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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교육•윤리와 신학

기독교 학문과 기독교 세계관의 과제는 무엇인가?

by 데오스앤로고스 2021.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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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철학회(회장:양성만 박사/우석대)가 지난 11월 20일(토) 오후 2시 온라인(ZOOM)으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신국원 박사(총신대 교수)는 '기독교 세계관과 기독교 학문의 가능성과 필요성'이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신국원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기독교 학문의 역할
'신앙과 학문의 이원론 극복'
'신앙과 학문의 통합' 필요

 

 

신 박사는 "기독교 학문은 성경적 진리와 그에 대한 신앙임을 공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라며 "신앙과 학문은 결코 양자택일을 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 신앙이 학문연구의 지장을 초래하는 편견의 원천이 아니다. 반대로 신앙을 가지기 위해 학문을 버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신앙은 학문의 기초로 출발점을 제시하고 학문은 신앙을 돈독히 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늘의 학문세계는 자연만이 유일한 실재라고 믿는 과학적 자연주의와 모든 것이 인간의 생각의 산물이라는 사상의 양극으로 분열되어 있으며, 이런 상황 속에서 기독교 학문에 대한 비판과 의심은 여전하다"라며 "심지어는 기독교인들 사이에도 기독교 학문은 별도로 존재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날 신앙과 학문의 관계를 대립이나 종합보다는 통합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며 신앙과 학문의 통합을 강조한 신 박사는 "기독교 신앙은 본질적으로나 방법론에 있어서 그리고 가치의 가정을 학문과 공유한다. 기독교 신앙이나 학문 모두 진리를 추구하되 맹목적 믿음이 아니라 이성적 숙고와 경험적 검증 그리고 합리적 논의를 거쳐 아는 것을 확립한다. 또한 기독교 신앙 체계 속에서 학문이 바른 위치를 잡을 때 신앙에도 균형과 조화가 가능하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사이비 통합은 안돼"

 

 

특히 "신앙과 학문의 통합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이비 통합'은 경계해야 한다"라며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근거로 수학공식의 항상성을 증명하려 하거나 물의 액체, 기체, 고체 상태에 삼위일체 신학을 입증하려는 유치한 시도는 지양하는 등 무모한 신앙과 학문의 통합을 정당화해서는 안된다"라고 당부했다.

 

신 박사는 "신앙과 학문의 통합은 학문 연구에 있어서 지식을 세상과 삶을 일관성 있고 분명하며 포괄적인 방식으로 보는 세계관과 연관 지워 조망을 형성하는 일이다"라며 "학문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을 성경적 비전에 맞추어 하나의 통합된 그림으로 만드는 작업, 곧 신앙과 학문의 통합은 학문적 통찰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일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기독교 학문의 사명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기독교 학문에 부여된 사명은 무엇일까? 신 박사는 "기독교 신앙이 세상을 바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교정해주는 안경의 역할을 한다면 기독교 학문은 성경 연구를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점검하여 분별력을 갖추도록 도와줘야 한다. 때론 세상이 간과하는 연구들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신 박사는 기독교 학문은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려는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즉, 학문 세계의 인정이나 업적 평가나 실용적 성과나 경제적 보상이나 성공을 기독교 학문의 목표로 삼지 말고, 성경적 관점에서 기독교 학문의 중요한 평가 기준은 섬김, 곧 신앙의 표현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

 

또한 "기독교 학문은 정치, 윤리, 경제, 교육, 예술, 학문, 체육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통전적인 성격'을 지향해야 한다"라며 "다른 학문 분야와의 연관을 중시하여 유기적 발전을 꾀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전체적 연관도 중요하게 여기고, 전문화를 꾀하기보다는 소통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독교 학문의 중요성은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나가는 전초 기지의 역할을 직접 담당하는 일을 한다는 것에 있다"라며 "기독교 학문은 신앙을 옹호하는 변증적 사명을 수행하면서 비기독교적 지성들의 비판이나 공격 그리고 이단들의 복음 왜곡에 대하여 기독교 진리를 바로 제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위기에 봉착한 '기독교 세계관'
이원론이 문제인가?
혼합주의가 문제인가?

 

 

김기현 박사(한국침신대 겸임교수/로고스서원 대표)는 '이원론 VS 혼합주의: 기독교 세계관 재구성을 위한 제안'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면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주장하는 이들이 '혼합주의'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문제의 원인을 '이원론'에서 찾기 때문에 큰 약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기존의 기독교 세계관은 신앙과 삶을 분리하는 이원론이 근본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문제는 이원론이 아닌 혼합주의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라며 "위기의 본질은 교회가 공과 사의 잘못된 도식에 빠져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교회가 교회다움을 잃고 세상과 다를 바 하나 없는 정체성 상실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혼합주의를 경계하라

 

 

김 박사는 "성경은 혼합주의를 위험시한다. 주되심의 주된 장애물은 영역을 구분하는 이원론이 아니라 영역을 혼동하는 혼합주의라는 것이 신구약 성경의 일관된 흐름이다"라며 "구약에서는 가나안 문화와 바벨론 제국의 철학에, 신약에서는 유대적 율법주의, 헬라적인 영지주의, 로마적 제국주의와 갈등과 투쟁을 묘사한다. 그 가운데 세상의 지배적 문화에 동화되지 말고 구별된 존재의 정체성을 유지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한다"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교회 세습, 성적 타락, 재정 비리 등 현재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를 단순히 신앙과 삶이 괴리되는 이원론의 문제에서 찾는 것보다는, 즉 '성(聖)과 속(俗)'의 이원론이 닌 성이 속에 잠식된 혼합주의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종교학자들의 경우 한국교회는 샤머니즘과 불교,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인지하든 인지하지 못하든 간에 많은 부분 수용하는 실정이라고 말한다"라며 "오순절 운동은 샤머니즘에서, 행동 윤리는 유교에서, 기복신앙은 샤머니즘과 불교에서 등 종교학적으로 혼합화는 당연한 현상이고, 교회사적으로 볼 때도 기독교는 각 나라와 지역에 따른 변천을 겪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세상과의 분리보다
세상과의 하나가 더 문제일까?

 

 

결국 한국교회는 사회와 문화를 개혁하기보다는 흡수당한 부분이 많다는 설명이다. 일제강점기의 신사참배를 비롯해 이승만 정권을 기독교 정권으로 칭한 것, 정치적 편향에 따른 대통령과 정부를 이중 잣대로 보는 것, 미국의 이라크 전쟁 지지, 국가보안법 수호 및 사학법 개정 반대, 광화문 광장에서의 성조기와 태극기 부대 등 한국교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세상과 분리되는 이원론이라는 범주보다 세상과 혼합하는 혼합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주의할 점은 좌파와 우파의 진영 논리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집단이든 정치적 견해가 있음을 인정하고 함부로 정죄해서는 안된다"라며 "문제의 핵심은 정치적 행위가 아닌 하나님의 이름으로 국가 이익을 합법화하고, 예배라는 이름으로 정치 집회를 하는 등 종교가 정치화되고, 정치가 종교화되는 혼합주의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세상 속에서 겪는 '딜레마'
"교회 본연의 모습 잃지 말아라"

 

 

김 박사는 "갱신과 변혁을 위해 교회가 세상에 참여할수록 고유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위기에 봉착하고, 반대로 교회가 고유한 색깔을 옹호할수록 세상과의 관련은 멀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라며 "이와 같은 딜레마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흐르는 물과 함께 흐느적거리는 상황을 경험하게 되더라도 에스라와 느헤미야처럼 자기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교회는 교회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또 오로지 세상을 위해서 존재하는 바로 그 까닭에, 교회가 세상으로 변해서는 안 되며, 교회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라며 "만민을 위한 징표로써 대조 공동체라는 좁고 협착한 길에 서기를 이제는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이날 존 요더(John Yoder)dml '이원론 없는 이원성'과 톰 라이트의 '이원론/이원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즉, 동전의 양면성과 같이 성과 속을 '이원론'으로 나누기보다는 성과 속을 한 존재 안의 두 가지 속성으로 보면서 성과 속이든, 교회이든 사회이든 그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주되심을 고백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독교 세계관의 방향성을 김 박사는 '존재론적 일원론 또는 윤리적 이원성'이라고 정의했다. 

 

김 목사는 "너무나 세상을 닮아서 도무지 세상과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교회가 어떻게 예수가 원했던 공동체가 될 것인지를 성찰해야 한다"라며 "지금의 한국교회 문제는 '이원론'이 아니다. 세상이 된 교회, 곧 혼합주의가 문제다. 교회가 사회에 참여하려면 우선 교회의 교회다움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는 오도된 방식으로 참여하게 될 수밖에 없다. 세상과의 구별됨, 경계를 분명히 할 때, 교회 갱신과 사회 변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한편, 이날 최태현 박사(백석대 교수)는 '아브라함 카이퍼와 프란츠 폰 바더:바더의 계시철학이 카이퍼의 기독교 세계관에 준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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