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잘못을 하나님의 뜻으로 말한다면 ‘신성모독’에 해당

 

세월호 참사는 하나님의 뜻인가 / 조석민 교수

 

2014년 7월 28일 기사

 

“세월호 참사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지를 악용한 사악한 인간들의 잘못이다.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뜻’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에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1.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인재가 빚어낸 사건을 너무 쉽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의 책임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드는 것이고, 법적ㆍ도덕적 책임의식을 회피하게 만들 뿐이다. ‘하나님의 뜻’이라는 표현은 이런 사건을 두고 적용하라고 만들어진 말이 아니다.
 
2. ‘하나님의 뜻’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신약성서의 구절들을 살펴보면 인간의 불의와 부정직, 무책임이 만들어낸 결과를 표현하도록 의도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저지른 잘못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것은 신성모독의 죄에 해당할 것이다.
 
3. 모든 고난을 하나님의 주권의 영역으로 돌리는 행위가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인간의 도덕적 책임과 의무에 대한 방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인간의 죄악으로부터 초래된 사건들에 대해 ‘하나님의 뜻’을 말하는 것은 무지와 도덕적 방종에 불과하다.

 

4.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겸손한 태도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지 어떤 사건에 대해 무조건 ‘하나님의 뜻’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5. 마태복음에서 ‘아버지의 뜻’이라고 표현된 것은 곧 ‘하나님의 뜻’을 의미한다. 마태복음에 ‘아버지의 뜻’은 하나님의 명령, 계명, 말씀, 약속 등의 의미다.(마 7:21, 12.50, 18:14, 26:42). 사도행전에서는 ‘하나님의 뜻’이 자주 ‘주의 뜻’이란 표현으로 바뀌어 나타난다. 그 의미는 마태복음과 거의 동일하다(막 3:35; 행 21:14, 22:14).
 
6. 요한복음에서 예수는 자주 자신을 하나님이 보낸 자로 인식하고, 마치 구약성서의 예언자처럼 자신을 나타낸다. 그래서 요한복음에서 ‘하나님의 뜻’이라는 표현보다는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이 자주 등장한다. 예수께서 이해한 하나님의 뜻은 6:39~40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으로 말미암은 인간의 구원과 영생이다. 요한복음에서 ‘하나님의 뜻’은 인간의 구원이라는 주제와 직접 관련이 있다. 또한 하나님의 교훈, 명령, 약속의 의미로도 사용됐다(요 7:17, 9:31).
 
7. 바울서신인 로마서에서의 ‘하나님의 뜻’은 하나님의 약속, 계획, 의도, 소원, 섭리 등의 의미다. 이런 하나님의 뜻은 복음과 깊은 관련이 있고, 결국 하나님의 인류구속이라는 큰 역사를 드러내는 표현이다(롬 1:10, 2:18, 12:2, 15:32).
 
8. 고린도전후서(고전 1:1, 고후 1:1, 고후 8:5)와 갈라디아서(갈 1:4)에서 ‘하나님의 뜻은 로마서의 의미와 크게 드리지 않다. 에베소서(엡 1:1, 1:5, 1:9, 1:11, 5:17, 6:6)에서 바울은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며 이 일을 위해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음을 분명히 가르친다.

 

 
9. 골로새서(골 1:1, 4:12)에서 ‘하나님의 뜻’은 하나님의 섭리, 의도, 소원, 계획 등을 의미한다. 데살로니가전서(살전 4:3, 5:18)에서 하나님의 뜻은 거룩함이며 음란을 버리라고 분명히 가르친다. 또한 모든 일에 감사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가르친다.
 
10. 공동서신인 히브리서(10:7, 10:9~10), 10:36, 13:21) 기자는 하나님의 뜻과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연관시키면서 교훈한다. 예수는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이 세상에 오셔서 영원하고 일회적인 희생의 제물로 자신을 십자가에 내어주었다는 사실을 가르친다.
 
11. 베드로전서(2:15, 3:17, 4:2, 4:19)에서 하나님의 뜻은 그리스도인이 고난 받는 것과 관련해 그 고난이 하나님의 섭리와 의도 속에 있음을 알려준다. 이것을 알면 애매하게 고난당할 때 견딜 수 있으며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12. 요약한다면 신약성서에서 ‘하나님의 뜻’은 문맥에 따라 하나님의 의도, 계획, 생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자주 하나님의 명령, 가르침, 약속의 의미로 사용됐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의 뜻’을 안다는 것은 지식을 필요로 한다. 그 지식은 성경을 아는 지식이다.

 

 

13. 신약성서에서 사용된 ‘하나님의 뜻’과 관련해서 세월호 참사를 이해하려고 할 때, 누구라도 “세월호 참사는 하나님의 뜻입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 인간의 잘못으로 빚어진 세월호 참사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다. ‘하나님의 뜻’이란 표현을 인간의 어떤 사고나 사거에 대해 사용할 때는 먼저 정확한 의미를 규정하고 보다 적절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14. 세월호 참사는 역사적인 맥락에서 하나님이 분명히 인지하고 계시는 사건이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이 참사를 빚어낸 사람들의 악행을 알고 계시며, 애매하게 죽어간 영혼들과 남겨진 유족들의 슬픔과 고통을 알고 계신다는 의미다.
 
15. 세월호 참사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공개석상에서 말한 목사들과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문창극 장로의 말과 그 말에 동조한 샬롬나비의 성명서 발표와 같은 어리석고 무지한 일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16.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476명의 승객과 화물을 태운 채 침몰한 세월호 참사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인간이 저지른 죄악의 결과다. 세월호 참사는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할 사람들이 타성에 젖은 관행과 안전에 대한 안일한 생각과 태도, 돈에 눈이 어두운 선박회사와 이를 철저히 관리감독하지 않은 정부 관계부처들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인간참사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 세월호 참사는 하나님의 뜻인가(성서학적 통찰), 조석민 교수
 

* 위의 내용은 기독연구원 느헤미야가 지난 25일 오후 7시 ‘세월호 참사와 문창극 사태로 비추어 본 한국 교회와 신학’(부제:고통의 역사에 대한 기억과 우정의 신학)을 주제로 진행된 긴급포럼에서 발표된 것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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