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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성경과 신학

구약성경, '가난'을 착취의 결과로 규정한다

by 데오스앤로고스 2021.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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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사회는 그 어느때보다 '양극화'로 갈등을 겪고 있다. 지역 간의 양극화, 기업 간의 양극화, 고용과 소득의 양극화, 교육의 양극화 등은 지속적으로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을 양산하고 있다.

 

특히 소득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면서 부한 사람은 더욱 부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고 있다. 가난은 사람을 사회적, 경제적으로 소외되게 만든다. 그리고 '복지'라는 이름으로, '구제'라는 이름으로, 거대한 '사회적 비용'을 사용하며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선다.

 

 

"가난은 착취의 결과다"

 

애초에 양극화, 소외, 가난 등의 문제를 만들지 않았으면 됐다. 왜냐하면 이 문제들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로 발생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최근 가난과 가난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성경적으로 접근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서울신학대학교 기독교신학연구소(소장:오성현 박사)가 지난 4월 2일 ZOOM으로 개최한 '제7회 콜로키움'에서 서울신대 교수인 이일례 박사가 구약성서가 말하는 '가난'과 가난한 자를 위한 구약성경의 정책에 대해 발표한 것이다.

 

'계약법전에 나타나는 가난한 자를 위한 정책과 법의 어울림:출 21:2~23:12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이일례 박사는 "구약성경의 계약법전, 신명기법전, 성결법전은 가난과 관련된 사회적 현실과 그 원인을 착취의 결과로 규정하고 있다"며 "구약성경은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비평하고 폭로한다(아모스 2:6-8, 4:1-4, 이사야 5:8-10 등)"고 설명했다.

 

 

"구약성경은 가난 문제를
결코 좌시하지 않았다"

 

이 박사는 "구약성경은 가난과 관련해서 다양하고 강력한 구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며 "구제 기관(가족, 공동체, 재단) , 구제 유형(물질, 개인, 구조), 수혜자(다양한 가난의 정도)를 구분하는 등 다양한 근거를 통해 구체적으로 구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제적 현실적 위기 안에 있는 가난한 자에 대해서 먼저 사회구조와 사회관계망을 강조한다. 위기에 처한 가난한자를 위해서 전문 구휼기관을 설립하고 구축하며, 가난의 발생을 약화시키고, 가난한 자를 위한 정의 구현 안전망으로 대책과 법을 세우고 구축했다"며 "구약성서는 이와 같은 빈곤문제와 빈곤 대책과 정책에 관련하여 다양한 실천적 규범에 관하여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박사는 주인과 종의 문제, 폭행의 문제, 소유와 배상의 문제, 이방인의 문제, 과부와 고아의 문제, 송사의 문제, 안식년과 안식일의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구약성서 출애굽기 계약법전(출 21:2~23:12)을 중심으로 가난한 자를 위한 가난 구제 정책의 역할과 실천적 규범 사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가난한 자를 위한 신학적 중요성과 대안을 제시했다.

 

노예 규정은 '자유'가 핵심

 

그는 "계약법전은 노예법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 보호법, 안식일 및 안식년 법을 주로 다루고 있다"며 "특히 노예법(출 21:2-11)은 전반부에서 이스라엘내의 히브리인 노예들에 관하여 노예 생활의 기간과 자유에 관한 기본 규정들을 언급하고 있다"며 히브리인 노예에 관한 규정의 핵심은 자유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여섯 해 동안 섬긴 히브리 노예는 7년째가 되면 몸값을 치루지 않고 자유인이 될 수 있으며, 남자의 경우 7년째 해방의 가능성을, 여자에게는 원칙도 한계도 없는 성적 수탈 또는 유린의 방지 가능성을 보장하는 노예된 자의 권리를 최소한이나마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채무로 인하여 노예로 전락한 ‘채무노예’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히브리인 노예는 천한 노동에 고용되는 신분이 낮은 국외자(outsider) 또는 불리한 처지에 처하여 있는 민중(disadvantaged people)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용어였다. 또한 노예법에서 지칭하는 이스라엘 내의 히브리인 노예들의 문제는 빚으로 노예가 된 자들의 법적 문제라는 점에서 신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이방인, 가난한 자를 위한
"사회적 약자 보호법"

 

이 박사는 계약법전에는 이방인을 위한 법과 가난한 자들을 위한 법 등 사회적인 약자를 보호하는 법(출 22:21, 23:1-9)을 언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계약법전은 외국인 근로자 등과 같은 이방인을 억압하거나 학대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출 22:21). 이에 대해 이 박사는 "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애굽 땅에서의 나그네 생활을 상기시키고 있다"며 "계약법전은 이방인, 나그네를 압제하거나 학대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방인은 자신의 고향을 떠나 타지역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를 지칭한다. 그러므로 이방인들은 사회적으로 약자이며 성문법정에서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자들이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법이 이방인 문제의 핵심이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의 편에 서는가, 아닌가하는 것은 판결의 자리에서 결정된다(출 23:1-8)"고 설명했다. 

 

 

가난한 자에게
'채무'를 지우지 말라

 

'가난한 자들을 위한 법'(출 22:24-26)과 관련해서 이 박사는 "가난한 사람들에 관한 보호는 '채무'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통상적인 담보설정을 금하는 법과 이자 금지법을 언급하고 있다"며 "계약법전의 ‘사회적 약자 보호법’(연민법)은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줄 경우 담보설정에 관한 일반적인 권리를 포기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출 22:24)고 설명했다.

 

특히 "구체적으로 생필품, 즉 겉옷을 담보로 잡는 행위를 언급하면서 가난한 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가난한 자들의 채무로 인한 사회, 경제적 종속관계와 착취관계를 강조하면서 여기에서 발생하는 '채무' 문제는 사법적, 사회적 종속관계를 심화시킬 수 있고 그 결과는 영속화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구약성경이 말하는 가난은 '사회경제적' 가난이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빌리는 이유는 파종할 씨앗을 구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경우처럼 생존하기 위해 필연적이었다. 그러나 돈을 빌리는 가난한 사람들은 높은 이자를 물어야 했고 빚 보증을 위한 담보를 지불해야 했다"며 "채무상환의 경우, 가장이 죽으면 자녀들은 노예로 끌려갔다. 이자와 담보를 전제하는 '채무' 상황이 야기하는 가난한 자와 채권자의 종속관계에서 가난한 자들을 위한 법적 평등은 무의미했다"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가난해서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에게도 선함과 은총을 베푸신다는 하나님 이해와 신앙이 계약법전의 배후에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담보나 이자 없이 빌릴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가 토라의 본질적인 구성요소가 된다"며 "가난한 사람들도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입장에서 그들에게 무리한 채무를 지우지 않는 가난한 자들을 위한 경제법, 가난한 자들을 위한 보호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안식일과 안식년

 

가난한 자의 보호를 위해 정의롭고 공정한 재판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 계약법전의 내용을 설명한 이 박사는 "출애굽기 23장이 말하는 안식일과 안식년의 핵심은 가난한 자들과 연관이 있다"며 "안식일과 안식년의 수혜자는 이스라엘 백성의 가난한 자들과 들짐승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애굽기는 안식년에 경작지에서 소출을 거두어들이지 말라고, 동시에 경작지의 경작을 쉬어야 한다고 언급한다. 또한 저절로 자라난 농작물은 가난한 자들, 특히 농작지를 소유하지 못한 자들이 먹도록 하고, 가축이 아닌 들짐승들이 먹도록 버려둘 것을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안식일과 안식년 법은 주로 사회적,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데 관심을 갖는다는 것. 6년 간의 종살이에서 노예가 해방되고 부채가 탕감되는 해가 바로 안식년이었다. 이 박사는 "느헤미야 5:1-13도 국가 차원에서 실시한 집, 토지, 곡식, 돈의 이자와 부채탕감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며 "땅의 주인은 하나님이다. 결국 가난한 자들과의 연대의식은 하나님과 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스라엘은 기원전 8세기 특별한 사회문제가 발생하면서 계약법전을 제정하여 공성성을 주장하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살핀다"며 외국인 근로자와 같은 이방인, 돈이 없어서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가난할수록 더욱 '채무'의 짐을 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 땅이 없어 경제적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 등 가난한 이들을 향한 구제 및 관심을 촉구하는 구약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사회적이고 교회적인 정책들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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