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os & logos

갖고 노는 ‘세습방지법’ … 그들만의 특별한 리그 ‘변칙세습’ 본문

진단!한국교회

갖고 노는 ‘세습방지법’ … 그들만의 특별한 리그 ‘변칙세습’

데오스앤로고스 2016. 1. 7. 16:05

 

세반연, ‘세습방지법의 그늘’ 변칙세습포럼 개최 / 2015년 5월 26일 기사

 

감리교는 개신교 최초로 ‘목회세습방지법’을 통과시켰다(2012년 9월). 예장통합과 기장 역시 법개정안을 일부 수정함으로써 세습을 금지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교단들의 교회세습 방지 결정은 다소 미흡했다. 교회세습을 하려고 마음 먹은 목회자들을 결코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법을 정상적으로 따르지 않고 교묘하게 피해가는 ‘편법’을 이용해서 교회세습을 할 수 있는 길을 새롭게 열어놓은 꼴이 됐다. 즉, ‘변칙세습’이 여전히 진행중이다.

교단도 그렇고, 교회 안팎의 목소리도 그렇고, 교회세습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교계 안에 형성되자 교회세습을 준비하고 있던 수많은 목사들이 ‘변칙세습’으로 자신들의 목적을 성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가 지난 26일 오후 2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세습방지법의 그늘:편법의 현주소를 규탄한다’는 주제로 ‘2015년 변칙세습포럼’을 개최했다.

# 2015년 1월 현재 122개 교회가 ‘세습’ 결정

이날 세반연은 ‘변칙세습’에 대한 현황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3년 6월 29일부터 2015년 1월 19일까지 이메일, 전화제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세습을 완료한 각종 사례를 수집한 결과 현재까지 총 122개 교회가 세습했으며, 그 중 85개 교회는 ‘직계세습’을, 37개 교회는 ‘변칙세습’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감리교가 가장 많은 세습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변칙 10, 직계 30). 이어 예장합동(변칙 4, 직계 19), 예장통합(변칙 6, 직계 5), 기성(변칙 5, 직계 3), 기침(변칙 3, 직계 4), 예성(변칙 3, 직계 3), 기하성(변칙 1, 직계 4), 예장고신(직계 4), 예장백석(직계 4), 예장합신(직계 3), 한독선연(변칙 2), 기장(직계 1) 등이다.

교단분포에 있어 교세가 상대적으로 큰 교단에서 세습이 많이 이루어졌으며, 전체적으로 변칙세습보다 직계세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반연은 “하지만 교단별 교세 및 교회 수를 고려했을 때, 세습현상은 특정 교단이나 특정교회만의 문제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습반대운동 및 세습방지법 논의가 본격화된 2013년 이후부터 변칙세습 사례가 많이 발생했다는 것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교회세습 내용을 교단별로 살펴본 결과 기감(변칙 7, 직계 2), 기성(변칙 2, 직계 3), 예장합동(변칙 1, 직계 3), 예장통합(변칙 3), 예장합신(직계2), 예장백석(직계 1), 예성(변칙 2), 기침(직계 1), 예장중앙(변칙 1) 등으로 변칙세습을 한 교회가 16개 교회, 직계세습을 한 교회가 12개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세습은 교회의 규모와 크게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500명 미만의 교회(변칙 13, 직계 30), 500명~1,000명 교회(변칙 3, 직계 25), 1,000명~5,000명 교회(변칙 12, 직계 22), 5,000명 이상의 교회(변칙 3, 직계 8) 등으로 교회세습이 이루어졌다. 또한 세습 유형으로는 직계세습을 비롯해 사위세습, 지교회세습, 징검다리세습, 다자간세습, 교차세습 등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세반연은 “2013년 이후 세습의 유형이 점차 다변화되고 있어 향후에도 다양한 세습 방식을 추적하고 단속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단일 유형으로는 직계세습이 여전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세습방지법 규정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목회세습방지법을 도입하고 강제하려는 노력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변칙세습, 무엇이 문제인가?:교회 사유화에서 교회 공공성으로’를 주제로 발표한 김동춘 교수(국제신대)는 교단들이 제정한 법적 기준을 피해 가면서도, 여론의 지탄을 무마하는 교묘한 방식의 변칙세습이 새롭게 등장해 ‘담임목사직 대물림’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춘 교수는 세반연에 제보된 사례와 다른 매체를 통해 제시된 사례를 종합해 변칙세습의 다양한 유형들을 정리했는데 다음과 같다.

# 교회세습의 다양한 방법들

1. 지교회 세습: 아들 목사나 사위 목사에게 담임하던 교회를 승계하는 일이 여의치 않게 되자 지교회를 설립한 후, 그 교회에 담임으로 가게 하는 형태다. 지교회 세습은 명분과 방식에 있어서 비난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칙세습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이 방식은 분립개척 형태로 대형 교회만의 독점적 성장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교회 내외의 비난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방안이 된다고 할 수 있다”며 “소망교회, 왕성교회, 명성교회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분석했다.

2. 교차 세습: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세습 방식이다. A교회 담임목사의 아들을 B교회가 청빙하고, B교회의 담임목사 아들을 A교회가 청빙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목사집안 끼리 담합에 의한 거래행위가 됨으로써 소위 ‘성골집안’의 잔치로 전락되면서 교회가 목사 집안을 위한 가족주의의 목적과 수단이 되어버리고, 교차 세습의 과정에서 양 쪽 교회 교인들의 의사결정은 거의 배제돼 짜여진 각본에 의해 일사천리 진행된다.

3. 다자간 세습: 교차세습이 두 교회의 목사 아들이 서로 맞교대로 이루어지는 세습이라면 그 범위를 양자 간을 넘어 여러 교회가 서로 교차적으로 이루어지는 세습이다. 한양제일교회(기감), 은혜교회(기감) 등에서 시도한 경우다.

4. 징검다리 세습: 할아버지가 목회하는 곳에 손자가 목회지를 승계하는 경우다. 이 세습은 격세세습(隔世世習)이라고 부른다. 순천광명교회(통합), 전주호남교회(예성), 서천제일교회(기감)에서 시도됐다.

5. 분리세습: 아버지 목사가 개척한 여러 교회 중 하나를 아들 목사에게 맡기는 세습이다. 본 교회 외에 다른 복수의 교회를 분립개척한 후, 그 중 하나의 교회를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주는 방식이다. 이른바 ‘양태론적 변칙세습’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6. 통합세습: 분리세습과 정반대의 형태로서 아들이 개척한 교회에 아버지 교회가 통합한 후, 그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세습방식이다.

김 교수는 “최근 교회성장이 급격히 둔해지자 교회의 존립과 활로를 타개하는 차원에서 교회와 교회 간의 합병작업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며 “통합세습은 아버지와 아들 교회가 대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두 교회의 분위기를 일신해 교회의 담보상태를 타개해 나가면서 동시에 목사직도 세습, 이양하는 매우 실리적인 변칙세습의 형태”라고 분석했다.

7. 동서간세습: 동서 간에 교회를 넘겨주어 대물림하는 세습이다. 친인척 중에 목회지를 이양 받아 이루어지는 세습으로서 ‘친인척 세습’이라 부르기도 한다. 영일교회(기감)가 시도한 것으로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보고 있다.

8. 쿠션세습: 아버지 목사가 자신과 가까운 목사에게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를 형식적으로 이양한 다음, 이를 다시 아들에게 물려주는 세습이다. 외형적으로 세습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교회를 신뢰할만한 다른 목사에게 이양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서 다시 원래 목적대로 이양하는 방식이다. 흔히 ‘건너뛰기 변칙세습’이라고 부른다.

# 왜 교회세습을 하는 것인가?

이와 같은 한국 교회의 변칙세습 과정을 김 교수는 ‘세습자본주의의 교회적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신자유주의 국면으로 진입한 한국사회의 특징은 저성장의 지속, 복지국가의 쇠퇴, 능력주의의 쇠퇴, 세습자본주의의 공고화로 볼 수 있다”며 “여기서 세습자본주의라는 새로운 현상이 우리 사회의 한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부자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건물을 물려주거나, 회사나 사업체를 물려주거나, 엄청난 규모의 부동산을 물려주는 사례가 일상적으로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교회세습은 자본제로서 교회라는 물적 자산을 교회 귀족층, 혹은 교회 기득권층이나 자녀 세대에게 대물림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 교회에서 목사로 소명 받은 이들의 최종 목표는 담임목사가 되는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개척 외에 기성 교회의 담임목사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구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비록 오늘날 교회사역의 다변화로 인해 평생 부교역자로 사역하거나 교육, 상담, 복지, 기독NGO 사역자로 헌신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공동목회, 팀목회 등의 전환을 꿈꾸고 있는 교회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유교문화적 지도체제에 익숙해져 있는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특히 “청빙, 분립, 매매, 개척 등 목회자 후보생들은 여전히 담임목사가 되기 위한 치열한 싸움터에서 자신들의 소명의 길을 찾고 있다”며 “결국 교회세습, 혹은 담임목사직의 대물림은 편법이며 불법이기는 하지만 한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되고 있으며, 특히 아버지가 담임목사인 경우 그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방안의 하나”라며 한국 교회 목회현장의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한국 교회의 내부적 상황이 어렵다 할지라도 ‘교회세습’은 교회 자본을 대물림하는 교회 사유화 현상의 하나로써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세습은 목사 일인지배를 관철시키기 위한 불법이며, 사리사욕에 해당된다”며 “절차적 민주성과 공적 타당성, 공정성에 위배되며, 교회의 공교회성을 저해시키는만큼 모든 교회와 성도들에 의해 비판되고 거부되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외적인 세습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목사 가문에게 부여된 특권과 기득권을 가로챌 동기로 아버지가 목회하는 교회를 대물림하는 세습은 영광스럽고 거룩한 주님의 공동체인 교회를 짓밟는 행위이며, 하나님의 백성들의 교회가 아닌 일개 가족의 영구집권을 위한 종교권력의 안전핀을 구축하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한국 교회가 변칙세습의 욕망을 끊어내려면 교회 사유화를 향한 퇴락한 사고에서부터 교회에 대한 공교회적 존중과 의식으로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이와 함께 개개인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권력 향유와 기득권 확보를 향한 부패한 욕망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법적 규제가 더 치밀하게 제정되고, 시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위장’, 사회는 불법이지만 교회는 ‘OK’

감리교 목회자인 황광민 목사(석교교회)는 ‘교단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변칙세습:위장담임을 통한 징검다리 불법세습’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2012년 세습방지법이 통과되자마자 강남의 모 교회에서 위장담임자를 통한 징검다리 세습을 시도했다”며 “이를 시도한 목사들은 ‘세습금지법’에 ‘연속해서’와 ‘영구히’라는 말이 없기 때문에 합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유치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황 목사는 “세습방지법 장정개정위원으로 참석할 당시 위장담임자를 세워 불법적인 징검다리 세습을 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도 않았다”며 “강남 모 교회의 징검다리 세습과 관련해서 위원회는 ‘징검다리 세습은 불법’이라고 보고,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교단은 이에 대해 결의를 하지 못했고, 결국 감리교회의 교리와 장정을 우롱하는 불법행위를 묵인한 꼴이 됐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결국 이를 빌미로 위장담임자를 통한 징검다리 세습을 시도하는 교회들이 여기저기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일반사회에서도 위장을 불법이요 사기로 판단하는데, 세상을 이끌어가야 할 교회가 어찌 위장을 통해 이득을 취하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황 목사는 “위장담임을 통한 불법세습을 시도하는 목회자들과 이를 묵인하는 행정책임자들의 신양양심의 부재, 준법정신의 부재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 옳은 것이 좋은 것인데,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적당히 넘어가려 한다. 그래서 친분의 벽을 넘지 못한다. 적당히 사례를 하면, 모른척하고 대충 처리한다. 나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은 아주 위험하다. 행정은 어디까지나 공교회가 정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바르게 처리해야 한다. 공교회가 살아야 개체교회가 산다”고 강조했다.

특히 “징검다리 불법세습을 위해 이용당하는 목사들도 불쌍하다”며 “처음 목회를 시작하는 젊은 목회자가 강요에 의해 불법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또 은퇴를 앞둔 목사들이 얼마의 사례비를 받겠지만 불법세습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 목회를 마무리하는 모습도 딱하다. 불법세습을 위한 징검다리로 이용당하는 목사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 목사는 “올해 연회에서 위장담임을 통한 징검다리 불법세습을 막기 위해 건의안을 제출해 통과됐다”며 “이것은 불법세습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신앙양심을 포기하고 불법을 강행하는 이들에게는 법적인 제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회세습에 대한 사회문화적 성찰과 기독교윤리’를 주제로 발표한 고재길 교수(장신대)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가족주의 문화의 영향 속에서 교회세습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가족공동체의 개념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한국 교회 안에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 교수는 “나사렛 에수의 확대된 가족과 개방적 가족공동체의 의미와 본회퍼의 ‘하나님의 위임으로 존재하는 가족공동체’의 의미는 가족주의와 교회세습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목회세습을 시도하는 목회자들이 공명심이나 또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와 연관된 사역을 하는 것은 아닌지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간이다. 본회퍼의 ‘교회와 목회의 회복’이 한국 교회의 최종적인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