어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원래 성경본문이 아니기에 면밀한 연구는 물론 배제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작업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개역개정' 성경의 유익

 

이어 "『개역개정』을 읽는사람들은 '없음' 구절을 포함하고 있는 번역본을 읽는 사람들보다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한 보다 온전한 성경을 접하게 된 것이다"라며 "따라서 신약성경을 읽을 때 일단의 무리가 말하는 '없음이 없는 성경' 등의 비학문적이며 본문을 왜곡하는 주장을 멀리하고, 건전한 교단에서 제시하는 번역본을 사용함으로 오류나 불신앙으로 이끌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당부한다.

 

김주한 박사의 연구논문 목차

1 서론
2 신약성경에서의 “없음” 구절에 대한 국역 성경들의 처리
 2.1 절수 표기의 기원과 “없음” 표식의 불가피성
  2.2 “없음” 구절들에 대한 국역 성경들의 상태와 처리 방식
   2.2.1 읽기 본문에서의 표기
   2.2.2 해당 구절 처리 방식
    2.2.2.1 분할
    2.2.2.2 난외
    2.2.2.3 삭제
    2.2.2.4 괄호처리
  2.2.3 요약
3 『개역개정』의 “없음” 구절에 대한 사본학적 논의
 3.1 『개역개정』의 난외란에 존재하는 경우
  3.1.1 마태복음 17:21
  3.1.2 마태복음 18:11
  3.1.3 마가복음 11:26
  3.1.4 마가복음 15:28
  3.1.5 누가복음 17:36
  3.1.6 누가복음 23:17
  3.1.7 사도행전 8:37
  3.1.8 사도행전 15:34
  3.1.9 사도행전 28:29
  3.1.10 로마서 16:24
 3.2 『개역개정』의 난외란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
  3.2.1 마태복음 23:14
  3.2.2 마가복음 9:44, 46
4 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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