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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사회•환경과 신학

‘갑질’하는 지배세력의 승리주의가 공공성 위기 초래

by 데오스앤로고스 2015.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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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개교 100주년 맞아 ‘공공성과 실천적 아카데미즘’ 학술심포 개최

 

2014년 4월 30일 기사

성공회대학교(총장:이정구 박사)가 개교 100주년을 맞아 지난 29일 오후 2시 30분 피츠버그홀에서 ‘공공성과 실천적 아카데미즘’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학문의 공공성을 중심으로 대학교육의 위상과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되돌아보기 위해 마련된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한완상 박사(전 교육부 총리)가 기조강연을 진행했으며, 성공회대 김진업, 손규태 교수가 △공공성과 인문사회과학 △공공성과 신학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 공익성과 공공성이 결핍된 한국사회

한완상 박사는 “21세기를 맞아 세계는 공공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2008년 미국의 금융시장 위기는 한마디로 자본주의 시장의 끝없는 탐욕이 빚어낸 공공성의 위기였다”고 진단했다.

한 박사는 “시장의 거래가 공공성을 상실하게 되면, 그것은 시장만의 위기로 끝나지 않고, 공정거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에 대한 국가의 적절하고 강력한 규제는 국가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제고시켜 주지만 하지만 정치적 후진국에서는 국가의 공공성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이승만 정부에서 군사 권위주의 정부까지 국가 부분에 있어 공익성과 공공성을 구현해내지 못했다. 집권 자체가 부정선거 또는 쿠데타로 이루어졌기에 헌법이 보장하는 공공가치를 구현해내는데 처음부터 실패했다는 것이다.

한 박사는 “권력 정당성이 없는 정부와 국가는 처음부터 공공성을 상실하게 된다”며 “권력과 결탁한 자본도 공정거래를 통한 공공성을 구현할 수 없다”며 “정치권력에 기생한 자본권력은 애초부터 경제민주화나 복지 같은 민주적 공공가치를 왜곡하거나 훼손하게 된다. 우리는 이 같은 이중적 공공성 결핍 현실을 정치와 경제 현실에서 직접 체험해왔다”고 분석했다.

 

 

# 국가 지도층 인사들, ‘갑질’만 하는 늑대들은 아닌가?

따라서 이와 같은 시장과 국가의 공공성의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바로 교육 제도가 담당해야 할 역사적이고 공공적인 책무다. 하지만 한 박사는 한국사회의 교육 제도의 공성성 문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어느 상황에서나 가장 공공적이어야 할 사회제도가 바로 교육과 종교인데, 한국사회는 그 반대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의 교육제도를 통해 길러지는 인재들이 국가와 시장을 공익적으로 이끌어갈 사람인지 진지하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연 일류대학 출신들이 그렇지 않은 젊은이들에 견주어 뛰어나게 홍익적이고 공공가치 구현에 더욱 헌신하는 인재인지 정확하게 물어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는 그들이 국가와 시장에서 이른바 ‘갑질’을 하는 비정한 존재들은 아닌지, 따라서 부당한 온갖 구조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일에 더 열을 내는 ‘늑대들’은 아닌지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 박사에 따르면 최근 보수 정권이 들어선 이후 교육은 시장보다 더 치열하고, 더 처절한 경쟁마당으로 변질되고 있고, 일종의 무한 경쟁이 교육마당에서 펼쳐지면서 학습자들이 일종의 ‘짐승’으로 변질된다는 것. 결국 이런 경쟁마당에서 자연스럽게 ‘승리주의’ 가치가 작동하게 되면서 승자 독식의 삶이 규범같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박사는 “교육의 실제적 결과는 강력한 적자(適者)를, 강인한 주류를, 오만한 표준적 존재들을 길러내는 일이 되고 만다”며 “이들은 압승과 출세의 표상이 된다. 여기서 자연히 실패자로 낙인찍히는 비적자, 비주류, 비표준에 대해 갑질질하는 비정한 존재들이 당당하게 국가와 시장의 지배 세력으로 등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비극적인 현실에서 교육의 원래의 공공적 비전과 가치는 빛이 바래지게 된다. 왜냐하면 교육제도는 국가와 시장 그리고 시민사회 각 분야에서 가장 공공적인 가치로 헌신할 지도력을 가르치고 길러내는 일을 그 원래의 사명으로 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학벌 풍토’ 속에서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마침내 국가와 사회부분의 공공적 실적도 훼손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 박사는 “1963년 박정희 대통령 시기에서 김대중 대통령 시기까지 40년 동안 총 각료 616명 중 서울대 출신이 285명이었다. 이는 전체의 46%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150개 이상의 대학 중에서 단 한 대학 출신이 전체 각료 비중의 46%에 이른다면 이것은 독특한 한국적 현상이고, 비정상적인 현실”이라며 한국적 학벌풍토의 현 주소이며 쉽게 극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교육의 공공성은 보다 자유롭게 상향적 계급이동을 가능케 해주는데서 찾을 수 있지만 한국과 같은 학벌사회는 기존의 온갖 불평등을 심화시키기에 그곳에 공공성의 가치는 활성화되기 어렵다”며 “이제는 최일류대학 입학이 승리주의 가치를 구현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박사는 “만약 일류대학 입학으로 창의력과 공익적 사명감과 동고적 배려심이 체계적으로 향상된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한국사회의 냉혹한 교육제도는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즉, 창의력보다는 암기력으로, 공익적 사명의식보다는 사익적 출세 탐욕으로, 온정적 동고심보다 승자 독식의 경쟁심으로 일류대학 입학이 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학벌 현실은 공공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훼손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공익적 사회개혁의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게 만들고 있다.

 


# 한국대학, 창조적 아카데미즘의 마당 되어야

한국 교육제도의 공공성 문제를 진단한 한 박사는 “한국 대학은 공공적 가치로 훈련된 국가 부분의 지도력을 길러내고, 공정한 거래를 통해 시장에서 상생 관계를 창출해 낼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창조적 아카데미즘의 본 마당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대학에서는 과감한 발상, 대담한 실험, 창조적으로 튀는 제안들이 제한 없이 장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사회, 정치적 ‘지불유예’의 자유를 제도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만들 때, 국가와 시장의 공공성이 신장될 수 있고, 역사 발전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박사는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는 공공적 가치로 국가와 시장, 그리고 사회를 변혁시키면서 총체적 역사 발전을 가능케 한다”며 “따라서 대학에서는 기존 틀을 고스란히 베끼거나 암기하는 풍토를 과감하게 추방하고, 새로운 것을 자유롭게 추구하거나 만들어내는 능력을 장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주의도 필요하다. 창의(창조)력은 국가 행정 명령으로 대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시장의 ‘갑질’이 창조력을 결코 신장시키지 않는다. 한 박사는 “갑질 잘하는 강자일수록 국가와 사회라는 배가 위기에 빠질 때, 제일 먼저 탈출한다”고 설명했다.

한반도의 분단에 대해서도 언급한 한 박사는 “주변 강대국은 말할 것도 없고, 남북 각 체제 안에서 원리주의적 압승주의자들이 그들의 권력 유지와 강화를 위해 적대적 공생관계를 짐짓 악화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이것은 일종의 발악(發惡)의 악순환이다. 이제는 이 발악의 악순환을 발선(發善)의 선순환으로 과감하게 바꿔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상대방을 주적에서 동반자로 전환시키는 힘이다. 이것은 깊은 공감 능력에서 나온다”며 “상대방을 역지사지와 역지감지하면서 깊은 소통을 일궈내고 나아가 신뢰를 세우는 일로써 바로 교육과 종교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 일을 우리가 먼저 해야 한다. 예수님의 원수사랑이 이 발선의 실천이며, 자기 비움으로 남을 채워주는 가장 공공적인, 그래서 가장 진보적인 변혁의 동력”이라고 덧붙였다.

 

 

# 대학교 구조조정, 대학은 없고 ‘대학기업’만 있다?

공공성과 인문사회과학의 입장에서 ‘성찰 없는 대학과 대학 없는 성찰’을 주제로 발표한 김진업 교수(사회과학부)는 교육부 구조조정계획을 둘러싼 토론들에 대해 평가했다. 김 교수는 올 2014년 1월 말에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의 목표는 장차 예상되는 대학정원의 수요공급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2023년까지 16만 명의 대학정원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그는 “박근혜 정부의 구조계획은 대학이 아니라 ‘대학기업’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일 뿐이며 그나마다 합리적인 계획으로 평가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현 정부도 반민주적 정치권력 또는 반민주적 시장권력과 동일한 관점에서 대학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고, 진짜 ‘대학의 문제’는 전혀 인식되지 않은 채, 오직 ‘대학기업’의 문제만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진짜 대학의 문제는 △대학이 시장논리에 지배됨으로써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 △대학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가 대통령령이나 장관령에 위임됨으로써 대학정책이 정부목표에 좌우된다는 것 △사립대학의 지나친 팽창으로 대학의 공공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 △한국의 대학들이 전국적으로 철저하게 서열화되어 있다는 것 △대학경쟁력을 대표하는 국제적 지표인 교수 일인당 학생 수 비율이 OECD 최저 수준이라는 것 △지표경쟁 및 외형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연구가 강요됨으로써 공공이익을 위한 연구와 창의적인 연구의 기반이 붕괴된다는 것 △기초학문의 약화로 교수 등 학문 후속세대 양성 기반인 대학원의 부실화 또는 붕괴 등이다.

김 교수는 “대학의 문제는 대학이 비민주적인 국가권력 또는 시장권력에 종속된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진짜 대학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학제도가 유능한 관료에 의해서가 아니라 민주적인 권력에 의해서 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대학문제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확장될 경우에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성공회대도 현재 시장논리를 강요받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돈이 많아야 한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작은 규모의 대한성공회교단이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성공회대는 긴박한 생존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고, 이런 생존의 위기 앞에서 교단 자체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대한성공회의 교회이념도 중대한 시험에 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교육부의 구조개혁 조치, 즉 각종 평가나 제제를 아예 무시하고, 지금까지 교회와 학교가 해왔던 길을 고수하는 것이다. 둘째, 시장의 논리에 충실하게 따르는 방법이다. 즉 돈이 많은 기업이나 사람에게 성공회대의 재단운영을 넘기는 방법이다. 셋째, 공공성과 대학자율성의 가치에 공감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는 방법이다.

김 교수는 “첫 번째는 위기 속에서 대응능력이 없다는 것을 드러내기 때문에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고, 두 번째는 공공성을 돈에 넘기는 악마와의 계약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 번째 방법은 기존의 재단법인이 성공회대에 대해 갖고 있던 책임과 권리를 함께 연대한 모든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 방법은 교단의 사적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해 온 대한성공회의 이념을 더 잘 살려내는 방법이며, 대한성공회의 실제 역사에도 잘 부합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정치와 경제권력의 공공성이 실현되는 하나님 나라

공공성과 신학의 입장에서 ‘하나님 나라와 공공성’을 주제로 발표한 손규태 교수(신학과)는 “신구약 성경은 창조된 세계에서 하나님의 보편적 의지의 표현으로서 공공성의 실현이 중심적 주제를 형성한다”고 강조했다.

하나님 나라와 공공성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 손 교수는 “하나님 나라는 정치권력의 공공성, 경제권력의 공공성이 실현되는 나라를 의미한다”며 “따라서 하나님 나라를 추구한다면 반드시 공공성을 실현해야 한다. 모든 권력과 부를 가능한 한 함께 나누어 사용할 수 있도록 국제법이나 국내법, 그리고 제반 제도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손 교수는 “하나님 나라가 지향하는 사회적 공공성의 실현을 위해 그리스도인들은 비단 사회적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과 협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같은 꿈을 갖고 있는 다른 종교인들과도 협력해야 한다”며 “이러한 협력을 위해 개신교회는 독단적 교리지상주의를 버리고 성경이 가르치는 화해의 복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하나됨이 다른 종교인들과의 화해와 협력의 전제가 된다”며 “오늘날의 세계화된 자본주의적 맘몬이라는 세계의 거대한 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사로운 교리적 차이나 종교적 차이를 벗어나 모든 종교인들과 합리적 이성을 가진 휴머니스트들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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