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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위한 신학이야기/사회•환경과 신학

평화통일, ‘화해’의 복음을 고통과 폭력의 자리로 옮겨야

by 데오스앤로고스 2016.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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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대, ‘한반도의 통일과 동아시아의 평화’ 주제로 춘계 국제학술대회

 

2015년 4월 4일 기사

 

- 한국기독교의 역사적 사명은 ‘평화통일’
- 십자가신학의 ‘화해’를 고통과 폭력의 자리에 옮겨놓자
- 용서와 화해, 사랑과 나눔을 통해 북한 동포들의 마음 얻어내야
- 이념과 교조주의를 넘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자세 가져야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우리 민족의 염원이며, 반드시 이루어야 할 시대적 과제다. 교회적 차원에서 볼 때도 ‘평화’, 곧 화목은 하나님의 명령이며,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에게 명령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서울신대(총장:유석성 박사)가 지난 4월 3일 ‘한반도의 통일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주제로 개최한 2015년 춘계 국제학술대회는 이와 같은 시대적 과제와 사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독일 예나대학 화해연구소장 마르틴 라이너 박사,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 WCRP일본위원회 평화연구소장 사나다 요시아키 박사, 중국 길림대학교 장연량 교수 등이 발제자로 참여했다.

 

# 교회가 ‘피스메이커’를 길러내자

본격적인 발표가 진행되기 전 서울신대 유석성 총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한국기독교는 130년의 역사 속에서 개화와 문명운동, 항일운동, 독립운동, 해방 후 민주화운동에 큰 기여를 해왔다”며 “한국기독교의 역사적 사명은 평화통일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대는 올해 ‘해방 70년, 분단 70년’을 맞아 평화통일을 위한 ‘피스메이커’를 만드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평화와 통일’이라는 교양필수 과목을 수강하도록 한 것이다.

유 총장은 194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 한반도, 중국, 베트남 등 4개국이 분단을 경험했지만 분단국가들은 차례로 통일을 실현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분단국가로서 유일한 ‘한반도’의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우리 한민족은 분단으로 인해 민족의 역량을 낭비하는 대결을 피하고 민족 번영을 위해 반드시 통일해야 한다”며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요’라는 진리에 기초해 우리는 평화를 만드는 사람인 ‘피스메이커’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한반도의 평화는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한반도의 평화 없이는 동아시아의 평화도 없을뿐더러 세계 평화 또한 없을 것”이라며 “평화통일은 한반도의 긴급한 과제이며, 꼭 이루어야 할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이다. 무엇보다 통일은 복음화의 문제이며 선교의 문제다. 따라서 한국 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와 헌신의 삶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고통과 폭력의 자리에 ‘화해’의 복음을

독일 예나대학 화해연구소 마르틴 라이너 소장은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방향성 내지 교회의 역할을 모색하는 방법의 하나로 ‘십자가신학’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십자가 신학과 화해’를 주제로 발표한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세계의 화해를 가져왔다”며 “2천 년 전 불의하다고 유죄판결을 받은 한 사람의 처절한 죽음이 어떻게 선을 창조할 수 있는가라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늘 던져온 매우 어려운 질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가르침은 우리의 인식 관습을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라이너 소장은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 위해서 인류의 죄들을 사해 줄 것을 하나님께 기도했다”며 “이 말씀은 그리스도가 화해로 가는 결정적인 발걸음으로써 원수에 대해서 화해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불화하고, 불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용서의 기도를 하고, 죄인들에게 사랑스러운 눈길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사실 십자가의 죽음은 수치와 저주로 특징지어진다. 로마시민에게는 십자가 형벌을 가하지 않았다. 불법을 행한 식민지 주민이나 사회의 하층 계급인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킬 때 사용됐다. 그만큼 십자가형은 가장 수치스러운 죽음이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이와 같은 십자가형을 감당했다. 그리고 불의의 장소에서 행해지는 가해자에 대한 화해와 용서를 보여주셨다. 라이너 소장은 “원수사랑은 속죄제물보다 더 근원적인 사랑이다. 그리스도는 화해에 앞서 십자가 죽음을 통해 원수에 대한 사랑을 먼저 보여주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십자가신학이 이야기하는 ‘화해’는 일반적인 화해가 아니다. 모든 자에게 내미는 화해의 손이다. 원수에게까지 제시한 화해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십자가신학의 핵심이기도 하다.

 


특히 라이너 소장은 고린도후서 5장 19절 “곧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시사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그들의 죄를 그들에게로 돌리지 아니하시고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부탁하셨느니라”라는 말씀은 화해신학과 십자가신학의 결정적 텍스트가 된다고 피력했다.

그는 “예수의 말씀은 고대사회에 있던 구원과 재앙, 저주와 축복, 불화와 화해됨에 대한 전체 사유를 뒤바꿨다. 거룩함이 거룩하지 못한 곳으로 들어오면서 하나님의 화해가 전 세계에 관철되고 있는 것”이라며 “원수사랑은 하나님으로부터 오고, 세상을 변화시킨다. 세상은 더 이상 거룩하거나 거룩하지 못한 곳, 화해된 혹은 저주받은 곳, 정결하거나 정결하지 못한 영역으로 나누어지지 않고, 전 세계가 하나님과 화해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와 같은 십자가신학에서의 ‘화해’를 위한 노력이 바로 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이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것이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은 보편적 화해의 도상에서 타인의 자유로 향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이 가질 수 있는 참된 권위다. 화해는 국가법을 통해서도, 심리적 조작이나 강제하는 논증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이너 소장은 “화해는 어떤 누구라 할지라도 배제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 바로 십자가상에서 보여주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이었다”며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와 함께 화해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필경 고통으로 인도할지라도, 그 고통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로부터 절대로 빼앗을 수 없는 기쁨으로 이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십자가의 ‘화해’를 고통과 폭력의 자리로 옮겨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 사실상의 ‘통일 상황’부터 재현하자

‘한반도의 통일과 동북아 평화’를 주제로 발표한 전 통일부 장관 임동원 박사는 “금년은 분단 70년이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통일을 준비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며, 통일은 갑작스럽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그 날을 대비해 통일기반을 구축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경제협력을 비롯한 다방면의 협력을 활성화하며, 현재진행형으로 평화와 통일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사실상의 ‘통일 상황’부터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통일은 사실 용서와 화해, 사랑과 나눔을 통해 북한 동포들의 마음을 얻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적대시한다면 평화와 통일은 당연히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통일은 북한 정권을 외부의 힘으로 붕괴시켜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개방과 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내부의 힘으로 이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동원 박사는 “이를 위해 접촉과 교류,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며 “평화와 통일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남북 대결과 갈등을 부추겼던 과오를 반성하고, 우리 마음 속에 쌓인 증오의 장벽, 분단의 장벽부터 허물과 화해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를 자신과 화해시키시고, 또한 우리에게 화해의 직책을 주셨다”며 “우리는 화해하고 평화와 통일을 씨앗을 심고, 열심히 물주고 정성껏 가꿔야 한다. 그 때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시고, 평화의 꽃을 피워주시고, 통일의 열매를 맺게 해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 통일을 위한 노력은 한국 교회 미래의 ‘열쇠’

‘통일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한 박종화 목사는 “통일을 위한 한국 교회의 역할은 남북 간의 평화적 공존과 선의의 경쟁이 삶의 가치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길임을 밝히는데 있다”며 “남북한의 이념과 체제 경쟁을 냉전적 적대관계로 고수하기보다는 폭넓은 교류협력을 통해 생산적 경쟁구도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교회는 통일의 과정이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의 목표가 ‘평화’이기 때문이다. 통일은 이와 같은 평화를 담는 그릇일 뿐이다.

박 목사는 “한국 교회는 ‘다양성 속의 합일’이라는 민주적 평화 만들기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며 “분단에 대한 ‘평화적 관리’를 통해 통일까지의 분단 상황을 ‘평화적 공존’의 상태로 지속하면서 평화통일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즉, 교회는 정부가 아니다. 통일 문제에 관해 사랑과 공의를 기반으로 하는 종교적 NGO의 하나일 수 있다. 따라서 당국 차원의 막힌 ‘담’을 헐어주는 ‘화해와 소통’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당국의 선한 정책을 뒷받침하는 협력적 지원과 동시에 적대적 정책에는 비판하며 수정하게 하는 예언자적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박 목사는 “통일을 위한 과정으로서의 ‘평화공존’을 최종적인 통일의 한 부분으로 수용하면서 교회들은 ‘평화의 봉사’ 속에서 이미 시작된 통일을 부분적으로나마 맛보고 나누는 ‘인도주의 차원의 교류협력’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믿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른바 성경에 등장하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자세를 가지라는 것. ‘강도만난 동포’를 돕되, 이념과 교조주의에 충실한 레위사람이나 제사장처럼 ‘체제가 싫어서’하며 도피하지 말고,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체제갈등에도 불구하고, 또는 체제는 싫지만 ‘희생당한 동포의 사정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하며 선을 베푸는 신앙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박 목사는 “교회의 평화통일을 위한 헌신을 민족적, 국가적 차원의 봉사로 제한해서도 안될 것”이라며 “교회 존립의 근거인 ‘선교와 복음화’를 통일열차에도 실어야 한다. 선교와 복음화는 평화 실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통일한국의 미래는 통일된 나라의 한국 교회가 아시아, 특히 동북아시아 복음화와 선교의 첨병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있다”며 “통일을 앞두고, 통일을 향해 한국 교회는 ‘평화의 사도’로 부름 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어 “분단세대에게는 분단 극복의 평화인 ‘치유하고, 치유 받은 평화’를 단계적으로 심어주고, 분단 이후의 세대들에게는 고질적 분단의 아픔과 멍에에서 해방시켜 ‘생산적이며, 건설적인 화해와 평화’의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이 평화통일 및 선교와 복음화에 있어서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공동체적으로 취해야 하는 ‘세대 간 화해와 협력’의 과제다. 여기에 한국 교회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적으로 보장하는 열쇠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나다 요시아키 박사는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는 동아시아의 미래 전망은 열리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장연량 교수는 ‘중국고대인들의 화합의 지혜’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면서 통일과 화해를 위한 국가, 사회, 교회 등의 시대적 역할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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